Press release

2017. 08. 28. (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부경쟁’이 필요한 수학적 이유를 찾았다

장봉수 UNIST 교수팀,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공존 원리 풀어
내부경쟁 다양해야 사회도 다양… '사이언티픽 리포트' 발표

“다른 집단과의 경쟁뿐 아니라 집단 내부의 경쟁도 공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이유를 수학적으로 풀어냈어요.”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장봉수 교수팀이 ‘경쟁’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생태계나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데 ‘내부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장봉수 교수와 박준표 박사후연구원은 모두 수학자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수학적 모형으로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했다.

장봉수 교수는 “수학은 어떤 현상 안에 있는 규칙이나 구조적 특징들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요소를 하나 더 찾아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이용해 생태계의 공존을 설명해왔다. 이 게임에서는 둘만 있으면 승패가 명확히 가려지지만, 셋이 함께 있으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순환적 경쟁구조)에 놓여 모두 살아남는다. 생태계도 이처럼 다양한 종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팀은 여기에 ‘내부경쟁’이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가위와 바위, 바위와 보, 보와 가위만 있어도 공존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준표 박사는 “세 요소에 각각 내부경쟁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경쟁 정도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수학적 모형을 만들었다”며 “내부경쟁의 크기가 달라지면 서로 대등했던 경쟁구도가 무너져 더 다양한 공존 형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내부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집단의 경쟁력이 약해지기 쉽다. 이는 외부경쟁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구조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세 요소는 서로 대등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내부경쟁이 생기면 대등한 구조가 깨진다. 이렇게 비대칭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면, 가위와 바위처럼 한 쪽이 반드시 지는 요소들도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가위 집단의 내부경쟁이 가장 심해서 소멸하는 상황까지 갔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보 집단은 항상 바위 집단을 이겨 최종적으로는 보 집단만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보 집단의 내부경쟁이 치열하고, 바위 집단의 내부경쟁이 약하다면 두 집단은 모두 살아남을 가능성도 생긴다. 이처럼 내부경쟁의 크기에 따라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은 커지게 된다.

연구진은 같은 방식의 수학적 모델을 조금 더 복잡한 순환경쟁 모형인 ‘가위-바위-보-도마뱀-스팍 게임’에도 적용했다. 집단 5개에서도 내부경쟁이 없으면 1개나 3개, 5개의 집단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다양한 크기의 내부경쟁이 발생하면 1, 2, 3, 4, 5개 집단이 모두 공존할 수 있었다.

장봉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새로운 요소를 집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 기업 생태계나 특정 지역의 상권 등을 이루는 요소들의 공존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나 애플처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내부경쟁을 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며 “적당한 내부경쟁과 외부경쟁 구조가 균형관계가 유지되는 덕분에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부경쟁이 생태계와 사회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살피고 있다. (끝)

  • 논문명: Emergence of unusual coexistence states in cyclic game system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장봉수 교수 (052)217-3136

  • 장봉수 교수-박준표 박사 연구팀1
  • 장봉수 교수-박준표 박사 연구팀2
  • 장봉수 교수1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생태계에서 개체군에서 발생하는 경쟁은 개체군의 공존에 대한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순환경쟁 체계를 가지는 개체군의 생태계에서는 모든 개체군의 공존 또는 오직 한 개체군의 생존 현상이 발생하는데, 만약 동일 개체군의 경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그리고 이 내부 경쟁이 각 개체군마다 다른 비율로 발생하는 경우 어떠한 형태의 생존현상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2. 연구내용

순환경쟁 개체군의 세 가지 기본 모델(RPS, ERPS, RPSLS)에 대해 각 개체별로 다른 빈도의 내부경쟁을 고려한 수리적 모형을 구축하고, 각 모델에서 발생 가능한 고정점과 고정점들의 안정성에 대한 해석을 시행했다. 또한 공간상에서의 현상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려하기 위해 격자모형 기반의 확률모델을 구성하고, 몬테-카를로기법(Monte-Carlo method)를 통한 수치계산을 시행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다음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① 내부경쟁이 다른 발생빈도를 가지는 경우, 즉 순환경쟁 체계가 비대칭성 구조를 가지게 될 때, 다양한 형태의 생존현상이 발생한다.(몇 가지 부분 개체군들의 생존현상은 일반적인 순환경쟁 구조에서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다.)

② 수리적 모델에 대한 이론적 해석으로부터 새롭게 나타나는 생존현상들이 모두 안정적인 상태임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상태들은 내부경쟁의 발생빈도에 따라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분기도(Bifurcation diagram)을 통하여 확인했다.

③ 수리적 모델에 대한 이론적 해석과 다양한 수치계산의 결과로부터 내부경쟁이 개체군의 다양한 공존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했다.

3. 연구내용

기존 순환경쟁 모델에서 일반적으로 동일한 비율로 내부경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모든 개체군의 공존현상만 발생했으나, 각 개체군마다 발생하는 내부경쟁의 빈도가 다른 경우 다양한 형태의 공존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 경쟁 및 외부 경쟁의 정도에 따라 집단의 유지가 달라지는 만큼 사회적, 경제적 문제의 적용과 해석에 새로운 방법론으로 제시될 수 있겠다.

 

[붙임] 용어 설명

1. 내부경쟁(Intraspecific competition)

자연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쟁 현상중의 하나로, 동종 개체군에서 발생하는 경쟁을 의미한다. 생태학에서 개체군의 밀도 조절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예로 카니발니즘(cannibalism , 식인풍습)을 들 수 있다. 일반적인 피식-포식의 관계에서 포식자의 먹이가 급격이 줄어드는 경우, 포식자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 개체군을 피식자로 간주해 생명을 유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마귀, 무당벌레 등이 이러한 예가 된다.

※ 경제학의 관점에서 카니발니즘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인수합병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세 가지 형태의 순환경쟁 도식: ⒜ 가위-바위-보 게임(Rock-paper-scissors game), ⒝ 확장된 가위-바위-보 게임(Extended rock-paper-scissors game), ⒞ 가위-바위-보-도마뱀-스팍 게임(Rock-paper-scissors-lizard-spock game)

그림 2.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내부경쟁의 빈도에 따른 다양한 집단의 형성과정: ⒜ 세 가지 다른 생존현상에 대한 이론적 도식, ⒝ 수학적 모델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 왼쪽으로부터 개체군의 생존수가 3→2→1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 각 생존현상에 대한 격자공간상의 확률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이론적 해석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개체군 A의 내부경쟁의 발생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모든 개체군의 공존현상으로부터 두 개체군 A, B의 공존현상이 발생하며, 만약 A의 내부경쟁이 극심화되는 경우, 결론적으로 A의 존재는 사라지며, B만 생존하는 현상이 유도된다. 

그림 3.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변수 에 대한 개체 A의 상태변화를 나타내는 bifurcation diagram. 개체군 B와 C에 대한 내부경쟁 발생빈도는 고정된 상태에서, 개체 A의 내부경쟁 빈도가 적당한 수준을 이루고 있을 때는 세 개체군 모두 공존하는 현상을 보인다.(검정색 실선) 그러나 점차 경쟁빈도가 강해지면, A를 포함한 두 개체군이 생존하게 되는데, 내부경쟁이 극심화될수록 A의 밀도는 점차 감소하여 없어지게 된다. 즉 개체군 A의 멸종을 암시하며, 이 경우 세 가지 개체군 중 오직 하나의 개체군만 살아남게 된다.

 

그림 4. 다섯 개체군(ERPS) 모델 내부경쟁의 빈도에 따른 다양한 집단의 형성과정: ⒜ 다섯 가지 다른 생존현상에 대한 이론적 도식, ⒝ 수학적 모델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 왼쪽으로부터 개체군의 생존수가 5→4→3→2→1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 각 생존현상에 대한 격자공간상의 확률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이론적 해석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2~3가지 개체군이 생존하는 경우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3가지 개체군의 경우 생존하는 한 개체군은 독립적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2가지 개체군이 생존하는 경우는 서로 독립적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기본적인 피식-포식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림 5. 다섯 가지 개체군(RPSLS) 모델에서 내부경쟁의 빈도에 따른 다양한 집단의 형성과정: ⒜ 다섯 가지 다른 생존현상에 대한 이론적 도식, ⒝ 수학적 모델을 통한 시뮬레이션결과. 왼쪽으로부터 개체군의 생존수가 5→4→3→2→1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 각 생존현상에 대한 격자공간상의 확률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이론적 해석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델의 경우, 세 가지 개체군이 생존하는 상황은 일반적인 세 개체군의 생존현상과 다르게 형성된다. 즉, 일반적인 세 개체군의 생존은 순환적 경쟁관계를 이루고 있으나, 본 결과에서는 비순환적 경쟁구조를 가지는 세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생존하는 것을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