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7. 22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택적 반응하는 ‘체’ 로, 인공 태양 연료 더 쉽게 분리한다!

UNIST·경남과기대·KAERI 연구팀, 다공성 물질서 수소 동위원소 선택적 흡착현상 발견
중수소 등 대용량 동위원소 분리에 적용 가능...JACS 표지 논문 선정

물질의 기공을 이용해 크기와 모양이 같은 기체도 거르는 ‘체’ 역할을 하는 물질이 개발됐다.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중수소’(Heavy hydrogen)를 더 쉽고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이용훈) 화학과 문회리 교수팀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오현철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오인환 박사팀과 공동으로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 물질이 중수소를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수소 기체로부터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 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국화학학회지(JAC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714일자로 공개됐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아크원자로’는 핵융합 발전을 이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든다. 중수소는 바로 이 아크원자로의 원료이다. 일반적인 수소보다 중성자를 더 갖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전체 수소 기체 중 약 0.016%로 아주 미량만 포함돼 있어 분리하기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다. 내부에 구멍이 많고 구멍의 크기가 변하는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용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교한 온도와 압력 조절이 필요하고 분리 가능한 양도 적다. 기공에 중수소만 ‘흡착’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문회리 교수 연구팀은 대표적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MIL-53’가 특정 온도 및 압력 아래에서 중수소에만 기공이 열리는 두 번째 호흡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많은 양의 중수소를 얻어 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와 중수소 모두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기공을 허파 꽈리처럼 확장시키는 ‘호흡 반응(첫 번째 호흡)’을 일으키지만 다시 한 번 기공이 확장되는 두 번째 호흡 반응은 중수소만에 의해서만 발생한다. 기존 분리법은 중수소와 일반 수소 모두 기공에 침투하고 통과할 수 있어서 기공에 중수소만 흡착할 수 있는 조건을 정교하게 맞춰야 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두 번째 호흡 현상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조작 없이 높은 효율로 중수소 분리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양쪽 끝이 뚫린 긴 고무관처럼 생긴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인 ‘MIL-53’을 이용해 중수소 분리 실험을 진행했다. 골격체 내부의 0.26 nm(나노미터, 1nm=10억 분의 1m) 크기의 작은 기공은 극저온(-253℃)에서 수소 기체를 만나는 순간부터 0.67nm로 커지는데, 여기서 온도를 높이고(-248℃) 압력을 800 ~ 1000 mbar로 유지하면 두 번째 호흡 현상에 의해 또 한 번 기공이 확장(기공크기 0.86 nm) 한다. 두 번째 호흡 현상은 중수소에 의해서만 발생했다.

[연구그림] 2차 호흡 현상이 중수소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모식도

실험결과 두 번째 호흡으로 인해 추가로 흡착 할 수 있는 중수소의 양은 다공성 물질 1g 32mg으로, 이는 기존 연구에서 분리한 중수소 양(12g)2.5배이다. 또 연구팀은 추가로 중수소가 기공에 선택적 흡착해 발생하는 금속-유기 골격체의 구조 변화를 중성자 산란실험을 통해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해당 조건에서 고밀도 중수소가 MIL-53(Al)의 기공 내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였다.

문회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서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었다”며 “동위원소 분리를 위한 소재 설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학계에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오현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기공 크기가 특정 동위원소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구조가 변하는 새로운 흡착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 한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복잡하게 분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공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동위원소 분리 및 중수소 농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성구 울산대 교수, 박지태 독일 핵융합 연구소(FRM-II) 박사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원자력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논문명: Specific Isotope-Responsive Breathing Transition in 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자연과학부: 문회리 교수 (052) 217 2928

  •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 [연구그림] 2차 호흡 현상이 중수소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모식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수소의 동위원소1)중수소2)는 미래의 에너지라 불리는 인공태양(핵융합 발전)3)을 만드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또 다양한 산업과 과학 분야에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수소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수소는 수소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수소 혼합물에서 분리해 내기가 까다롭다. 기존의 상업화된 분리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수소를 효과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다공성 물질(기공이 많은 물질)을 이용한 동위원소 분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나노 다공성 물질 내부에서 수소와 중수소의 기체 확산 차이를 극대화해 분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운동 양자체 효과(Kinetic Quantum Sieving Effect)’라고 명명하고 있다. 운동 양자체 효과는 ‘극저온 환경에서 수소 크기에 매우 근접한 기공에서는 수소(H₂)보다 중수소(D₂)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중수소의 드 브로이 파장4)이 수소보다 짧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자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국소적으로 유연한 기공 또는 기공이 닫힌 구조에서 열린 구조로 변화하는 유연한 구조를 가진 다공성물질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해당 동위원소 분리 방식은 기공이 변화하는 순간을 압력 또는 온도 조절로 순간 포착하여 중수소 흡착에 최적이 되는 기공을 만들고, 중수소가 기공 안에 우선 진입하게 하는 방식이다.

기존 경직된 다공성 물질의 기공 크기를 중수소 분리에 최적으로 조절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가변적 기공을 가진 물질로 중수소 포집에 최적화된 기공을 찾는 방식은 동위원소 분리에 효과적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순간포착을 위한 변수(파라미터)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작동가능 범위(working window)가 매우 협소해 분리선택도의 신뢰성이 영향을 받으므로, 중수소를 보다 효율적/안정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개발이 절실했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외부 자극으로 미세한 기공(細孔)이 팽창되는 독특한 다공성 물질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5)에서 중수소에 의해서만 구멍이 열리는 흡착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발생되는 추가적인 중수소 흡착량은 MIL-53(Al) 1g 당 중수소 32mg이라는 많은 양의 중수소를 얻을 수 있었다. 참고로 기존 연구에서의 중수소 분리양은 다공성 물질 1g 당 중수소 최대 12mg 에 그쳤다.

본 연구진은 외부 자극으로 유연하게 기공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플렉서블 금속-유기 골격체(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 MIL-53(Al)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MIL-53(Al)는 닫힌 기공(2.6Å)에서 기체흡착 때문에 큰 기공(6.7Å)으로 변한다. 이를 호흡(breathing) 현상6)이라 하며, MIL-53(Al)의 경우 수소에 의한 호흡 현상이 한번(1st breathing)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흡 현상이 동위원소 중 하나의 기체에서만 발견된다면 고순도 대용량으로 특정 동위원소를 선택적으로 선별 할 수 있다. (그림 1, 그림 2)

이번 연구에서는 MIL-53(Al)에 노출 온도와 압력을 바꿔가며 기공의 호흡 현상을 확인했으며, 호흡 현상에 따른 구조를 확인하기 위하여 중성자 실험을 병행하였다. 그 결과 MIL-53(Al) 25K(온도) 이하 800~1000밀리바(mbar, 압력) 사이에서 중수소에 의해서만 두 번째 호흡 현상이 보이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으며, 기공 확장에 따른 구조 변화도 명확하게 보였다. 또한 2차 호흡 현상이 일어나기 위하여 많은 양의 중수소(7.9mmol/g)가 추가로 흡착되는 것을 확인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플렉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구조적 유연성이 크기나 모양이 동일한 동위원소에 선택적으로 반응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연구다.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호흡현상을 이용해, 구현하기 어려웠던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응용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동위원소에 선택적인 나노 다공성 물질의 지능형 설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 동위원소 (Isotope)

원자번호가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달라 원자량이 다른 원소를 말한다. 원자의 중심에 (+)전하를 띠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하를 띠는 전자가 움직이는 구조를 갖는다. 원자핵은 다시 원자핵과 중성자로 구분되는데, 동위원소는 원자의 핵(nucleus)을 이루는 중성자(neutron)의 수는 다르지만 양성자(proton)의 수는 같다.

2. 중수소 (Heavy Hydrogen)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일반수소보다 원자량이 커 무거운 수소 ‘중수소’라 불린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고, 수소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3. 인공태양 (핵융합 발전)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처럼 좀 더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게 되며, 이때 생긴 질량 결손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차세대 발전 방식. 태양에서 이런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공 태양이라고도 한다.

4. 드브로이 파장 (de Broglie Wavelength)

양자 역학에 의하면 하전 입자(전하를 띠는 입자)는 파동성이 있는데, 그 경우 파장 λ를 드 브로이 파장이라 한다. 드브로이 파장은 물질의 질량에 반비례한다. 파장이 짧을수록 운동성이 좋아진다.

5.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는 유기 리간드와 금속 빌딩 블록으로 구성된 배위결합물 중 외부자극에 의해 기공 구조가 변할 수 있는 다공성 물질이다. 적절한 유기 리간드와 금속 빌딩 블록을 선택하면 원하는 외부자극에 선택적으로 반응해 기공구조를 바뀔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분리 기술 분야에서 특히 각광받는 다공성 물질이다.

6. 호흡 현상(Breathing Effect)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에 기체를 주입할 경우, 기체의 온도와 압력에 따라 기공 크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폐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과 비슷해 호흡 현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JACS 표지 그림: 이번 논문은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로 선정됐다. 녹색으로 표시된 D₂가 중수소, 빨간색으로 표시된 H₂가 수소다. 플렉서블한 다공성 물질(MIL-53)의 경우 수소는 1차 호흡과정에서 확장이 멈추는 반면(왼쪽), 중수소의 경우 추가 흡착으로 2차 호흡에 의한 구조가 확장되는 모습(오른쪽)을 표현했다.

 

그림 2. 호흡 현상을 보이는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MIL-53(Al))의 기공에서 오직 중수소 흡착에 의해서만 2차 호흡이 발생 되는 모습: MIL-53(Al)은 극저온에서 수소 기체에 노출됐을 때, 작은 기공(2.6Å)에서 큰 기공(6.7Å)으로 1차 호흡에 의한 구조가 변한다. 이는 수소 중수소 모두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후 중수소 흡착에 의해서만 두 번째 호흡이 발생하고 구조가 더 큰 기공(8.6Å)으로 확장되는 것을 새롭게 발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