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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단단한 재료와 구조로 이루어진 로봇들과 달리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로봇을 실제로 만나보게 될 것이다. 가볍고 견고한 건축물에 쓰이는 구조를 응용해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신소재공학부의 김지윤 교수팀은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소프트 로봇’ 제작 기술을 개발하였다. 건축물에 쓰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움직일 수 있는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는 구조다. 적은 재료로 강한 강도,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축물에 주로 쓰인다. |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 장력(팽팽하게 당기는 힘)을 가하는 그물 구조의 구성부품(텐던, tendon, 인장재)과 내부에 장력으로 인한 압축을 견디는 구성부품(스트룻, strut, 압축재)들이 서로 떨어진 채로 끼워져 있는 구조이다. 인장재과 압축재의 장력과 압력간 힘의 평형으로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압축재들이 가느다란 인장재에 매달려있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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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로봇 하면 마징가 제트 같은 강철 로봇이나 산업현장에 쓰이는 금속 팔 로봇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병 로봇이나 애완용 로봇 같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사람과 함께하는 이러한 로봇은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을 만들 때 재료 자체의 부드러운 특성에만 의존하면 복잡한 로봇의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힘들다.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특수한 구조를 만들어 로봇을 구현하는 방식이 연구 되는 이유다. |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다양한 소프트 로봇 디자인에 적용 할 수 있는 제품 제작 방식 개발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라 일반적인 3D 프린팅 제작 기법을 이용해 이 구조가 적용된 로봇을 만들기 힘들다.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법과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틀(Sacrificial mold)을 이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압축재)와 희생틀을 프린팅 한 뒤, 희생틀 내부에 유연한 재료(인장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희생틀은 물에 녹기 때문에 쉽게 제거 할 수 있다. |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은 “3D 프린팅이라는 대표적인 상향식 제품 제작법과 ‘식각’이라는 하향식 제작법을 접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게 구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상향식(bottom-up) 제조 방식: 작은 크기의 기본 단위체를 쌓고, 붙이고, 연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원하는 형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제조방식. 3D 프린팅이 대표적이다. *하향식(top-down) 제조방식: 큰 덩어리를 자르고, 깎고, 떼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원하는 형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제조방식. CNC선반 등을 이용한 제조법 등이 포함된다. |
연구진은 개발된 구조체 제작방식과 설계 기법을 이용해 정육면체(cube), 도넛(toroid), 삼각기둥(prism) 등 다양한 형상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제작했다. 또 만들어진 텐세그리티 구조체를 기본 모듈로 사용해 5개의 다리가 달린 전기로 구동하는 불가사리 로봇을 조립했다. 텐세그리티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에 앞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외부 자극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를 적용하면 스스로 움직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 자성 소재를 적용해 스스로 움츠렸다 펴졌다는 불가사리 로봇도 제작했다. |
*스마트 자성 소재: 스마트 소재는 외부자극에 의해 ‘스스로’ 반응하는 소재다. 스마트 자성 소재는 외부 자기장(자석)에 반응해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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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교수는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을 이용하면 ‘재료’ 만으로는 만들기 어렵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다양한 메타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메타구조(mechnical matamaterial): 구조를 이루는 물질과 다른 특성을 갖는 인공 복합물. 흔히 자연 발생된 물질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갖도록 설계된 인공 복합물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물질은 밀가루 반죽처럼 위에서 누르게 되면 옆으로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데 메타 구조를 이용해 오히려 위에서 누르고 측면 부피가 줄어드는 물질(음의 푸아송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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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구현 가능한 기법을 개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다양한 형상과 기능을 갖는 유연하고 강인한 블록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Science Robotics’에 8월 26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서 이뤄졌다. 논문명: 3D Printed Programmable Tensegrity for Soft Robot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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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로봇은 산업 현장을 넘어 서비스, 군사 그리고 의료분야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종래의 로봇은 단단한 몸체를 연결한 관절부에 모터 등의 구동장치를 설치하여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로봇은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움직임에 동적 자유도가 낮고, 단단한 몸체로 인하여 사람과의 동시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 이에 반하여 소프트 로봇은 부드러운 몸체를 이용하여 제작되어 무척 높은 동적 자유도를 가지며 인체와의 충돌에서 인체에 가해지는 피해가 작고, 물질 단위에서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여 스스로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의 접목 용이하다는 등의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개발된 소프트 로봇의 성능은 대부분 로봇을 이루고 있는 소재 자체의 특성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의 구현이나 다양한 기능성을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소프트 로봇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중 재료를 이용하여 3D 구조체를 제작하는 새로운 설계 방식과 더불어, 이를 위한 단순한 제조법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다중 재료 3D 프린팅1) 방식을 이용하여 압축재(압축되는 힘을 견디는 튼튼한 재료)와 인장재(팽팽하게 늘어나는 장력을 견디는 재료)를 조립과정 없이 한꺼번에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먼저,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압축재와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 틀(Sacrificial mold)2)을 프린팅 한다. 그 후 수용성 희생 틀의 내부 채널에 스마트 인장재 소재를 주입한 후 틀을 물에 녹여내면, 압축재와 인장재가 복잡하게 엮인 구조물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텐세그리티3) 구조를 소프트 시스템에 이용 가능하게 됨으로써, 기존의 소프트 로봇들이 만들어내지 못 했던 복잡한 구조의 제작이나 복합 동적 특성의 부여가 가능해졌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매우 가볍고, 외부 충격을 흡수함에도 튼튼하며, 구조 손상 없이도 무척 큰 변형을 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텐세그리티 구조의 복잡한 형태 때문에 건축이나 가구와 같은 큰 크기의 구조물을 제작하거나 수학적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연구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개발한 다중 재료 3D 프린팅 방식을 이용하면 직접 조립을 해야만 하는 비효율적인 기존의 텐세그리티 구조 제작 방식을 탈피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의 일체형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프린팅에 사용되는 물질에 따라 구조의 물성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그 일례로 자기 반응성(magnetic responsive)을 가진 스마트 소재4)를 텐세그리티 구조에 접목하여 다양한 기능성을 가지는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텐세그리티 구조의 형태와 기계적 물성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설계 기법을 고안하였다. 다양한 텐세그리티 구조의 유닛 모듈을 선정하고 유닛 간의 연결 각도, 연결도, 연결 중첩도 등을 달리하여 쌓는 방식이다. 본 기법을 활용하면 텐세그리티 구조를 이루는 재료의 특성과 관계없이, 구조의 형태와 기계적 물성을 서로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원기둥 형의 텐세그리티 구조라도 연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기계적 특징을 가진다. 나아가, 소재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고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들 (회전형 인장 및 수축, 양의 푸아송 비, 큰 전단변형 등)을 가진 구조들을 제작하였다. 특히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제작된 텐세그리티 로봇들은 기존의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지능형 소재와 구조적 설계 요소의 접목하여 프로그래밍한 동적 특성을 이용하여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었다. 대표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텐세그리티 구조로 이루어진 5개의 다리를 가진 불가사리 로봇을 개발하였다. 기존의 불가사리 로봇들이 단순한 굽힘과 펼침 두 단계의 단순 반복을 통해 움직인다. 그러나 텐세그리티 구조를 이용한 로봇은 이들과 다르게, 다리의 4가지 동작(굽힘, 수축, 펼침, 팽창)을 조합한 복합 동작의 반복을 통해 걸을 수 있고, 움직이는 방향도 바꿀 수 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에서 개발한 다중 물질 3D 프린팅을 이용한 희생 틀 제작 기술은, 기존의 방식으로 제작이 어려웠던 복잡한 구조의 다중 물질 복합체 및 로봇의 제작에 특화된 제조법이다. 더하여, 이를 통해 제작한 텐세그리티 구조 및 로봇을 이용한 구조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차후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한 형태나 기능을 가진 맞춤형 3D 유연 로봇을 디자인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붙임] 연구결과 개요, 용어설명 |
1. 다중 재료 3D 프린팅 다중 재료 3D 프린팅 방식은 3D 프린터에 여러 가지 소재를 동시에 적용하여 한 층씩 구조를 쌓아가는 방식의 제작법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 소재의 도입뿐만 아니라 복잡한 형상의 구조체 제작이 가능하다. 2. 희생 틀(Sacrificial mold)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제작할 수 있는 구조의 복잡도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의 주형틀과 달리, 주물의 경화 후에 특정 물질에 반응시켜 녹여내는 등의 방식으로 제거가 가능한 일회용 틀이다. 재사용은 불가능하지만 기존의 주형틀 형태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작은 크기나 복잡한 형태의 주물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3. 텐세그리티(Tensegrity) 텐세그리티는 세포나 각종 생물의 골격에서 발견되는 특수한 구조체이다. 텐세그리티는 인장력을 견디는 인장재(텐던5))와 압력을 견디는 압축재(스트룻6))로 구성되는데, 보통은 막대 형태를 가진 이 두 소재가, 서로 엮여서 구조를 이룬다. 이 때 두 소재에 가해지는 인장력과 압력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특정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특수한 구조의 텐세그리티는 충격 흡수율, 부피 대비 강도, 구조 유연성 등이 무척 높은 특성을 보인다. 4. 지능형 소재 스마트 소재 또는 적응형 소재로도 불리는 지능형 소재는, 외부환경의 자극(습도, 온도, 압력, 자기장, 전기장, 빛 등)을 감지하고 판단하여, 유용하고, 신뢰성 있고, 재현 가능하고, 가역적인 방법으로 반응 및 제어하는 지능형 거동을 나타내는 소재이다. 5. 인장재 (Tendon) 텐세그리티를 이루는 요소 중 각 스트룻을 연결하는 인장성 구조체로, 그물망과 같은 네트워크 형태의 외곽 구조를 이루며, 스트룻이 구조 내부에 떠있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6. 압축재 (Strut) 텐세그리티를 이루는 요소 중 서로 연결되지 않고 텐던에 메달려 있는 구조체로, 텐던의 인장력으로 인한 구조 수축으로 발생하는 압력을 견디는 역할을 담당한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다중 재료 3D 프린팅으로 희생 틀을 프린트 한 후, 지능형 소재를 내부에 주입함. 지능형 소재의 경화 후에 물을 이용하여 희생 틀을 제거하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텐세그리티 구조를 얻을 수 있음 |
그림 2. 불가사리 로봇의 형태와 거동. (A) 불가사리 로봇과 그 다리를 이루는 텐세그리티 구조. (B) 불가사리 로봇의 다리가 만들어내는 3가지 동적 상태. (C) 불가사리 로봇의 방향 전환 거동. (D) 불가사리 로봇의 거동 순서를 나타낸 3D 이미지, 상면사진, 측면사진. |
그림 3. 초격자 텐세그리티. (A) 정이십면체 구조의 텐세그리티 유닛들을 서로 연결하여 만든 초격자 텐세그리티 사진과 그 구성 요소(텐던 및 스트룻)의 3D 이미지. (B) 초격자 텐세그리티를 이루는 정이십면체 구조의 텐세그리티 유닛의 구조 및 연결 구조. (C) 외부 응력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초격자 텐세그리티의 구조 변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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