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12. 16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래 압력의 반전, ‘선한 영향력’ 찾았다!

한·미 연구진, 또래압력의 탈선 막는 긍정 효과 뇌 과학적으로 입증
탈선 경험 없는 청소년, 친구의 위험기피 선택에 높은 사회적 가치 부여 .. PNAS 게재

또래 집단과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인 또래 압력(Peer Pressure)은 음주나 가출 같은 청소년의 비행을 촉진하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또래 압력이 되레 청소년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음을 뇌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와 美 버지니아텍(Virginia Tech) 연구팀은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뇌 특정 영역이 또래 친구들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볼 때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영역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친구의 위험 기피적 선택에 훨씬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위험을 기피하는 친구의 행동에서 ‘선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정동일 교수는 “또래 압력의 부정적 영향에 집중했던 과거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또래 압력이 청소년을 위험행동으로부터 지키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그림] 복내측 전전두엽 활성화 정도 비교

공동 연구진은 도박 게임과 뇌 특정 부분의 활성 정도를 볼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RI)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이 게임은 ‘위험 기피적 선택지’와 ‘위험 선호적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옵션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위험 기피적 선택지’로는 확실하게 25달러를 받을 수 있는 도박 선택지가, ‘위험 선호적 선택지’로는 50 대 50의 확률로 55달러 또는 1달러만을 받는 도박 선택지가 제시된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일반 청소년 그룹과 약물 사용, 음주, 또는 흡연 이력이 있는 비행 청소년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실험 결과 일반 청소년 그룹은 비행 청소년 그룹과 달리 다른 참가자들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보고 본인도 위험 기피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다른 청소년이 위험 회피적 선택을 하는 모습에 뇌의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크게 활성화 됐다. 반면 비행 청소년 그룹은 위험 선호적 선택을 많이 했으며 다른 참가자의 위험 기피적 결정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청소년기에 비행행동(음주, 흡연 등)을 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알코올 중독 같은 약물 중독 환자가 될 확률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청소년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해는 약물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치료(interventional treatments)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개치료: 인지 훈련, 인지 재활, 인지 자극 등의 방법을 이용해 인지적 활동의 증가 또는 사고의 변화를 유도하는 치료 방법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11월 30일자로 공개됐다.

논문명: Valuation of peers’ safe choices is associated with substance-naïveté in adolescent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 (052) 217 2744

  • [연구그림] 실험 모식도 및 집단별 또래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 정도 비교
  • [연구그림] 복내측 전전두엽 활성화 정도 비교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청소년기는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하고 또래친구들과 같은 주위 환경에 특히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또래 압력(peer pressure)”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왜 청소년들이 친구들에게 나쁜 영향을 받아 음주 또는 흡연과 같은 비행행동을 보이게 되는지에 집중해왔다. 그렇다면 반대로 또래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2.연구내용

UNIST의 정동일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Fralin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 at VTC 연구팀과 함께 청소년의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동조효과를 연구했다. 78명의 청소년들이 본 연구에 참여했다. 그 중 절반은 한 번도 비행행동을 보인적 없는 일반 청소년, 나머지 절반은 술, 담배, 혹은 마리화나 등 불법적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었다.실험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RI) 안에 들어가 간단한 도박과제를 수행했다. 과제는 두 개의 도박 옵션 중 한 개를 고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1번 옵션은 선택하면 확실하게 2만원을 받을 수 있었고, 2번 옵션은 선택하면 매우 드문 확률로 6만원을, 하지만 나머지의 경우에는 천원만 받을 수 있는 경우였다. 게임 중 일부의 시행에서는 선택에 앞서 또래들이 두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먼저 볼 수 있었고, 나머지 시행에서는 또래의 선택을 보지 않고 혼자 선택을 내렸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모든 게임이 끝난 이후에 게임을 하는 동안 선택한 옵션들 중 하나의 도박 옵션으로 결정된 돈을 실험 참가 보너스로 지급받았다.

비행행동을 보였던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일반 청소년들에 비하여 위험한 옵션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차이는 또래의 선택을 본 후 결정을 내리는 시행에서 나타났다. 비행행동을 보였던 청소년들은 안전(위험기피) 선호도를 가진 또래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반면에 비행행동을 보인적 없었던 청소년들은 또래들의 안전한 선택을 따라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적 정보의 가치를 표상하는 뇌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확인되었다. 비행행동을 보인 적 없었던 청소년들의 뇌는 또래의 안전한 선택을 보았을 때 더 크게 반응하며 그들이 또래의 선택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였다. 본 연구결과는 이전의 연구들에서 집중했던 것과 달리 안전함을 선호하는 혹은 위험기피 성향을 가진 또래들이 청소년 위험행동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기대효과

청소년의 위험선호 행동, 특히 성장기에 시작한 비행행동(음주, 흡연 등)은 성인이 된 이후에 약물 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뇌신경발달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청소년기에 위험행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떻게 습관이 형성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해는, 나아가 약물중독과 같은 사회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재치료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비행행동을 보인 적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또래 청소년들의 위험기피 선호도가 위험행동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A) 실험모식도. 실험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먼저 두 명의 임의의 또래 참가자들이 내린 선택을 본 후 결정을 내리게 된다. (B) 행동 결정을 기반으로 청소년 참가자들이 사회적 정보에 부여한 가치(other conferred utility)를 추정할 수 있다. 위험 기피 성향을 가진 또래(safe peers; 파란색)들의 선택을 보았을 때 일반 청소년 그룹(’-Substance-naïve’)은 비행 청소년 그룹(‘+Substance-exposed’)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큰 가치(y축)를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 선호 성향을 가진 또래(risky peers; 빨간색)들의 선택을 보았을 때는 두 그룹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Other conferred utility는 해석을 위해 보정된 수치로 0.5일 경우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음을 나타내며 0.5와 1 사이의 값은 또래의 선택을 따라가는 현상을 나타낸다.

 

 

그림2.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표상되는 또래의 안전한 선택에 대한 가치는 청소년의 비행행동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A) y축 크기는 사회적 가치를 표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복내측 전전두엽(노란색)에서의 활성정도를 나타내며 x축을 따라서 각각 일반 청소년 그룹(-)과 비행 청소년 그룹(+)이, 그리고 그들이 위험 기피 성향을 가진 또래의 선택을 보았을 때(Safe influence, 파란색)와 위험 선호 성향을 가진 또래의 선택을 보았을 때(Risky influence, 빨간색)의 활성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B) 복내측 전전두엽과 달리 가치와 상관없이 일반적인 사회적 정보처리 여부 자체를 반영하는 배내측 전전두엽(dors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는 그룹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