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5. 06. 24.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커브볼(curveball) 치기 어려운 건 ‘뇌’ 탓이오!

권오상 UNIST 교수, 인간의 위치와 움직임 신호 통합 기제 규명
PNAS 논문 게재… “내비게이션의 GPS 신호 통합과 같은 원리”

투수가 회전을 준 공은 이동하면서 경로가 구부러진다. 타자는 눈으로 이 경로를 쫓지만 공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치기는 어렵다. 뇌가 공의 궤적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커브볼 착시(curveball illusion)’다. 

권오상 교수 2

단순한 착시로 여겨지던 이 현상의 원인을 권오상 UNIST(총장 조무제) 교수가 포함된 연구진이 밝혀냈다. 우리가 야구공처럼 움직이는 대상을 볼 때 뇌에서 ‘정교한 추론’이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이 추론에는 대상의 위치와 움직임이 통합적으로 활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움직이는 물체’를 시야의 어느 부분에 두느냐에 따라 뇌가 위치 해석을 바꾼다. 가령 움직이는 물체를 시야 중심에 두면 실제 위치를 그대로 파악한다. 그런데 움직이는 대상이 시야 주변에 있으면 뇌가 움직임 신호에 의존해 위치를 계산한다. 초점에서 멀어져 부정확해진 위치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커브볼 착시는 뇌의 이런 최적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빠르게 회전하는 커브볼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이때 야구공에 있는 실밥은 회전에 따른 움직임 신호를 만든다. 만약 야구공을 보던 타자가 시선을 돌리면 움직임 신호가 위치 해석에 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때문에 야구공의 궤적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권오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는 “어떤 물체가 우리의 시야 중심에 있을 때는 그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보지만, 물체가 시야 주변부에 있으면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며 “우리 뇌는 이 부분을 보정하기 위해 물체의 움직임에 강조점을 두고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GPS 신호를 해석하는 원리와 동일하다. GPS 신호는 늘 정확하지 않다. 자동차가 터널을 지나면 신호가 없어지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신호 수신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은 자동차가 지나온 경로와 최신 GPS 신호를 통계적으로 조합해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만약 GPS 신호가 부정확하면 지나온 경로에 더 많이 의존한다.

우리 뇌에서 움직임과 위치 정보를 파악할 때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들어온 감각 신호도 GPS 신호처럼 부정확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뇌는 물체의 궤적과 현재 눈에 들어오는 신호를 통계적으로 해석해 현재 위치를 추론한다.

권 교수는 “뇌의 움직임과 위치 지각에 관한 다양한 착시는 뇌의 착각이 아니라 오히려 뇌가 똑똑하다는 증거”라며 “이번 연구는 우리 뇌가 공학자들이 고안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권오상 교수가 미국 로체스터대에 재직할 당시 진행했다. 관련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교신저자는 두예 타딘(Duje Tadin) 로체스터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다.

연구진은 다양한 착시 현상에 관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실험참가자를 통해 뇌가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하는 체계를 검증했다. 참고로 내비게이션의 위치 인식과 인간의 시지각 체계에 동일하게 활용되는 알고리즘은 ‘칼만 필터(Kalman Filter)’다. (끝)

(논문명: Unifying account of visual motion and position perception)

자료문의

홍보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010-8852-3414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권오상 교수 (052)217-2735

  • 권오상 교수 2
  • 권오상 교수 1
  • 커브볼 착시
  • 움직임으로 인한 위치 이동 착시
  • 주변부 저속 착시
  • 움직임과 위치 인식 실험1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우리 뇌가 대상의 움직임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한 기초 연구는 주로 움직임 지각을 위치 지각과 분리해서 진행됐다. 그 결과 지각체계가 ‘움직임’을 어떻게 탐지하는가에 대한 이해는 높아졌다. 하지만 진화적으로 인간의 시각체계에 요구돼온 과제는 단순히 움직임을 탐지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대상의 위치와 움직임을 통합적으로 추적하는 기제가 있다’는 가정 아래 움직임과 위치 지각에 관한 다양한 착시 현상들을 분석했다. 

2. 연구내용

뇌가 대상의 움직임과 위치를 통합해 추적(tracking)하는 계산과정에는 어려움이 있다. 대상의 실제 위치를 추적하는 데 쓰이는,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본 연구진은 이와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에서 개발돼왔다는 데 주목했다. 만약 인간 뇌가 최적화된 계산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면, ‘뇌의 계산과정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동일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먼저 위치와 속도를 탐지하는 감각기관의 정확도를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계산모형을 적용한 결과, 가설에서 예측되는 지각과 피험자의 지각과 동일함을 확인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인간 뇌가 움직이는 대상을 추적하기 위해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사용해 위치와 움직임 정보를 통합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움직임․지각연구에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했다는 데 학문적 의의가 있다. 또한 이 결과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지각적 학습 연구와 결합돼 특수집단(예: 자폐아, 고령 집단)에 대한 진단이나 재활에 활용할 수 있다. 

 

[붙임] 동영상 설명

1. 커브볼 착시(Curveball Illusion)

커브볼 착시 영상

물체가 수직으로 화면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무늬가 변한다. 이 무늬는 왼쪽으로 회전하는 공을 흉내 냈다. 이 동영상을 볼 때 떨어지는 물체를 시야 주변에 두면, 공이 왼쪽 사선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커브볼 착시가 나타난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커브볼이 갑자기 멈추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 움직임으로 인한 위치 이동 착시(Motion-induced position shift illusion)

움직임으로 인한 위치 이동 착시 영상

두 개의 물체가 평행한 높이에 있고, 가운데 십자가가 있다. 그런데 물체가 가지는 움직임 무늬 때문에 각 물체의 위치가 달라져 보인다. 두 물체는 움직임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이동한 것처럼 인식된다.

3. 주변부 저속 착시(Peripheral slowing illusion)

주변부 저속 착시

화면 안의 공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공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면 속도가 느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공을 똑바로 보다가 시선을 좌우로 돌려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붙임] 용어 설명

1. 커브볼 착시(Curveball Illusion)

야구의 커브볼처럼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물체를 볼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때 지각되는 물체의 움직임은 물체가 투영되는 망막상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중심 시야로 물체를 볼 경우, 뇌는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을 제대로 지각한다. 하지만 주변시야로 물체를 볼 경우, 뇌는 물체가 회전하는 방향으로 왜곡된 실체를 지각한다.

커브볼 착시를 겪은 타자들은 눈앞에서 방향을 갑자기 바꿔 뚝 떨어지는 야구공 때문에 당황한다. 방망이를 휘두르려다 멈칫 하는 순간,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은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고 진행방향 그대로 포수 글러브로 들어간다. 이 현상은 뇌가 현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 칼만 필터(Kalman Filter)

칼만 필터는 불확실한 시계열 측정치들을 사용해 대상의 현재 상태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이다. 칼만 필터에서는 대상의 변화에 대한 역동적 확률 모형을 바탕으로 지난 측정치들과 현재 측정치를 통합한다. 이를 통해 현재 상태에 대한 추정의 정확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