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5. 11. 24.(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 ‘다강체’ 비밀 풀다

이준희 UNIST 교수, 상온서 작동하는 다강체 원리 밝혀
물리 분야 권위지‘피지컬 리뷰 레터’최신호 논문 게재

‘물질계의 엄친아’로 불리는 ‘다강체’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비밀이 풀렸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 후보로서 다강체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준희 교수는 ‘비스무트 산화철(BiFeO₃)’이라는 다강체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물질에 자기장을 걸었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인 성질도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치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 분야의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다강체는 두 가지 이상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물질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자성(磁性, magnetism)’과 ‘유전성(誘電性, dielectric)’을 가진 경우를 이른다. 자성은 자석처럼 N극과 S극으로 나뉘는 성질이고, 유전성은 양극(+)과 음극(-)으로 나뉘면서 전기적인 성질을 띠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두 상태로 나뉘는 성질을 이용하면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양극이 위에 있는 경우를 ‘1’로, 음극이 위에 있는 경우를 ‘0’으로 인식해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다강체는 자기장과 전압 모두를 이용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자기장이나 전압 중 하나만 있어도 조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N-S극 정렬뿐 아니라 양-음극 정렬에 따른 정보 저장도 가능해 저장 효율과 집적도도 높아진다. 또 기존 메모리에서 자기장을 생성하느라 들어가는 전력과 이에 따른 발열도 줄일 수 있어 소비전력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다강체를 ‘물질계의 엄친아’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다강체를 메모리 소자나 센서 등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기존에 알려진 다강체들은 대부분 영하 수십~수백℃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했기 때문이다. 또 자성과 유전성이 서로 영향을 주는 정도도 크지 않아 응용 가능성도 낮았다. 최근 15년 동안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다강체인 ‘비스무트 산화철’은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성과 유전성이 서로 영향을 주는 정도, 즉 ‘결합 크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준희 교수는 다강체에서 ‘스핀(spin)’이 ‘전기분극’으로 연결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했다. 스핀은 자기장을 걸어주면 N극과 S극이 서로 바뀌는 현상을 말하고, 전기분극은 물질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으로 나뉘는 상태를 가리킨다.

새로 개발한 방법으로 비스무트 산화철에서 스핀이 전기분극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주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N극과 S극이 서로 바뀔 때 전기분극이 약 3C/㎠ 정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 결합크기는 다른 다강체에 비해 10~1000배 정도 큰 값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기록 중 가장 크다. 이는 다른 다강체의 비해 10~1000배 정도의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준희 교수는 “15년 동안 가장 많이 연구된 비스무트 산화철에서도 스핀과 전기분극이 결합되는 원리나 결합 크기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다강체에서 스핀과 전기분극이 강력하게 결합한다는 점을 밝혀냈고, 기존에 해석하기 어려웠던 물리 실험들을 설명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강체의 원리를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과 모델은 새로운 메모리 소자나 센서 등을 개발하고 새로운 소자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번 결과는 다른 다강체의 스핀과 전기분극을 계산할 뿐 아니라, 물질들 안의 다양한 물성들이 서로 결합하는 원리를 밝히는 데도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010-8852-3414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052)217-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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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비스무트 철산화물(BiFeO₃)’은 상온에서 작동하는 다강체(multiferroics)다. 현재까지 상온에서 작동하는 다강체로 알려진 물질은 비스무트 철산화물을 포함해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물질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비스무트 철산화물에서 나타나는 스핀과 전기분극의 결합효과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핀과 전기분극의 결합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중성자와 X-ray 산란 등의 수많은 실험이 수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예측할 정교한 이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2. 연구내용

이준희 UNIST 교수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의 랜디 피쉬만(Randy Fishman)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스핀-사이클로이드(spin-cycloid)’ 모델을 개발하고, 양자역학 계산을 결합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아무리 복잡한 스핀 구조를 가진 물질의 스핀-전기분극 결합 크기라도 정밀하게 계산하고 예측해낼 수 있다.

이 획기적인 시도를 비스무트 철산화물에 적용하자 15년간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가 해결됐다. 이 물질 안에서 스핀과 전기분극이 결합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결합의 크기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예측 결과, 비스무트 철산화물의 스핀-전기분극 결합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 컸다. 또 이 방법을 활용해 기존의 난해한 중성자 실험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3. 기대효과

다강체는 물질 안의 다양한 특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조정되는 신개념 소자다. 이런 물질 중 상온에서 작동하고, 스핀과 전기분극의 결합의 크기가 가장 큰 물질이 비스무트 산화철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 물질의 성질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활용에 필요한 모델을 정립하는 것은 다른 복잡한 다강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실제 다강체를 ‘다중 비휘발성 메모리’ 등의 소자로 개발하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붙임] 용어설명

1.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저널.

2. 다강체(Multiferroic)

다강성 물질, 즉 서로 다른 강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물질. 강유전성(전기적), 강자성(자성), 강탄성(기계적) 등의 여러 강성(ferroic)들이 존재하는데, 이 중 2개 이상의 성질을 갖는 물질을 말함.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스핀의 정렬이 반자성(왼쪽)에서 강자성(오른쪽)으로 바뀜에 따라 전기분극(P)이 6μC/㎠으로 바뀌는 기록적 모습을 보여주는 양자 역학 계산 결과

그림2. (a)는 자성 상전이 온도(540K) 근처에서의 복잡한 스핀 정돈 구조 (b) Fe3+ 위치를 보여주는 다양한 중성자 산란 실험을 해석하는 양자역학 이론(빨간색 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