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5. 12. 29. (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녹여서 코팅하는 고체전해질로 전고체 배터리 만든다

고체전해질 액상법 개발… 전도도 높고 공기 중 안정적
정윤석 UNIST 교수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게재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새로운 방법이 나왔다. 고체전해질을 용액에 녹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극 부분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한 전지인 전고체 리튬전지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정윤석 교수와 서울대 오승모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액상코팅이 가능한 고성능의 새 고체전해질을 개발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2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전해질로 만든 ‘전고체 리튬전지(all-solid-state lithium batteries)’는 같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기존보다 늘었고, 출력 성능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리튬이온전지에 쓰이는 ‘유기계 액체전해질’은 고온에서 쉽게 기화되고 불에도 잘 타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전지가 부풀고 심한 경우 폭발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불에 타지 않는 고체전해질을 쓰는 전고체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분말 형태의 고체전해질은 액체전해질처럼 전극으로 고루 스며들지 않는다. 이렇게 전해질과 전극의 활물질(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의 접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지의 성능 발현이 힘들다. 리튬이온이 전극으로 수월하게 이동하기 어려워서다.

정윤석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체전해질을 전극의 활물질(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에 코팅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액상법(solution-process)’이라 불리는 이 공정은 고체전해질을 녹인 용액에 분말 형태의 활물질을 분산시킨 후 용매를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활물질에 고체전해질 층을 균일하게 코팅시킬 수 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고체전해질은 용액에 잘 녹지 않아 코팅 용액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녹여서 얻은 경우에도 이온전도도가 매우 낮았다”며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용액에도 잘 녹고 코팅 후에도 전도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체전해질로 개발한 물질은 주석(Sn) 기반의 화합물(Li4SnS4) 메탄올 용액에 요오드화 리튬(LiI)를 첨가해 얻었다. 용액에 잘 녹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던 주석 기반 화합물(Li4SnS4)에 전도도가 높은 요오드화 리튬(LiI)을 섞자 전도도를 높이게 된 것이다.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박건호 UNIST 파견연구원(서울대 석‧박사통합과정)은 “두 물질이 결합하면서 용액에 잘 녹으면서 이온 전도도가 높고 공기 안정성까지 갖춘 고체전해질을 얻게 됐다”며 “이 액상법을 이용해 고체전해질이 코팅된 활물질을 대량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개발된 고체전해질을 활물질에 코팅해 만든 전극은 입자 형태의 고체전해질과 활물질을 섞어서 만드는 전극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출력을 보였다. 정윤석 교수는 “새로운 고체전해질은 전도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 안정하며, 원재료 및 용매(메탄올)의 가격과 독성 문제도 없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고체 리튬전지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미국 국립 로렌스 버클리연구소(Lawrence Berkely National Lab, LBNL)와 국립 브루클린 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 BNL),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에서 이뤄졌다. (끝)

  • 논문명: Solution-processable glass LiI-Li4SnS4 superionic conductors for all-solid-state Li-ion batteries
  • 저자정보: 정윤석 교수(교신저자, UNIST), 오승모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박건호 연구원(제1저자, 서울대학교/UNIST), 오대양, 최영은, 남영진 연구원(이상 참여저자, UNIST 정윤석 교수 연구실), Lili Han, Huolin Xin(이상 참여저자, BNL), Feng Lin(참여저자, LBNL), 김주영 교수(참여저자, UNIST)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010-8852-3414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정윤석 교수 (052)217-2944

  • 정윤석 교수팀 1
  • 정윤석 교수팀 2
  • 그림1. 고체전해질 용액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리튬이온전지는 2001년 처음 상용화된 이래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소형 휴대용 전자기기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와 ESS(Energy Storage System) 등 대용량 전지 시스템까지 적용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는 쉽게 기화되거나 불에 잘 붙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안정성에 취약해 대용량 전지 시스템에 리튬이온전지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인화성을 가진 액체 전해질을 대체할 후보군으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주목받고 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을 이용한 전고체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미치지 못한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사이에 접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극성 용매에 안정하게 용해·석출될 수 있는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접촉 문제를 해결했다. 고체 전해질과 활물질을 극성 용매에 함께 녹였다가 용매를 증발시키는 ‘용액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자 활물질에 고체 전해질이 균일하게 코팅돼 전고체 전지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2. 연구내용

액체 전해질과 달리, 고체 전해질은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입자 간에 치밀하게 접촉하기 어렵다. 액체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골고루 스며들어 이온이 쉽게 전달될 수 있지만, 고체는 입자로 이뤄져 활물질 사이에 고르게 퍼지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온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전지의 성능이 떨어진다.

이 문제에 관해 현재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점은 두 가지다. 먼저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을 혼합하는 공정이 까다롭다. 다음으로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혼합으로 만든 전극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고체 전해질이 쓰여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고체 전해질을 활물질에 코팅하는 방법, 즉 ‘진공증착법’이 시도됐다. 이렇게 해서 성능이 향상됐다는 결과는 보고됐지만 양산성의 한계 때문에 ‘용액법’을 통한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기존 고체 전해질은 용매에 안정적으로 녹지 않고 부반응을 일으켜 최종적으로 얻은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는 매우 낮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P) 기반의 기존의 화합물(예를 들어 Li7P5S11) 대신 ‘주석(Sn) 기반의 고체 전해질(Li4SnS4)’을 이용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Li4SnS4은 물이나 메탄올 같은 극성 용매에도 안정적으로 녹는다. 하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아 고체 전해질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문제를 LiI를 첨가해 해결했다. LiI-Li4SnS4의 상온 이온 전도도는 4.1×10-4S cm-1까지 높아졌는데 이는 코팅 가능한 용액법을 통해 얻은 고체 전해질 중 최고값이다. 또 LiI-Li4SnS4 고체 전해질은 공기 중에서 안정하다. 고체 전해질을 구성하는 원소와 용매인 메탄올의 가격이 싸고 독성이 없다는 점도 상용화에 있어서 큰 장점이다. 

3. 기대효과

전고체 리튬전지 중에서도 분말 형태의 전극물질 및 전해질로부터 제조한 형태를 ‘벌크형 전고체 리튬전지’라 하는데, 일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Sulfide Solid Electrolyte)을 적용한 벌크형 전고체 리튬전지를 적용한 전기자동차를 2020년까지 상용화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액상 공정으로 활물질에 고체 전해질 층을 균일하게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이용해 고성능의 전고체 리튬이온전지도 만들 수 있었다.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이 물리적으로 혼합되자 둘 사이의 접촉 면적도 기존의 2배 이상 향상됐다. 그 덕분에 속도 특성도 우수해졌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고체 전해질은 공기 중에서도 안정적이고, 공기 노출 후에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번 연구 결과는 전고체전지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독일의 Wiley-VCH사에서 창간한 과학 학술지로서, 2015년 현재 인용지수(Impact factor) 15.409으로 신소재 분야 최고 권위지이다. 

2. 전고상 리튬이온전지(all-solid-state lithium batteries)

리튬이온전지의 3대 구성요소는 양극, 음극, 전해질이다. 더 세부적으로 보면 배터리의 (+)극인 양극 활물질, (-)극인 음극 활물질,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통로를 제공하는 액체 전해질이다. 여기에서 열적으로 불안정한 유기계 액체 전해질을 열적으로 안정한 무기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전지가 전고상 리튬이온전지다.

3. 전해질

일반적인 전해질의 정의는 ‘염이 이온 상태로 녹아있는 용액으로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질’이다. 배터리에서 사용되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은 리튬염이 유기계 극성 용매에 녹아 리튬이온이 이동하며 전류가 흐른다. 반면 무기계 고체 전해질은 ‘특정 무기계 결정구조 내에서 리튬이온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는 물질’이다.

4. 활물질

리튬이온을 가역적으로 집어넣거나 빼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이다. 높은 전위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을 ‘양극 활물질’이라 하고, 낮은 전위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을 ‘음극 활물질’이라고 한다. 

5. 극성유기용매

극성을 띠는 액체 상태의 유기계 물질이다. 주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로 이뤄졌으며, 탄소가 주를 이루는 구조다. 이때 전기적으로 중성인 유기용매는 무극성 유기용매라 부른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고체 전해질 용액 메탄올에 LiI-Li4SnS4를 녹인 사진. Li4SnS4와 LiI는 메탄올에 동시에 녹을 수 있다. 또 추가적으로 용매를 제거시킨 후 고체 전해질을 얻거나, 용액 자체를 이용해 활물질에 고체 전해질을 코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림2. 전고체 전지 중 전극층의 모식도고체 전해질과 활물질을 물리적으로 혼합해 만든 전극층의 모식도(좌)와 고체 전해질이 코팅된 활물질을 이용해 만든 전극층의 모식도(우). 고체 전해질이 코팅된 경우 더 좋은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림3. LiI-Li4SnS4 고체 전해질이 코팅된 활물질을 이용한 전고체 전지의 성능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혼합한 경우보다 고체 전해질이 코팅된 활물질의 경우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그림4. LiI-Li4SnS4 고체 전해질의 공기 안정성 공기 보관 전(위)과 후(아래)의 전고체 전지의 성능 비교.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고체 전해질(파란색)의 경우 기존 고체 전해질(회색 점선)에 비해 공기 노출 후에도 우수한 충·방전 특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