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3. 8 (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UNIST 연구진,‘산-염기 반응’ 숨은 원리 찾다

교과서 개념 바꿀 연구로 주목, 국제저널‘핫 페이퍼’로 선정
권오훈 교수팀, ‘알코올 탈수반응’서 수소결합 매커니즘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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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화학 교과서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지 모른다. 알코올에서 산-염기 반응이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관찰한 덕분이다. 이 결과는 산-염기 반응을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권오훈 교수팀은 ‘알코올의 탈수반응’에서 일어나는 산-염기 반응의 세부 과정을 규명해 ‘캐미스트리 유로피언 저널(Chemistry-A European Journal)’ 9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유기화학 반응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케미스트리 유로피언 저널 측은 “매우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하며 이 논문을 ‘핫 페이퍼’로 선정함과 동시에 표지로도 소개했다.

지금까지 교과서에서는 알코올 탈수반응이 일어날 때 ‘알코올과 산성 물질의 분자가 1대 1로 대응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런데 권오훈 교수팀의 연구 결과, 알코올 분자 여러 개가 뭉쳐서 산성 물질에 반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의 탈수반응은 알코올이 산성을 만나 물과 다른 물질(알켄 등)로 분해되는 현상이다. 이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화학반응 중 하나로, 공업용 물질의 합성은 물론 체내 소화 등에서 나타난다.

권오훈 교수는 “알코올에서 산-염기 반응은 분자 하나끼리 대응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여러 분자들이 뭉치는 과정이 숨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알코올 분자 사이에서 수소 원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수소결합’을 관찰하는 데 성공해 숨은 과정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권 교수팀의 ‘초고속 분광기’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분자끼리 반응하는 시간은 매우 짧아 기존 장비들로 각 과정을 관찰하기 어렵다. 하지만 초고속 분광기는 1초를 1000억분의 1로 쪼개서 분석하므로 분자반응의 각 순간까지 포착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물에서 일어나는 산-염기 반응은 단계별 매커니즘이 규명돼 있지만 알코올의 산-염기 반응에서 중간 과정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물뿐 아니라 다른 용매에서 일어나는 산-염기 반응의 매커니즘을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알코올에서도 물에서처럼 반응 중간에 수소결합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코올 분자 2개가 뭉치면서 염기도가 증가한다. 이번 연구로 분자끼리 뭉친 분자 송이의 반응성이 더 커져 반응 효율이 높아진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권 교수는 “산-염기 반응은 화학은 물론 생물계의 대표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반응”이라며 “이에 대한 숨은 원리가 풀린 것은 화학, 에너지, 환경, 생명 등 다양한 분야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KAIST EEWS 대학원의 정유성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끝)

* 논문명: Alcohol Dimer is Requisite to Form an Alkyl Oxonium Ion in the Proton Transfer of a Strong (Photo)Acid to Alcohol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권오훈 교수 (052)21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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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산과 염기는 공업, 농업, 실험실 등에서 사용되며 일상에서도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산’은 신맛을 내고 리트머스 종이를 붉게 변화시키며, ‘염기’는 쓴맛을 내고 리트마스 종이를 푸르게 변화시킨다고 알려졌다. 두 물질이 화학반응하면 중화가 되면서 물과 다른 물질이 생기는데 이를 산-염기 반응이라고 한다. 이 반응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가장 기본인 중요한 반응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산-염기 반응에 대한 가장 간단한 개념은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가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물에 녹였을 때 양성자(H+) 이온을 내놓는 물질이 ’, 수산화(OH-) 이온을 내놓는 것이 염기다. 이 개념은 널리 알려졌고 유용하지만, 수용액 외에 다른 용액에서 산-염기 반응을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덴마크 화학자 요하네스 니콜라우스 브뢴스테드(Johannes Nicolaus Brønsted)와 영국 화학자 토머스 마틴 로우리(Thomas Martin Lowry)가 더 일반적인 산과 염기의 개념을 제안했다. 이들은 양성자 전달 능력에 따라 산과 염기의 개념을 정의했다. 산-염기 반응을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양성자(H+)가 이동하는 것과 관련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에 따르면 H+ 이온을 내놓는 물질이고, ‘염기H+이온을 받는 물질이다. 수용액뿐 아니라 알코올 등 H+ 이온을 포함하는 다양한 용액에서 일어나는 산-염기 반응에도 적용 가능해 유용하게 쓰인다.

브뢴스테드-로우리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H+ 이온은 원자가전자를 갖지 않는 가장 간단한 양성자다. 물(H2O)의 산소 원자는 비결합(nonbonding) 전자쌍을 가지는데, 이것이 H+ 이온과 결합하면 H3O+ (하이드로늄 또는 옥소늄) 이온을 생성하게 된다. 물 분자(H2O)는 분자 1개당 2개의 수소결합주개와 2개의 수소결합받개를 가진다. 이 덕분에 거대한 3차원 수소결합그물망을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 H3O+ 이온은 다른 H2O 분자와 수소결합해 H5O2+ 나 H9O4+ 같은 수화수소이온의 뭉치 화합물(clustered compound)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물뿐 아니라 알코올(ROH)도 산소 원자의 비결합 전자쌍이 H+ 이온을 받아들여 ROH2+(알킬 옥소뇸) 이온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의 탈수반응에서 매우 중요한 반응 중간체로 제안돼 왔다. 알코올(ROH) 역시 한 분자 내에 1개의 수소결합 주개와 2개의 수소결합받개가 공존한다. 따라서 물의 3차원 수소결합 그물망과는 달리 보다 단순화된 선형의 수소결합 사슬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 탈수반응의 핵심 중간체로 제안돼 온 ROH2+의 형성에 수소결합된 알코올 분자송이가 관여하는지 여부는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다.

2. 연구내용

가장 간단한 유기분자인 알코올은 H+ 이온을 받거나 줄 수도 있는 양쪽성 물질로, pH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산과 염기 중 어느 것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pH가 높은 환경에서 알코올은 염기성 물질과 반응해 수산화기(-OH)에서 H+ 이온을 분해해 떨어뜨리는 ‘산’으로 작용한다. pH가 낮은 환경에서 알코올은 산성 물질과 반응해 산소 원자의 비결합 전자쌍이 H+ 이온을 받아들이는 ‘염기’로 작용한다.

알코올이 관여하는 산-염기 반응의 대표적인 예는 생체 내 주요 화학반응으로도 잘 알려진 ‘알코올의 탈수반응’이다. 이 반응을 살펴보면(그림 1 참조) 알코올이 황산(H2SO4)과 같은 강산을 만나면 염기로 작용해 황산에서 분리돼 떨어져 나온 H+ 이온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ROH2+ 이온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이후 황산의 짝염기인 HSO4- 이온과의 이분자성 제거반응(E2)을 일으켜 탈수가 진행된다. 그 결과 이중 결합을 갖는 불포화 탄화수소인 알켄(alkene)을 생성한다. 알코올 탈수반응의 매커니즘에서는 ROH2+ 이온이 반응 중간체로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특성상 실험적으로 직접 ROH2+ 이온을 관찰한 예는 아직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피코초 (10-12초)의 시간 분해능을 갖는 초고속 분광기(시간 상관 단광자 계수기, TCSPC)를 이용해 알코올 탈수반응에서 반응 중간체로서 ROH2+ 이온이 형성되는 단계별 매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규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알코올 분자 2개가 수소결합을 통해 뭉치 화합물이 됨으로써 단분자일 때보다 염기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덕분에 비로소 알코올이 양성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그림 2 참조).

이번 실험의 탐침 형광체로 사용된 N-메틸-7-하이드록시퀴놀리늄 (N-methyl-7-hydroxyquinolinium) 이온은 산성 수산화기를 지니고 있어서 H+를 분리해 떨어뜨리는 산으로 작용한다. 이 유기형광체는 빛을 받아 들뜬상태가 되면 황산과 비슷한 산 해리도(pKa*=-2)를 갖게 된다. 본 연구진은 이 유기형광분자를 아세토나이트릴 용매에 녹인 뒤 여기에 에탄올을 소량씩 첨가하면서 형광 수명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에탄올 농도가 커질수록 형광 수명이 일정하게 짧아지는 게 관찰됐다.

본 연구진은 스턴 발머 계산식(Stern-Volmer equation)을 이용해 첨가된 에탄올의 농도와 형광수명의 감소에 관한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에탄올이 유기분자에서 양성자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에탄올 분자 1개로는 부족했다. 분자 2개가 수소결합해 분자 송이를 만들자 비로소 염기도가 크게 증가해 유기분자에서 양성자를 떼어낼 수 있었다. 이는 물 분자들이 수소결합을 통해 뭉치 화합물을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번 결과는 수소결합이 물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용액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설명하고 있다. 양성자성 용매 분자들이 수소결합을 통해 뭉치 화합물을 형성함으로써 반응성이 크게 증가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근본 매커니즘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 논문은 대부분의 화학반응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산-염기 반응들을 설명하는 데 매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와일리(Wiley)에서 출간하는 화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캐미스트리 유로피언 저널(Chemistry-A European Journal)’의 심사위원들은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평가해 핫 페이퍼(Hot Paper)’로 선정하고 앞표지로도 게재했다.

3. 기대효과

산-염기 반응은 화학 및 생물계의 대표적인 현상들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 반응이다. 학문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잠재력도 무한하다. 산-염기 반응은 기본적으로 양성자 이동에서 기인한다. 양성자 전달은 간단한 산과 염기 사이의 반응 뿐 아니라 효소의 촉매화 반응이나 생체막 단백질의 전도성 아미노산 사슬 등을 통한 양성자 펌프 등 다양한 생체 내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산-염기 반응과 양성자 전달 반응에 대한 연구의 학문적 가치는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적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쉽게 연구할 수 없었다. 반응 중간체 추적이나 분자 수준에서의 매커니즘을 관찰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진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단순화할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을 구현해 연구했다. 그 결과 복잡다단한 반응의 단계별 매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제시할 수 있었고, 양성자 전달에 의한 산-염기 반응을 기반에 둔 다양한 반응을 설명할 도구를 마련했다.

이는 생체 내 효소의 작용기작 등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을 설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생체 내 반응을 분자화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다루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 가치 외에도 생명의 신비, 병의 원인과 치료, 환경변화의 원인과 해결 등 생명 물질과 관련된 연구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생체분자 인식소자, 형광 감지기, 레이저 염료, 태양광 수집물질 개발 등의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 캐미스트리 유로피언 저널(Chemistry-A European Journal)

독일화학회를 포함한 16개의 유럽화학회가 공동 주관해 발간하는 종합화학지(2014 Impact Factor: 5.731)

2. 핫 페이퍼(Hot Paper)

잡지 편집장의 판단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최신 연구 분야에서 중요성에 따라서 선정되는 논문

3. 산-염기 반응

산과 염기가 만나서 염과 물을 생성하는 반응으로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아레니우스의 정의에서는 산과 염기가 반응하여 중성이 되는 중화 반응을 말하고,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산-염기 개념에서는 수용액외의 반응도 포함한다.

4. 알코올의 탈수반응

유기 화합물의 분자 내 또는 분자 간에서 물이 이탈하는 반응을 탈수반응이라고 하는데, 알코올을 산 촉매 하에서 가열하게 되면 탈수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1차 알코올의 경우 가열 온도에 따라 분자 내 반응으로 알켄이, 분자 간 반응으로 에테르가 생성된다.

5. 수소결합

불소(F), 산소(O), 질소(N) 등 전기음성도가 강한 2개의 원자 사이에 수소 원자가 들어감으로써 생기는 강한 분자 간 인력으로, X-H···Y 와 같이 표시된다. 공유결합한 X와 H 사이에서 X의 강한 전기음성에 의하여 수소원자의 전자가 X 쪽에 강하게 끌리게 되어 수소원자는 거의 노출된 양성자(H+)로 되고, 그 근처에 있던 강한 전기음성도를 지닌 Y가 양성자 받개로서 접근하여 약한 결합이 생기게 되는 원리이다 (결합에너지는 2~8 kcal/mol 정도이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 1. 황산(H2SO4)에 의한 에탄올(CH3CH2OH)의 탈수 반응

그림 2. 유기분자와 알코올 간의 산-염기 반응의 단계별 메커니즘

1) 확산되어 온 알코올 분자가 유기분자와 수소결합을 하고, 2) 이어 다른 한 알코올 분자가 그 알코올 분자와 수소결합해 알코올 이합체를 만들면, 3) 이 알코올 분자송이의 염기도가 크게 증가해 유기분자의 수산화기(-OH)로부터 양성자를 떼어낼 수 있다. 그 결과 알코올 탈수 반응의 핵심 반응 중간체인 알킬 옥소늄 이온이 생성된다.

그림 3. 본 연구실(Ultrafast Laser Spectroscopy and Nano-microscopy Laboratory, ULSaN Lab)의 형광 수명 측정 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