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3. 16.(수)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암 막는 유전자 찾았다… 백혈병 치료 새 길 열어

고명곤 UNIST 교수팀, ‘TET 유전자’와 암 발생 관계 규명
유전자 조절해 암 치료 가능…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게재

암을 막을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를 활용하면 각종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고명곤 교수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TET 단백질이 없거나 부족하면 강력한 악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TET 유전자의 기능이 암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명곤 교수는 “거의 모든 암에서 TET 단백질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는 TET 유전자가 다른 암에서도 암 억제 유전자로 작용할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팀은 TET 단백질과 암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생쥐로 실험했다. 생쥐의 조혈모세포에서 높게 발현되는 Tet 단백질 두 종류를 동시에 없앤 뒤 관찰한 것이다. Tet2와 Tet3 단백질이 모두 사라진 생쥐는 1주일 이내에 조직학적‧세포학적으로 암의 징후가 관찰됐다. 또 이들 생쥐는 모두 4~5주 안에 악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TET와 Tet: 두 표기 모두 TET(Ten-eleven-translocation) 단백질을 나타낸다. TET처럼 모두 대문자로 표시할 경우는 인간의 단백질을, Tet처럼 소문자로 표기할 경우는 생쥐의 단백질임을 의미한다.

고 교수는 “실험에서 나타난 혈액암은 기존에 알려진 다른 암 억제 유전자가 없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며 “이는 TET 단백질과 암의 인과관계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Tet 유전자가 사라진 조혈모세포는 림프구성 계열이나 적혈구 계열로 분화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 TET 단백질이 면역세포의 분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또 Tet 유전자가 결손되면 손상된 DNA가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세포 분화 과정 동안 이 현상이 축적되면 게놈이 불안정해진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로 DNA 손상이 쌓이면 세포의 암화를 촉진한다는 단서를 제시했다”며 “DNA를 구성하는 염기의 화학적 변형과 게놈 안정성, 세포의 암화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TET 단백질의 발현 수준이나 활성을 유전자 단위에서 조절하는 방법으로 악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는 UNIST의 고명곤 교수와 미국 UC샌디에이고의 안자나 라오(Anjana Rao) 교수, 독일 암연구센터의 루카스 차베즈(Lukas Chaves) 교수다. 제1저자는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단장 명경재) 안정은 박사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끝)

* 논문명: Acute loss of TET function results in aggressive myeloid cancer in mice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고명곤 교수 (052)21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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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TET(Ten-eleven-translocation) 단백질은 DNA에 작용하는 효소다. 이 효소 단백질은 DNA를 이루는 염기 중 하나인 ‘메틸화된 사이토신(methylcytosines, mC)’을 산화시켜 전체적인 유전자 발현 양상을 조절한다. 이 효소의 유전자와 단백질은 암 조직에서 문제가 생긴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백혈병 환자에게 돌연변이가 생긴 TET 효소 단백질이 다량 발견되거나, 암 조직에서 TET 유전자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TET 효소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TET 유전자가 암을 억제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나 TET 유전자의 기능이 손실되면 암이 생기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또 TET 유전자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라면 어떤 원리가 작용하는 것인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TET 유전자와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대상은 면역계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TET 유전자의 일종인 Tet2 유전자와 Tet3 유전자로 삼았다. 조혈모세포에서 이들 유전자를 없앤 실험용 생쥐를 만들고, 혈액세포에서 암이 발생하는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A(아데닌), G(구아닌), T(티민), C(사이토신), 메틸화된 사이토신(mC) 5가지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통해 DNA를 구성하는 염기가 추가로 더 밝혀졌다. 하이드록시메틸사이토신(hmC)도 그 중 하나다.

*단백질 이름은 알파벳 대문자로 표기하고, 유전자는 기울림체를 이용해 구분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알파벳 대문자, 쥐의 유전자는 알파벳 소문자를 써서 서로 다른 것을 표시한다. 따라서 Tet2Tet3은 생쥐의 유전자를 나타낸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조혈모세포에서 Tet2 유전자와 Tet3 유전자를 동시에 없앤 유전자 결손 생쥐모델을 사용했다. 놀랍게도 두 유전자가 동시에 사라진 생쥐는 1주일 이내에 조직학적․세포학적인 암 발생 징후가 나타났다. 이들 생쥐는 모두 악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4~5주 안에 사망했다.

두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의 면역세포에서는 TET 효소 단백질이 활성화됐을 때 만들어지는 ‘하이드록시메틸사이토신(hydroxymethylcytosine, hmC)’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조혈모세포가 골수성 세포 계열로만 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조혈모세포가림프구성 계열이나 적혈구 계열로 분화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은 억제된 것이다. 골수성 계열의 세포로 분화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은 증가했지만, DNA 손상이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게놈에서 DNA 손상 수준이 아주 높게 축적됐다. 이는 게놈 불안정성을 야기해 빠르고 강력한 악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하는 걸 촉진했을 것임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유전자 조절부위상의 DNA 메틸화가 유전자 발현 억제에 기여한다고 폭넓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이런 관점에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밝혀졌다. 학술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는 연구인 것이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를 통해 TET 유전자가 악성 골수성 백혈병 발달을 억제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함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TET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조절하거나, 효소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악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본 연구진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TET 효소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거나 활성을 조절하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금을 확보해 후보물질 스크리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수성 백혈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고형암에서도 TET 유전자가 암 억제 유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발암 생쥐 모델에서 TET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본 연구진은 현재 여러 종류의 발암 생쥐 모델을 제작해 TET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스크리닝을 통해 확보된 TET 효소 단백질 조절물질이 이들 생쥐 모델 및 암환자에서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지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붙임] 용어설명

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Chemistry-A European Journal)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Impact Factor: 11.470)

2. DNA 염기

DNA는 뉴클레오티드라 불리는 기본단위가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인데 염기는 당(sugar), 인산(phosphate)과 더불어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4종류가 존재한다. 이 중 사이토신은 메틸화를 거쳐 ‘메틸사이토신(mC)’이라 불리는 제5의 염기를 형성한다.

3. TET(Ten-eleven-translocation)

DNA 상에 존재하는 메틸화된 사이토신(mC)을 순차적으로 산화시키는 효소로서 하이드록시메틸사이토신(hydroxymethylcytosine, hmC), 포밀사이토신(formylcytosine, fC), 카르복실사이토신(carboxylcytosine, caC)을 생성한다.

4. 조혈모세포

골수 안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으로서 적혈구, 백혈구, 골수성세포 등 모든 혈액세포를 생성할 수 있는 전분화능력을 지니고 있다. 골수 내에 소수로 존재하지만 자기 자신을 복제하여 또 다른 조혈모세포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어 지속적으로 혈액세포를 생성한다.

5. 후성유전학

후생유전학이라도 불리며 DNA의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한 분야이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 1. Tet2 Tet3 이중 결손 생쥐에서 악성 골수성 백혈병의 급격한 발병

그림 a는 의 골수세포에서 Tet2Tet3가 동시에 결손될 경우 TET 단백질의 효소 활성산물인 하이드록시화된 메틸사이토신(hydroxymethylcytosine)이 거의 검출되지 않음을 닷 블롯(dot blot) 분석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다. Tet2또는 Tet3가 단독으로 결손될 경우 하이드록시메틸사이토신이 약간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조혈계 세포에서 이들 두 단백질이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함을 알 수 있다.

그림 bTet2, Tet3 이중 결손 생쥐(DKO)들은 유전자 결손을 유도한 지 약 한 달 이내에 모두 사망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때 Day 0는 유전자 결손을 위해 pI:pC의 복강 내 주사를 마친 마지막 날을 의미한다.

그림 c는 대조군 및 Tet2, Tet3 이중 결손 생쥐의 혈액 샘플을 슬라이드에 도말해 김자염색(Giemsa staining)을 한 후 혈액세포 구조 및 분포를 분석한 결과다. Tet2Tet3 가 결손될 경우 대조군에 비해 적혈구(분홍색)의 숫자가 매우 감소하며, 백혈구(보라색)의 숫자는 크게 늘어남을 알 수 있다.

그림 2. Tet2, Tet3 이중 결손 생쥐에서 면역 세포의 분화 양상

Tet2, Tet3 유전자가 동시에 결손된 생쥐의 골수 및 지라에서 조혈계 세포를 분리해 유세포 분석기(FACS) 및 혈액 세포 분석기(Hemavet)로 분석한 결과를 모식도로 나타냈다. 두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에서는 B 세포(B cell)와 T 세포(T cell) 등 림프구성 세포 및 이들의 전구세포(CLP, LMPP)의 분화가 억제됐다. 또 혈소판(platelets)과 적혈구(erythrocytes), 그리고 이들의 전구세포(MEP)의 분화도 억제된다. 반면, 단핵세포(monocytes), 대식세포(macrophages), 호중성 과립구(neutrophils) 등 골수성 세포 및 이들의 전구세포(GMP)의 분화는 크게 촉진된다.

그림 3. TET 단백질에 의한 조혈모세포 분화 조절 유전자 발현 및 DNA 손상 수복 조절

그림 a는 대조군 및 Tet2, Tet3 이중 결손 생쥐(DKO)의 조혈모세포에서 mRNA를 추출해 RNA 시퀀싱(RNA-seq) 및 GSEA(Gene Set Enrichment Assay) 기법으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한 결과다. 두 유전자가 동시에 결손될 경우 골수성 세포 분화에 필요한 유전자는 증가하는데 반해 림프구성 및 적혈구 분화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은 감소한다.

그림 b는 골수성 계열로 분화중인 세포를 분리해 X-ray로 DNA에 손상을 가한 후 시간대별 손상이 교정되는 정도를 면역세포화학염색법(immunocytochemistry) 기법을 활용해 DNA 손상 마커인 γH2AX를 염색해 분석한 결과다. Tet2Tet3가 결손될 경우 DNA 손상 수복에 결함이 유발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