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3. 21(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빛과 물질파, 양자반사 덕에 같은 성질 갖는다

‘입자가 다르면 파장의 성질 달라진다’에 반하는 결과 나와
조범석 UNIST 교수팀, ‘사이언스 어드밴스’ 19일자 논문 게재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는 일어나는 ‘물질파 현상’의 이유를 밝혔다. 물질파는 원자나 분자처럼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보이는 파동성을 뜻한다.

조범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FHI)의 빌란 쇌코프 박사는 동일한 파장을 가지는 입자 3가지를 관측한 결과를 19일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이 결과에는 물질파와 빛이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데 ‘양자반사’가 기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파동(wave)은 물이나 공기 등에서 운동이나 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이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지점부터 퍼져나가는 물결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파동은 진행경로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직진경로로 가는 게 아니라 휘어져 돌아 들어간다. 이를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하는데, 빛의 파동에서는 파장이 같으면 회절 패턴이 동일하다. 빛에서 파장이 모든 성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질파에서는 파장이 같더라도 입자가 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회절 패턴도 달라진다. 그 이유는 물질파에서 파장은 입자의 속도와 질량을 조합해 얻는데, 두 요소를 조합하면 동일한 파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일한 파장을 가지는 헬륨과 중수소가 결정 표면에서 산란할 때 완전히 다른 회절 패턴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 중수소 분자의 질량과 속도를 조합해 동일한 파장을 만들었다. 이후 각각을 분자 빔(beam)으로 만들어 고전광학용 회절판에서 산란시켰다. 물질파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회절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여러 조건에서 각각의 물질파를 관측한 결과, 파장만이 회절 패턴을 결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회절 패턴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인 현상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인 양자반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자반사는 양자역학이 작용하는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닥에 떨어뜨린 물질이 표면에 닿지도 않고 튕겨져 나올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물질파가 회절판에서 산란될 때 표면과 상호작용하면서 양자반사가 일어났다. 이에 입자 자체가 다르거나 질량이나 속도 등이 달라도 회절 패턴을 동일해진 것이다.

조 교수는 “입자의 파동성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양자반사는 모든 물리학과 학생이 양자 물리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라며 “빛과 물질파의 유사성이 양자반사 현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건 기초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빛과 물질파의 차이점이 극복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물질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UNIST의 미래전략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조범석 교수는 포스코 청암재단의 사이언스 펠로쉽에 선정되기도 했다.

(논문명: Universal diffraction of atoms and molecules from a quantum reflection grating)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조범석 교수 (052)217-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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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 브로이((L. de Broglie)가 ‘물질파 이론’을 도입한 이래, 원자나 분자의 물질파를 이용한 실험에서 다양한 광학현상들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헬륨 원자의 물질파를 이용해 원자-표면 산란 실험에서 빛과 전자에서만 관측되었던 레일리-우드 아노말리(Rayleigh-Wood anomalies)가 관측되기도 했다.(조범석, PRL, 104, 240404 (2010)). 하지만 고전 광학(classical optics)과 물질파 광학은 분산 관계가 다르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유사성은 완벽하지 않다.

고전 광학현상은 빛의 파장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물질파 광학에서는 서로 다른 물질이라도 속도와 질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같은 ‘드 브로이 파장(de Broglie Wave)’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고전 광학과 물질파 광학은 완전히 다른 광학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이는 각기 다른 물질의 특성(전기적 편극률, 카시미어-폴더 힘 등)들에 의해 외부 장이나 광학기기와의 상호작용이 달라져 회절세기나 간섭효과 같은 광학현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물질-표면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제시돼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질-표면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파 광학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2. 연구내용

일반적으로 큰 분자일수록 물질-표면 상호작용이 커지므로 드 브로이 파장에만 의존하는 광학현상을 관측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 중수소를 이용해 실험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 중수소가 고전 광학용 회절판에서 회절 될 때, 회절 효율이 동일하게 변화하는 것이 관측됐다. 각각의 회절 패턴에서는 뚜렷한 ‘나타남 빔 공명 현상(emerging beam resonance, Rayleigh-Wood Anomaly)’이 있다. 이 양상은 모든 입자에서 정량적으로 동일했고, 드 브로이 파장에 의해서만 결정됐다. 연구진은 이런 보편적 양상을 다중산란과 양자반사를 결합한 모델로 설명했다. 또 이런 현상의 물리적 배경이 ‘양자반사의 특이한 원리에 있음’을 추론했다.

양자반사는 입사하는 입자의 에너지 중 표면과 수직인 성분이 입자-표면의 상호작용 에너지의 절대값과 같은 지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입자의 종류에 따라 상호작용 정도가 달라서 양자반사 지점은 달라지더라도 그 곳에서의 상호작용 에너지는 입자의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한편 조 교수는 2011년 헬륨 이합체가 양자반사에 의해 고체 표면에서 반사될 수 있는 걸 증명해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헬륨 이합체는 헬륨 원자 2개가 결합한 입자다. 이들은 수소 분자 결합에너지의 1억분의 1 정도로 작은 힘으로 뭉치고 있다. 매우 깨지기 쉬운 입자인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헬륨 이합체가 여러 번의 산란 이후에도 깨지지 않는 것을 보여, 기존 연구결과를 다시 한 번 검증했다.

3. 기대효과

입자의 파동성이 제안된 후 물질파 광학에서도 무수히 많은 광학 현상들이 보고됐다. 하지만 광학과 물질파 광학의 중요한 차이점은 간과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차이점을 고려한다면 물질파 연구에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다중산란과 양자반사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자의 물질파가 같은 회절 효율 변화를 보이는 것은 양자반사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실험을 통해 얻은 회절 패턴을 계산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양자 계산 방법을 점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 물질파

‘물질도 빛처럼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프랑스 물리학자, 드 브로이에 의해서 제안된 개념이다. 드 브로이가 제안한 방정식( )으로 모든 물질의 파동성을 설명할 수 있다.

2. 회절

파동의 진행 경로에 장애물이 있을 때, 직진 경로가 아닌 장애물 뒤편으로 휘어져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3. 양자반사

고전 반사에서는 반사 시점에 전자와 전자의 반발력에 의해서 반사되지만, 이와 달리 양자 반사는 인력에 의한 퍼텐셜에 의해 반사된다.

4. 나타남 빔 공명(Emerging beam resonance)

파장을 입사각을 다르게 하며 격자에 입사시키고 반사 될 때 그 세기를 측정하는데, 어느 입사각에서 표면과 평행하게 새로운 회절 빔이 생겼을 때 다른 픽(peak)들의 세기에 영향을 주는 효과를 말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실험 기구에 대한 그림

평행한 원자나 분자 빔(atomic or molecular beam)은 회절격자에서 양자반사된다. 위 그림에서 입사각과 회절각은 회절판에 대한 각도로 정의했으며 그 값은 불과 수 mrad 정도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회절격자를 일정한 각도(azimuth angle, f)로 회전시켜 측면 표면이 분자 빔으로부터 기울어져 있도록 함으로써 뚜렷한 음의 회절 빔이 관측될 수 있도록 해준다. Out-of-plane 회절효과는 간단하게 나타내기 위해 그림에서 무시된다.

그림 2. 헬륨 원자와 이합체에 대한 회절 데이터

(A) f = −33.5 mrad, 입사각이 qin = 0.5 ~ 1.56 mrad인 조건에서 측정한, 64개의 회절 스펙트럼으로부터 얻은 헬륨 이온 신호를 입사각과 검출각을 x축, y축으로 한 2차원 등고선으로 나타냈다. 1초당 헬륨 이온 신호가 100.5~103 범위로 나타나고 이를 로그함수의 등고선으로 나타냈다. 흰 실선은 헬륨원자의 n번째의 회절각과 헬륨 이합체의 2n번째 회절각을 나타내고, 빨간 실선은 헬륨 이합체의 (2n-1)번째 회절각을 나타낸다. 수직선은 레일리 입사각(qR,m)을 나타낸다. 이는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의 m번째 회절각이 나타나는 것과 상응된다.

(B) 원자는 -1번째의, 이합체는 –2번째의 픽(peak)이 각각 나타나는 레일리 입사각(qR,−1(He)= qR,−2(He2)= 1.047 mrad )부근에서 10개의 다른 입사각들의 회절 패턴. 화살표 위에 있는 숫자들은 헬륨 원자의 회절 차수를 나타낸다. 별표는 확대된 그림에서 보다시피 이합체의 –1번째 픽(peak)을 나타낸다.

(C) 입사각을 x축으로 한 회절 효율. 수직 점선은 (A)에서처럼 같은 레일리 입사각을 나타낸다.

그림 3. 이웃한 격자에서의 직접 산란(direct scattering)과 이차 산란(secondary scattering)

빨간 화살표는 직접 산란을 나타내고, 직접 산란은 입사한 빔이 바로 격자에서 산란하는 것을 뜻한다. 이 실험에서는 이차 산란도 고려하는데, 이는 파란 화살표로 나타내었다. 이차 산란은 이웃한 격자에서 산란되어 나갈 때까지 deff 크기의 거리의 격자 표면에서 평행하게 진행한다.

그림 4. 특정 조건에서 헬륨 원자, 헬륨 이합체, 중수소 회절 효율 비교

헬륨 이합체의 경우 그림 2(C)에서와 같은 데이터이다. 헬륨 원자와 중수소는 각각 T0= 35 K 그리고 P0= 7.3 bar, 0.8 bar인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이다. 이 조건에서 헬륨원자, 헬륨 이합체, 그리고 중수소의 드 브로이 파장은 0.17㎚이다. 수직선은 m번째 회절 차수에 대한 레일리 각을 나타낸 것이다. 드 브로이 파장이 같은 물질에 대해서 레일리 각이 같음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양자 반사 확률이 다르기 때문에 헬륨 원자와 중수소에 대해서 각각 0.09, 0.15 인수로 표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