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3. 31.(목)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리의 눈으로 DNA 서열인식 비밀 밝혔다

김하진 UNIST 교수, DNA 이중나선 사이의 ‘정전기적 상호인식’ 제시

물리학자들이 유전체를 이루는 DNA의 법칙을 새로 찾아냈다. 유전학과 진화론 뒤에 물리 원칙이 깔려있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가설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김하진 교수는 이중나선 DNA가 단백질 없이도 직접 다른 이중나선 DNA 서열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중나선 DNA는 다시 꼬이고 엉켜서 염색체를 이룬다. 이 염색체는 교과서에 나오는 막대기 모양으로 항상 접혀있지 않고,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을 적당히 풀린 실타래와 같은 상태로 보낸다.

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현상 대부분에 특정 단백질이 기능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물리학 기반으로 생명현상을 바라보는 생물물리학자들의 접근은 달랐다.

김하진 교수는 “DNA끼리는 원래 강한 음전하를 지녀 서로 밀쳐내는데, 특별한 양이온이 들어가면 마치 원자핵이 전자를 공유하여 결합하듯 서로를 끌어당긴다”며 “이 연구는 DNA의 염기서열과 화학적 변형에 따라 밀고 당김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보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DNA와 주변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를 다루는 시뮬레이션과 DNA 분자 한 쌍을 나노스케일의 공간에 가두어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DNA 사이의 잡아당기는 힘은 메틸기(methyl group)의 분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혔다. 유기화학의 기본적인 단위이며 후성유전학의 가장 주요한 인자인 메틸기가 DNA의 응축을 조절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DNA에 대해서 오랫동안 알아왔지만 이들이 세포핵 내에서 나타내는 현상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서서히 밝혀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DNA 사이의 직접적인 정전기력이 2 m에 달하는 염색체를 꼬아서 세포핵 내에 배치하고 그 뭉침과 풀림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NA를 이해하는 오랜 이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번 연구의 저자 4명이 모두 물리학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동 제1저자인 김하진 교수는 박사 과정까지 원자 단위의 현상을 연구하는 고체물리 분야에 집중하다 박사 후 연구원부터 생물물리학 분야로 전향했다.

김 교수는 “생물물리학은 살아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하는 분자와 세포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명현상의 원리를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모델을 만들고 일반화를 추구하는 물리학자로서의 습성이 생물학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리학의 접근법이 특수성과 디테일에 더 관심을 두는 생물학자들의 접근과 상반되기에 서로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물물리학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포 속 미스터리를 풀어 노화 억제, 질병 치료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3월 22일자에 게재됐다. (끝)

  • 논문명: Direct evidence for sequence-dependent attraction between double-stranded DNA controlled by methylation
  • 저자정보: 유제중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박사 후 연구원, 김하진 UNIST 교수 <공동 제1저자>, 알렉세이 악시멘티에프 (Aleksei Aksimentiev)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 <교신저자>, 하택집 존스홉킨스대 교수 (UNIST 초빙석좌교수) <교신저자>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김하진 교수(052)217-2557

  • 김하진 교수 연구그림
  • 김하진 교수와 유제중 박사
  • 김하진 교수1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왓슨(James Dewey Watson)과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은 50여 년 전 처음 이중나선 구조를 제시했다. 이후 네 가지 염기(A, G, T, C)가 쌍을 지어 이중나선을 이루는 것이 DNA의 서열 정보과 그 물리적 구조를 잇는 유일한 요인으로 믿어져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이중나선 DNA가 다른 이중나선과 사이에 왓슨-크릭의 방식과 다르게 서열을 감지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였다. 이로써 오래된 DNA의 이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DNA는 원래 강한 음전하를 지니기에 서로를 밀쳐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특별한 종류의 양이온이 들어가면 마치 원자핵이 전자를 공유하여 결합하듯이 서로를 끌어당길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현상이 염기서열이나 DNA의 화학적 변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쌍의 분자를 나노스케일의 새장과 같은 작은 공간에 가두어 관찰하는 실험과 모든 원자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DNA 염기서열이나 화학적 변형이 DNA에 붙어있는 메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티민(Thymine)이나 메틸화된 사이토신(cytosine)을 지닌 경우 더 강한 인력이 작용한다. 이에 이중나선을 열어보지 않고도 DNA가 서로의 서열 구성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생물학에서는 DNA의 메틸화가 유전자 발현의 조절과 후성 유전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DNA의 메틸화를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능적인 단백질들이 이 현상을 조절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DNA 사이의 직접적인 정전기 작용이 2m에 달하는 염색체를 구겨서 세포핵 내에 배치하고 그 뭉침과 풀림을, 나아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전학과 진화론 뒤에 물리적 원칙이 깔려있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가설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추가적인 연구에 기대와 흥미를 모으고 있다.

 

[붙임] 용어설명

1. 염색체(chromosome)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세포핵과 세포질로 나뉘어지는데, 염색체는 각 세포의 핵 속에 있는 작은 막대기 모양의 소체이다. 각 염색체는 히스톤(Histone)이란 단백질들을 DNA(디옥시리보핵산)가 정교하게 감싸고 있는 형상이며, 염색체 안의 DNA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로 이루어진 두 가닥의 사슬이 서로 꼬여 있는 이중나선 구조이다. 길이가 약 1.8~2m나 되는 이중나선 모양을 보면,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4종의 염기(base)가 블록모양의 쌍(A와T, G와C의 쌍)을 이루며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연결하고 있다. 이들 염기쌍들의 서열순서가 ‘유전정보’를 나타낸다. 즉 유전정보는 A, T, G, C 의 네 가지 염기서열 부호에 의하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Gene)는 DNA의 염기서열 중 하나의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염기쌍들의 서열 조합을 가리키며, 인간의 유전정보는 46개(23쌍)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에 담겨 있는 것이다.

2. 염기서열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배열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 순서를 이루며 정렬돼 있다. 인간 유전자의 경우 이들 네 종류의 염기 30억 개가 일정한 순서로 늘어서 있다. 염기서열에 따라 키와 피부색 등 생물학적 특성이 결정된다.

3. 유전자 발현과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유전자 발현은 DNA를 구성하는 유전 정보, 즉 유전자에 의해 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DNA 메틸화는 메틸화효소에 의해 DNA에 메틸기가 붙는 과정이다. 메틸화는 원핵생물에서 유전자의 절단을 제어하기 위해, 진핵생물에서는 세포분화나 게놈각인현상(imprinting)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기 위해 작용한다.

4. 후성유전학(Epigenetics)

DNA의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인 후생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 학문이다. 이를 매개하는 분자적 수준의 이해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CpG 염기서열 가운데 사이토신(C) 염기에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DNA 메틸화와 히스톤의 변형에 의해 조절되는 크로마틴 구조의 변화에 두 가지의 기전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a)한 쌍의 DNA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 방법. (b) 두 DNA가 일시적으로 붙는 사건들이 형광 신호로 측정된다. (c-f)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으로 이루어진 DNA 사이에는 양이온이 많이 위치하여 강한 인력을 유발하는 반면 구아닌(Guanine)과 사이토신(Cytosine)으로 이루어진 DNA에서는 그 사이보다 이중나선의 홈에 양이온이 많이 위치하여 인력이 약해지는 것을 원자 수준의 시뮬레이션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