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4. 26.(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포착!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단백질

CO2를 물에 녹이는 탄산탈수효소 활동 최초 관찰
김채운 UNIST 교수, PNAS 4월 25일자 논문 게재

탄산탈수효소가 작용하는 모습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도록 돕는 단백질의 초고속 활동이 포착됐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단백질의 작동원리가 풀렸다. 신약 개발은 물론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로 응용도 기대된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김채운(40) 교수가 인체 단백질의 하나인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가 작용하는 동안 일어나는 3차원 구조변화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4월 2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탄산탈수효소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는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사람 몸속에서는 세포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녹여 폐까지 전달하거나 혈액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녹내장이나 산성혈증, 골석화증 등의 질병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이산화탄소는 원래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이를 탄산 형태로 바꿔야 물에 녹일 수 있는데, 이 화학반응에서 탄산탈수효소가 촉매로 작용한다. 이 단백질은 1초에 약 100만 번까지 이산화탄소를 탄산의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김채운 교수는 “탄산탈수효소는 세상에서 촉매작용속도가 가장 빠른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빠른 작용속도 때문에 직접 관찰이 어렵다는 게 단백질 전문가들의 견해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체 개발한 ‘고압력 냉각 기술’과 ‘온도조절 X-선 결정학’ 기법을 통해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탄산탈수효소의 작용을 포착했다. 두 기술로 탄산탈수효소의 작용 자체를 느리게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탄산탈수효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동안 단백질 활성 부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구조적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세밀하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이번 연구는 탄산탈수효소가 그토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촉매 작용을 할 수 있는 비밀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의학 분야에 기여할 전망이다. 단백질은 몸속에서 근육 등의 주요 구성 요소일 뿐 아니라 신경 전달, 면역 반응, 생화학 촉매 작용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인체 단백질이 실제 작용하는 모습을 원자 수준의 고해상도로 포착한 만큼 단백질 기능 이상 등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하여 물에 녹이는 촉매 개발에 탄산탈수효소의 작용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김채운 교수는 “단백질의 구조나 작용을 모방하는 ‘단백질 공학’으로 활용하려면 안정화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면서도 “분자 수준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움직이는 단백질의 이해는 기초과학뿐 아니라 산업 분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끝)

(논문명: Tracking solvent and protein movement during CO2 release in carbonic anhydrase II crystal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김채운 교수 (052)217-2147

  • 김채운 교수_탄산탈수효소_main
  • 탄산탈수효소가 작용하는 모습
  • 탄산탈수효소의 3차원 구조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탄산 탈수 효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잘 녹는 탄산의 형태로 바꾸는 화학반응에서 촉매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사람의 몸속 세포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녹여 폐까지 전달하고 혈액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녹내장, 산성혈증, 골석화증 등의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효소는 1초에 약 100만 번 정도까지 이산화탄소를 탄산의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작용하는 단백질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려고 많은 생화학적, 구조 분석적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단백질의 작용 속도가 너무 빨라 화학 촉매 작용이 진행되는 모습을 실험적으로 직접 관찰하기는 생화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김채운 교수가 자체 개발한 고압 냉각법(high-pressure cryocooling method)이 활용됐다. 탄산 탈수 효소 결정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단백질 결정의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탄산 탈수 효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매우 느리게 빠져 나가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렇게 준비한 탄산 탈수 효소의 결정을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연구했다. 그 결과 탄산 탈수 효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동안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서 일어나는 주요 변화를 원자 수준의 고해상도로 관찰하게 됐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의 결과는 탄산 탈수 효소가 그토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촉매 작용할 수 있는 비밀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방법을 다른 단백질 연구에 적용해 분자 수준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움직이는 단백질의 작용 비밀을 한 꺼풀 벗기는 데 중요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탄산 탈수 효소의 3차원 구조. 탄산 탈수 효소는 활성 부위에 아연 이온(Zn, 회색 볼)을 가지고 있으며, 그 주위에서 이산화탄소가 탄산의 형태로 변환된다.

그림 2. 탄산 탈수 효소의 작용 모습. A) 탄산 탈수효소에 이산화탄소가 결합되어 있는 모습. B) 탄산 탈수 효소에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간 후 일어나는 변화의 모습. 이산화탄소의 결합 부위가 물 분자로 대체 되며, 양성자 전달(proton transfer) 네트워크 (W1/W2/W3ab)에 변화가 생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