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5. 30.(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포 속 단백질, 정확한 위치를 찾아라!

이현우 UNIST 교수팀, Cell Reports 최신호에 발표
과산화효소를 촉매로 쓰는 ‘단백질 위치 파악법’개발

이현우 연구그림3

‘적재적소(適材適所)’는 단백질 세계에도 통하는 말이다. 각 단백질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꼭 맞는 자리에 알맞은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세포 속 단백질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에 활용하려 한다. 여기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기술을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현우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세포 속 단백질의 위치를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소포체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속 작은 기관 수준에서도 단백질의 위치나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과산화효소(peroxidase, 퍼옥시데이스)’를 촉매로 써서 세포 속에서 화학반응을 유도한다. 화학반응이 일어난 결과는 형광이나 발광을 이용해 손쉽게 검지할 수 있다. 특히 과산화효소의 반응은 세포 내 단백질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르게 진행되므로, 원하는 단백질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화학반응이 어떤지를 먼저 보고 거꾸로 단백질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송이 UNIST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에는 세포를 깨뜨린 다음 단백질 위치를 파악해야 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시료 준비가 까다로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새로운 기술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단백질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세포소기관에서 단백질 분포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단백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세포생물학 연구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속 작은 기관에서도 단백질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단백질 위치를 알 수 있는 범용적인 방법이라 학계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포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끝)

(논문명: APEX Fingerprinting Reveals the Subcellular Localization of Proteins of Interest)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이현우 교수 (052)217-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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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우리 몸 속 단백질은 무질서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단백질은 세포 속 정해진 위치에서 원래 맡겨진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단백질들이 다양한 세포소기관에 어떻게 분포하는지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졌거나, 알려진 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기존 연구자들은 단백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세포를 깨는 방법을 썼다. 세포 속에 있는 다양한 세포소기관들을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각각 분리한 다음, 질량분석기나 ‘웨스턴 블랏(western blot)’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포를 물리적으로 분해한 뒤에 결과를 얻는 방법들은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세포소기관을 관찰하면 단백질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지만,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보다 쉽고 간단하게 특정 단백질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단백질 위치의 정확도도 전자현미경처럼 높일 수 있다.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널리 활용할 손쉬운 ‘단백질 위치 파악법’이 개발된 것이다.

2. 연구내용

세포소기관에 자리한 단백질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는 퍼옥시데이스(peroxidase)’라는 효소가 사용됐다. 과산화효소로 알려진 퍼옥시데이스는 고리 모양의 구조를 가지는 ‘페놀(phenol)’을 반응시킨다. 그 결과 만들어진 페놀라디칼(phenol radical)’은 단백질에 잘 달라붙어 특정 단백질임을 표시(labeling)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재조합으로 유전자가 특정 단백질을 만들 때 과산화효소를 붙이도록 했다. 이 유전자를 세포 속에서 발현시키면, 2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공간 안에 과산화효소가 생성시킨 페놀라디칼이 붙은 단백질들이 만들어진다. 이때 바이오틴이 달린 페놀을 사용하면 바이오틴 페놀라디칼이 생성되며 결국 특정 단백질이 바이오틴과 연결되는 것이다. 바이오틴은 차후에 형광이나 인광검출방법을 통해 검지해낼 수 있다. 이 덕분에 과산화효소와 반응한 주변 단백질들은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단백질 검지 기술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과산화효소로 단백질을 표시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과산화효소가 막으로 둘러싸인 제한된 공간에서 발현된 경우다. 하나의 막으로 구성된 세포소기관인 소포체 내부는 제한된 공간이다.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소포체 내 단백질에 과산화효소를 붙여서 발현시키면 제한된 영역에서만 단백질이 표시된다. 만약 목표로 삼은 단백질이 소포체 막에 존재한다면, 과산화효소를 단백질의 시작부(N-말단)과 종료부(C-말단)에 각각 붙여서 단백질의 막방향성(Topology, 토폴로지)까지 연구할 수 있다. (※ 그림1 참조)

본 연구진은 이 점을 이용해 소포체 막단백질 중 하나인 ‘HMOX1(heme oxigenase1) 단백질’의 막방향성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시작부(N-말단)와 종료부(C-말단)가 모두 제한된 공간 안에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단백질이 소포체 막에 걸쳐져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과산화효소가 제한된 공간에서만 발현되지 않고 막 바깥쪽으로도 퍼졌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한 결과 HMOX1 단백질의 막방향성이 드러났다. 이 단백질의 종료부(C-말단)는 소포체 안쪽에 있고, 시작부(N-말단)는 세포기질 쪽으로 나와 있다. (※ 그림2 참조)

조금 더 복잡한 구조인 미토콘드리아는 내부공간이 3가지로 나뉜다. 가장 안쪽인 ‘기질’, ‘막사이공간’, ‘외막’이다. 기질은 제한된 공간이므로 현미경으로 이미지를 관찰하면 구별할 수 있다. 막사이공간과 구멍이 존재하는 외막은 제한된 공간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방법을 활용하면 미토콘드리아 세부공간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세포소기관의 각 공간마다 주요 구성 단백질이 다르다. 이 때문에 다른 공간에 있다면 웨스턴 블랏 패턴이 달라지고 같은 공간에 있다면 패턴은 비슷하다. 각 공간 고유의 패턴은 웨스턴 블랏 상에서 굵고 얇은 막대 서열이 나타나는데 이를 ‘바코드’처럼 생각해 단백질 위치를 파악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다. (※ 그림3) 본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해 ‘TRMT61B’와 ‘MGST3’ 단백질을 비롯해 10여 개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위치를 밝혔다. TRMT61B와 MGST3는 전자현미경 이미지로 최종 확인했다.

3. 기대효과

특정 단백질을 연구할 때는 어떤 세포소기관에 어떠한 형태로 분포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그 단백질의 다양한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거나, 약물 전달을 위한 물질을 설계하는 등 다음 단계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연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쉬운 방법이지만 충분히 정확한 단백질의 막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고, 단백질 위치를 세포소기관 수준에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붙임] 용어설명

1. 퍼옥시데이스(peroxidase)

산화제(酸化劑: 수소수용체)로서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기질(基質)을 탈수소화시키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로 보통 과산화효소라 함

2. 웨스턴 블랏 (western blot)

원하는 단백질을 찾는 데 사용되는 실험 기법 중 하나다. 단백질을 전기영동으로 젤에 분리한 다음 막(멤브레인)에 복사하듯 옮겨낸 후, 찾고자 하는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로 검출해낸다.

3. 페놀라디칼(phenol radical)

페놀라디칼은 모체인 페놀(phenol)에서 전자 하나가 산화된 상태의 물질이다. 수용액에서 0.001초보다 짧은 시간이 지나면 활성도가 사라질 정도로 매우 불안정하다. 하지만 단백질과 매우 잘 반응해 단백질 표면에 공유결합을 형성하며 단단히 붙을 수 있는 물질이다.

4. 소포체

진핵세포에서 단백질의 생산이나 지질, 스테로이드 합성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세포소기관

5.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으로서 음식물을 산화시켜 에너지에 필요한 ATP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

6. 레이블링(Labeling)

일반적으로 염색이라는 뜻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백질과 라디칼 사이의 공유결합을 형성하며 붙는 과정을 레이블링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형성된 공유결합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단백질 표시(labeling) 방법 비교. 별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 세포, 별 속에서 채색된 부분이 소포체다. 위 그림은 특정 단백질이 소포체 막 안쪽에만 있을 경우, 위치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제한된 레이블링)이다. 과산화효소를 촉매로 바이오틴을 붙인 단백질이 막 안쪽에만 있다면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내부만 표시된다. 아래 그림은 단백질이 막 안쪽에만 있지 않고 걸쳐 있거나 바깥에 있는 경우다. 과산화효소를 촉매로 바이오틴을 붙인 단백질의 위치가 안팎이라는 점을 표시(제한되지 않은 레이블링)하고 있다.

그림 2. HMOX1 단백질의 이미지와 막방향성. (A) HMOX1의 C-말단과 N-말단에 과산화효소를 붙였을 때 현미경 사진이다. 위 그림은 C-말단에 과산화효소를 붙인 것이고, 아래 그림은 N-말단에 과산화효소를 붙인 것이다. 모든 이미지가 동일하게 나오는 C-말단은 소포체 내부에 있고, 이미지 결과가 달라지는 N-말단은 세포기질 쪽으로 나와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B) (A)의 결과를 토대로 HMOX1의 막방향성을 밝혀낸 모습. 왼쪽은 기존에 알려진 HMOX1의 막방향성이고, 오른쪽은 정확하게 밝혀낸 HMOX1의 막방향성이다.

그림 3. 과산화효소로 알라낸 단백질 위치 바코드. 세포 속 다양한 소기관(소포체, 미토콘드리아, 핵)에 과산화효소 붙은 단백질을 발현시킨 뒤, 기존 웨스턴 블랏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렇게 하면 각 세포소기관에 어떤 단백질이 위치하고 있는지 나타낼 수 있다. ‘세포소기관 바코드’라는 이름은 과산화효소로 표시된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바코드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