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07. 20.(수)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암 예방‧치료하는 ‘백신 배달부’나왔다!

강세병 UNIST 교수팀, 항원 전달체 ‘인캡슐린’ 개발
‘항원 맞춤형 T세포’ 생성해 강력한 면역반응 유도

강세병 교수팀 그림1

최근 암 치료에 면역반응을 활용하는 항암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맞춤형 면역세포를 만들어 암을 예방‧치료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일 ‘백신 배달부’를 UNIST(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개발했다.

강세병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항원(병원체)을 면역세포로 전달하는 단백질 나노입자, ‘인캡슐린(Encapsulin)’을 개발했다. 인캡슐린이 항원을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로 전달하면, 이 항원만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원하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맞춤형 면역세포가 만들어진다.

수지상세포는 면역계에서 교관 역할을 한다. 특정 항원을 잡아먹고 표시함으로써 ‘미분화된 T세포’에게 공격대상을 알려준다. 그러면 T세포가 특정 항원만 기억해 공격하는 ‘맞춤형 T세포’로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수지상세포로 특정 암 항원을 잘 전달해야 하는데, 이때 인캡슐린을 쓰면 효과가 높아진다.

기존 백신들은 바이러스 또는 세균성 질환 같은 감염병 예방에 주로 사용됐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유사체나 죽은 세균체들이 직접 써서 몸에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일부 바이러스의 유전체나 세균체들이 체내에 남아 다양한 부작용이 생겼다. 또한 이들은 감염성 질환의 예방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돼 암과 같은 비감염성 질환을 위한 백신 개발이 오랫동안 요구됐다.

강세병 교수팀은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단백질 나노입자인 인캡슐린을 개발했다. 호열균인 서모토가 마리티나(Thermotoga maritina)에서 생성된 이 단백질 나노입자는 바이러스와 모양과 크기가 유사하다. 그 내부에 유전체와 같은 다른 물질이 없고, 면역반응을 이끌어 낼 최적의 크기와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최봉서 UNIST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수지상세포는 인캡슐린에 붙여 전달한 항원을 잘 잡아먹고, 미성숙 T세포에 전달하는 과정이 관찰됐다”며 “이를 통해 원하는 항원에만 반응하는 맞춤형 T세포를 만들어내는 것도 확인돼 백신으로서 가능성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흑색종양 생쥐를 이용해 맞춤형 T세포가 실제로 암세포를 공격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인캡슐린을 이용한 백신이 흑색종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두 가지 면에서 모두 효과를 나타냈다. 인캡슐린으로 항원을 전달해 맞춤형 T세포를 만들어낸 경우가 항원만 전달한 경우보다 효과적으로 암 생장을 억제한 것이다.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문효진 UNIST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인캡슐린은 박테리아를 통해 쉽게 생산할 수 있다”며 “앞으로 경제적이고 강력한 항암백신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세병 교수는 “새로 개발된 항원 전달 백신은 감염성 질환에 집중돼 있던 백신 개발의 한계를 넘을 것”이라며 “암뿐 아니라 류머티즘, 파킨슨 병 같은 비감염성 난치질환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순천향대학교 의생명연구원(SIMS)의 류성호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故 도윤경 UNIST 생명과학부 교수도 연구 설계에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사업과 해양수산부의 다부처 유전체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ACS Nano’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Effective Delivery of Antigen-Encapsulin Nanoparticle Fusions to Dendritic Cells Leads to Antigen-Specific Cytotoxic T Cell Activation and Tumor Rejection)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강세병 교수 (052)217-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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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험실에 서 있는 강세병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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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세병 교수팀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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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암 치료에는 항원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항원이 제대로 전달돼야 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세포독성 T세포’가 효율적으로 발현되고 분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독성 T세포의 작동에는 강력한 항원전달세포인 ‘수지상세포의 항원 전달’과 그에 따른 ‘미분화 T세포의 유도 분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을 유도해 특정 질병을 후천성 면역반응으로 제거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백신’이라고 한다.

암의 발생이나 생장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화학물질이나 예방백신, 치료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화학치료는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이를 대신하는 바이러스 유사체를 이용한 백신 역시 다소의 부작용이 뒤따랐다.

사전 연구에서 호열균인 ‘서모토가 마리티나(T. maritina)’에서 분리한 단백질 나노입자인 ‘인캡슐린(Encapsulin)’은 인체의 생리조건은 물론 고온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면서 결합된 다른 단백질의 특성도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을 원하는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치료법의 대안으로 인캡슐린을 백신으로 이용해 암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고자 했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항원이 결합된 인캡슐린이 항원 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를 만들어내 궁극적으로 암 생성을 억제하는 것을 규명했다.

본 연구진은 항원을 인캡슐린(항원 전달체)에 결합한 다음, 생쥐의 수지상세포에 처리했다. 그러자 수지상세포 내부 라이소좀(lysosome)이 항원 전달체를 잘 잡아먹어 주요 조직 복합체에 항원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 결과 수지상세포는 미분화된 T세포를 특정 항원에 반응하도록 분화, 증식시켰다. 이는 항원 특이적인 세포독성 T세포, 즉 ‘맞춤형 T세포’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생성된 세포독성 T세포는 항원을 가진 세포만 표적으로 공격해 사멸시켰다. 세포독성 T세포를 항원을 가진 표적세포와 항원을 가지고 않은 비표적세포를 같이 섞어주자 표적세포만 공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포독성 T세포들은 염증 사이토카인인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했다. 이는 T세포가 활성화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인캡슐린의 항원 전달이 암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생쥐의 흑색종양 모델로 확인됐다. 항원을 결합한 인캡슐린을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백신으로 사용한 결과, 항원 단백질을 그대로 사용한 것보다 암의 진행을 현저하게 늦추는 게 확인됐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로 기존의 바이러스 유사체의 단점들을 극복하면서 항원에 특이적인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항원 전달체인 인캡슐린이 개발됐다.

이는 감염성 질환에 집중된 백신 개발의 한계를 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암뿐 아니라 자가항원을 발현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백신이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캡슐린은 복잡한 과정 없이 저렴하게 박테리아로 배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량의 항원 전달체 백신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붙임] 용어설명

1. 후천성 면역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면역이다. 병에 걸린 후에 얻은 ‘병후면역’과 인위적으로 면역을 형성하도록 한 ‘인공면역’이 있다. 인공면역은 예방과 치료를 위한 것으로 백신과 면역혈청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2. 백신

백신은 병원체에 감염되기 전 생체 내에 인위적으로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혹은 약하게 만든 병원체 등을 주입해 강제적으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작업이다.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항원)가 침입하면 대응 단백질(항체)을 만들어 막는다. 이런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대표적 사례가 예방주사다. 한 번 백신을 맞은 생체는 병원체에 감염되더라도 면역체계가 가동돼 병에 걸리지 않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3. 항원

어떤 물질이 체내에 침입한 경우 면역 응답에 따라 특이적으로 유발되는 물질이다. 면역세포가 인식하는 부분을 에피톺(epitope)이라고 한다.

4. 항원 특이성

생체는 각 항원에 대해 특이적인 면역 응답을 나타낸다. 항원 특이성은 생산된 항체나 림프계 세포기능의 증진은 개개의 항원과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성질을 말한다.

5. 치료백신

질병이 생긴 후 항원을 면역체계에 인식시켜 체내의 항원을 배제하는 백신이다. 일반적인 백신과 작동 원리는 같다. 주로 자가면역질환, 암과 같은 자가항원에 대한 질병에 치료백신이 사용된다.

6. 자가면역질환

생체 내 면역체계의 항원 인식 이상으로 자기 자신의 단백질이나 구조체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질환이다. 류머티즘과 파킨슨병이 대표적이다.

7. 수지상세포

후천성 면역 반응을 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항원을 잡아먹고 그 항원을 미분화 T세포에 전달하고 항원에 적절한 T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특화된 기능을 가진다.

8. 세포독성 T세포

분화된 T세포의 한 종류로 항원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세포독성 T세포는 항원을 가진 세포를 공격해 사멸신호, 사이토톡신(cytotoxin) 등의 효소로 표적세포를 사멸로 유도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모델 항원을 결합한 인캡슐린(Encapsulin) 항원 전달체를 이용한 항원 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의 분화와 그에 따른 암세포 사멸에 대한 모식도

모델 항원인 OT-1 펩타이드(peptide)를 결합한 인캡슐린은 생체 내 수지상세포에 의해 분해되고, 이 항원은 미분화 T세포로 전달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독성 T세포가 만들어지고, 이 세포는 암세포의 항원인 OT-1 펩타이드에 특이적인 세포독성을 나타낸다.

그림 2. OT-1 펩타이드 항원을 C말단에 결합해 발현시킨 인캡슐린 복합체 특징 규명

  • (A) 항원의 부착에 대한 모식도
  • (B) 인캡슐린에 항원을 붙였을 때 늘어나는 분자 질량 분석
  • (C) 인캡슐린 복합체의 크기 구배 분리로 항원의 결합 확인
  • (D)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인캡슐린 복합체 형성 확인

그림 3. 생쥐 흑생종양의 생장을 억제하는 인캡슐린 항원 전달체의 능력

  • (A, B) 흑색종양에 무처리(PBS), 인캡슐린 처리(Encapsulin), 항원 단백질 처리(OVA), 인캡슐린에 항원 단백질 결합 처리(OT-1-Encap-C)한 결과를 비교한 모습. 종양 크기는 무처리, 인캡슐린, 항원 단백질, 인캡슐린+항원 단백질 순으로 작아졌다. 인캡슐린 전달체로 항원을 수지상세포에 전달할 때 종양 억제 효과가 가장 크다.
  • (C) 암 생성 부위로 모인 활성화된 세포독성 T세포 확인, 인캡슐린을 항원 전달체로 사용했을 때 세포독성 T세포가 특이적으로 암세포 부위에 모이는 것이 확인됐다.
  • (D) 분비된 인터페론 감마(IFN-γ)의 양을 확인했을 때 세포독성 T세포가 암 부위에서 활성화됐음을 나타낸다.
  • (E) 백신 처리 후 암의 면역억제반응에도 불구하고 암세포에 대한 세포 독성이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