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10. 20.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제 연구팀, 실험동물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유전체 해독!

UNIST 권태준 교수, 제1저자 참여… 20일(목) ‘네이처’ 논문 게재
4배체수 동물의 진화 비밀 풀어, 암 등의 인간질병 연구 모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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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간 실험동물로 각광 받아온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유전체(genome)가 해독됐다.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찾아내거나, 암 등의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새로운 모델로 개구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권태준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와 4만여 개의 유전자를 염색체 수준으로 규명하고 이를 20일(목)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일본,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서 60명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2009년부터 7년간 진행됐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체외수정으로 한 번에 지름 1㎜ 수준의 큰 알을 수백 개씩 얻을 수 있다. 유전자 발현 조절도 쉬워 인간을 포함한 많은 척추동물의 발생 과정에서 중요한 유전자를 연구하는 발생학, 세포생물학, 생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됐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존 고든 경(Sir John Gordon)이 체세포 핵치환 실험을 통해 ‘어른 세포가 다시 배아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준 실험에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사용됐다.

하지만 이 개구리의 유전체 해독은 다른 동물보다 느리게 진행됐다. 염색체 그룹이 4개(4배체)여서 분석이 까다로웠던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은 부모에게 하나씩 염색체 그룹을 물려받아 2개의 염색체 그룹(2배체)을 가진다. 이에 비해 부모에게 2개씩 염색체 그룹을 받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분석은 훨씬 복잡하다.

권태준 교수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4개 유전체 그룹으로 이뤄진 독특한 동물이라 유전체 정보가 제한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 유전체 해독으로 생물학 전반에 쓰일 효과적인 실험동물 모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지난 2010년 해독된 서양발톱개구리(Xenopus tropicalis)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 비교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서양발톱개구리는 인간 유전체처럼 부모에게 2개 염색체 그룹을 물려받는다. 두 종의 비교를 통해 물려받는 염색체 그룹 숫자(배체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4개 유전체 그룹에서 각각 9개의 염색체를 가진다. 연구진은 이들 염색체의 DNA 반복서열을 분석해 크기가 큰 L염색체 9개와 크기가 작은 S염색체 9개가 각각 다른 종에서 유래했다는 걸 밝혀냈다. 또 염색체 속에 흔적만 남는 유사유전자(pseudogene)를 분석해 서양발톱개구리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조상이 약 4800만 년 전에 분화했고, 2배체를 이루던 두 종의 유전체가 1700만 년 전에 합쳐져 현재의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탄생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권태준 교수는 “서로 다른 종에서 염색체 그룹이 합쳐지면 모든 유전자가 살아남을지 사라질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해독된 유전체를 살펴본 결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에서는 신호전달과 대사, 구조 형성에 작용하는 유전자는 두 종의 것이 모두 유지됐고, 면역체계나 DNA 손상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한쪽만 살아남은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식물에서만 볼 수 있었던 4배체 유전체를 동물에서 최초로 확인하고, 진화적으로 유전자 변화를 살핀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진화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가 생성되는 과정과 같은 기초 연구뿐 아니라 암이나 선천성 기형처럼 배체수 변화가 흔히 나타나는 질병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 신임교원 정착지원과제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UNIST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 서양발톱개구리 두 종을 모두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권태준 교수는 이 모델동물을 쥐나 인간 세포주 등 다양한 시스템들과 같이 결합한 인간 질병 관련 시스템 생물학 연구에, 박태주 교수는 발생 과정의 얼굴의 형성 유전자를 찾는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끝)

  • 논문명: Genome evolution in the allotetraploid frog Xenopus laevi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권태준 교수 (052)217-2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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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유전체 해독에 참여한 국제 연구팀의 모습 오른쪽 두 번째가 권태준 교수다
 

[붙임] 논문 저자 1문 1답

질문1.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를 짚어주신다면?

생물학자에게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다루기 쉽고 사람과 비슷한 동물 모델입니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효모나 꼬마선충, 초파리처럼 실험실에서 쉽게 다룰 수 있고, 유전적으로도 사람과 비슷해서 오래 전부터 이용돼 왔습니다. 체외 수정하는 동물이라 알을 짜서 정소를 뿌려주면 쉽게 수정란을 얻을 수 있고요. 알이 크고 발생 단계의 올챙이가 투명해서 여러 장기 발생 과정 전반을 쉽게 관찰할 수 있거든요. 또 알에 유전자 조절 물질을 찔러 넣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실험 모델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실험을 통해서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기 좋습니다.

하지만 이 개구리로 오믹스나 유전체 편집 등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를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4배체 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유전체 해독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결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4만여 개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만큼 ‘개구리를 이용한 인간 질병 유전자 연구나 신약 개발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전체 기반 시스템 생물학 연구나 유전체 편집 연구 등에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적극적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죠.

질문2.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동물에서 보기 드문 ‘4배체 종이라고?

배체수는 체세포 내에 있는 염색체 그룹의 수를 뜻합니다. 인간을 포함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생물들이 부모에게 각각 1개씩 염색체 그룹을 물려받는 2배체 종입니다. 식물의 경우 잡종교배 등을 통해 배체수가 늘어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이 균형이 깨지게 되면 세포가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이 때문에 동물의 세포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이 균형을 정확하게 유지하기 위한 많은 기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질병 가운데에서도 다운증후군이나 암과 같은 유전자에서 일부 염색체가 선택적으로 2배체가 아닌 다른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배체수 변화에 의한 유전자 불균형으로 인해 여러 가지 유전자의 발현 및 기능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배체수 변화는 자연계에서 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화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전체 유전체 배체수가 늘어나는 과정을 두 번 거쳤습니다. 진화적으로 배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바로 새로운 기능의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작으로 생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적절한 모델이 없어서 이러한 배체수 증가에 따른 유전자의 진화적 의미를 연구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 해독으로 동물 진화에서 배체수 변화에 어떤 원리가 적용되는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질문3. 이번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은 어떤 것인지?

이번 논문의 1저자는 한국 그룹의 권태준, 미국 그룹의 아담 세션(Adam S. Session), 일본 그룹의 요시노부 우노입니다. 요시노부는 유전체의 구조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주로 맡았고 저와 아담은 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방대한 양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컴퓨터 작업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저는 발현된 유전자의 mRNA에서 유래된 작은 염기서열 조각들을 분석하여 유전자 발현 양을 분석하는 RNA-seq 데이터 분석을 주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복제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바탕으로 그 기능을 예측하는 분석을 진행 했습니다.

그밖에도 전체 연구진 중에 컴퓨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염색체 해독에서부터 기능 분석까지 많은 영역에 관여하게 됐습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보다 중간에 새로운 실험들과 그에 따른 데이터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프로젝트 진행은 더 어려워졌지만, 그만큼 많은 검증을 거치게 돼 결과적으로 신뢰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질문4.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연구주제로 삼은 이유가 있다면?

2009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당시 이웃 실험실의 동료로 계시던 UNIST 박태주 교수의 논문 내용이 미국 뉴욕타임즈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시스템 생물학을 이용해 효모에서 혈관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효모에서 찾아낸 새로운 혈관 형성 유전자들을 아프리카발톱개구리로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루기 쉬우면서도 세포주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혈관 형성이나 장기 발생과 같은 복잡한 형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동물이 실험 모델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저처럼 시스템 생물학에서 많은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최적의 시스템이었죠.

당시는 차세대 DNA 시퀀싱 기술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지도교수와 학교에 새로 도입된 기기의 활용을 의논하다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 해독’을 제안했던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 됐습니다. 운 좋게 연구비가 확보됐고 여러 연구자들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면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과 UNIST 임용 후 2년까지 총 7년의 시간을 거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점들도 많이 있었지만 제 연구를 통해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동물 실험 모델로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합니다. 이제부터 이를 이용한 제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질문5. 앞으로의 계획은?

개구리 시스템에서 가장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 발생학 분야도 재미있지만, 제 공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개구리를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일종의 도구로 삼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생체모사 장기 칩’에서 장기의 기능 연구나 신약 시험을 하는 것처럼 기능 유전체 기반 오믹스 기술을 개구리와 접목시켜 다양한 유전자나 질병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쥐보다 여러 면에서 다루기 쉬워서 실험 결과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대량으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어서 인간 집단 유전체 변이 연구와 같은 분야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숙주-미생물 상호작용 연구와 같이 기존에 개구리 시스템을 사용해서 잘 다루어지지 않던 분야에서도 개구리 기반 실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UNIST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체수가 다른 제노푸스 개구리 2종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습니다. 국내에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모델 동물로 이용하는 분들이 약 10여 분 정도 계시는데, 이렇게 연구시설이 갖춰진 곳은 없어요. 저는 먼저 임용되신 박태주 교수님이 기반을 잘 구축해 두신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laevis)’는 거의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발생학과 세포생물학, 생화학 등의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 모델 동물이다. 2012년 존 고든 경(Sir John Gurdon)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 준 체세포 핵치환 실험(Somatic Cell Nuclear Transfer)에서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사용됐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한 번에 지름 1㎜ 크기의 커다란 알을 수백 개 이상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생물학 연구에 용이하다. 또 체외수정을 통해 네발짐승(tetrapod)과 척추동물(vertebrate)의 초기 발생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발생 현상과 변이 효과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각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기도 좋다. 전사 유전자(mRNA)와 이를 처리하는 단계를 조절하는 물질을 직접 배아(embryo)에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장점 덕분에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는 기초 생명현상의 연구와 인간 질병 관련 응용 연구에 장점이 많은 동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동안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게놈 정보는 제한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비슷한 유전체가 한 세포에 4개씩 존재하는 4배체(tetraploid)의 특성 때문이다. 이는 부모에게 하나씩 유전체 그룹을 받아 2개의 유전체 그룹(2배체; diploid)으로 이뤄진 인간 게놈과 다른 형태다. 이 특징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 해독을 까다롭게 만들었고, 시스템 생물학이나 유전체 수준의 연구에 이 개구리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는 전 세계 7개국(미국, 일본, 네덜란드, 한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에서 60여 명의 연구자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이번 논문에는 2009년부터 7년간 진행했던 국제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게놈을 염색체 수준으로 규명한 결과가 담겨 있다. 또 2010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됐던 2배체(diploid) 유사종 ‘서양발톱개구리(Xenopus tropicalis)’와 유전체를 비교해 배체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전 진화생물학 연구에서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4배체를 이룬 과정이 알려져 있었다. 세포분열 이후 세포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자동4배체(autotetraploid)가 아니라 2개의 2배체 종이 합쳐져 이뤄졌다는(allotetraploid) 내용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현재 게놈에 어떤 DNA 수준의 증거를 남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염색체 수준에서 게놈 해독을 완료한 뒤, 각 염색체에 존재하는 DNA 반복서열(repeat elements)을 분석해 크기가 큰 ‘L 염색체’와 작은 ‘S 염색체’가 다른 DNA 반복서열 분포를 가진다는 걸 확인했다. DNA 반복서열은 종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크기가 큰 9개의 L 염색체와 크기가 작은 9개의 S 염색체가 서로 다른 종(species)에서 유래됐음을 실험적으로 밝힐 수 있었다. (그림 1 참고)

서로 다른 종에서 염색체 그룹이 합쳐지면 모든 유전자가 특수한 선택 환경에 놓인다. 같은 기능을 하는 유전자 중 하나를 제거할지, 양쪽 모두 그대로 둘지, 두 유전자를 서로 다르게 변화시킬지 등 여러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해독된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신호전달과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두 종의 유전자가 모두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선택적으로 없어진 게 확인됐다. (그림 3 참고)

연구진은 또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사라지는 경우 그 흔적으로 남는 유사유전자(pseudogene)의 DNA 반복서열도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서양발톱개구리와 종분화(speciation)가 일어난 시기(4800만 년 전), 그리고 두 개의 2배체 종이 하나로 합쳐져서 4배체를 이룬 시기(1700만 년 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림 2 참고)

두 종의 유전자가 모두 유지되는 경우에도 그 발현 양상이 항상 같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14개의 서로 다른 발생 단계 배아와 14개의 신체 기관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발생 초기(유전자 발현이 일어나지 않고 난자 형성 과정에서 구성된 유전자가 주로 작용)에는 L 염색체와 S 염색체의 유전자들 사이에 발현 양상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유전자 발현이 시작된 이후 성체의 신체기관에서는 L 염색체의 유전자가 더 우세하게 발현이 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따라서 2개의 유전자 그룹이 합쳐지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도 선택도 작용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참고)

하지만 그 동안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게놈 정보는 제한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비슷한 유전체가 한 세포에 4개씩 존재하는 4배체(tetraploid)의 특성 때문이다. 이는 부모에게 하나씩 유전체 그룹을 받아 2개의 유전체 그룹(2배체; diploid)으로 이뤄진 인간 게놈과 다른 형태다. 이 특징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 해독을 까다롭게 만들었고, 시스템 생물학이나 유전체 수준의 연구에 이 개구리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3. 기대효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실험에 사용하기 좋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어 발생학과 세포 생물학, 생화학 등의 분야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 진화적으로도 생물학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쥐와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제브라피쉬(Zebrafish, 대량 스크리닝이 큰 장점) 사이를 채워줄 중요한 네발동물 모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염색체 수준의 게놈 정보와 4만여 개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해 제공했다. 이로써 앞으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이용해 유전체 기반 시스템 생물학 연구나 유전체 편집 기술 기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 질병에 관한 응용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로 그동안 식물에서만 볼 수 있었던 4배체 게놈을 동물에서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 배체수 증가에 따른 분자 수준의 영향을 유전체 규모로 분석해 유전자의 기능에 따라 선택적으로 유전자 배체수가 진화적으로 유지되거나 제거되는 것도 확인됐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속한 제노푸스(Xenopus) 종은 2배체(diploid)부터 12배체(dodecaploid)까지 다양한 배체수가 존재한다. 이는 암(cancer)이나 선천적 기형처럼 배체수 변화가 흔히 발견되는 인간 질병에서 배체수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붙임] 용어설명

1. 배체수(Ploidy)

체세포 내의 염색체 그룹의 수. 인간의 경우 일반적으로 23개의 염색체로 이뤄진 하나의 염색체 그룹을 이루고, 부모를 통해 각각 한 그룹씩을 받아서 2개의 그룹으로 이뤄진 46개의 염색체가 하나의 체세포에 존재하게 된다.

2. 2배체(diploid)

체세포 내에 2개의 염색체 그룹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의 경우 2배체 체세포를 갖는다.

3. 4배체(tetraploid)

체세포 내에 4개의 염색체 그룹이 존재하는 경우다. 식물에서는 흔히 관찰되지만 척추동물에서는 알려진 경우가 거의 없다.

4. 종분화(speciation)

진화 과정에서 하나의 종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종으로 분리돼 각각 독립적인 진화 과정을 겪게 되는 현상이다.

5. 염색체 접합(chromosome fusion)

두 염색체의 끝이 서로 붙어서 하나의 염색체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반대 현상은 염색체 분리(chromosome fission)라고 한다.

6. 유사유전자(pseudogene)

단백질을 만드는 등 기능을 하는 유전자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기능하기 어려운 변이를 포함하는 형태의 유전자를 말한다. 발현양이 적거나 발현이 되더라도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7. 체세포 핵치환 실험(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배아의 세포핵을 꺼낸 뒤 분화가 끝난 체세포의 세포핵을 주입했을 때, 체세포가 성체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이다. 이 실험으로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분화 이전의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유전체(게놈) 개요

(왼쪽) FISH(Fluorescent In Situ Hybridization)을 통해 각 염색체 상의 유전자 위치를 확인한 결과 크기가 큰 L 염색체와 작은 S 염색체, 그리고 2배체를 갖는 서양 발톱 개구리(X. tropicalis; 맨 왼쪽) 사이에 많은 유전자의 상대적 위치가 잘 보존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 위) 1번 염색체의 여러 유전 요소들의 분포포. 배체수 증가 이후 유지되고 있는 유전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보라색), 한 쪽이 없어진 경우, 1L 염색체 (위)에 더 많은 분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각 염색체 특이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의 경우 각기 다른 분포를 보이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 및 초록색). 크기가 작은 S 염색체 특이적인 전이인자의 경우 FISH 실험을 통하여, 모든 S 염색체에 고르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이들 염색체가 하나의 종에서 유래된 것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그림 2.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X. laevis)의 염색체 배체수 증가와 계통도의 관계

해독된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2배체 게놈을 갖는 서양 발톱 개구리(Xenopus tropicalis)와 비교했을 때, 4800만 년 전에 종분화가 일어났으며(T1), 3400만 년 전부터 서로 다른 두 2배체 개구리로 진화해 오다가(T2), 약 1700만 년 전에 하나의 종으로 합쳐져서(T3) 4배체 게놈을 갖는 현재의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Xenopus laevis)가 됐다는 계통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는 다른 4배체 게놈을 갖는 마르사빗 발톱 개구리(Xenopus borealis)가 4배체 게놈을 갖는 시기와 비슷한 것으로 추측되어, 이 시기에 아프리카 개구리의 유전체 배체수 증가가 널리 일어났다고 짐작할 수 있다. 4배체 게놈이 생기면서 선택되지 못한 유전자들이 급격하게 퇴화되면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에서 유사유전자(pseudogene)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 시기가 4배체 수가 만들어진 시기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맨 위 그래프)

그림 3. 염색체 배체수 증가 이후 유전자 변화의 예

게놈 분석을 통해 배체수 증가가 일어난 이후에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보존 또는 제거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자가 면역 반응에 중요한 MHC 유전자들은 크기가 큰 L 염색체에 선별적으로 유지됐고, S 염색체에서는 주변 유전자들은 유지됐지만 MHC 유전자들은 선별적으로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아래) 반면 초기 발생에 중요한 Hox 유전자들은 거의 대부분 배체수 증가 이후에 두 유전자가 같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4. 배체수가 증가한 유전자의 발현 비율 변화

염색체 복제가 일어난 이후 개수가 2배로 늘어난 유전자들에 대해 각각의 발현 비율이 발생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첫 번째 전사가 일어나기 이전(그래프 위의 파란 색 영역)에서는 두 유전자의 발현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그 이후 크기가 큰 L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의 발현 비율이 증가해 성체의 여러 기관(초록색 영역)에서도 그 경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배체수 복제 이후 크기가 작은 S 염색체에서 유전자가 유사유전자가 되는 변화와 함께, S 염색체의 유전자들의 발현이 선택적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