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6. 11. 21. (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기 중 바이러스, 똑똑하게 잡는 기술 나왔다

UNIST 장재성 교수팀, ‘전기식 바이러스 농축기’ 개발
공기 중 1㎛ 미만 바이러스 입자,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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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똑똑하게 잡는 기술이 개발됐다. 메르스(MERS)처럼 위험한 바이러스 입자를 신속히 감지할 수 있어 의료안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팀은 ‘정전기력’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채집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바이러스 입자가 전하를 띠게 만들어 전기적으로 끌어당기는 ‘전기식 바이러스 농축기’다. 이 농축기는 1㎛(미크론, 1㎛는 100만 분의 1m) 미만의 작은 입자도 효과적으로 채집하며, 채집한 바이러스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장재성 교수는 “새로운 장치는 전기적인 힘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므로 부서지기 쉽고 민감한 바이러스의 채집에도 유리하다”며 “공기를 통한 전염병 예방과 역학조사 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이 섞인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s)은 입자의 ‘관성충돌’을 이용해 채집한다. 강한 압력차로 공기를 빨아들일 때 큰 운동량을 얻게 된 입자들을 고체나 액체 표면에 충돌시켜 채집하는 원리다. 채집된 바이러스 입자는 후속 분석을 거쳐 종류와 농도를 파악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지름 1㎛ 미만의 입자부터 채집효율이 떨어진다. 0.3㎛가 되면 채집효율이 50%에 이르고 0.03~0.1㎛의 미세한 입자는 10%도 잡지 못한다. 또 바이러스 입자가 용액과 충돌할 때 손상될 위험도 있다.

장재성 교수팀이 개발한 농축기는 전기적인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0.1㎛ 미만의 입자라도 높은 전기이동도를 가져 효율적인 채집이 가능하다. 또 채집속도가 낮으므로 바이러스 입자가 용액에 부딪치는 충격도 줄일 수 있다. 이 덕분에 활성(live)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져 추후 분석에도 유리하다.

제1저자인 홍성결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농축기 안에 들어가기 전 바이러스 입자들에 전하를 띠게 만들기 위해 간단한 바늘(needle)형 코로나 방전기를 사용했다”며 “원판형 전극의 직경은 2㎝로 후속 작업을 위한 여러 분석용 기판이나 바이오센서 칩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농축기로 0.05~2μm 크기의 폴리스티렌(polystyrene)입자를 채집하자 효율이 99.3~99.8%로 나타났다(–10kV 전압, 1.2L/min 유량). 바이러스를 채집할 경우 활성 바이러스 농도도 월등히 많았다. 흔히 사용되는 미국 SKC사의 바이오샘플러(BioSampler)와 비교한 결과 활성 바이러스의 농도가 적게는 7.2배, 많게는 1680배까지 높았다.

장재성 교수는 “고유량․고속의 채집 방법들과 달리, 이번 농축기는 입구에서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전력소모도 적어 휴대용으로 제작하기 쉬운 장점도 있다”며 “현재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됐으며, 채집된 입자를 신속히 감지할 센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류독감․신종플루․메르스․구제역 같은 의료안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며 “향후 생물학 무기 및 테러에 대처할 국방 분야, 공기청정기와 같은 산업 분야, 대기 측정 등 환경 분야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환경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11월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Gentle Sampling of Submicrometer Airborne Virus Particles using a Personal Electrostatic Particle Concentrator
  • 저자정보: 홍성결(제1저자), Jyoti Bhardwaj(제2저자), 한창호(제3저자), 장재성 교수(교신저자)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장재성 교수 (052)217-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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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호흡기 질병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빠르게 전파돼 호흡기 질환과 전염병을 유발하므로 공공 건강을 위협하고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인플루엔자로 인한 유행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1만 7,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WHO), 2015년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해 6,000명 이상의 격리자가 발생하며 전염병 바이러스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바이러스 입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중에서 농도가 감소하는데, 입자 크기가 클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큰 바이러스 입자가 작은 바이러스 입자보다 덜 위험할 수 있다. 반면 1㎛(미크론, 1㎛는 100만 분의 1m) 미만의 작은 입자들은 숨 쉬면서 쉽게 흡입된다. 이런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가 호흡기관 깊숙하게 증착되면 더 큰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따라서 공기 중 바이러스를 채집할 때는 수 미크론 입자뿐 아니라 1 미크론 미만의 입자들까지 높은 효율로 채집하는 게 필수적이다. 참고로 채집 장비로 잡아내 용액에 담겨진 바이러스는 PCR(중합 효소 연쇄 반응)과 같은 후속 분석을 거쳐 원인 물질을 규명하게 된다.

이런 공기 중 바이러스의 종류와 농도를 정확히 알고 대처하려면, 바이러스 입자를 효과적으로 채집해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바이오에어로졸을 채집하는 대표적인 장치인 임핀저 형 장치들은 입자 크기가 작으면 채집 효율이 떨어지고, 채집한 바이러스가 손상돼 배양시키지 못하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이에 입자 크기에 관계없이 온전하게 바이러스를 채집할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농도는 매우 낮다. 이를 감지하기 하기 위해 기존에는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 입자를 빨아들여 채집액에 농축시키는 장치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채집 속도가 빨라지면 바이러스 입자가 손상될 수 있다. 빨아들인 바이러스 입자가 채집액에 충돌할 때 받는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공기 중에 활성화된 바이러스 농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또 높은 압력의 생성과 전력 소모 문제 때문에 장치 자체도 복잡해져 휴대성이 떨어진다.

기존에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s) 채집에 사용되는 임핀저형 장치들(예를 들어 BioSampler)은 입자의 ‘관성 충돌’을 이용한다. 관성은 입자 크기가 클수록, 빨아들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입자가 작거나 유속이 느리면 효과적인 채집이 어렵다. 실제로 관성 충돌을 이용하는 장치는 30~1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채집하는 효율이 10% 미만으로 낮다고 알려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채집액 대신 섬유필터에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100㎚ 이하의 입자들을 채집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필터 물질에 증착된 바이러스를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채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건조와 구조적 손상은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감소시키고 분석을 복잡하게 만든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에서 개발한 전기식 공기 중 바이러스 농축기(EPC, Electrostatic Particle Concentrator)는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한다. 이 장치는 1 미크론 미만에서 수 미크론의 입자까지 다양한 크기의 전하를 띤 입자들을 적은 양의 액체에 효과적으로 농축시켜, 이후의 분석과 감지가 용이하도록 고안됐다. 관성 충돌을 이용한 채집 장치보다 적은 압력차로 당길 수 있는데다 충돌하는 힘도 줄일 수 있다. 그 덕분에 바이러스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 입자가 전하를 띠도록 만들기 위해 간단한 ‘바늘형 코로나 방전기’가 사용됐다. 방전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이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사용된 조건(1.2L/min, 3kV)에서 오존 생성 농도는 약 4ppb로 측정됐다. 이는 WHO의 실내 공기청정기의 오존 농도 기준치(50 ppb)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다.

코로나 방전기에서 양전하로 대전된 에어로졸 입자들은 원통형 EPC 상면에 축 방향으로 있는 입구로 들어온다. 입자들이 축에 수직으로 설치된 원판형 채집 전극에 접근하면 그 속도가 감소된다. 느려진 유속에서 입자의 관성력보다 음전압 전극에서 나오는 정전기적 인력(당기는 힘)이 더 클 때, 입자가 유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전극에 달라붙을 수 있게 된다. 돌출된 전극 부근에서 정전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접지된 몸체의 측면뿐 아니라 바닥면에서도 전기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원판형 전극의 직경은 2㎝로 여러 분석용 기판이나 바이오센서 칩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전극은 폴리머 절연체로 둘러싸여 있어 적은 양의 채집용 액체를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성질) 절연체의 안쪽에 위치시킬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또 EPC의 성능을 시험하고 그 구조가 유사한 기존의 전기집진기와 비교했다. 0.05~2 미크론의 폴리스티렌 입자들을 1.2~12.5L/min의 유량과 -10kV의 인가전압에서 채집했다. 1.2L/min의 유량에서 이 장치의 채집 효율은 99.3~99.8%로 모든 입자 크기와 채집 유량에서 EPC의 채집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기장 구조가 향상된 덕분이라는 점을 수치 해석적 결과로 알 수 있었다.

EPC에서 바이러스 입자들(박테리오파지 MS2와 T3)의 채집은 기존에 많이 사용되는 상용 임핀저로 잘 알려진 BioSampler와 비교했다. EPC에서는 1.2L/min의 유량으로 0.5ml의 PBS(phosphate buffered saline) 용액에, 바이오샘플러에서는 12.5L/min의 유량으로 20ml의 PBS 용액에 각각 10분간 채집했다.

바이러스 입자들의 물리적 생물학적 채집을 조사하기 위해 채집된 용액을 qPCR과 용균반검사(plaque assay)을 사용해 분석했다. qPCR 결과로 얻은 총 바이러스의 농도는 MS2와 T3 모두 EPC(-10kV)에서 바이오샘플러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플라그 측정법에서 얻은 전염성 바이러스의 농도는 MS2의 경우 EPC에서 바이오샘플러보다 7배 이상 높은 값을 보였고, 부서지기 쉬운 T3의 경우 1,680배나 높게 나타났다.

3. 기대효과

일반적으로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의 농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고유량의 채집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볼 때 1미크론 이하의 작은 바이러스 입자들과 T3 바이러스와 같이 손상되기 쉽거나 민감한 바이러스들은 새로 개발한 바이러스 농축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고유량․고속의 채집 방법들과 달리 이 바이러스 농축기는 낮은 압력강하와 적은 전력소모를 가지므로 휴대용으로 제작하기 용이한 장점도 있다.

이 바이러스 농축기의 채집전극에 바이오센서를 장착해 공기 중 바이러스를 센서의 감지부에서 직접 채집한다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직접 탐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관련 특허는 등록이 완료됐다.

 

[붙임] 용어설명

1.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s)

에어로졸은 고체나 액체 입자들의 기체상 부유물로 정의된다. 바이오에어로졸 입자들은 꽃가루, 곰팡이, 미생물, 바이러스 등과 같은 입자나 생물로부터 발생한 입자들을 모두 포함하고 0.01~100㎛의 크기 범위를 가진다. 바이오에어로졸은 알러지, 급성 독성 효과, 천식, 전염병 등을 통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 임핀저(Impinger)

바이오에어로졸의 채집에 사용되는 장치로, 공기 중 입자의 관성 충돌을 이용한다. 비슷한 원리의 임팩터(impactor)는 고체 배지 표면에 입자를 충돌시키는 반면, 임핀저에서는 액체 표면에서 충돌이 일어나므로 상대적으로 바이오 입자의 생물학적 회복에 유리하다. 대표적인 임핀저로는 SKC사의 바이오샘플러(BioSampler)를 들 수 있다. 사이클론 채집기(cyclone sampler)또한 고유량 채집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3.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박테리아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 종류다. 실험에서는 실제 인간에게 유해한 바이러스로 시험하기 곤란하므로 이 같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다.

4. qPCR(quantitative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은 미량의 DNA를 증폭시키는 기술로 분자생물학, 병의 진단, 신원확인 등에 널리 사용된다. DNA의 추출과 정제, 증폭을 위한 프라이머(primer)를 필요로 한다. qPCR을 사용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초기 DNA의 양을 유추할 수 있다.

5. 용균반검사(Plaque assay)

전염성 바이러스의 농도를 알기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고체 배지에 단층으로 펼쳐진 숙주 셀들을 감염시키면서 용해시킬 때 발생되는 플라그(plaque)를 시각적으로 확인해 PFU(plaque forming unit)을 얻는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 1. 정전식 입자 농축기(EPC)를 이용한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의 채집

그림 2. 정전식 입자 농축기

그림 3. COMSOL로 계산된 EPC에서의 유동장(좌)과 전기장(우)

그림 4. EPC와 기존 전기집진기(DF-ESP)에서 대전된 폴리스티렌 입자들(0.05~2㎛)에 대한 채집 효율(유량: 1.2~12.5L/min, 인가전압: -10kV). 바이오샘플러(12.5L/m)의 채집효율은 Hogan et al. (2005)의 MS2 입자들에 대한 결과다. 채집효율은 장치들의 입구와 출구에서의 입자 농도로 계산됐다.

그림 5. EPC와 바이오샘플러로 채집한 MS2와 T3의 상대적 총/전염성 바이러스 농도. 채집된 바이러스 농도는 초기 분무액 농도에 대한 상대값으로 표시했다. 총 바이러스 농도는 qPCR로부터, 전염성 바이러스 농도는 용균반검사로 얻었다.

그림 6. EPC(-2kV)와 바이오샘플러에서 채집된 T3의 생물학적 회복률과 상대적 총 바이러스 농도(채집 유량: 1.2~12.5L/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