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01. 24.(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핀’ 끼워 넣기로 ‘꿈의 다이오드’ 만든다

금속/반도체 접합면 전류 누설 없애… 반도체 공정 적용 가능
UNIST 박기복 교수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게재

전자기기에 쓰이는 금속/반도체 접합 다이오드의 성능을 높일 기술이 개발됐다. 50년 넘게 못 풀었던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 문제를 해결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박기복 교수팀은 금속과 반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끼워 넣어 ‘이상적인 다이오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나노 레터스 (Nano Letters)’ 1월호에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당장 그래핀을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산업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

반도체 표면에 금속막을 증착해 만드는 금속/반도체 접합 다이오드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되고 대표적인 반도체 소자다. 그런데 두 물질의 접합면에서 서로간의 원자가 뒤섞이는 현상이 나타나 이상적인 다이오드 제작이 어려웠다. 접합면에서 원자들이 확산되면 물질 간 경계가 흐려지고 전류 누설이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기복 교수팀은 이 문제를 금속과 반도체 접합면에 그래핀을 끼워 넣는 것으로 해결했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이 두 물질 사이에 들어가자 원자끼리 섞이는 현상이 거의 사라지고 동작 특성도 이론적 예측과 잘 부합한 것이다.

박기복 교수는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원자 사이 공간에는 양자역학적 전자 밀도가 높아 어떤 원자도 투과할 수 없다”며 “이런 특성을 지닌 그래핀을 금속/반도체 접합면에 끼워 넣으면 기존에 피할 수 없었던 원자 확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또 ‘실리콘 반도체의 경우 금속의 종류에 관계없이 접합면의 전기적 특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적 예측을 확인했다는 물리학적인 의미도 있다고 논문의 제1저자인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 과정의 윤훈한 학생은 밝혔다. 원자는 통과할 수 없고 전기는 잘 통하는 그래핀 확산 방지막의 특징이 반세기 이상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이론의 타당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 부분은 새로 제작한 금속/그래핀/반도체 접합 다이오드의 전자 에너지 장벽을 측정하는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여기에는 UNIST 대학원생 4명(윤훈한, 정성철, 최가현, 김준형)이 학부생 시절 개발한 ‘내부광전자방출 측정 시스템’이 크게 기여했다. 이 시스템은 2012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학부생연구프로그램 과제의 결과로 개발된 것이다.

박 교수는 “학부생 때부터 지금까지 연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팀을 꾸려 수행해 왔다”며 “한 가지 주제를 끈기 있게 탐구하면서 얻어낸 가치 있는 연구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연구지원본부의 정후영 교수, 자연과학부의 김관표 교수, 신소재공학부의 권순용 교수, 울산대학교 물리학과의 김용수 교수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원자력연구기반확충사업,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끝)

  • 논문명: Strong Fermi-Level Pinning at Metal/n-Si(001) Interface Ensured by Forming an Intact Schottky Contact with a Graphene Insertion Layer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박기복 교수 (052)21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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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금속/반도체 접합은 반도체 소자에서 전하가 주입되고 빠져 나오는 관문이다. 이 부분은 소자의 동작 특성과 소비전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정류 작용을 하는 다이오드다. 따라서 제작된 반도체 소자가 설계한 대로 작동시키는 데는 금속/반도체 접합의 전기적 특성을 임의로 조절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 반도체 공정을 사용해 금속/반도체 접합을 형성하면 접합면에서 발생하는 금속과 반도체 원자들의 상호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질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접합의 전기적 특성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금속/반도체 접합면에서 원자 확산을 방지하면서도 접합면의 전하 이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확산 방지막을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물질 간 경계가 분명한 이상적 구조의 금속/반도체 접합을 제작해 접합의 전기적 특성이 이론적 예측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실리콘 반도체 표면에 단일 원자층 그래핀을 얹은 후, 금속 박막을 증착해 ‘금속/그래핀/반도체 접합’을 형성했다. 그 결과 그래핀이 접합면에서 금속과 반도체 원자들의 상호 확산을 막아 접합면을 통한 누설전류를 현저히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연구팀은 또 금속/반도체 접합면의 전자 에너지 장벽을 가장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는 측정법 중 하나인 내부광전자방출 측정을 수행했다. 그 결과 금속/반도체 접합면에 그래핀을 끼워 넣을 시 접합면의 전자 에너지 장벽이 공간적으로 균일하고 이론적으로 예측한 경향을 정확히 따른다는 것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실리콘 반도체의 경우 금속의 종류에 관계없이 접합면의 전기적 특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적 예측이 타당하다는 것도 그래핀 확산 방지막을 사용해 실험적으로 정량적이고 재현성 있게 검증했다. 이는 실리콘이 반도체 소자 제작에 쓰이기 시작한 이래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에서 보여준 그래핀의 우수한 확산 방지 기능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 직접 적용 가능하다. 특히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정도로 작아질 경우 물질 간 경계면에서 원자 확산은 소자의 기능 및 신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핀 확산 방지막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원자 확산은 방지하면서도 전기는 잘 통하는 그래핀의 특성은 금속/반도체 접합뿐 아니라 반도체 고주파 통신 소자, 반도체 전력 소자, 초전도 소자 등 여러 다양한 전자소자들의 물질 간 경계면 특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붙임] 용어설명

1. 그래핀(Graphene)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격자 형태로 결합한 단일 원자층의 물질이다. 그래핀이 여러 겹 쌓이면 연필에 사용되는 흑연이 되는데, 이 흑연층에서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한 층을 얇게 분리하면서 그래핀이 발견됐다. 그래핀은 원자 한 층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전기적‧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전자소자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존 전자소자에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에 비해 전하 이동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반도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그래핀을 이용한 전자소자가 주목받고 있다.

2. 금속/반도체 접합(Schottky Junction)

반도체 기판에 금속을 증착할 때 형성되는 접합을 ‘쇼트키 접합(Schottky Junction)’이라고 한다. 이 경우 접합면에서 전자 이동을 방해하는 에너지 장벽이 생기는데 이를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이라고 한다. 접합면에 전압을 줘서 에너지 장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하면 전류를 흘릴 수 있다. 이때 접합에 가하는 전압의 부호에 따라 어느 한 쪽 방향으로는 전류가 흐르고, 반대 방향으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정류(Rectifying) 특성을 보인다.

3. 확산 방지막(Diffusion Barrier)

금속/반도체 접합처럼 두 물질이 원자 간 접촉을 할 때, 접합면에서는 두 물질의 원자가 확산돼 서로 뒤섞일 수 있다. 이때 두 물질 사이의 원자 확산을 방지하는 얇은 막을 확산 방지막이라고 한다.

4. 내부광전자방출 측정법(Internal Photo Emission)

내부광전자방출 측정법은 서로 다른 물질 간 접합면의 전자 에너지 장벽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금속/반도체 접합의 경우, 금속에 단색광을 쪼였을 때 광자들을 흡수한 금속 내 전자의 에너지가 높아져 계면의 전자 에너지 장벽을 넘고 반도체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따라서 쪼여준 단색광의 에너지에 따른 반도체 쪽의 전류를 측정하게 되면 전자 에너지 장벽의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그래핀 확산 방지막의 효과를 보여주는 모식도. 그래핀 확산 방지막이 없는 경우(좌상)에는 금속/반도체 접합면에서 금속과 반도체 원자들이 상호 확산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접합면에 그래핀을 끼워 넣을 경우(우상)에는 이와 같은 원자 확산 현상이 방지된다. 아래쪽 그래프는 그래핀 확산 방지막을 사용할 경우 금속/반도체 접합면의 전자 에너지 장벽이 공간적으로 균일해지고(좌하) 접합의 누설전류가 현저히 감소하는(우하)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