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02. 02(목) 오전 4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놈 기술로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 밝혔다

8000년 전 인간 게놈 분석,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기원 규명
UNIST 게놈연구소, Science Advances 2월 1일자 논문 발표

이 자료는 국제 엠바고에 따라 22() 오전 4시부터 게재 가능합니다. 국제 엠바고 파기는 연구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악마문 동굴인 두개골 사진_Elizaveta Veselovskaya (1)

약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고대인 게놈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조상과 이동 및 유전자 구성에 대한 정밀한 연구결과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UNIST(총장 정무영) 게놈연구소와 영국, 러시아,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 게놈(유전체)을 해독(Sequencing)하고 슈퍼컴퓨터로 분석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일자(미국 현지시간)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기원과 이동에 대한 단서가 들어있다.

고고학자, 생물학자, 게놈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9000년부터 7000년 전까지 인간이 거주했던 악마문 동굴인 5명의 뼈를 확보하고, 거기서 추출된 DNA를 이용해 게놈 해독을 했다. 그중에서 7700년으로 연대 측정이 된, 품질 좋은 20대와 40대의 여성의 머리뼈에서 나온 게놈 정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shovel-shaped incisor) 유전자를 가진 수렵채취인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유 소화를 못하는 유전변이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 동양인에게 흔히 발견되는 얼굴이 붉혀지는 유전변이를 가지지는 않은 것으로도 판명됐다.

악마문 동굴인과 다른 고대인, 현대 한국인의 게놈을 비교하자 동아시아 현대인은 조상들의 유전적 흔적을 지속적으로 간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수천 년간 많은 인구 이동과 정복, 전쟁 등으로 고대 수렵채취인의 유전적 흔적인 감소한 현대 서유라시아인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연구 실무책임자인 전성원 UNIST 게놈연구소 연구원은 “동아시아에서는 적어도 최근 8000년까지 외부인의 유입 없이 인족끼리 유전적 연속성을 가진다”며 “농업 같은 혁명적인 신기술을 가진 그룹이 기존 그룹을 정복․제거하는 대신 기술을 전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을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악마문 동굴인은 현재 인근에 사는 울지(Ulchi)족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근처 원주민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서는 한국인이 이들과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또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한국인이 주로 가진 것과 같았다.

전성원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똑같다는 것을 뜻한다”며 “두 인류의 오랜 시간 차이를 고려해도 매우 가까운 편으로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 인족(ethnic group)들의 게놈 변이를 비교해 현대 한국인의 민족 기원과 구성을 계산해냈다. 그 결과 악마문 동굴에 살았던 고대인들과 현대 베트남 및 대만에 고립된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할 경우 한국인이 가장 잘 표현됐다.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 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음을 방대한 게놈변이 정보로 정확하게 증명한 것이다.

두 계열이 혼합된 흔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현대 한국인의 실제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 이는 수렵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렵채집 위주로 생활하는 북방 각 부족들의 현재 인구는 수천에서 수십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거시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인들은 수만 년 동안 북극, 서아시아, 남아메리카까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동하다가 농경이 본격화된 약 만 년 전부터 남중국계의 사람들이 더 빨리 지속적으로 팽창했다. 그 결과 근래 남중국계와 그전의 아시아 지역에 퍼져있던 북방계가 융합됐다. 이 현상의 일환으로 한반도에서는 북남방계의 혼합이 일어났지만 현재의 유전적 구성은 대부분 남방계라는 큰 그림이 완성됐다.

박종화 교수는 “이는 유전자의 이동뿐만 아니라 수천 년 간의 실제 역사와도 일치를 한다”며 “한 줄기의 거대한 동아시아인 흐름 속에서 기술의 발달이 작용해 작은 줄기의 인족들의 발생과 혼합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유전자 혼합도 계산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았다. 박 교수는 “중국(한족)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구집단이 이처럼 동질성이 큰 것은 농업기술 등을 통한 문명 발달로 급격하게 팽창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게놈을 분석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박 교수는 “이번 고대게놈 연구는 엄청난 양의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라며 “한국인의 뿌리 형성과 그 결과를 결정적으로 설명하는 생물학적 증거”를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 논문명: Genome-wide data from two early Neolithic East Asian individuals dating to 7,700 years ago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 010-4644-6754

  • 악마문 동굴인과 주변 지역 민족 유전적 유사성 지도
  • 악마문 동굴인 두개골 사진_Elizaveta Veselovskaya (2)
  • 박종화 교수팀_고대게놈1
  • 악마문 동굴 입구 사진2_원작자 Yuriy Chernayavskiy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고대게놈(Ancient genome)은 수천 년 이상 오래 전에 살았던 생물의 게놈을 말한다. 최근 게놈 해독 기술과 정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만 년 전의 뼈 속에서 DNA를 추출하고, 그 속의 유전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고대 게놈분석은 암 게놈이나 질병 게놈 분석에도 활용되는 어려운 기술에 속한다.

고대 게놈 분석으로 인해 인류의 족보가 새로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게놈 기반의 고고학은 인류 역사를 더 정확하게 쓰도록 돕는다. 특히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수십만 년 전 인류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고대게놈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2. 연구내용: 러시아 극동지방의 7700년 전 고대인의 DNA 게놈 분석

UNIST 게놈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동아시아, 러시아 극동지방에 있는 ‘악마문 동굴’에서 7700년 전 거주하던 고대인들의 뼈에서 DNA를 추출했다. 악마문 동굴은 약 9000년에서 7000년 사이에 인간이 거주하여 각종 유물이 나오는 곳이다. 그 속에 최소 5명의 인간 뼈가 발견됐는데, 이 중 품질이 좋은 2명의 게놈을 분석하고 그것을 고대 인류와 현재 인류 수백 명의 유전자 변이와 비교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에서는 적어도 7700년 전부터 현대까지 외부 인종의 유입 없이 유전인자가 강한 연속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외부 인종의 유입으로 고대인의 유전적 흔적이 많이 사라진 서유라시아와 다른 점이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과 한국인, 다른 아시아 인종의 게놈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북방계열과 남방계열의 유전인자가 융합돼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3. 기대효과: 고대게놈 분석이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

현재 시베리아 전 지역의 동북아시아의 많은 소수민족들은 모두 한국과 비슷한 계열의 언어와 풍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 분석은 신석기 시대의 북방계 사람들이 어떠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역사책이기도 하다. 악마문 동굴이 있는 지역이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뿌리로 여겨지는 지역이라 앞으로도 고고학적 연구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대게놈 분석은 극소량의 DNA를 다루기 때문에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첨단 분석 기술이다. 분석 결과는 인류의 역사뿐만 아니라, 각 민족의 역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연구 분야다. 이 기술은 미래 바이오메디컬 사업에도 응용이 될 수 있으며, 정치사회적으로 각국의 역사 정립에도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고대게놈 정보는 아직 제대로 연구된 게 없다. 잘 보존돼 발굴된 뼈가 적고 그것을 오염 없이 정밀하게 가공,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연구자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또 고대게놈 분석 연구를 위해서는 각종 첨단장비와 대량의 바이오 빅데이터(생정보학: bioinformatics) 처리 인프라 및 분석환경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를 밝힌 것은 물론, 향후 한국에서 고대게놈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UNIST 게놈연구소: 20147월 설립된 기관 공식 게놈센터

UNIST 게놈연구소는 2014년 7월 설립된 기관 공식 게놈센터로, 게놈을 해독하고 대량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게놈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인간뿐 아니라 특수한 DNA 시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생명공학연구소다.

게놈연구소의 연구자들은 2009년 사이언스(Science)에 범아시아인의 이동경로를 50,000개의 유전인자로 분석한 바 있다. 또 한국에서는 최초로 수백 년 된 미라의 유전자 분석 연구를 했다. 인간 외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고래, 호랑이, 사자 및 표범등의 표준게놈지도를 해독하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한국 국민의 대표 참조표준게놈지도인 코레프(KOREF)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

UNIST 게놈연구소는 게놈 기술을 통한 미래 맞춤의학 산업을 창출하고, 첨단 게놈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한국인게놈프로젝트” 및 “한국인 표준게놈”, 동물의 “극노화”, 게놈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내 최대의 한국인 만명 인간 게놈사업을 2015년부터 울산시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붙임] 용어설명

1. 게놈(유전체)

생명체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모두 핵을 가지고 있으며, 핵 안의 염색체(chromosome)라는 물질에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가 있다. 이 DNA는 생명체가 다음 세대로 자신의 유전정보를 전달 할 수 있는 유전전달 물질로써, 한 쌍의 염색체를 부모로부터 하나씩 받게 된다. 인간은 22쌍의 상염색체 (autosomal chromosome), 1쌍의 성염색체(sex chromosome)로 이뤄진 총 23쌍을 가진다. 전체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를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2. 서유라시아

유라시아(Eurasia)는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대륙으로 보는 이름이다. 서유라시아 (Western Eurasia)는 유라시아의 서쪽 지역을 일컫는 말로 유럽과 중동 등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3. 미토콘드리아 하플로타입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어머니에게서 자식으로 모계 혈통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그래서 부모의 유전자물질 사이의 혼합 없이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변화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변이들을 연관된 여러 가지 하플로타입(haplotype)으로 분류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4. 악마문 동굴

악마문 동굴(영어: Devil’s Gate cave, 러시아어: Chertovy vorota)은 한국 역사에서 고구려, 동부여, 북옥저가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동굴에서는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됐으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직물이 발견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1973년 동굴이 발굴된 이후 탄소 동위원소 조사를 통해 7700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으로 판명된 여러 명의 뼈가 발견됐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한국인의 유전적 민족성 구성표: 수천 년 전에 북방계 아시아인들과 융합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은 거의 대부분이 남방계 중국인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같은 뿌리에서 나온 남방계와 북방계가 오랜 기간 혼합해 단일 민족을 이룬 경우이다.

그림2. 악마문 동굴 고대인 게놈과 그 주위의 다른 민족들의 게놈 샘플을 지도에 표시한 그림. 악마문 동굴 고대인은 아무르강 유역의 사람들과 많이 닮아 있다.

그림3. 아프리카 원주민과 악마문 동굴 고대인을 양쪽 끝 기준으로 했을 때, 민족 간 상관성. 아무르강 주변의 민족들이 고대인과 가장 유전적으로 가깝다. 한국인도 고대인에 매우 가깝다. 북극지방의 사모예드족이 고대인과 가까운데, 이것은 8000년 전 고대인과 같은 사람들이 북극 근처까지 넓게 진출했음을 뜻한다.

그림4. 현재의 한국인은 악마문 동굴 사람들과 현대의 베트남 혹은 대만 원주민과의 결합일 때 가장 잘 설명이 된다. 맨 위의 붉은 사각형이 그것을 뜻한다.

그림5. 악마문 동굴 지도 상 위치

그림6. 악마문 동굴 입구 사진. 원작자: Yuriy Chernayavskiy

그림7. 악마문 동굴을 반대편 산에서 찍은 사진. 원작자: Yuriy Chernayavskiy

그림8. 악마문 동굴 입구 사진. 원작자: Yuriy Chernayavskiy

그림 9. 2009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밝혀진 아시아인의 주요 이동경로. 한국인은 남방계가 올라온 거대한 흐름에 속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