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07. 12. (수)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붉은박쥐’ 게놈 해독!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 붉은박쥐 게놈 분석해 ‘PLoS ONE’에 발표
맹독 비소(As)에 강한 유전변이 발견… 박쥐과의 장수 유전변이도 확인

겨울잠을 자고 있는 붉은박쥐_문화재청 제공 (1)

황금박쥐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붉은박쥐(Myotis rufoniger, 마이오티스 루포니거)’의 게놈(Genome, 유전체)이 세계 최초로 분석됐다.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박쥐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유전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오래 사는 붉은박쥐의 유전변이는 인간의 장수 등을 연구하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는 박종화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연구진이 붉은박쥐의 게놈을 해독하고, 다른 생물과 비교‧분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류덕영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와도 협업했다.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7월 5일자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로 붉은박쥐는 한국에서 게놈을 해독한 최초의 박쥐가 됐다. 박쥐는 몸 크기 대비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인데 이번에도 긴 수명, 비행능력, 초음파 감각, 낮은 시력에 관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야생 생물인 박쥐의 유전자가 인간의 수명과 질병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박쥐는 국내에 확인된 개체 수가 450~500마리밖에 되지 않는 희귀한 생물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죽은 채 발견된 붉은박쥐를 이용해 DNA 시료를 얻고, 게놈을 해독했다. 연구팀은 붉은박쥐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를 다른 박쥐 7종과 육상 포유동물 6종의 게놈과 비교하면서 관련 유전적 변이를 분석해냈다.

특히 붉은박쥐의 게놈에서는 박쥐 색깔과 맹독으로 알려진 ‘비소(As)’에 강한 특성 등에 관한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박쥐는 일반적으로 검은색으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다. 연구진은 다른 동물의 게놈과와 붉은박쥐의 게놈을 비교하면서 붉은색을 띠게 만드는 유전변이를 발견했다. 또 붉은박쥐에는 비소(As)저항성 유전자 서열에 변이도 찾았다. 이 부분은 붉은박쥐가 중금속으로 오염된 동굴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진화적 단서를 제공한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붉은박쥐의 개체 수가 마지막 빙하기 후반부터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든 생명체의 게놈은 그 생명체의 과거 진화의 역사와 개체 수에 대한 기록이 저장돼 있다. 게놈은 생물종의 역사책인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 1~5만 년 전부터 붉은박쥐가 속한 애기박쥐과 박쥐들의 개체 수가 급감했고, 붉은박쥐가 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박영준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박쥐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등장으로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박쥐들의 감소 추세가 박쥐 전반적인 것인지, 그리고 박쥐의 감소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밝히려면 추가적인 박쥐 게놈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박쥐들은 해충을 잡아먹거나, 벌처럼 꽃가루를 옮기는 등 생태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박종화 교수는 “박쥐는 생물학적으로 고래만큼이나 재미있는 동물이며, 장수하는 동물로서, 인간에게 매우 귀중한 생물자원”이라며 “국가적으로 이런 생물자원의 유전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만들 필요가 있으며, 박쥐 게놈에서 장수 관련 유전정보를 더 깊이 연구해, 궁극적으로 암 치료와 수명연장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

  • 논문명: Myotis rufoniger Genome Sequence and Analyses: M. rufoniger’s Genomic Feature and the Decreasing Effective Population Size of Myotis Bat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 jongbhak@gmail.com

  • 겨울잠을 자고 있는 붉은박쥐_문화재청 제공 (2)
  • 붉은박쥐 게놈을 해독 연구진1
  • 박종화 교수1
  • 박종화 교수 게놈 분석 중
 

[붙임] 붉은박쥐 개요

겨울잠을 자고 있는 붉은박쥐_문화재청 제공 (2)

■ 분류학적 위치: 박쥐목(Chiroptera) 애기박쥐과(Vespertilionidae) 윗수염박쥐속(Myotis)에 속한다. 기존에는 ‘Myotis formosus tsuensis’로 분류됐으나 최근 형태적 및 유전적 분석을 통해 ‘Myotis rufoniger’로 재분류됐다.

■ 주요 분포 지역: 해외에는 일본(쓰시마),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북부와 중부지방에 분포한다. 국내의 확인된 개체 수는 450~500마리로 추산된다.

■ 생태적 특징: 여름철에는 대나무 숲이나 삼림, 고목둥치에서 서식한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동굴 등에서 겨울잠을 잔다.

■ 기타 특징: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돼 있다.

 

[붙임] 주요 연구결과

1. 붉은박쥐의 게놈 해독

붉은박쥐 게놈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기술로 해독됐음. 해독된 염기서열의 양은 예측된 게놈 크기(약 18억 8000만개의 염기쌍)의 약 66배임.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박쥐와 다른 생물들의 게놈 비교 연구에 활용됨.

2. 게놈 비교
  • 박쥐와 붉은박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유전자 변이 확인: 배란지연(FSHB), 긴 수명(GHR, IGF1R), 비행능력 (TP53, MDM2), 초음파를 이용한 감각 (SLC45A2, RGS7B), 낮은 시력 (RHO, OPN1SW, CNGB3)
  • 피부와 털의 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DCT, SLC45A2, TYRP1, OCA2)에서 박쥐들 고유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
  • 비소저항성 유전자(N6AMT1)에서 붉은박쥐 특이적인 유전자 변이를 발견.
  • 게놈 비교를 통한 유전자 변이는 아직 깊게 연구되지 않은 붉은박쥐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추가적인 박쥐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박쥐 유전자 변이의 특징을 연구함으로써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정보는 사람을 포함한 다른 생물의 유전자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게놈 서열 비교 예시 사진> 비소저항성 유전자(N6AMT1)에서 붉은박쥐 특이적 변이가 노란색으로 표시돼 있음. M. davidii, M. brandtii, M. lucifugus는 붉은박쥐와 같은 속(Myotis)에 속하는 박쥐이고 E. fuscus는 같은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박쥐다. P. alecto, P. vampyrus, R. aegyptiacus는 큰박쥐과에 속하는 박쥐다.
3. 개체 수 변동 추정

  • <1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개체수 변이 추정 그래프게놈 분석을 통해 박쥐들의 개체 수는 대기온도가 낮아지고 해수면이 높아지던 빙하기(1~5만 년 전)에 큰 감소를 겪었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개체 수 감소 경향은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박쥐에서 두드러졌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 20147월 설립된 기관 공식 게놈센터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2014년 7월 설립된 기관 공식 게놈연구소에서 출범했으며, 게놈을 해독하고 대량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게놈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인간뿐 아니라 특수한 DNA 시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생명공학연구소다. 최근 울산시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KOrean Genomics Industrialization and Commercialization Center)로 확대 개편됐다.

게놈산업기술센터의 연구자들은 2009년 사이언스(Science)에 범아시아인의 이동경로를 50,000개의 유전인자로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에는 8,000년 전 인간 게놈을 분석하여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기원을 규명한 바 있다. 또 한국에서는 최초로 수백 년 된 미라의 유전자 분석 연구를 했다. 인간 외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고래, 호랑이, 사자 및 표범 등의 표준게놈지도를 해독하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한국 국민의 대표 참조표준게놈지도인 코레프(KOREF)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게놈 기술을 통한 미래 맞춤의학 산업을 창출하고, 첨단 게놈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한국인게놈프로젝트”, 동물의 “극노화”, 게놈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내 최대의 한국인 만명 인간 게놈사업을 2015년부터 울산시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붙임] 용어 설명

1. 게놈(Genome, 유전체)

한 개체의 유전자의 총 염기서열로, 한 생물종의 거의 완전한 유전 정보의 총합

2. 염기서열

DNA의 기본단위 뉴클레오티드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염기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놓은 것

3. 유전자(Gene)

유전자는 유전의 기본단위이다. 유전자에는 생물의 세포를 구성하고 유지하고, 이것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으며 생식을 통해 자손에게 유전된다.

 

[붙임] 게놈 분석 개요

■ 게놈 분석 전체 과정은 ①시료확보, ②서열추출, ③게놈(유전체) 비교분석 등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간단히 아래 그림과 같은 과정으로 나타낼 수 있다.

  • 시료확보: 이 단계에서는 게놈 분석을 위해 시료를 확보한다. 이번 연구에서 이용된 시료는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죽은 채 발견된 붉은박쥐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제공받았다. 시료에서 DNA를 추출하고, 추출된 DNA의 양과 길이, 품질 등을 확인하는 단계를 밟았다.
  • 서열생성: 품질이 확인된 DNA는 해독 과정을 거쳐 서열정보를 얻는다. 해독된 서열은 이미 알려진 다른 박쥐의 게놈 지도에 위치를 맞추는 지도화 단계를 거친다. 그 후 이미 알려진 게놈 지도와 새로 해독된 서열을 비교해 붉은박쥐의 유전체 정보를 얻는다.
  • 비교분석: 이 단계에서는 서열지도화와 서열생성을 통해 얻은 유전체 정보를 다른 동물들의 게놈 정보와 비교해 계통발생, 유전자서열 비교, 그리고 개체 수 변동 추정 등의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