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10. 18.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핵융합 원료 '중수소' 똑똑하게 분리하는 기술 니왔다

UNIST-경남과기대 공동 연구팀, 중수소 잡는 강력한 다공성 물질 개발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 논문 선정… 동위원소 분리하는 신기술로 주목

문회리 교수팀_JACS 표지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하는 강력한 물질이 개발됐다. 구멍이 숭숭 뚫린 ‘다공성 물질’인데, 기존에 따로 쓰이던 두 전략을 한 번에 구현한다. 그 결과 현재까지 보고된 중수소 분리 효율 중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문회리 교수팀은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에 간단한 처리를 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오현철 경남과기대 교수, 마이클 허셔(Michael Hirscher)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강성구 울산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를 분리하는 원리인 운동 양자체(KQS) 효과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를 동시에 구현한 최초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내용은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 속보(9월 23일자)로 공개됐으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 물질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설계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는 전략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김진영 UNIST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쌀과 좁쌀을 체(sieve)로 쳐서 분리하듯 중수소와 수소를 양자체(quantun sieve)에 통과시켜 골라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쌀과 좁쌀은 크기 차이를, 중수소와 수소는 양자(quantum) 차이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수소 분리 기술에는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와 운동 양자체 효과를 각각 쓰는 전략이 시도됐다. 그런데 문회리 교수팀은 두 양자체 효과를 한 시스템에서 구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를 얻기 위해 중수소와 화학적 친화도가 높은 다공성 물질인 ‘MOF-74’를 선택했다. 그 다음 이 물질의 기공 내부에 이미다졸(imidazole) 분자를 도입해 구멍 크기를 조절했다. 수소보다 미세하게나마 작은 중수소만 통과시키도록 설계해 운동 양자체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 ‘MOF-74-IM’에서는 중수소가 조절된 구멍 내부로 빠르게 확산되는 동시에, 내부에 있는 흡착 자리에 화학적으로 강하게 달라붙을 수 있었다. 이때 중수소 분리 인자는 최대 26을 나타냈는데, 수소 1개당 중수소 26개를 골라낸다는 의미다. 참고로 기존 다공성 물질을 이용한 중수소 분리 연구에서 보고된 분리 인자는 동일 온도에서 최대 6이었다.

문회리 교수는 “기존에도 양자체 효과를 이용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두 양자체 효과를 동시에 가진 분리 시스템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며 “지구상에서 귀한 자원인 중수소를 얻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이어 “하나의 시스템에서 두 양자체의 효과를 동시에 구현하는 전략은 그간 분리하기 어려웠던 삼중수소 같은 다양한 동위원소와 가스 혼합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라며 “중수소뿐 아니라 다양한 가스 혼합물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새로운 아이디어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우수과학연구센터(SRC), 핵융합기초연구사업, 신진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끝)

  • 논문명: Exploiting Diffusion Barrier and Chemical Affinity of Metal-Organic Frameworks for Efficient Hydrogen Isotope Separation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문회리 교수 (052)217-2928

  • 왼쪽부터 김진영 연구원과 문회리 교수가 금속-유기 골격체 설계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 이번 연구를 주도한 UNIST 연구진의 모습_왼쪽부터 제1저자 김진영 연구원과 문회리 교수
  • 문회리 교수팀_JACS 표지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중수소는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에 필요한 핵심 청정 에너지원이며, 다양한 산업과 과학 분야에서도 필요한 미래 자원이다. 하지만 중수소를 얻는 일을 쉽지 않다. 중수소가 수소 혼합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016%로 매우 낮고, 수소 혼합물과 중수소의 물리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 분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대 분리 기술 중 중요한 도전과제로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일이 꼽히기도 한다.

현재 중수소를 분리하는 상업적인 기술은 나와 있다. 그러나 이 기술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분리 효율도 낮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체(quantum sieving, QS) 효과를 이용한 다공성 물질이 연구 중이다. 특히 ‘운동 양자체(kinetic quantum sieving, KQS) 효과’나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hemical affinity quantum seiving, CAQS) 효과’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운동 양자체(KQS) 효과는 다공성 물질의 기공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중수소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극저온에서는 중수소가 수소보다 미세하게나마 작은 크기를 가지므로 중수소만 빠져나갈 수 있게 구멍 크기를 조절해 물질 내부로 더 빨리 확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는 다공성 물질에 중수소를 더 잘 흡착하는 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다공성 물질에 중수소가 잘 달라붙는 자리를 만들어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잡아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적은 에너지로 분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면 이전보다 적은 에너지로 좋은 분리 효율(SD2/H2 < 6.3 at 80K (-193 ℃) : 수소 1개가 선택될 때 중수소 최대 6.3개 선택되는 수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중수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중수소를 높은 효율로 선택적으로 분리할 시스템이 절실한 실정이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 시스템에 두 양자체 분리 효과를 동시에 구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77 K(-196 )에서 최고 26의 분리 인자를 갖는 매우 효과적인 중수소 분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서 26은 수소 1개가 선택될 때 중수소는 26개가 선택될 정도로 중수소만 골라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한 흡착자리를 높은 밀도로 가진다고 알려진 금속-유기 골격체(MOF), MOF-74를 선택했다. 이와 동시에 이미다졸 분자(imidazole, IM)를 도입해 기공 크기를 조절하고 운동 양자체(KQS) 효과를 얻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 ‘MOF-74-IM’에서는 중수소가 크기가 조절된 기공 내부로 빠르게 확산되는 동시에 강한 흡착 자리에 달라붙을 수 있다. 두 효과를 동시에 구현해 중수소를 분리해내는 기술 전략으로 분리 효율을 크게 높인 것이다.(그림2)

연구진은 기공 내부의 강한 흡착자리에 배위할 수 있는 이미다졸의 양을 0~70%로 조절해 구멍 크기를 조절했다. 그 결과를 비교하자 이미다졸 10%가 강한 흡착자리에 배위될 때, 운동 양자체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가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두 양자체 효과(KQS, CAQS)를 동시에 구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또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중 가장 높은 효율(SD2/H2 = 26)로 고순도 중수소를 성공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실제 산업에서 응용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그림3)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수소 혼합물에서 분리해내기 어려웠던 중수소를 높은 효율로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에서 두 양자체 효과(KQS, CAQS)를 동시에 구현하는 전략은 다른 분야에도 응용 가능하다. 분리하기 어려운 동위원소나 가스 혼합물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시스템에 동일한 전략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개발은 다공성 물질의 지능형 설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 운동 양자체 효과(Kinetic Quantum Sieving effect)

1995년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빈아커(Beenakker)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자연계에는 원자 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원소가 있다. 이를 동위원소라 부르는데, 중성자 개수가 달라서 무게 차이가 난다. 이들 동위원소가 섞여있는 동위원소 혼합물은 극저온에서 물리적인 차이를 보인다. 중성자 개수가 작아 가벼운 원소일수록 더 큰 드 브로이 파장(de Brogile wavelength)을 가지는 것이다. 빈아커 교수는 이 파장 때문에 가벼운 원소는 무거운 원소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확산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저온에서 무거운 동위원소는 가벼운 동위원소보다 좁은 공간을 더 빠르게 확산함으로써 운동 양자체 효과를 일으킨다.

2.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 효과(Chemical Affinity Quantum Sieving effect)

동위원소 혼합물이 강한 흡착자리에 달라붙을 때 발생하는 효과다. 동위원소 혼합물에는 분자량이 다른 분자가 뒤섞여 있다. 이런 질량차이는 동위원소 사이에 서로 다른 흡착 에너지(엔탈피)를 유도한다. 이 차이 때문에 더 무거운 동위원소를 강한 흡착자리에 먼저 달라붙게 된다.

3.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금속-유기 골격체(MOF)는 유기 리간드와 금속 빌딩 블록으로 구성된 배위결합물이다. 적절한 유기 리간드와 금속 빌딩 블록을 선택하면 원하는 특성과 구조를 갖도록 설계할 수 있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각광받는 다공성 물질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JACS 표지 그림: 이번 논문은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로 선정됐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D₂가 중수소, 빨간색으로 표시된 H₂가 수소다. 두 종류의 수소 동위원소가 섞인 수소 혼합물이 문회리 교수팀의 다공성 물질(MOF-74-IM)를 통과하면서 효과적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림 2. 고효율 중수소 분리 시스템(MOF-74-IM): 높은 화학적 친화도 양자체(CAQS) 효과를 얻기 위해 강한 흡착 자리를 높은 밀도로 가진 MOF-74를 선택했다. 이와 동시에 일부 이미다졸 분자(imidazole, IM)를 MOF-74 기공에 도입해 효과적으로 기공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높은 운동 양자체(KQS) 효과를 얻었다.

그림 3. MOF-74-IM과 기존 중수소 분리 시스템 효과 비교: MOF-74-IM 시스템은 발표된 연구 중 가장 높은 효율(nD2/nH2 = 26)로 고순도 중수소를 성공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실제 산업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