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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속에서 ‘인지질*’이 다니는 새로운 경로가 확인됐다. 세포 소기관이 만나는 부분(막접촉점)에 만들어진 일종의 ‘지방질 터널’이다. 인지질 수송 문제로 생긴 질병 연구와 치료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
*인지질(燐脂質, phospholipid): 당지질, 콜레스테롤, 단백질과 함께 생체막을 이루는 주요 성분이며, 인을 포함하는 지질의 일종이다. 지방산이 있는 부위는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소수성이고, 인산기가 있는 부위는 물 분자와 쉽게 섞이는 친수성이다. 진핵생물의 세포 내 소기관들(핵, 엽록체, 미토콘드리아 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
UNIST(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이창욱 교수팀은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물을 구성하는 진핵세포 내에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사이의 막접촉점에서 일어나는 인지질 수송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단백질 두 개가 결합하면서 만든 특별한 구조를 밝혀내고, 이 사이로 인지질이 쉽게 드나드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진핵세포는 미토콘드리아와 핵, 소포체, 리소좀 같은 소기관으로 구성된다. 이들 소기관은 소낭(vesicle)이라는 작은 주머니를 통해 물질을 주고받는데, 이 과정이 세포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소낭 없이도 소기관 사이에서 직접 물질 교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이창욱 교수팀은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사이의 물질 교환에 주목했다. 두 기관은 소낭 없이 직접 물질을 주고받으며 인지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인지질은 생체막을 만드는 등 생명체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이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정한빈 UNIST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포체에서 합성된 ‘포스파티딜세린(PS)’은 미토콘드리아로 수송된 후 거기에 존재하는 효소에 의해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PE)’으로 합성되고, 이 물질이 다시 소포체로 옮겨져 ‘포스파티딜콜린(PC)’로 만들어진다”며 “이처럼 인지질 합성은 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세포 소기관 사이에서 인지질을 이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에 각각 존재하는 효소를 이용해 인지질을 합성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물질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기관 사이의 물질 수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두 기관 사이를 직접 연결해 막접촉점을 이루는 단백질 복합체에서 해답을 찾았다. 소포체에 존재하는 Mmm1 단백질과 세포질에 존재하는 Mdm12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루면서 두 기관을 연결하는 ‘지방질 터널’ 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이창욱 교수는 “X-ray 구조법으로 Mmm1-Mdm12 단백질 복합체를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 사이에서 PS, PE, PC 같은 인지질이 수송되는 3차원 구조를 찾아냈다”며 “두 단백질이 결합해 만든 경로는 물을 싫어하는 성질인 소수성 환경을 이루며 인지질이 지나다니는 터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분석결과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거쳤다. Mmm1 단백질과 Mdm12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거나, 터널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만들어 본 것이다. 그 결과 진핵세포에서 인지질이 결합되지 못했고, 인지질 수송도 급격히 저하됐다. 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 사이에서 인지질이 수송되는 구조와 원리를 밝힌 이번 연구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세포 내 물질 이동 문제로 생기는 질병 치료에 새로운 이론적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적인 학술지 미국과학학술원회보(PNAS) 10월 25일자에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집단연구)을 통해 이뤄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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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는 진핵세포로 구성된다. 진핵세포에는 핵‧소포체‧골지체‧리소좀 등 다양한 세포 소기관이 있는데, 이들은 각기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진핵세포의 생존을 위해서는 세포 소기관끼리 끊임없이 소통하고 다양한 물질을 교환해야 한다. 이런 물질 교환은 주로 ‘소낭’이라는 작은 막구조체를 매개로 일어난다는 게 기존에 알려진 내용이었다. 그런데 소낭을 서로 교환하지 않는 세포 소기관 사이에도 물질 교환이 필요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새로운 물질 교환 경로의 가능성이 대두됐다. 최근에는 세포 소기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면서 ‘막접촉면’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물질이 이동한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막접촉면을 형성하는 단백질의 구조와 이들의 작동 원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
2. 연구내용본 연구진은 효모 세포에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간의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ERMES(Endoplasmic reticulum-Mitochondria encounter structure)’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ERMES는 4개의 단백질이 결합돼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Mmm1 단백질’과 ‘Mdm12-Mmm1 단백질 복합체’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들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 분석에는 X-ray 결정구조법이 이용됐다. 이런 구조생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Mmm1단백질과 Mdm12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비롯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간의 막접촉점 형성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 Mmm1 단백질과 Mdm12 단백질은 인지질 결합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인지질이 잘 달라붙을 수 있다고 알려진 SMP 도메인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런 SMP 도메인이 인지질과 직접 결합하면서 물질 수송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또 두 단백질이 결합해 내부에 약 210옹스트롬(Å, 100억 분의 1m) 길이를 갖는 연속적인 터널을 형성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터널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 즉 소수성(hydrophobic)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덕분에 소수성 특징을 갖는 인지질이 두 단백질 사이를 원활하게 옮겨 다닐 수 있다. 두 단백질 결합으로 만든 터널이 인지질이 지나다니는 일종의 다리(bridge) 역할을 한다는 게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검증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Mmm1 단백질과 Mdm12 단백질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돌연변이와 터널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만들어 본 것이다. 그 결과 두 단백질 사이에서 인지질이 결합하지 못했고, 인지질 수송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 증명됐다. 또 소포체 단백질인 Mmm1과 세포질 단백질인 Mdm12이 특정한 인지질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것도 증명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가 합성할 수 있는 특정한 인지질만을 특이적으로 선별하고 수송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메커니즘도 밝혀냈다. |
3. 기대효과그동안 세포소기관 막접촉점은 전자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측하는 정도의 해상도로만 연구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X-ray 구조법을 사용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의 입체 구조를 원자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관측했다. 또 관측 결과를 기반으로 막접촉점의 형성 과정과 인지질 수송과 같은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서로 다른 세포소기관 사이에서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을 통해 물질 수송이 일어난다는 새로운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과 이것을 3차원 구조로 보여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소낭에 의한 물질 교환이 아닌 새로운 세포 내부의 물질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소포체 막접촉점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 규명 기술은 향후 다른 막접촉점 생성 원리 규명하는 연구에도 널리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얻게 될 진핵세포의 생성과 조절 원리에 대한 지식은 인류의 오랜 숙원인 생명 기원에 대한 신비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또 세포 내 물질 이동 문제로 생긴 질병 치료법 개발에도 이론적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
[붙임] 용어설명 |
1. PNAS미국과학학술원(NAS)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로 100여 년의 역사와 권위를 가지고 있다. (2017년 기준 Impact Factor: 9.423) 2. 진핵세포(eukaryotic cell)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로서, 세균 같은 원핵세포와 구별된다.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핵’, 단백질과 지질을 합성하는 ‘소포체’, 생체 물질을 분해하는 ‘리소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막구조체’ 즉, 세포 소기관을 포함한다. 3. 세포 소기관(intracellular organelle)진핵세포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막구조체. 각기 고유한 화학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 소포체, 골지체, 핵, 리소좀 등이 대표적인 세포 소기관이다. 진핵세포는 이런 세포 소기관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 유지된다. 이 때문에 진핵세포를 이해하려면 세포 소기관의 기능과 상호작용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4. 세포 소기관 간 막접촉점(Inter-organellar membrane contact site)서로 다른 세포 소기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곳. 주로 특정 단백질들이 단백질복합체를 만들면서 형성된다. 막접촉점의 정확한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막접촉점을 통해 지질, 이온 등 다양한 물질이 상호 교환된다고 알려졌다. 5. ERMES(Endoplasmic reticulum-Mitochondria encounter structure) 복합체소포체 단백질인 Mmm1과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Mdm34와 Mdm10, 세포질에 존재하는 Mdm12가 결합된 단백질 복합체다. 효모 세포에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막접촉면 형성을 직접적으로 매개해 인지질 생합성, 미토콘드리아 역동성, 이온 수송 등 다양한 역할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 인지질(Phospholipid)진핵세포의 세포막을 이루는 기본 성분. 소수성 꼬리(지방산)와 친수성 머리(인산) 를 기본단위로 한다. 물이 풍부한 세포 내에서 친수성인 머리 부분은 안과 밖을 향하고, 소수성인 꼬리는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인지질 이중층을 형성한다. |
[붙임] 그림 설명 |
그림1. 소포체의 인지질막에 존재하는 Mmm1 단백질과 이 단백질에 결합된 인지질을 보여주는 그림. X-ray 결정법으로 얻은 Mmm1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왼쪽)와 이 단백질에 결합돼 있는 인지질의 구조(오른쪽)를 보여준다. 아르기닌과 리신 같은 양전하를 띄는 아미노산들에 의해 Mmm1의 표면이 양전하를 띠고, 음전하를 띠는 인지질과 수소결합을 이루고 있다. Mmm1의 이합체에 총 4개의 인지질이 결합됐다. 그림2. Mdm12-Mmm1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와 두 단백질의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소수성 인지질 통로. Mdm12-Mmm1 단백질 복합체가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Mmm1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노란색>>보라색)를 보여준다.(위) 이 같은 구조적인 변화는 Mdm12-Mmm1 단백질 복합체 내부에 길게 연결된 소수성 인지질 통로가 형성되도록 유도한다.(아래) 그림3.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 간의 막 접촉점을 통한 인지질 수송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모식도. 소포체의 인지질 막에 존재하는 ‘Mmm1 단백질’과 세포질에 존재하는 ‘Mdm12 단백질’,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존재하는 ‘Mdm34 단백질’이 결합하면서 형성되는 소포체-미토콘드리아 막 접촉점 복합체를 보여주고 있다.(위) 이러한 복합체의 형성은 단백질 내부의 소수성 통로 형성을 유도하고, 소포체에서 미토콘드리아로의 순차적인 인지질 수송을 가능하게 만든다.(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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