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11. 16. (목)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보도자료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대외협력실 주관으로 배포됐음을 알려드립니다. 

회전하는 원통으로 자연계처럼 입자 조립

자연계에 가장 흔한 원통형 구조 동적(dynamic) 자기조립으로 만든 첫 사례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가 개발한 동적 자기조립 물질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이 자연계와 비슷한 환경에서 원통형 입자 조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를 손쉽게 조절하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고안했다.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2종류의 입자로 구성된 구조도 만들었다.

원통형 입자 조립*은 한 축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는 원기둥 모양이다. 자연계에서는 솔방울, 식물 줄기, 물고기 비늘 등이 축을 대칭삼아 원통형으로 형성된다. 실험실에서 입자를 조립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부 힘없이도 내부 물질끼리 정렬해 구조화하는 자기조립(self-assembly)과 외부 힘이 가해지는 비평형 상태에서 자기조립을 하는 동적 자기조립(dynamic self-assembly)이 있다.

기존에 다른 실험실에서는 원통형 구조를 만들 때 자기조립 방식을 이용했다. 입자들 고유의 물성에 따라 끌어당기는 힘을 계산해 설계했다. 다양한 방식이 제안됐지만 원통형 구조를 효율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기가 힘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입자 간 인력 조절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통형 입자 조립은 자연계에 흔하다. 박테리오파지 꼬리나 세균의 섬모, 세포의 골격에 이르기까지 실 모양의 세포기관도 원통형으로 형성된다.

동적 자기조립 방식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다. 자기조립은 정적인 평형 상태인데 반해 동적 자기조립은 평형을 벗어난 상태에서 이뤄진다. 자기조립을 촉발하는 요인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동적 자기조립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Nature, 2000)한 연구자로 자기장, 빛 등 다양한 요인으로 자기조립이 발생하는 체계를 연구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들을 원통 형태로 자기 조립했다. 연구진은 가느다란 원통에 1.5mm 크기의 입자**와 이 입자보다 무거운 액체를 넣고 회전시켰다. 회전하는 힘(구심력)이 물체가 떠오르는 힘(부력)보다 커지자 입자들이 축에 모이며 다양한 원통형 구조가 형성됐다. 회전하는 원통 속 가벼운 물질은 안쪽에, 무거운 물질이 바깥쪽에 몰리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입자는 구(球) 모양의 폴리프로필렌(polyproplylene)이다. 폴리프로필렌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주요 재료 중 하나다. 플리프로필렌보다 무거운 액체로는 하이드로겔인 아가로스(Agarose)겔을 사용했다.

입자들의 농도를 달리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5가지 종류의 구조를 얻을 수 있었다. 회전 가속도에 따라 한 구조에서 다른 구조로 변경 가능하고, 원통을 기울이면 나선 방향의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 부력으로 인해 위쪽에 모여 있던 입자들이 아래로만 뻗어 나가면서 나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2종류의 입자로 구성된 원통형 구조를 만들었다. 가벼운 입자가 중심축으로, 무거운 입자가 바깥으로 몰리는 것을 이용해 기존에는 구현할 수 없었던 구조를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이용해 변형가능하고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기존의 방식과 달리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만드는 원통형 구조를 제시해 앞으로 입자 조립 기술을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박테리아, 단세포 생물 등 자연계의 생명체를 모방한 조립 기술의 등장도 기대된다.

제1저자인 이태훈 연구원은 “원통형 구조는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구조다. 이번 연구로 비평형 상태에서 복잡다양하게 조립변화하는 생명활동을 이해하는데 한 발짝 다가섰다”며 “1~10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입자가 응용성이 큰 만큼 매우 미세한 입자의 조립도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11월 8일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19.791)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자료문의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052-217-5522)/ 교신저자

문의 : 최지원 행정원 (052-217-5527)

  • 사진1. 바르토슈 그쥐보브스키 그룹리더(첨단연성물질 연구단, UNIST 제공)
  • 사진2. 이태훈 연구원(제1저자)
  • 사진3. 콘래드 지진스키 연구위원(제2저자)
  • 교수님 프로필
  • 그림1. 구심력을 활용해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만든 원통형 구조
  • 그림2. 1종류 입자로 만든 5가지 원통형 구조
  • 그림3. 여러 종류의 입자로 만든 원통형 구조
 

[붙임] 연구 추가 설명

1. 논문명/저널명

Non-equilibrium self-assembly of mono- and multicomponent tubular structures in rotating fluids / Advanced Materials

2. 저자정보

Taehoon Lee, Konrad Gizynski, and Bartosz Grzybowski*

3. 연구내용 보충설명
  • 가속도를 높이면 원통 중심부로 유체의 흐름이 생기면서, 원통 양 끝을 압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입자 농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가속도가 존재하는 동안 구조가 변한다. 조립된 원통형 구조는 회전이 멈추면 다시 흩어지지만, 회전하는 동안 고체화시킬 수 있다. 고체화된 구조는 회전이 멈춰도 흩어지지 않는다.
  • 2종류 입자로 이뤄진 원통형 구조 조립의 경우, 큰 입자가 작은 입자의 2배가 넘으면 그림과 같은 구조가 나오지 않는다. 큰 입자를 중심으로 구조가 형성되고 작은 입자가 그 사이에 끼어버린다. 기포(버블)도 같은 원리로 중심으로 모을 수 있다. 버블 안의 공기가 유체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기포와 같이 변형 가능한 입자들의 구조 형성에도 연구 가능성을 열었다.
4. 연구 이야기
  • [연구 배경] 그간 실험실에서의 원통형 구조 조립은 단순하지 않았다. (1) '틀'을 만들어 전기적 인력, 모세관 현상/증발 등으로 입자를 채워 넣거나 (2) 실리콘 격자에서 진공 여과로 원통형 구조가 자라도록 하거나 (3)나노입자나 리간드 등 입자의 상호작용이 원통형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이 때 입자간의 인력은 대부분 소수성 상호작용(hydrophobic interaction)이지만 반데르발스 힘도 될 수 있고, 수소결합이나 전기적 인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크게는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으로 나뉜다. 조립 원리도 다양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미 제안된 원통형 구조 조립방식을 새롭게 제안했다. 동적 자기조립 개념에 착안해 다양한 원통 구조를 손쉽게 변화하고 조종하는 길을 열었다.
  • [어려웠던 점] 점성이 있는 유체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공기방울이 생긴다. 마이크로 사이즈의 공기방울이 생기지 않도록 기술적인 조건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또 논문에는 조립 과정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세우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성과 차별점] 연구는 제 2저자인 콘래드 지진스키 연구위원의 성과*에 이어, 회전하는 계에서 입자의 조립을 시도한 결과다. 이 연구는 원통형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과, 2종류 입자로 이뤄진 원통형 구조를 조립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회전하는 원통에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자성 입자들을 넣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다양한 종류의 3차원 구조물을 형성했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들은 오직 동적 자기조립을 통해서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 6월에 같은 저널(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 [향후 연구계획] 원통형 구조를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만큼, 결정 구조 등에 응용성이 높고 주목도가 높은 1-10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입자(콜로이드 입자)까지 조립을 성공시키고자 한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 1] 구심력을 활용해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만든 원통형 구조

실험의 구조 설명(a). 가느다란 원통(길이 75mm, 반지름 10mm) 구조 안에 입자와 그 입자보다 무거운 액체(겔)를 채워 회전시킨다. 입자와 겔의 밀도를 달리해 다양한 구조들을 만들 수 있다(b).

그림 C는 실험 중 얻은 원통형 구조를 보여준다. 그림 C의 세 원통형 구조 중 가장 위 구조는 2종류의 입자로 이뤄져 있다. 크기가 큰 입자(2.381mm 폴리프로필렌입자)가 중심축을 이루고, 크기가 더 작은 입자(1.588mm 폴리아미드입자)가 겉을 감싸고 있다. 가운데 원통형 구조는 중심축이 작은 입자(1.588mm 폴리플로필렌자)이고 겉은 크기가 큰 입자(2.381mm 폴리아미드입자)다. 맨 밑의 구조는 1종류의 입자(1.588mm 폴리프로필렌)로만 이뤄졌다. 겉을 싸고 있는 입자의 크기를 구별할 수 있다.

그림 D의 맨 위와 가운데 원통은 1종류 입자로 이뤄진 구조, 맨 밑 구조는 2종류 입자 구조로 3.175mm폴리프로필렌 입자가 중심을, 1.588mm 폴리아미드 입자가 겉을 이룬다.

[그림 2] 1종류의 입자로 만든 5가지 원통형 구조

위 이미지는 1종류의 입자(1.588mn 플리프로필렌입자)로 만든 원통형 구조의 모습이다. 물과 아가로스겔의 혼합물, 회전속도 2000-3000rpm의 조건이다. 왼쪽이 실험 이미지이고 오른쪽이 입체 모식도다. 입자들은 회전 중 공간을 최소한으로 차지하는 정렬형태를 만든다. 전체 원통 길이에 비해 입자 수가 많아질수록 구조가 달라진다(a→e 순서).

[그림 3] 여러 종류의 입자로 만든 원통형 구조

여러 종류의 원통형 구조에서는 더 밀도가 낮은(가벼운) 입자가 중심축을 구성한다. 원통형 구조는 중심입자와 겉을 감싸는 입자의 크기와 개수 비로 결정된다. a-f 실험 사진 밑에 모식도로 입자 위치를 표현했으며, g-l은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