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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소자에 쓰이는 실리콘 기판을 양자정보 처리에 활용할 길이 열렸다. ‘양자 광소자’ 구현에 핵심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김제형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대의 에도 왁스(Edo Waks) 교수팀과 공동으로 양자정보 처리에 이용할 양자 광소자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소자 내에서 빛을 제어하는 ‘실리콘 광학구조’와 빛을 생성할 ‘양자점(Quantum dot)’을 정밀하게 결합한 것이다. 양자정보는 1과 0로 구분되는 비트(Bit) 대신 중첩 원리를 이용하여 1과 0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양자 비트(Quantum Bit)’를 이용한다. 양자정보 처리에는 원자나 빛, 슈퍼 컨덕팅 소자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하는데 무엇이 양자컴퓨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제형 교수팀은 빛, 즉 광자(光子)를 이용한 양자정보를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빛의 편광이나 시간, 경로 정보 등을 이용하면 전자의 스핀(Spin)처럼 양자 비트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양자 물리의 특징인 중첩성, 양자얽힘, 복사 불가능성을 나타내는 양자광원(Quantum light source)이 개발돼 이를 이용한 양자 시뮬레이터나 양자전송, 양자암호와 같은 응용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 수준이 아닌 실제 양자정보 처리에 사용할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려면 소자 안에서 양자광학 실험이 가능해져야 한다. 이런 실험 결과들은 향후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나 양자통신 등의 기반이 된다. 김제형 교수는 “광자 기반으로 집적 양자 광소자를 만들려면 하나의 칩 안에서 많은 양자광원을 만들고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양자점으로 고효율의 양자광원을 만들고, 실리콘 기판으로 빛을 제어하는 길을 만들어 양자 광소자의 기본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양자점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다. 일반적으로 화합물 형태지만 크기가 작아지면 불연속적인 에너지 구조를 갖게 돼 원자가 내는 빛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그래서 최근 양자점이 고효율 단일 양자광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빛을 제어하기는 힘들었다. 실리콘 기판에서는 빛이 지나다니는 경로(waveguide)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빛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실리콘 전자소자에서 개발된 반도체 제작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집적 광소자 연구의 핵심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 물질 위에서는 자체적으로 양자화 된 직접 빛을 생성할 수 없어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기는 어려웠다. 김제형 교수팀은 양자점과 실리콘 기판의 장점을 모두 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선 인듐 비소/인듐 포스파이드(InAs/InP)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양자점과 빛의 경로를 설계한 실리콘 광학구조를 각각 만들었다. 그런 다음 전자현미경 내에서 양자점을 떼어내 실리콘 광학구조에 정밀하게 결합시켰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두 구조를 결합한 양자 광소자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양쪽의 장점을 모두 살리기 위해 이종 물질 간 결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양자 광소자는 양자점에서 만들어진 빛을 실리콘 광학구조를 따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를 이용해 양자광학 실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핸버리 브라운 트위스(Hanbury Brown-Twiss) 간섭 실험’도 실리콘 기판 위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실리콘 기판 위에 보다 많은 양자점을 결합하면서 집적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이 기술에 다수의 양자광원에 대한 파장 제어 등의 연구가 추가되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양자 광소자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 11월 13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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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광자 기반의 ‘집적 양자 광소자’를 만들려면 하나의 칩에 다수의 양자광원과 제어 가능한 광학 소자를 결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전자소자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는 광소자에도 적합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웨어퍼 칩 내에서 빛의 경로와 위상을 전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기존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구조의 회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 반도체의 경우 간접 띠 간격을 가지고 있어 자체적으로 빛을 생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빛을 넣어주어야 하는 한계를 가진다. 양자 광소자를 개발하려면 ‘양자광원’이 필요한데, 반도체 양자점 등이 양자광원을 생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양자구조체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반도체 양자점을 실리콘 기판 위에 직접 성장시키거나 별도로 결합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리콘 소자에서 흡수되지 않는 장파장(1㎛ 이상) 대역에서 양자광원을 생성하는 양자점 개발 연구가 부족해 실리콘 기반의 양자 광소자 연구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
2. 연구내용이번 연구에서는 실리콘 칩에서 양자광학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통신 대역의 단광자를 생성하는 반도체 양자점을 도파로(waveguide)와 빔 분할기(beam splitter) 등을 실리콘 광학구조와 정밀하게 재결합한 게 핵심이다. 본 연구진은 양자광원 생성을 위해 화합물 반도체 양자점(InAs/InP)을 사용했고, 이를 통해 1.3㎛ 광통신 대역에서 단일 광자원(single photon source)을 개발했다. 시료 내부의 광 추출 효율을 증진시키고 웨이퍼에서 쉽게 떼어내기 위해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을 사용해 500 ㎚ 너비와 10 ㎛ 정도의 길이를 갖는 나노 빔(nano beam) 형태를 제작했다. 제작한 양자점 나노 구조를 실리콘 기반의 광학구조와 재결합하기 위해 전자현미경 내에서 텅스텐 침(tip)과 집속 이온 빔(focused ion beam)을 이용했고, 이를 통해 나노 크기의 양자점 나노 구조와 실리콘 도파로를 정밀하게 결합시켰다. 이 과정은 나노 스케일의 구조와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건축 현장에서 타워크레인(텅스텐 팁)을 이용, 자재(양자점)를 원하는 위치(실리콘 광학구조)에 배치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실험 결과, 양자점 나노 구조와 실리콘 기반 광학구조를 결합한 시료는 양자점에서 생성된 단일 양자광원을 실리콘 도파로를 통해 잘 전달했다. 특히 50:50 빔 분할 구조를 이용해 양자광학의 핵심 실험 중 하나인 ‘핸버리 브라운 트위스(Hanbury Brown-Twiss) 간섭 실험’을 실리콘 광학 소자 내에서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
3. 기대효과이번 연구는 양자광원 생성에 가장 적합한 ‘화합물 양자점’과 칩 위에서 광 제어에 가장 적합한 ‘실리콘 광학구조’를 결합함으로써, 양쪽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선 이번 연구의 접근방식을 이용하면 다수의 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시키는 게 가능하다. 또 공정기술 수준이 매우 높고 전기적으로 특성 제어가 가능한 실리콘 소자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차후 다수의 양자광원과 실리콘 광학구조가 집적된 집적 양자 광소자 개발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에서는 양자광원의 파장이 광통신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 하나의 소자에서 처리한 양자정보를 광섬유 기반 광통신 네트워크에 실을 수 있다. 이는 양자정보를 먼 거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추후 양자정보통신 분야 응용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양자 광소자를 개발하려면 ① 다수의 양자점에서 동일한 파장을 갖는 양자광원을 생성하는 것과 ② 고체 시료 내에서 주위 음향양자(phonon)와 전하로 인해 생성된 양자광원의 짧은 결맞음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아직 해결할 과제로 남아 있다. |
[붙임] 용어설명 |
1. 양자비트(Quantum bit)양자정보의 기본 단위. 1과 0으로 구분돼 정보를 나타내는 비트(bit)와 달리, 양자역학의 특징 중 하나인 ‘중첩 상태’를 이용해 1과 0의 값을 동시에 갖는 게 가능하다. 이 덕분에 고전 컴퓨터 방식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수행했던 연산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 복사불가능, 양자얽힘 등의 특징을 이용하면 양자암호와 양자 전송 등을 구현할 수 있다. 2. 양자점(Quantum dot)반도체의 전자 밴드 구조는 구성 원자나 물질의 결정구조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물질의 크기가 수 나노미터(㎚) 크기로 줄어들면 전자의 양자구속 효과로 인해 제한된 차원(양자우물, 양자선, 양자점)에 따라 밴드 구조의 형태가 변하게 된다. 이중 3차원적으로 전자를 구속하는 양자점은 불연속적인 전자 밴드 구조를 갖고, 이에 따라 원자와 유사한 광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3. 단일 양자광원(Single photon source)원자나 양자점 같은 단일 양자구조에서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를 이용하면 매순간 하나의 광자만 방출하는 단일 양자광원 생성이 가능하다. 고전 광원으로 분류되는 레이저의 경우 평균적인 빛의 세기는 일정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서 광자의 분포가 일정하지 않은데, 이와 달리 단일 양자광원은 단일 광자를 일정 간격으로 분포시키는 게 가능해 광자 기반의 양자정보 구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4. 핸버리 브라운 트위스(Hanbury Brown-Twiss) 간섭 실험50:50 빔 분할기와 두 개의 광 검출기를 이용해 광자 사이의 이차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광자의 통계적인 분포에 따라 서로 다른 상관관계 값을 갖는다. 특히 단일 양자광원은 하나의 광자가 두 개의 검출기에서 동시에 검출되는 게 불가능해, 고전전자기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광자 흩어짐(anti-bunching) 결과를 보여준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양자점 나노 구조와 실리콘 광학구조 결합 모식도: 인듐 포스파이드(InP) 나노 빔에 속박된 인듐비소(InAs) 양자점에 레이저를 쏘아서 발생한 단일 광자를 50:50 실리콘 빔 분할기에 보냄으로써 광자 상관관계 실험을 구현했다. (오른쪽 위) 빛이 인듐 포스파이드(InP) 나노 빔에서 실리콘 도파로(waveguide)로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옆 단면 모습). 나노 빔의 끝부분 너비에 변화를 주어(점선 영역) 광 전달효율을 최대화시켰다. 그림2. 양자점 나노 구조와 실리콘 광학구조 결합 과정: 나노 빔 형태의 양자점 시료를 집속 이온 빔을 이용해 기판으로부터 분리시키고, 분리된 나노 빔을 텅스텐 침을 이용해 실리콘 기판으로 이동시켜 실리콘 광학구조의 원하는 위치에 재배치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당 과정은 전자현미경 내에서 이뤄져 나노미터(㎚) 스케일의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 그림3. 결합된 양자 광소자에서 광 특성 분석 실험: (왼쪽)위, 아래 그림은 양자점에서 방출된 단일 광자 빔이 50:50 빔 분할 광학구조를 지나 서로 다른 경로를 지난 후 각각 격자구조를 통해 자유 공간으로 방출된 후 분광기를 통해 측정한 스펙트럼 결과다. 두 스펙트럼에서 관측되는 동일한 파장의 빛을 통해 양자점 광원이 빔 분할기에서 양쪽 모두로 잘 전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왼쪽 위, 아래 스펙트럼의 양자점 중 가장 밝은 1300㎚ 파장의 양자점 광원(⦁표시)에 대한 광자 상관관계 측정 결과를 보여준다. 단일 양자광원의 특징인 지연시간(delay time)이 0인 위치에서 광자 동시 검출 확률이 크게 낮아진 걸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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