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7. 12. 19. (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속에서 더 강력해지는 접착제 보셨나요?

UNIST 정훈의 교수팀, 하이드로겔 이용한 습식 접착제 개발
ACS Macro Letters의 편집자 선정 논문 및 표지 논문 게재

ACS Macro Letters

축축한 표면에서 더 단단하게 달라붙는 접착제가 개발됐다. 유연하고 형상 복원이 가능한 특징도 가졌다. 물에 닿으면 접착력이 약해지거나 한 번 붙이면 다시 쓸 수 없는 기존 접착제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의 정훈의 교수팀은 새로운 방식의 습식 접착제를 개발해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12월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은 기존 통념을 깨뜨린 연구로 평가받으며 미국화학회 편집자의 선택(ACS Editor’s choice)’에도 뽑혔다. 편집자의 선택은 과학계에서 새롭고 중요한 연구를 해낸 논문을 골라 발표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된다.

습식 접착제는 젖은 상태에서 서로 다른 물질을 붙이는 물질이다.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체물질을 다루는 생명공학이나 의료 분야에서 꼭 필요하다. 기존에는 물속에서 단단하게 달라붙은 홍합 단백질을 모방한 접착제 개발 등이 추진돼왔는데, 이 방식은 화학처리가 필요하고 비싼데다 한 번 붙이면 되돌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정훈의 교수팀은 미세구조를 이용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표면에 볼록하게 솟은 미세구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Interlocking)’ 달라붙도록 만든 것이다. 미세구조를 이루는 고분자인 하이드로겔(Hydrogel)’은 물을 먹으면 팽창하기 때문에 습한 환경에서 접착력이 더 강해진다. 반대로 물기를 제거하면 원래 모양대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제1저자인 박현하 UN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접착제는 넓적한 머리에 얇은 기둥을 가진 미세구조가 표면에 펼쳐진 얇고 유연한 필름”이라며 “두 장을 겹치면 미세구조가 맞물리면서 접착력을 가지는데, 물이 스며들면 하이드로겔이 사방으로 팽창해 더 단단하게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이 접착제는 구조적인 특징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학처리로 표면의 성질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또 물기만 제거하면 모양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정훈의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접착제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특징을 보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물기가 많은 환경에서 써야 하는 생명공학 분야 접착제를 비롯해 습한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강력한 접착제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물질 표면에 물기가 스며들면 물렁물렁해지거나 녹아버려서 접착력을 잃어버리기 쉽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현상에 반대되는 새로운 구조와 재료를 제안해 과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자연모사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해당 논문은 온라인 속보로 공개된 11월 16일 이후 한 달 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논문 5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끝)

  • 논문명: Flexible and Shape-Reconfigurable Hydrogel Interlocking Adhesives for High Adhesion in Wet Environments Based on Anisotropic Swelling of Hydrogel Microstructure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정훈의 교수 (052)217-2339

  • ACS Macro Letters
  • [연구진]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정훈의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 [연구진]물속에서 더 강력해지는 접착제를 개발한 박현하 UN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의 모습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젖은 상태의 표면에 다른 물질을 안정적으로 붙이는 기술은 생명공학과 의료 분야에서 매우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습식 접착제’는 공학(engineering)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물기 많은 습한 환경에서 표면에 무언가를 붙이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물 분자가 표면 사이의 틈에 쉽게 들어가서 수화(水化)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물질 표면이 물렁물렁해지거나(연화·軟化) 물에 녹아버려서(용해·溶解) 접착 재료의 성능이 월등하게 떨어진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는 홍합 단백질을 모방한 ‘3,4-디하이드록시-페닐 알라닌(3,4-dihydroxy-l-phenyl alanine, DOPA)’라는 ‘합성 습식 접착제’ 개발이다. 그러나 DOPA 기반의 접착제는 본래의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접착’인데다 습식 산화로 인한 성능 저하, 고비용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시아노아크릴레이트 같은 다른 종류의 화학 기반 습식 접착제도 접착력이 낮고, 독성이 있는데다 특정 작용기가 필요한 등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반적으로 영구접착제이기 때문에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가역성’이 없고, 재사용할 수 있는 접착제로서는 제한적이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진은 고분자 물질인 ‘하이드로겔(Hydrogel)’의 팽창 작용을 기반으로 젖은 상태나 물속에서도 강하게 달라붙고,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가진 ‘마이크로후크 어레이(Microhook Arrays)’를 제작했다. 제작된 후크 어레이(Hook Arrays)는 유연하고(flexible), 습식에 반응하며, 붙였던 물질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제작된 하이드로겔 마이크로후크 어레이는 건조한 상태에서 접촉시키면 비교적 접착력이 약하다. 그러나 물에 노출되면 하이드로겔이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팽창한다.(이방성 팽창) 이때 제작된 히아드로겔 마이크로후크의 부피가 커지면서 모양이 변하고, 구조적 굽힘 강도와 접촉 표면, 마찰력 등도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강하고 가역적인 습식 접착은 화학적으로 표면의 성질을 바꾸지 않고, 하이드로겔의 미세구조만으로 수중 조건에서 적용 가능하다. 또 마이크로후크 어레이는 수분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습식 접착력이 커진다. 이는 습기나 물에 노출됐을 때 접착력을 현저히 잃어버리는 일반적인 화학 접착제에 견줄만 한 결과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기존 습식 접착제가 가지는 비가역성과 고비용, 성능 저하 같은 한계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이드로겔의 이방성 팽창을 기반으로 습식에 반응하는 가역 고정식 접착제는 다른 습식 바인딩 시스템과 달리, 복잡한 표면 처리 같은 화학적인 부분이 필요하지 않다. 또 저비용으로 강력하고 가역적인 습식 접착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양한 습한 조건에서 안정적이고 강력한 접착력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어 앞으로 습식 접착제 분야에서 견고한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다.

 

[붙임] 용어 설명

1.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저널로, 고분자 과학(polymer science) 분야에서 세계 순위 3위로 꼽히는 권위지다.

2. ACS 편집자의 선택(ACS Editors 'Choice®)

미국화학회는 ACS Editors 'Choice®를 통해 세계 과학계에 새로운 중요 연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심사숙고된 공개 자료는 화학 변화의 힘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연구로 구성된다. 논문 선정은 전 세계의 ACS 저널의 과학 편집자가 권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며, 2014년 이후에 발표된 모든 ACS 간행물은 ACS 편집자 선정 후보에 들어간다.

3. 하이드로겔(Hydrogel)

미세구멍(porous)을 가지는 친수성 고분자로, 물을 함유하면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이드로겔의 종류는 많으며 온도나 산염기도(pH) 등으로 부피팽창비가 다르게 변화한다. 생체에 사용하기 적합해, 일반적으로 세포를 키우는 기판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하이드로겔은 폴리에틸렌글리콜 디메타트릴레이트(Polyethylenglycol dimethacrylate, PEGDMA)다.

4. 이방성 팽창

어떤 물질의 부피가 커질 때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 등이 균형 있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제각기 다른 양만큼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이드로겔에 물이 스며들 경우 온갖 방향으로 무작위로 팽창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물속에서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유연하고 투명한 하이드로겔 마이크로후크 어레이 필름(위)과 하이드로겔 마이크로후크 어레이를 맞물리게 서로 잠근(lnterlocking) 다음, 물에 의해 잠금이 더 강해지는 걸 보여주는 그림

그림2. 하이드로겔 마이크로후크가 물에 의해 팽창되는 것을 보여주는 이해도(좌), 공초점(Confocal) 현미경을 통해 실제 하이드로겔 마이크로 후크가 물에 닿았을 때 이방성 팽창되는 것을 확인함.

그림3. 물에 의해 맞물린 잠금(interlocking)이 촘촘히 이뤄지는 것을 보여줬고, 물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전단 및 수직 강도가 강해지고, 마이크로후크 어레이의 간격이 좁을수록 힘이 강해지는 현상을 보였다. 물이 없으면 다시 팽창 이전 크기로 줄어들어서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림4.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12월호 표지 그림. 하이드로겔 마이크로후크 어레이 필름이 작동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물 밖에서와 달리, 물속에 들어가면 하이드로겔이 물 분자를 흡수해 팽창하면서 더 강력하게 맞물리게 된다.

그림 5.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의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에 게재됐으며 ‘미국화학회 편집자의 선택(ACS Editors’ choice)‘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