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8. 05. 01. (화)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자 구조와 질량을 한 번에!… 더 강해진 레이저 측정

UNIST 토마스 슐츠 교수팀, 세계 유일의 측정 기술 CRASY 성능 개선
고해상도 초고속으로 분자 회전 촬영해 물성 파악… PNAS 논문 발표

정렬된 이황화탄소 분자들을 형상화한 그림_  CRASY는 분자과학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혁명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를 파악하는 강력한 측정기술이 개발됐다. 레이저 측정만으로 분자의 여러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DNA 염기나 천체물리학에서 연구되는 분자 측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토마스 슐츠 교수팀은 레이저로 분자 고유의 회전을 관측해 분자 구조와 질량을 모두 파악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슐츠 교수가 2011년 사이언스(Science)에 처음 보고한 상관 회전 정렬 분광학(Correlated Rotational Alignment Spectroscopy, 이하 CRASY)’를 더욱 향상시킨 후속 기술이다.

CRASY는 레이저를 두 번 쏘아서 분자를 인위적으로 회전시키고, 관측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레이저는 분자를 회전시키고, 두 번째 레이저는 회전하는 분자를 관측한다. 두 번째 레이저로 측정한 정보를 분석하면 분자의 구조뿐 아니라 질량*, 에너지, 진동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레이저는 분자에서 전자를 하나 떼어내 분자를 이온화시킨다. 이온화된 분자는 전기적으로 ‘+’ 성질을 가지게 되는데, 전기장의 영향으로 분자가 움직인다. 이때 질량이 가벼운 분자는 빠르고, 무거운 분자는 느리다. 이런 속도 차이로 시료 안에 있는 분자들을 질량 차이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이온화된 분자가 회전하면서 레이저와의 전기적인 성질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다른 스펙트럼이 나타나므로 별도의 측정 없이 질량을 파악할 수 있다.

CRASY 기술로 얻은 이황화탄소의 상관 회전 정렬 스펙트럼

슐츠 교수는 “기존 분광학에서는 분자의 구조나 질량 같은 정보를 측정하는 개별 기술이 따로 존재해 측정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한 번만 측정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빠르고 손쉬운 기술은 세계에서 CRASY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분자의 회전은 사람 지문처럼 고유한 지표다. 따라서 어떤 분자가 무엇을 중심축으로 삼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는지를 보면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분자가 회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하는 데 있다. 이런 장면들을 여러 장 모은 스펙트럼(spectrum)으로 전체 회전을 파악해야 정확한 구조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종찬 UN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분자의 정확한 구조를 알려면 회전 순간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한 초고해상도 회전 스펙트럼(spectrum)을 얻어야 한다”며 “몇몇 기술을 추가해 CRASY의 성능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분자가 회전하는 찰나의 장면을 세세히 잡으려면, 레이저 간격을 조정해 여러 번 측정해야 한다. 분자를 회전시킨 뒤, 관측용 레이저를 쏘는 시간 간격을 다르게 하면서 각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다. 이 자료를 모으면 1피코초(ps, 1조분의 1초)마다 찍힌 전체 스펙트럼이 된다. 전체 측정시간은 레이저 이동거리를 늘려서 지연시키는데, 일반적으로 거울로 레이저를 반사시켜 멀리 돌아가게 만든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레이저 이동거리를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슐츠 교수팀은 작은 거울과 전기신호를 이용하는 방법을 융합해* 레이저의 이동거리를 90m까지 늘렸다. 그 결과 측정시간은 300나노초(ns, 10억 분의 1초)까지 지연됐고, 그만큼 회전 스펙트럼의 정밀도 높아졌다.

*먼저 작은 거울들을 활용해 레이저를 30cm 영역에서 여러 번 왕복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레이저의 이동거리는 4.8m까지 늘어났고, 분자 회전을 측정하는 시간은 16나노초(ns, 10억 분의 1초)까지 지연됐다. 다음으로 전기신호를 활용해 두 레이저 사이에 추가로 시간 차이를 발생시켰다. 추가로 발생시켰다. 그 결과 레이저의 물리적인 이동 거리는 90m까지 늘어났고, 측정 시간은 300나노초까지 길어졌다.

Analysis_process

두 레이저 사이의 간격이 300나노초까지 늘어나면 전체 실험 시간이 길어진다. 1피코초마다 관측을 300나노초까지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간헐적 샘플링(sparse sampling)’이라는 기술로 해결했다. 매 간격마다 분자 상태를 측정하지 않고, 전체 측정 영역 중 극히 일부만 무작위로 선정해 관측한 것이다. 이 덕분에 전체 측정시간이 기존 대비 수십 배 이상 줄었다.

이종찬 연구원은 “기존 방식으로는 하루 동안 16나노초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었다”며 “간헐적 샘플링은 모든 데이터를 측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300나노초의 스펙트럼을 하루에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슐츠 교수는 “이번 연구로 향상된 CRASY는 기존에 분별이 어려웠던 불균일 시료나 동위원소도 별 처리 없이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자 구조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기초 분자과학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4월 27일자 온라인판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끝)

  • 논문명: Mass-correlated rotational Raman spectra with high resolution, broad bandwidth, and absolute frequency accuracy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토마스 슐츠 교수 (052)217-5425

  • [연구진] 분자 연구를 위한 새로운 레이저 측정기술을 개발한 UNIST 연구진_왼쪽부터 이종찬 연구원과 토마스 슐츠 교수
  • [연구진] 이종찬 연구원과 토마스 슐츠 교수가 장비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
  • [연구진] 토마스 슐츠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교수님 프로필
  • CRASY 기술로 얻은 이황화탄소의 상관 회전 정렬 스펙트럼
  • 펨토초 레이저 증폭기_분자를 회전시키고 측정한다
  • 정렬된 이황화탄소 분자들을 형상화한 그림_  CRASY는 분자과학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혁명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 4차 하모닉 제너레이션_레이저 파장을 바꿔 분자를 이온화시킨다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분광학(分光學, spectroscopy)은 빛의 파장(λ)에 따른 물질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떤 물질에서 방출 또는 흡수되는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그 물질을 식별하거나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다. 기존 분광학 기법에서는 하나의 분광학 기법으로 하나의 물성만 파악할 수 있었다. 분자가 가진 다양한 물성을 관측하려면 개별적인 측정기술을 써서 독립적인 실험을 여러 번 수행해야 했던 것이다. 사용하는 장비가 많은 만큼 물질의 정제와 측정에 따른 번거로움이 따르며, 측정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본 연구진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분광학 기법을 만들었다. 다양한 분광학 기술을 상호 연관시켜 한꺼번에 측정하는 상관 회전 정렬 분광학(Correlated Rotational Alignment Spectroscopy, 이하 CRASY)’이라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는 CRASY 기술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CRASY는 시간 영역의 분광학으로, 시간 단위마다 벌어지는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분해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레이저 펄스(laser purse) 사이의 총 지연 시간(time delay)을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연 시간을 늘리려면 레이저 펄스 사이에 시간 차이를 만들어주는 고정밀 선형 스테이지의 길이를 늘여야 한다. 하지만 실험실이라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는데다, 물리적인 길이를 늘이더라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또 레이저 펄스의 지연 시간을 늘림에 따라, 자연스레 측정시간이 길어진다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마스 슐츠 교수는 두 개의 레이저 증폭기와 지연 발생기를 활용해 전기신호로 추가적인 지연 시간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또한 간헐적 샘플링(sparse sampling)’을 활용해 수십 배 빠르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는 기존의 상관 회전 정렬 분광학의 분해능을 향상시켰다. 길이 30cm의 고정밀 스테이지를 개조해 실제 레이저 펄스가 총 4.8m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80MHz 레이저 발진기에 지연 발생기를 활용해 전기신호로 12.5㎱씩 추가 지연 시간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물리적인 거리로 환산할 경우 약 90m(300)에 달하는 레이저 이동 공간이 만들어졌다. 분해능은 거리에 반비례하는 만큼 기존 실험 대비 수십~수백 배 이상 향상됐다.

길어진 총 시간 지연만큼 늘어날 수 있는 측정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간헐적 샘플링(sparse sampling)이란 기술을 활용했다. 간헐적 샘플링을 통해 선형 스테이지의 단계 규모(step-size)를 일정한 값(1㎰, 1조 분의 1초)이 아닌 무작위한 값(1㎰ 이상의 값)으로 지정했다. 평균적인 단계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원래 측정해야 되는 데이터보다 적은 일부 값만 측정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1%의 데이터만을 측정해 측정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지만, 분해능은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

측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본 연구진은 GPS를 기반으로 한 시계를 실험의 각종 진동수 측정기와 연결했다. 레이저의 상태는 실험실의 온도와 습도 등 매우 다양한 조건에 의해 미세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진동수 측정기를 사용해 진동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한 것이다. 또 기존 스펙트럼과 진동수 변화를 비교해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정확한 회전 스펙트럼을 얻었다. 본 연구진은 이런 측정법으로 대표적인 선형 분자인 이황화탄소를 측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회전 상수를 얻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 결과 CRASY 연구는 분자 구조와 이와 상호 연관된 다양한 분광학적 정보들을 빠르고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광학 기법임을 보였다. CRASY의 뛰어난 구조 분별 능력을 활용해 불균일 시료 연구의 측정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 분광학으로는 분석하기 힘들었던 생체분자들의 토토머, 고에너지 라디칼들의 물성들을 분석해 다양한 분자과학 연구에 기여할 것이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이황화탄소의 상관 회전 정렬 스펙트럼: 질량 스펙트럼과 회전 스펙트럼을 결합해 이황화탄소와 동위원소가 포함된 분자들을 한 번의 측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점을 응용해 분자의 토토머(이성질체)나 동위원소 효과 등을 분석할 것이다.

.그림 2. CRASY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장비: (위) 펨토초 레이저 증폭기. 초단파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이 레이저를 활용해 분자를 회전시키고, 분자의 물성을 관측한다. (아래) 4차 하모닉 제너레이션(Fourth Harmonic Generation). 800나노미터의 레이저 파장을 200나노미터로 바꿔준다. 이렇게 변한 레이저는 분자를 이온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그림3. 초고해상도(High-resolution) CRASY 모식도: 특수 제작한 총 거리 차이를 4.8미터까지 늘린 선형 스테이지로 총 시간 차이를 16나노초까지 늘렸다. 이에 더해 전기적인 신호로 레이저 펄스간의 시간 차이를 주어 총 300나노초(90미터)까지 늘렸다. 측정 시 간헐적 샘플링(Sparse sampling)을 활용했다. 스테이지가 이동하는 거리를 임의로 설정해, 측정하는 데이터 양을 최소화하면서 측정시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또한 진동수 측정기를 통해 실험실의 상태변화로 발생하는 진동수 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실험 시 오차를 최소화했다.

 그림4. CRASY의 데이터 분석과정. 1) 이황화탄소의 질량 스펙트럼, 2) 질량스펙트럼을 통해 측정한 이황화탄소의 신호 변화 스펙트럼. 분자가 회전하는 상태에 따라 이온화되는 정도의 변화량을 측정한다. 3) 푸리에 변환을 통해 얻어낸 회전 스펙트럼. 약 3메가헤르츠의 분해능에 도달했고, 회전 상수의 정확도 또한 1 킬로헤르츠 이하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확한 회전 상수값을 얻었다.

 그림5. 정렬된 이황화탄소(CS) 분자들을 형상화한 그림: CRASY는 분자과학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혁명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 상관 회전 정렬 분광학(CRASY)

선형 편광된 레이저 펄스를 활용하면, 분자를 순간적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분자들은 다시 돌기 시작하는데, 또 다른 초단판 선형 편광 레이저 펄스를 사용해 분자들이 회전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질량 스펙트럼을 통해 관측해 분자의 질량 스펙트럼을 얻음과 동시에, 질량 스펙트럼의 각각의 질량 채널에서 나타나는 신호 세기 변화를 푸리에 변환해 회전 스펙트럼을 얻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단 한 번의 측정으로 질량과 회전 상수에 관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고, 추가적으로 전자 스펙트럼, 펌프 프로브 분광학등 다른 분광학과 융합하여 다양한 정보들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2. 간헐적 샘플링(Sparse sampling)

스팔스(Sparse)를 직역하면 ‘드문’, ‘희박한’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과 달리 극히 일부의 데이터 표본만을 추출하는 방법을 스팔스 샘플링(Sparse sampling)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표본의 수가 적은 만큼 신호 대비 잡음 비율이 약간 상승하지만, 주요 정보는 소실되지 않는다. 그 대신 적은 수의 표본을 사용하는 만큼 측정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3. 분해능(Resolution)

회전 분광학에서 분해능이란, 회전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특정 진동수의 신호들이 얼마만큼 좁은지로 확인한다. 쉬운 예로, 사진의 화질이 좋아지면, 사람 얼굴의 잡티와 같은 것이 잘 보이듯, 분광학의 스펙트럼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세세한 분광학적 정보들을 더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