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8. 05. 29. (화) 오후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보도자료는 IBS 커뮤니케이션팀 주관으로 작성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단백질, 돌연변이가 만든 경첩운동으로 진화했다

IBS·해외 연구진, 단백질 구조, 기능, 진화를 동시에 설명하는 이론 모형 제시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구 초창기에는 단백질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인간을 포함해 우리 주변의 복잡한 생명체는 수십억 년의 진화를 거친 결과물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복잡한 작동이 단백질 진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단백질의 기능 진화가 생명체 출현의 비밀을 풀 열쇠인 셈이다.

단백질의 기능을 중심으로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모형이 등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는 미국과 스위스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단백질의 기능이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모형을 제시했다. 공동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경첩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띠(shear band)를 만들어낸다는 가설을 美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단백질은 수많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뤄져있다. 단백질이 기능할 때 동반되는 경첩운동은 단백질이 크게 뒤틀리거나 굽는 움직임을 말한다. 단백질의 가운데 부분이 유연하면 단백질 전체가 경첩처럼 구부러질 수 있어 이 유연한 띠의 발달 정도를 진화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초기 단백질은 단단한 무극성의 아미노산 결합으로만 이루어져 경첩 운동이 불가능했다. 세대를 거듭하자 단백질에 무극성* 아미노산 일부가 극성** 아미노산으로 변형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비교적 약한 결합을 하는 극성 아미노산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진화를 거치면서 단백질 중심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점차 바뀌었다. 극성 아미노산이 유연한 띠를 이루면서, 경첩운동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단백질이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극성: 분자 모양이 대칭임을 뜻한다. 기름은 대표적인 무극성 물질이며, 무극성 물질끼리는 서로 잘 섞인다.

**극성: 분자 모양이 비대칭임을 뜻한다. 물이 대표적인 극성 물질이고, 무극성 물질과는 섞이지 않는다.

기존 연구자들은 단백질 기능을 분석할 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구조에 주목했다. DNA에 담긴 유전정보가 아미노산 순서를 결정하고, 아미노산 사슬이 뭉쳐 단백질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연구자들과 달리 공동 연구진은 단백질 자체를 진화하는 아미노산 연결체로 보고 시뮬레이션 작업에 돌입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화 과정을 짚어가며 단백질의 기능 발달에 주목한 것이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200여개의 아미노산을 극성과 무극성, 두 종류로 단순화시켰다. 초기에는 무극성 아미노산으로만 이뤄진 기능 없는 단백질에서 시작해 한 세대에 하나씩 돌연변이가 나타나도록 시뮬레이션을 설계했다. 적자생존 법칙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도태시키는 진화 전략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했다.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면 기능이 생겨 돌연변이가 유지되는 원리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구진이 설계한 단백질 모형은 약 1천 세대 후에 기능을 가졌고, 약 1백만 가지의 경우의 수로 진화했다.

단백질 진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등장한 돌연변이가 멀리 떨어진 다른 무극성 아미노산에도 돌연변이를 일으킴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돌연변이가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경첩운동의 핵심이 되는 띠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단백질 모형에서 나타난 현상이 유전자 간 원거리 상관관계와 매우 유사함을 발견했다. 멀리 떨어진 유전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끼치지만 실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진화 모형으로 유전자와 단백질 기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단백질 기능을 반영한 진화 모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는“진화는 단백질이 기능하는 방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찾아낸다. 이번 진화 모형은 단백질기능과 유전, 진화를 한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최초다라며 “미래에는 이 연구를 단순한 모델이 아닌 실제 단백질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 록펠러 대학, 스위스 제네바 대학과 협업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IF 9.661, DOI 10.1073/pnas.1716215115)에 5월 1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자료문의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교신저자) ☏ 052-217-5525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최지원 행정원(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 052-217-5527

  • 그림1. 단백질의 경첩운동과 유연한 띠
  • 그림2. 단백질의 진화와 힘 전달에 따른 경첩운동
  • 그림3. 극성 아미노산의 증가와 단백질 기능 간 상관관계
  • 교수님 프로필
  • 사진1. 츠비 틀루스티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공동교신저자)
  • 사진2. 산디판 두타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제1저자)
  • 사진3. 알버트 립샤버 교수(공동 교신저자)
  • 사진4. 장 피에르 에크만 교수(제2저자)
 

[붙임] 연구추가설명

1. 논문명 / 저널명

Green function of correlated genes in a minimal mechanical model of protein evolution/ PNAS

2. 저자정보

Sandipan Dutta, Jean-Pierre Eckmann, Albert Libchaber*, and Tsvi Tlusty*

3. 연구내용 보충설명
  • 단백질이 발현되는 과정은 DNA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서부터 시작한다. DNA를 해독해 RNA가 만들어지고, RNA가 갖고 있는 정보대로 아미노산이 조립되어 단백질이 생산된다. 유전자에 이미 단백질의 발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단백질의 기능에 이 과정을 적용해본다면 유전정보가 아미노산 구조를 결정하고, 단백질의 움직임이 단백질의 기능을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출현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단백질의 기능은 복잡하지만, 가운데에 유연한 띠가 있고 경첩 운동을 한다는 점이 가장 기본이다. 연구진은 ‘띠의 형성’을 기준 삼아 모형을 만들었다. 띠의 유무에 따라 단백질 기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돌연변이가 무작위가 아닌 띠를 따라 발생한다는 이번 연구로 사실을 발견했다.
4.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생명의 출현과 단백질의 진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단백질 진화는 생명의 출현을 설명할 핵심 연구로 여겨져 왔다. 단백질이 큰 규모 움직임(표현형)을 보이고, 그 유전자 서열은 원거리 상관관계(유전형)를 보인다. 단백질의 표현형과 유전형 행동을 물리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려웠던 점] 단백질의 기능 적합성을 정량적으로 정의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기능을 어떤 변수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계산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단백질 진화 모형은 단백질 자체를 ‘진화하는 아미노산 집합연결체’로 봤다. 그 다음 단백질에서 ‘유연한 띠’가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지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는 ‘단백질의 한 지점에 충격을 가했을 때 충격이 얼마나 덜 분산되느냐‘를 척도로 삼아, 충격이 덜 분산되면 띠가 더 발달돼 있고 더 적합한 단백질이라고 간주했다.

[성과 차별점]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진화를 한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최초다. 특히 유전자를 기능과 물리적으로 연결해,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유전자 암호와 돌연변이 상관관계, 유연한 띠 형성을 연결하는 이론을 세웠다.

[향후 연구계획] 이번 연구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연구단 내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연구팀에서 시도하고 있다. 단백질의 ‘특이성’이 다음 단계의 연구가 될 것 같다. 여러 단백질과 결합하는 단백질이 있고, 한 가지 단백질만 식별해서 결합하는 단백질이 있다. 후자를 ‘특이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것도 다른 분자를 인식하는 기능의 일종이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 1] 단백질의 경첩 운동과 유연한 띠: 단백질의 모식도. 기질을 만나면 단백질은 기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 변경이 동반된 경첩 운동을 한다. 푸른 색 부분은 무극성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단단한 결합을, 붉은 색 부분은 극성 아미노산들이 약한 결합을 한다. 때문에 붉은 색 띠 부분이 유연하게 구부러져 경첩 운동을 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작동하는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있는데,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구조가 이들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모든 단백질 기능이 경첩운동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림 2] 단백질 진화와 힘 전달: 200개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모델. 파란색은 무극성 아미노산, 붉은색은 극성 아미노산, 그리고 회색 연결선은 강한 결합을 나타낸다. 왼쪽처럼 진화는 무작위로 연결된 아미노산 구조로 시작해, 한 세대에 한 개 돌연변이가 출현한다. 푸른색이 붉은 색으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의 돌연변이도 발생한다. 기능성은 힘 전달(꼬집기)에 대한 기계적 응답이다. 가운데 그림처럼 중간과정을 거쳐 오른쪽처럼 수 천 번의 돌연변이가 발생한 후, 단백질이 기능을 갖는다. 초록색 화살표는 경첩 운동을 의미한다.

 

[그림 3] 극성 아미노산의 증가와 기능 적합성: 아래층의 구들로 이뤄진 평면은 무극성 아미노산(파랑)과 극성 아미노산(빨강)으로 이뤄진 단백질 모형이다. 진화의 약 1백만 가지 경우의 수 평균을 나타냈다. 진한 빨간색인 아미노산은 모든 경우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흐릿한 빨간색 아미노산은 일부 경우에만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기능 적합성 변화량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위 평면이다. 극성 아미노산(빨강) 중심으로 적합성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