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8. 07. 11.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풀러렌 안 쓰고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만든다

UNIST 양창덕 교수팀, 광활성층 내 풀러렌 유도체 대체 물질 개발
광활성층 두껍게 만들어도 효율 유지해 상용화에 유리… EES 발표

새로운 광활성층 물질을 개발해 제작한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소자의 모습

가볍고 만들기 쉬운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은 상용화 가능한 수준(10%)을 넘어섰지만 실제 상업화는 더뎠다. 햇빛을 받아 전류를 만드는 부분(광활성층)이 두꺼워지면 효율이 떨어져 공정화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최근 이 두께 문제를 해결할 물질이 개발돼 나와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양창덕 교수팀은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에 풀러렌(fullerene)*대신 단분자 물질(IDIC)*을 써서 12.01% 높은 효율을 구현했다. 특히 새 광활성층은 300나노미터(, 110억 분의 1m)까지 두꺼워져도 효율을 유지했다.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공정 설계에 훨씬 유리해진 부분이다.

*풀러렌(Fullerene):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분자(C60)로 축구공 모양을 하고 있으며 흑연, 다이아몬드처럼 탄소 원자만으로 이루어진 안정된 물질이다. 다이아몬드를 능가하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온과 고압에도 견딜 수 있다. 또 특이한 전기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다른 물질과 어떻게 결합했는가에 따라 도체·반도체·초전도체의 기능을 한다. 스몰리 등은 풀러렌을 발견한 공로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단분자 물질(IDIC): 기존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에서 전자-받개(electron accepter)로 쓰였던 풀러렌을 대체하기 위해 쓰이는 물질이다. 육각 및 오각형으로 이루어진 다환식 방향족 물질의 일종으로 장파장대 가시광선 영역을 흡수하고 조밀한 결정성을 바탕으로 전하이동도가 높으며 용해도가 뛰어나 용매 공정에 유리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IDIC와 짝을 이뤄 사용할 전자-주개(electron donor) 물질로 고분자 물질(PJ2)도 개발해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양창덕 교수는 “지금까지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은 100㎚ 정도로 얇아 대면적 프린팅 공정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며 “새로 개발한 광활성층은 300㎚ 정도로 두꺼워져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어 상용화를 위한 공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Si) 반도체를 이용하는 ‘무기 태양전지’다. 이 태양전지는 효율이 높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만들기 까다롭고 비싸며 유연하지 않다. 이 때문에 미래형 태양전지로는 가볍고 유연하며 제작이 쉬운 ‘유기 태양전지’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주목받는다.

유기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보다 높은 효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안정성과 재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상용화 가능한 수준인 10% 효율은 이미 달성한 상태라, 과학자들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양창덕 교수팀은 광활성층의 두께 문제를 해결해 대면적 프린팅 공정에 한 발 다가갔다.

광활성층은 태양전지에서 빛을 직접 흡수해 전류를 만드는 부분이다. 광활성층이 햇빛을 받으면 전자(electron)들이 들떠서 원자에서 빠져나간다. 이때 전자가 들뜬 동시에 정공(hole)이 생성된다. 전자와 정공이 이동하면서 전류가 만들어지는데, 전자가 이동하는 걸 ‘채널Ⅰ’, 정공이 이동하는 걸 ‘채널Ⅱ’ 라고 부른다.

제1저자인 이상면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풀러렌 기반 태양전지는 광흡수 한계 때문에 전자를 이동시키는 채널Ⅰ만 활용했다”며 “새로 합성한 물질들을 쓴 태양전지는 채널뿐 아니라 정공을 이동시키는 채널까지 활용해 12.01%라는 고효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광활성층 두께를 300㎚까지 늘려 10% 정도로 효율을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이는 광활성층에 쓰인 새로운 물질들이 상호보완적으로 넓은 영역의 빛을 흡수하면서 채널Ⅰ과 채널Ⅱ를 모두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非)풀러렌 계열의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을 위한 소재 합성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제작과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Environmental Science, EES)’ 6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ES는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 의해 발행되는 세계적인 권위지이다. (끝)

  • 논문명: Ultrafast Channel II Process Induced by a 3-D Texture with Enhanced Acceptor Order Ranges for High-Performance Non-Fullerene Polymer Solar Cell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양창덕 교수 (052)217-2920

  • 비풀러렌 태양전지를 개발한 양창덕 교수팀
  • 새로운 광활성층 물질을 개발해 제작한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소자의 모습
  • 새로운 광활성층 물질을 개발해 제작한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소자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풀러렌(fullerene) 계열 유도체(PCBM)’는 높은 전하 이동도를 가져 유기 태양전지(organic solar cells)* 내 광활성층(photoactive layer)**의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 물질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풀러렌 자체를 합성하기 힘든데다 광흡수 영역이 좁아 광전변환효율(power conversion efficiency)***을 향상시키기 어려웠다.

유기 태양전지 내에서 광전류가 생성되는 원리는 채널(Channel)’채널(Channel)’에 기반을 두고 있다. 채널Ⅰ의 경우는 빛을 받아서 여기(勵起, excitation)****된 전자-주개(electron donor) 물질이 전자-받개로 전자(electron)를 전달해 전류를 생성하는 원리다. 이와 반대로 전자-받개에서 생성된 정공(hole)이 전자-주개로 전달해 전류를 생성하는 원리가 채널Ⅱ다.

*유기 태양전지(organic solar cells): 태양전지의 광활성층과 전하수송층(charge transport layer) 등의 각 태양전지 층에 유기물질을 사용해 기판/전극/전하수송층/광활성층/전극을 기본 구조로 제작한 태양전지. 태양전지는 크게 ‘유기’ 태양전지와 ‘무기’ 태양전지로 나눌 수 있다. 무기 태양전지는 우리가 흔히 보는 실리콘 같은 반도체 재료로 만들며, 유기 태양전지는 유기물을 재료로 만든다.

**광활성층(photoactive layer): 태양전지에서 빛을 직접 흡수해 전하를 생성하는 층.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은 일반적으로 ‘전자-주개(electron donor) 물질’과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 물질’의 접합(junction)으로 이뤄진다.

***광전변환효율(power conversion efficiency): 태양전지 효율 기준 지표. 태양전지가 받은 빛의 양을 100%로 뒀을 때 얼마나 많은 빛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됐는지 나타낸다.

****여기(勵起, excitation): 원자나 분자가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에너지가 더 높은 상태로 전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들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풀러렌 계열의 유기 태양전지에서는 전자-받개로 쓰였던 풀러렌 유도체의 광흡수도가 굉장히 낮다. 이 때문에 채널원리로는 전류를 발생하지 못해 효율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비풀러렌 계열의 물질의 구조를 변화시키면 광흡수를 잘 이뤄지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채널Ⅰ과 채널Ⅱ를 모두 사용해 전류를 생성하므로 풀러렌 계열의 유도체를 사용할 때보다 뛰어난 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단가가 싸고 합성이 용이하며 구조적 개질이 쉬운 비풀러렌(non-fullerene) 단분자전자-받개 물질이 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풀러렌 유도체를 대신할 차세대 전자-받개로서 물질 구조 설계와 소자 물리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유기 태양전지 효율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자-주개로 사용하는 유기 공액 고분자전자-받개로 사용할 단분자 물질사이의 포괄적인 이해를 위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진은 전자-주개로 사용할 새로운 유기 공액 고분자와 전자-받개로 쓰일 단분자 물질을 개발해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제작에 성공했다. 전자-주개 물질로는 실리콘(Si) 작용기를 가지는 유기 공액 고분자를 세 종류 합성했다. 또 이 물질과 짝을 이뤄서 사용할 전자-받개 물질로 비대칭 단분자 물질도 합성해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고 물성을 분석했다. 또 ‘TA 분광법(Transient Absorption Spectroscopy)*’으로 관찰해 채널의 광전류 생성에 기여하는 현상도 분석했다.

태양광 중에서 가시광 영역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전자-주개와 전자-받개 물질이 모두 넓은 흡수층을 가지는 게 유리하다. 또한 이들이 서로 상반된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게 유기 태양전지에서 고효율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번에 개발한 전자-주개 물질과 전자-받개 물질은 상호보완적이며 넓은 영역의 빛을 흡수할 뿐 아니라 흡광계수(absorption coefficient)**도 높다.

*TA 분광법(Transient Absorption Spectroscopy): 여기된 전자들의 전기적/구조적 물성을 분석하는 장비. 빠른 시간 내에 정량적으로 전하 분리가 이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어 소재의 다양한 분광학적 특성을 확인한다.

**흡광계수(absorption coefficient): 물질이 빛을 흡수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로 흡광계수의 값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흡수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주개와 전자-받개를 혼합해서 사용한 아홉 종류(3×3)의 유기 태양전지 박막을 제작해 분자간의 결정성과 나노구조 분석을 진행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진행된 GIWAXS(Grazing Incidence Wide-Angle X-aray Scattering) 실험*을 통해 개발한 물질들의 박막이 3D 구조를 가진다는 걸 파악했다. 이는 광활성층에서 수직이나 수평으로 전하를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이에 따라 전하 이동도가 높아지고 충전율(fill factor)**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또 전자-주개와 전자-받개 사이에 각 결정성들이 잘 혼재된 상태도 확인됐다. 이것이 원자힘 및 주사투과전자현미경(atomic force and scanning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s)으로 관측해 균일한 박막 표면과 전하 전달에 유리한 나노 구조라는 점을 확인했다.

*GIWAXS(grazing incidence wide-angle X-ray scattering) 실험: 결정면의 면간거리와 배향을 분석하는 도구로 입사각에 따라 침투 깊이를 조절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표면 분석이 가능하다. 이 실험으로 소자 성능 개선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충전율(fill factor): 태양전지 효율 측정에어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최대 전력을 개방 전압과 단락 회로 전류에서 출력하는 이론상 전력과 비교해 계산한다. 제작되는 전지소자의 저항값에 많은 영향을 받는 척도다.

개발한 물질들로 제작한 유기 태양전지는 75.3%의 높은 충전율과 17.0/의 광전류를 구현했으며, 최종 광전효율은 12.01%를 달성했다. 또 광활성층을 300㎚ 정도로 두껍게 제작해도 10% 가까이 광전효율을 유지했다. 광전성능 분석을 통해 광전류가 전자-주개 고분자의 광흡수보다 전자-받개 단분자 물질의 광흡수에 선형 비례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전자-받개에서 생성된 정공이 전자-주개로 전달되는 채널Ⅱ가 전체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는 걸 암시한다.

3. 기대효과

이번에 개발한 ‘실리콘 작용기 기반의 유기 공액 고분자(전자-주개)와 단분자 물질(전자-받개)’를 이용해 유기 태양전지의 광전효율을 12.01%로 구현했다. 특히 광활성층의 두께를 300정도로 두껍게 만들어도 10% 정도의 광전효율을 유지해 유기 태양전지의 상업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활성층의 두께가 일정 수준 이상 두꺼워지면 상용화 공정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실험을 통해 유기 태양전지 박막의 결정성과 나노구조를 확인했고, TA 분석 실험을 통해 비풀러렌 계열의 유기 태양전지 효율 향상에 채널의 기여에 대해 명확히 밝혔다. 이 내용은 향후 비풀러렌 계열의 유기 태양전지 활성층을 위한 소재 합성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제작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풀러렌 유기 태양전지 소자로 12.01% 광전효율 구현: 신규 고분자 물질(전자-주개)와 단분자 물질(전자-받개)는 햇빛을 받아 전류를 발생시키는 두 개의 원리(채널Ⅰ, 채널Ⅱ)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PJ2(전자-주개)와 IDIC(전자-받개)로 만든 광활성층(Photoactive Layer)를 적용한 유기 태양전지 소자는 12.01%의 효율을 보였다.

참고로 유기 태양전지는 가운데 그림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다. 아래쪽부터 기판(substrate), 전극(ITO), 전하수송층(PEDOT), 광활성층(Photoactive Layer), 전하수송층(PDINO), 전극(AI)을 쌓아서 만든다. 이번 연구에서는 광활성층에서 전자-주개용 고분자 및 전자-받개로 쓰이던 풀러렌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