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8. 10. 31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험일까? 물건일까? 소비 행복은 계층 따라 다르다

UNIST 경영학부 이채호 교수, 사회계층에 따른 소비 행복감 차이 발표
“경험보다 물건 살 때 더 행복할 수 있어” … ‘심리과학’ 저널 게재

행복을 위해서는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물건보다 경험을 사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연구가 나와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경영학부의 이채호 교수팀에 의하면, 소비행복의 정답은 개인의 부()에 따라 달라진다. 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공연 관람이나 여행처럼 경험과 추억을 사는 ‘경험 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낀다. 하지만 형편이 상대적으로 덜 넉넉한 사람들의 경우 경험보다는 전자기기나 옷 등 물건을 사는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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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Impact Factor: 7.37)’ 7월호에 게재됐다. ‘심리과학’은 미국심리학회(APS)에서 발행하는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다. 논문은 이후 3개월 만에 알트메트릭(Altmetric) 기준 사회적으로 가장 논의가 많이 된 논문 상위 1%에 올랐다.

이채호 교수는 “지난 15년간 많은 경영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사람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소비해야 행복해진다고 조언해왔지만 이는 사회계층 간 소득 격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위계층, 즉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자아의 발견과 향상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반면 하위계층, 즉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아 물질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실용적이고 오래 지속되어 경제적인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이는 지난 15년간의 소비행복 선행연구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1,000 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및 실험조사로 얻은 결론이다. 연구진이 총 23개의 선행연구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 학생이 국공립대 학생보다 경험소비로 더 큰 행복감을 얻는다는 게 드러났다. 미국의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학비가 비싸고 상위 계층 출신 비율이 높으므로 ‘상위계층일수록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연구진의 가설이 지지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응답자 개인의 사회계층을 주관적 인식, 객관적 지표, 그리고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 등으로 다양하게 살펴 사회계층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스스로를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경험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고 스스로를 하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소유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다. 이 결과는 응답자의 사회계층을 소득과 교육수준 등 객관적 지표로 나눠 진행한 후속 실험에서도 비슷했다.

특히 소득 변화를 상상하게 한 마지막 실험에서도 결과가 유사했다. 월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상상한 응답자들은 ‘경험소비의 행복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고, 반대로 월 소득 감소를 상상한 응답자들은 두 소비 간 행복감이 비슷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채호 교수는 “경험이 자아 발견과 향상 등 중요한 행복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유역시 실용적, 지속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한다”며 “남들의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 게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소비자의 행복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더 나아가 국가의 복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계층의 소비 행복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영학을 심리학에 접목한 심층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

*논문명: Experiential or Material Purchases? Social Class Determines Purchase Happiness

자료문의

홍보팀: 장준용 팀장, 김석민 담당 (052)217-1231

경영학부: 이채호 교수 (052)217-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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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행복 증진을 위한 소비는 크게 소유와 경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소유소비란 옷, 전자 기기 등 물건을 사는 것을 뜻한다. 경험소비란 여행, 영화 등 물건 대신에 경험과 추억을 사는 것을 말한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2003년 연구를 필두로 지난 15년 간 소비행복 극대화를 위한 다수 연구자들의 조언은 ‘소유 아닌 경험을 소비하라’였다. 과연 이 조언은 모두에게 옳을까?

본 연구진은 기존 소비행복 연구의 응답자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대학생들로 한정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연구진은 '사회계층에 따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소비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주목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구진은 사회계층이 인간의 삶, 특히 소비심리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설문 응답자를 다변화함으로써 계층 전체를 아우르는 소비 행복 극대화의 가설을 세웠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 따르면 상위 계층의 사람들, 즉 소득과 교육수준 등 자원이 풍족한 사람들은 자아의 발견과 향상에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의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반면 하위 계층의 사람들, 즉 먹고 살기는 하지만 물질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은 실용적이고 오래 지속되어 경제적인 소유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연구팀은 소비행복에 대한 사회계층 효과를 4가지의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살펴봤다.

<메타 분석: 사립대학 학생과 공립대학 학생의 소비행복 비교 >

연구팀은 미국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행복 연구의 선행데이터를 전부 수집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진행된 총 23개(총 응답자 2,700여 명)의 선행연구의 결과들을 메타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경험소비의 행복우위는 학비가 비싸고 상위계층 출신 비율이 높은 사립대 학생들에게서 훨씬 크게 나타났다. 반면 학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다양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골고루 분포된 공립대학의 대학생에게서는 경험소비의 행복우위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서 성인 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사회계층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본 연구들을 세 가지 더 진행했다. 특히 사회계층을 응답자의 주관적 인식, 객관적 지표, 그리고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의 세 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연구 1: 주관적 사회계층과 소비행복>

연구팀은 응답자가 최근 구매한 경험과 소유를 한 가지씩 떠올리게 한 후, 둘 중 무엇이 그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줬는지 비교하게 했다. 이어서 응답자는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사회계층을 10점 척도에 표시하게 했다. 분석 결과, 응답자의 주관적 사회계층이 높을수록 경험에서 얻는 행복이 소유에서 얻는 행복보다 컸다. 반면, 주관적 사회계층이 낮을수록 소유에서 얻는 행복이 컸다. 스스로를 중위계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서는 경험과 소유의 행복감의 크기가 비슷했다 (그림 1).

<연구 2: 객관적 사회계층과 소비행복>

후속실험에서는 사회계층을 소득과 교육수준의 객관적 지표로 도출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응답자들은 최근 구매한 경험 혹은 소유를 한 가지 떠올리고 그 구매가 얼마나 자신을 행복하게 했는지 응답했다. 상위계층 집단(연소득 8만 달러 이상, 4년제 대학 졸업자)에서는 경험에서 얻는 행복이 소유에서 얻는 행복보다 크다고 나타났다. 반면 하위계층 집단(연소득 3만 달러 이하, 4년제 대학 졸업 미만)에서는 경험소비의 행복우위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은 소유소비에서도 경험소비와 비슷한 크기의 행복을 느꼈다 (그림 2).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결과는 소비 가격과 소비 시점에 상관없이 동일했다.

<연구 3: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과 소비행복>

놀랍게도,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소득 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앞선 연구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월 소득이 50% 증가했다고 상상한 응답자들은 경험소비 행복이 소유소비의 행복보다 크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월 소득이 50% 감소했다고 상상한 응답자들은 소유소비로부터 경험소비만큼의 행복을 얻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응답자가 최근 구매한 소비 항목에서도, 그리고 미래에 비슷한 구매를 했다고 상상하게 한 경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림 3).

3. 기대효과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길버트 교수의 2011년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의외로 무지하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자원은 풍족해졌지만 사람들은 늘어난 자원만큼 더 행복하지는 않다. 하위계층의 사람들은 절대빈곤의 상태에선 벗어났지만 상대적 빈곤감으로 불행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계층의 심리에 맞춘 적절한 소비 조언을 제공한 본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험이 자아의 발견과 향상을 돕는 등 중요한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유 또한 역시 실용적, 지속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의 행복 요소들을 제공한다. 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남들의 행복의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부의 양 혹은 소비동기 등 개인의 상황 및 심리를 고려한 맞춤형 소비로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주관적 사회계층과 소비행복> 주관적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경험 소비의 행복 우위가,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소유 소비의 행복 우위가 나타났다. 가로축은 10단계의 주관적 사회계층을 나타낸다. 세로축의 상단부(양수)는 경험 소비의 행복 우위, 하단부(음수)는 소유 소비의 행복 우위를 나타낸다. (연구 1).

그림2.

<객관적 사회계층과 소비행복> 상위계층 집단(연소득 8만 달러 이상, 4년제 대학 졸업자)에서는 경험 소비의 행복 우위가 나타났다. 하위계층 집단(연소득 3만 달러, 4년제 대학 졸업 미만)에 속한 사람들은 소유 소비에서도 경험 소비와 비슷하게 높은 행복을 느꼈다. (연구 2).

 

그림3.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과 소비행복> 소득 증가(+50%)를 상상한 집단에서는 경험 소비의 행복 우위가 나타났다. 소득 감소(-50%)를 상상한 집단에서는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의 행복이 비슷한 크기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의 구매를 떠올리게 한 경우, 그리고 미래의 구매를 상상하게 한 경우에서도 동일했다 (연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