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8년 12월 4일(수) 조간
온라인은 12월 3일(월)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 흐르는 산화 그래핀 용액, ‘꿀 같은 고분자’로 완성!

UNIST 김소연 교수팀, 고분자와 산화 그래핀 간의 상호작용 규명
고분자 첨가로 용액 공정의 농도 한계 벗어나… ‘ACS Nano’ 발표

그래핀* 기반의 소재로 활용 가능한 ‘산화 그래핀 용액’을 쉽게 다루는 기술이 나왔다. ‘고농도의 산화 그래핀 용액은 흐르지 못한다’는 문제를 푼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Graphene):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육각형 벌집 구조의 나노 소재. 두께가 0.2㎚로 얇아서 투명성이 높고,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빨리 전달할 수 있다. 열전도성이 최고라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고, 기계적 강도도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지만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전도성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우수한 특성 때문에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진] 산화 그래핀 용액의 유동성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낸 UNIST 연구팀_가장 왼쪽이 제1저자 심율희 연구원이고 의자에 앉은 사람이 김소연 교수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소연 교수팀은 꿀처럼 끈적끈적한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잘 흐를 수 있도록만들었다. 고분자를 얼마만큼 첨가해야 용액 공정에 유리한지도 밝혀내 소재의 활용범위를 크게 넓혔다.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이 산화된 물질로, 그래핀만큼 좋은 물성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재료다. 그래핀을 합성하는 기술은 까다롭지만, 산화 그래핀은 액정상을 형성하고 물에 분산된 용액 상태로 공정을 진행할 수 있어 훨씬 손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최근 소재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물속에 분산된 산화 그래핀의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 점도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유동성을 잃고 진흙 같이 변한다. 이는 공정 효율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꼽혔는데, 김소연 교수팀은 이번 연구로 그 원리를 규명하고 제어가 가능하다는 걸 밝혀냈다.

김소연 교수는 “산화 그래핀 용액 공정의 효율을 높이려면, 고농도 산화 그래핀 용액에서도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고분자를 첨가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용액 속에 산화 그래핀이 고르게 분산돼 잘 흐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농도의 산화 그래핀 용액이 유동성을 잃는 이유는 입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강한 정전기적 반발력(electrostatic repulsion) 때문이다. 산화 그래핀 표면은 음전하가 강해 입자들끼리 서로 밀어내는데, 이로 인해 한 입자가 존재하는 큰 공간(유효부피)이 필요해진다. 입자들이 많아질수록 용액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은 줄어들고,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산화 그래핀 입자들이 꼼짝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제1저자인 심율희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 연구의 묘미는 용액의 점도를 낮추기 위해 꿀처럼 점도가 큰 고분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라며 “산화 그래핀 입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분자를 첨가하면 고분자가 만드는 고갈인력 때문에 정전기적 반발력을 낮추고 유효부피를 줄이게 된다”며 이라고 설명했다.

고갈인력은 고분자가 자신들의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산화 그래핀 입자들을 끌어당기게 만드는 힘이다. 이 덕분에 산화 그래핀끼리 밀어내는 힘이 줄고 유효부피도 작아진다. 또 고분자는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됨으로써 입자끼리 직접 맞닿는 걸 막아 입자가 응집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산화 그래핀 용액이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그래핀 섬유를 제작해 확인했다. 기존에는 건조 과정에서 용매가 증발하며 공극(void)가 나타나 그래핀 섬유의 전기전도도와 기계적 강도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고분자 첨가로 만든 산화 그래핀 용액을 쓰자 공극이 크게 줄어들면서 산화 그래핀이 섬유 내에서 더욱 촘촘하게 배열됐다.

김소연 교수는 “물속에서 산화 그래핀이 분산되는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분산 특성을 제어할 가능성을 제기한 데 연구 의의가 있다”며 산화 그래핀 용액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화 그래핀의 본질적인 미시적 거동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UNIST의 신태주 교수, KAIST의 김상욱 교수와 이경은 박사도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UNIST-PAL 빔라인과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창의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내용은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에서 발행되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1127일자(11)로 게재됐다. (끝)

  • 논문명: Tailored Colloidal Stability and Rheological Properties of Graphene Oxide Liquid Crystals with Polymer-Induced Depletion Attractions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과학 학술지로, 나노과학과 기술(Nanoscience & Nanotechnology) 분야에서 세계 순위 4위로 꼽히는 권위지이다. (2017년 기준 Impact Factor: 13.709)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 (052)217-2558

  • [연구진] 산화 그래핀 용액의 유동성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낸 UNIST 연구팀_가장 왼쪽이 제1저자 심율희 연구원이고 의자에 앉은 사람이 김소연 교수다
  • [연구진] 김소연 교수(왼쪽)와 심율희 연구원(오른쪽)이 산화 그래핀 용액의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연구진] 김소연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산화 그래핀은 그래핀의 전구체*로서 기계적 강도와 전기 전도도, 열 전도도가 뛰어난 섬유나 박막 제조에 응용되는 물질이다. 특히 물에 쉽게 분산되고, 네마틱 액정상**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어 용액 공정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산화 그래핀 자체도 재료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화 그래핀 용액은 일정 농도 이상에서 고체 성질에 가까워져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굳어버린다(유리 상태***). 이는 용액 공정에 쓰일 수 있는 농도를 제한해 실제 활용을 어렵게 한다.

*전구체(precursor, 前驅體): 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로 예를 들어 카로틴(carotene)은 비타민 A의 전구체다. 바륨의 전구체 물질로는 초산염, 질산염, 염화물 및 수산화물을 사용할 수 있고, 알루미늄 전구체 물질로는 질산염 및 염화물을 사용할 수 있다.

**네마틱 액정(nematic liquid crystal): 액정의 한 형식으로, 전계를 가하면 투명한 상태에서 불투명한 상태로 변화하므로 표시 장치에 사용된다.

***유리 상태(glass state): 콜로이드 입자 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입자의 움직임이 억제된 상태(arrested state)로 유동성 없이 고체와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 또 하나의 억제된 상태인 젤(gel)과는 다르게 입자들끼리 영구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용매로 희석시켜서 다시 묽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산화 그래핀이 물에 안정적으로 분산되는 동시에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산화 그래핀 용액의 유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명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진은 산화 그래핀을 콜로이드* 개념에서 접근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유리 상태로 향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또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용액이 유동성을 잃는 상태를 막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콜로이드(colloid): 보통의 분자나 이온보다 크고 지름이 1㎚~1000㎚ 정도의 미립자가 기체 또는 액체 중에 분산된 상태를 ‘콜로이드 상태’, 콜로이드 상태로 되어 있는 전체를 콜로이드라 한다.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대부분이 콜로이드다.

2. 연구내용

물에 분산된 산화 그래핀은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작용기* 때문에 강한 음전하(negative charge)를 띠며, 정전 반발력(electrostatic repulsion)이 크다. 이 때문에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는 서로를 강하게 밀어내며, 주변의 입자가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큰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를 ‘유효부피’라고 한다. 용액 내에서 산화 그래핀의 농도가 계속 높아지면 큰 유효부피를 가진 입자들이 빽빽하게 존재한다. 이때 각 입자들은 꼼짝하기 어려워지며 유동성을 잃고 유리 상태로 향하게 된다.

*작용기: 같은 화학적 특성을 지니는 한 무리의 유기 화합물에서, 그 특성의 원인이 되는 공통된 원자단. 또는 그런 결합 양식. ‘-OH’, ‘-CHO’, ‘-NO₂’ 따위가 있다.

본 연구진은 유효부피를 줄이면 산화 그래핀의 유동성을 회복할 거라고 보고, 산화 그래핀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분자를 첨가했다. 이 때 첨가된 고분자는 세 가지 역할을 하며, 산화 그래핀이 물속에서 안정적으로 분산되는 동시에 유동성을 높였다.

이번에 첨가한 고분자는 꿀처럼 끈적끈적한 상태로 물보다 약 20배 낮은 유전율(permittivity)을 가진다. 이 고분자는 산화 그래핀의 음전하를 역할을 낮추는 (1) 전하 가림 효과(charge screening effect)*를 야기한다. 이 덕분에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는 고분자가 첨가되기 이전보다 서로를 덜 밀어내게 돼 유효부피가 줄어든다.

*전하 가림 효과(charge screening effect): 물에 분산돼 있는 산화 그래핀은 음전하(negative charge)를 띤다. 이때 물보다 현저히 낮은 유전율을 가지는 물질을 첨가하면 산화 그래핀의 전하가 감소된다.

또한 첨가된 고분자는 산화 그래핀 사이가 아닌 외부에 존재하려 한다.(엔트로피적 선호도) 그 결과 부분적으로 고분자 농도가 높고 낮은 영역이 생겨나는데, 이때 삼투압 현상에 의해 산화 그래핀 입자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밀려 서로 간에 끌어당기는 힘, 즉 (2) 고갈 인력(depletion attraction)*이 나타난다. 그 결과 산화 그래핀의 정전 반발력이 크게 감소해 유효부피를 줄이게 된다.

*고갈 인력(depletion attraction): 고분자의 긴 고리(chain)에서 유래하는 엔트로피적 선호도 때문에 발생하는 힘이다. 두 입자 사이의 좁은 공간에는 큰 고분자가 위치할 수 없어서 두 입자의 바깥 부분에만 존재하게 된다. 바깥 부분에서만 고분자 농도가 높아지면서 농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적인 삼투압이 나타나 발생하는 인력이다.

이렇게 감소된 유효부피는 때로 입자들끼리 쉽게 엉겨 붙는 응집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고분자 덕분에 해결된다. 고분자가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되면서 산화 그래핀 입자끼리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인 (3)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 확보다. (그림1, 2)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된 고분자는 두 입자끼리 공간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반발력을 야기한다. 이는 마치 입자 표면에 코팅 층이 형성된 것처럼 입자 분산의 안정성을 부여한다.

이런 효과에 기반에 본 연구진은 용액 공정에 참고할 수 있는 ‘고분자 첨가의 황금비율’을 제시했다. 얼마만큼의 고분자를 첨가하면 산화 그래핀의 유효부피를 감소시키면서, 입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는지 적정한 선을 찾아낸 것이다.

고분자 첨가량이 불충분하면 산화그래핀 표면에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이 확보되지 못해 입자의 응집이 야기되고 수용액의 점도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림3a의 빨간 영역) 그러나 고분자가 충분히 첨가되면 산화 그래핀의 감소된 유효부피와 표면에 형성된 입체 안정성으로 인해 수용액의 점도는 감소하고 용액 공정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그림3a의 파란 영역) 본 연구진은 용액 공정을 위한 고분자 첨가 비율이 산화 그래핀 표면에 고분자가 흡착될 수 있는 포화 농도 비율과 일치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에서는 간단하게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의 유리 상태를 저지하고 안정적인 분산과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용액 공정에 쓰일 수 있는 산화 그래핀의 농도 한계를 허물고, 공극을 줄여 뛰어난 강도와 전도도를 갖는 그래핀 섬유 구현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본 연구는 공정 효율과 궁극적 물성 향상을 위해서는 산화 그래핀의 본질적인 거동을 분자 수준에서부터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고분자 농도에 따른 산화 그래핀의 상호작용 에너지: 고분자를 첨가할수록 산화 그래핀의 정전 반발력(electrostatic repulsion)이 감소한다. 동시에 고분자 흡착층의 입체 안정성(steric stabilization)으로 인해 산화 그래핀의 직접 접촉을 방지한다.

그림2. 고분자 농도에 따른 산화 그래핀의 유효부피와 분산 모식도: 충분한 양의 고분자를 첨가해 산화 그래핀 표면에서 코팅층(steric stabilization)을 형성함은 물론, 전하 가림 효과(charge screening effect)와 고갈 인력(depletion attraction)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유효부피가 감소된다. 결과적으로 산화 그래핀 수용액의 점도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안정된 분산 또한 확보할 수 있다.

그림3. 산화 그래핀과 고분자 농도에 따른 수용액의 점도도: 입체 안정성이 보장되는 고분자 첨가 황금비율을 제시한다. 점선은 산화 그래핀 표면에 흡착될 수 있는 고분자의 포화 농도를 의미한다. 포화 농도 이상으로 고분자를 첨가하게 되면 입체 안정성이 보장되어, 안정된 분산과 액정상을 가진 낮은 점도의 산화 그래핀 수용액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