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구 온도를 높이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동시에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 개발됐다. 기후변화를 막고, 에너지를 저장하며,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석삼조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건태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인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Hybrid Na-CO₂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물에 녹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전지 시스템인데, 작동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제거하고 전기와 수소를 생산한다. 김건태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활용 및 저장기술(CCUS)이 주목받고 있다”며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이산화탄소 분자를 다른 물질로 쉽게 전환하는 게 관건인데, 새로운 시스템에서 ‘이산화탄소의 용해’로 이 문제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바다가 흡수해 바닷물을 산성으로 바꾼다. 이 현상에 주목한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전기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산성도가 높아지면 양성자(H⁺)가 많아져 전자(electron)를 끌어당기는 힘이 커지는데, 이를 이용해 전지 시스템을 만들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하이브리드 나트륨-이산화탄소 시스템은 연료전지처럼 음극(나트륨 금속)과 분리막(나시콘), 양극(촉매)로 구성된다. 다른 전지와 달리 촉매가 물속에 담겨 있으며, 음극과 도선으로 연결된 상태다. 물에 이산화탄소를 불어넣으면 전체 반응이 시작돼 이산화탄소는 사라지고, 전기와 수소가 만들어진다. 이때 이산화탄소의 전환 효율은 50%로 높다. 반응 원리는 크게 세 단계로 정리된다. 우선 물(H₂O)에 이산화탄소(CO₂)를 불어넣으면 ① 수소 이온 즉 양성자(H⁺)와 탄산수소 이온(HCO₃⁻)이 만들어진다. 양성자가 많아져 산성으로 변한 물은 ② 나트륨 금속에 있던 전자(e⁻)들을 도선을 통해 끌어당기면서 전자의 흐름, 즉 전기를 만든다. ③ 수소 이온(H⁺)은 전자를 만나 수소 기체(H₂)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음극에서 전자를 잃은 나트륨 이온(Na⁺)은 분리막을 통과해 탄산수소염(HCO₃⁻)과 반응해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이 된다. 김정원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이산화탄소의 전환 효율과 수소의 발생 효율을 정량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소모하면서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한다는 걸 입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전극의 손상 없이 1000시간 이상 작동되는 안정성을 보였다. 자발적인 화학반응을 유도해 이산화탄소 활용과 제거에 응용 가능할 전망이다. 김창민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제1저자)은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 화학구조를 깨고 다른 물질로 바꾸기 매우 어렵다”며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서 활용하는 방법은 현실적인 CCUS 기술로 효율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이산화탄소 활용 시스템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파생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해질과 분리막, 시스템 설계, 전극 촉매 등이 개선되면 더 효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조재필 교수와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메이린 리우(Meilin Liu) 교수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셀(Cell)의 자매지인 ‘아이사이언스(iScience)’ 11월 30일(금) 출판됐다. (끝)
|
[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산화탄소 활용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이 주목받고 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전환해 메탄올이나 유기 화합물, 플라스틱 같은 고부가가치의 생성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에 화학적 변환에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커서 실질적인 CCUS 기술이 활용되기는 어려웠다. 이산화탄소를 전기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금속-이산화탄소(Metal-CO2 battery) 전지라는 개념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면서 고체 형태의 탄산염이 전극에 쌓이면서 방전 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 이 전지를 충전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재발생한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면서 제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CCUS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
2. 연구내용이번 연구에서는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Hybrid Na-CO₂ system)’을 새로운 이산화탄소 활용 및 저장 기술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이산화탄소가 쉽게 수용액에 녹는 성질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이와 동시에 수소와 전기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이산화탄소가 수용액에 녹으면 자발적인 화학반응으로 양성자(H+, proton)와 탄산수소 이온(HCO₃-, bicarbonate ion)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음극인 금속 나트륨(Na(s))의 전기화학적인 산화 반응과 함께 양극에서는 양성자의 환원으로 인한 수소발생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이 일어나게 되며 이때 환원되는 양성자는 이산화탄소의 용해로 생성된 양성자이다. 따라서 ‘화학반응(이산화탄소 용해 반응)’과 ‘전기화학반응(나트륨 산화 및 수소 발생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는 제거되고, 전기 에너지가 생산되고, 수소가 부산물로 생성된다. 전체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이산화탄소는 최종적으로 베이킹소다(NaHCO₃)로 불리는 탄산수소나트륨 형태로 변한다. 이에 따라 반응이 지속될수록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제거되고, 수소와 전기 에너지는 더 많이 생산된다. 기존에 소개됐던 금속-이산화탄소 전지와 비교해도 장점이 월등하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금속-이산화탄소 전지에는 고체 탄산염에 의한 전극 막힘(Electrode Clogging) 현상이 나타났고, 충전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다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지 용량이 작고, 오랫동안 작동할 경우 안정성이 떨어진다. 반면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에서는 반응생성물이 용해된 이온과 기체 형태의 수소라 전극이 막힐 염려가 없다. 또 충전할 경우에도 이미 소모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생성되지 않고, 산소 기체 등 다른 기체를 발생시킨다. 결과적으로 전지 용량이 매우 크고,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충전 시 이산화탄소 재발생 염려도 없는 것이다. |
3. 기대효과대부분의 금속-공기전지 시스템을 포함한 수전해 시스템은 강산성이나 강염기성 용액인 부식성이 강한 환경에서 작동한다. 이 때문에 전기화학 전극 촉매를 제작할 재료 선정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성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촉매 재료 선정의 범위가 넓다. 이는 신촉매 연구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해질, 분리막, 시스템 설계, 전극 촉매 등 수 많은 후속 연구가 가능해 배터리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경우 CO₂를 직접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서 효율성이 낮은 한계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활용된 수계 전해질 용해 반응의 경우 자발적인 화학반응을 유도해 실질적인 CO₂ 활용과 저감 기술로 응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전기 에너지와 청정에너지 자원인 수소를 생산함으로서 미래 수소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붙임] 연구자와 1문 1답 |
1. 이산화탄소 제거에 ‘전지 시스템’을 활용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요?같은 학부 김영식 교수팀에서 연구하는 해수전지(Seawater Battery)를 함께 연구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데요. 저장한 전기를 꺼내서 쓸 때(전기 생산) 산소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이 전지 시스템에서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속에 이산화탄소를 녹이면 탄산수소 이온(HCO₃⁻) 형태로 쉽게 전환시킬 수 있어,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게 훨씬 수월해지거든요. 2. 이 기술을 왜 ‘쉬운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이라고 설명하셨는지요?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서 그 결합을 끊고 다른 물질로 만드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산화탄소(CO₂)가 물(H₂O)에 녹게 되면 수소 이온(H⁺)과 탄산수소 이온(HCO₃⁻) 상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와 물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수소 이온과 탄산수소 이온으로 존재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화학반응을 통해서 만들어진 탄산수소 이온은 비교적 손쉽게 다른 물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다른 형태로 쉽게 전환하는 기술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3.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산성도가 높아진다면서요?‘바닷물의 산성화’라고도 부릅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죠. 기존에 살던 환경에 변화가 생겨서 살아가기 어려워지니까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우리에게 익숙한 ‘탄산수’가 되는데요. 탄산수소 이온(HCO₃⁻)과 수소 이온(H⁺)이 물속에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산성이 강해지는 건 수소 이온(H⁺)이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여기서 ‘수소 생산’의 열쇠를 찾았습니다. 수소 이온에 전자를 채워서 수소 기체(H₂)로 바꾸는 겁니다. 4. 수소 생산을 완성할 전자는 어디서 나오게 되나요?나트륨 금속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하이브리드 나트륨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에서는 음극으로 쓰는 나트륨 금속에서 나온 전자가 도선을 따라 이동해 수소 이온과 만납니다. 그 결과 수소 기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전자 흐름이 전기 에너지가 되고요. 5. 현재 이산화탄소 변환율이 50%라면 물속에 불어넣은 이산화탄소 중 절반이 탄산수소염으로 바꿔서 나오는 건가요?네, 맞습니다. 이산화탄소 분자 한 개가 물에 녹으면 양성자(H+)가 한 개 생성됩니다. 이 양성자(H+)가 두 개를 합치면 수소(H₂)가 되죠. 즉 이론적으로는 수소 분자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가 두 개가 필요합니다.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수소염 형태로 바뀌게 되고, 이때 변환율이 50%로 평가됐습니다. 이론값에 비해서는 낮지만, 효율이 높은 편이고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변환을 증명한 것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기존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과 비교했을 때 특장점은 어떤 건가요?현재 이산화탄소 포집, 전환 및 활용 기술은 이산화탄소 자체를 유용한 탄소 화합물(메탄올, 에탄올, 에틸렌, 휘발유, 플라스틱 등)로 바꾸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자체가 너무 안정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다른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직접 다른 분자 구조로 전환하는 대신 물에 쉽게 녹여서 탄산염 형태로 없애고, 동시에 유용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과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에는 딱 맞는 기술이죠. 7. 이 기술의 활용처를 몇 군데 예를 들어 주세요.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산업 시설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는 방법은 대형화, 실증화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전기와 수소를 생산해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탄소 배출 규정을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8.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처음으로 제안된 기술인만큼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고 더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량, 촉매 연구, 작동 온도 및 압력 최적화 등 추가 연구를 통해서 한 단계 이상의 완성도 있는 기술로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
[붙임] 그림 설명 |
그림1. ‘하이브리드 나트륨-이산화탄소 시스템’ 모식도: 물속에 불어넣은 ① 이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용해 반응과 양극 전극에서 일어나는 ② 수소 발생 반응, 음극에서 일어나는 ③ 나트륨 산화 반응을 나타낸다. 이산화탄소가 녹으면서 수용액의 산․염기도(pH)가 낮아지며, 이때 도선을 통해 나트륨의 전자가 이동하게 된다.(① 관련) 전자가 흐르면서 생긴 전기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수소를 발생시킨다(② 관련). 한편 전자를 잃은 나트륨 이온은 분리막인 나시콘(NASICON)을 통과해 탄산수소염(베이킹소다, NaHCO₃)를 형성한다.(③ 관련) 그림2. 이산화탄소 용해 전후의 용액 pH 변화와 수소 발생반응 개시 전위 분석: 이산화탄소를 불어넣으면 산성도가 높아지고, 에너지 전위가 높아져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그림3. 하이브리드 나트륨-이산화탄소 시스템에서 실제 성능과 안정성 평가: (A) 실제 전지에서 이산화탄소 용해 전후의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 이산화탄소의 용해(빨간색)가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B)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0.1몰(M)의 수산화나트륨(NaOH)이 녹은 용액(전해질)에서 1000시간 연속 방전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극을 교체할 때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전류 흐름을 보인다. (C)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해수 전해질에서 연속 방전 안정성 평가를 나타낸 그래프다. 그림4. 하이브리드 나트륨-이산화탄소 시스템의 가역성과 충전 성능 데이터: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수산화나트륨 용액(0.1몰(M)의 수산화나트륨(NaOH)이 녹아있는 물) 과 바닷물에서 700시간 동안 안정한 충/방전 사이클 성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시스템은 실험실에서 염기성 용액으로 실험했을 때뿐 아니라 바닷물을 부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UNIST 홍보팀 news@unist.ac.kr TEL : 052)217-1230FAX : 052)21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