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사람들은 손을 잘 다칩니다. 손으로 더듬어 사물을 살피기 때문에 날카롭거나 뜨거운 데 닿아 상처를 입거든요. 그걸 혼자서도 치료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UNIST(총장 정무영)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의 김차중 교수팀(팀원: 조광민, 최하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처치료기, ‘제피어(Zephyr)’로 ‘2018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Spark Design Award)’에서 대상(Platinum)을 받았다. 제피어는 공기를 불어 상처 부위를 찾고, 그 자리에 반창고를 붙이는 장치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Zephyros)’에서 따왔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도 그 부위를 찾기 힘들다. 손으로 더듬어 상처 부위를 만지다 보면 2차 감염의 우려도 생긴다. 김차중 교수팀은 이 문제를 ‘바람’으로 풀었다. 반창고가 들어 있는 막대형 장치 끝에 에어 펌프를 달고 엄지로 눌러서 공기를 내뿜도록 한 것이다. 조광민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연구원은 “상처 부위에 바람을 불어주면 상처가 있는 곳을 만지지 않고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며 “그 덕분에 보이지 않아도 상처 부위를 쉽게 찾고 바로 반창고를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피어는 막대 모양이라 비상약 상자에서도 손쉽게 찾고, 집을 수 있다. 집안일을 하다 다친 시각장애인은 제피어를 통해 반창고를 찾고, 상처를 파악하고, 반창고를 붙이는 힘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김차중 교수는 “생활 속에서 잘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불편을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노인들을 위한 구강청정기, 닥터픽(Dr.Pik)과 제피어 같은 약자를 위한 디자인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상(Siver)을 수상한 정연우 교수팀의 반자동 휠체어, ‘오로 플럼(Oro Plume)’도 약자를 위한 디자인 작품이다. 기존 휠체어는 너무 무겁고, 힘들게 밀어야 하며, 겉보기에도 환자라는 인상을 준다. 오로 플럼은 그래핀과 그물 형상 고탄성 직물소재를 써서 무게를 줄이고, 바퀴 안에 모터(인휠 코터)를 장착해 팔 힘이 약한 사용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연우 교수는 “휠체어는 환자나 노인처럼 불편한 사람만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디자인을 시도했다”며 “일반인도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새로운 1인 운송수단’으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 작품 외에도 금상(Gold)에는 김관명 교수팀의 ‘NWR(해양 용접 로봇)’과 정연우 교수팀의 ‘이지 드라이-오(Easy Dry-O, 소형 건조기)’, 동상(Bronze)에 김관명 교수팀의 자세 교정기, ‘애니바로(Anybaro)’ 등이 선정됐다.

김관명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장은 “UNIST 산업디자인 트랙은 실생활의 문제를 공학과 디자인의 융합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이번 ‘2018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여섯 작품이나 수상한 것이 실무와 연구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 IDEA, 독일의 Reddot, iF 등과 함께 세계적인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힌다. ‘더 나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촉진한다’는 목표로 창의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통을 추구하는 디자인 대회로 널리 알려졌다. 올해 가을 공모전 결과는 12월 초 홍콩 전시회에서 발표됐으며, 시상식은 1월 초 미국에서 진행된다. (끝)

1. UNIST 수상작 현황

2. 수상작 소개

1) 대상: 제피어(Zephyr)

제작동기: 김차중 교수에게는 앞을 볼 수 없는 혼자 사는 왕고모가 있다. 김 교수는 왕고모가 모든 것을 손으로 인지하고 찾는 모습을 자주 봤으며, 뜨겁거나 날카로운 것에 쉽게 상처가 생긴다는 말씀에 디자이너로서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가다 제피어를 개발했다.

문제상황: 혼자 사는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을 베이거나 데었을 때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더듬더듬 힘들게 비상약 상자를 찾고, 상자 안에서 반창고를 집어야 하며, 반창고를 붙일 상처 부위도 손으로 더듬어 찾아야 한다. 특히 반창고를 붙이기 위해 상처 부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아픈 상처를 손가락으로 만져야 한다. 이때 2차 감염의 우려도 생긴다. 일반인에게 작은 문제가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문제일 수 있다.

디자인 콘셉트: ① 막대 형태: 비상약 상자 안에서 찾기 쉬운 모양으로 제작, ② 에어 펌프: 막대 상단부에 위치해 엄지로 누르면 바람이 나오므로 상처 부위를 쉽게 찾을 수 있음, ③ 반창고: 막대 하단부에 있어 에어 펌프로 파악한 위치에 바로 붙일 수 있음

2) 금상: 100달러 도서관(＄100 Library)

100달러 도서관은 저렴한 생산비로 설계된 ‘조립식 도서관’이다. 사전 제작된 부품을 1x1x1.5m 상자에 담아 소형 트럭에 싣고 아프리카 전역으로 쉽게 배송할 수 있다. 조립이 매우 쉽기 때문에 공구 없이 손으로 삽입, 회전, 매달기 등이 가능하며 색깔로 연결부를 표시해 사용자 편의성을 갖췄다. 2시간 내에 지을 수 있는 도서관은 지역 교육의 핵심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금상: NWR(해양 용접 로봇)

해양 도시, 교량, 해저 케이블 구조물, 석유 시추 시설 등의 다양한 해양구조물이 매일 건설되고 있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이버가 심해에서 철골을 용접해야 하는데, 이때 예상치 못한 조수와 높은 압력, 감전과 폭발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NWR은 수중 용접 작업자를 대신할 수 있는 변형 가능한 로봇이다. 이 로봇에는 3 개의 카메라 라이트 유닛, 3개의 다리, 1개의 용접팔과 2개의 보조팔이 있다. 3개의 프로펠러로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전원은 로봇 꼬리에 연결된 케이블로 공급된다. 바다 위 운전자는 카메라에 연결된 VR 안경을 통해 로봇을 쉽게 제어하고 작동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4) 금상: 이지 드라이 오(Easy Dry-O)

이지 드라이-오는 소량의 세탁물을 빠르게 건조시키는 ‘1인용 소형 건조기’다. 욕실 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매일 나오는 세탁물을 빠르게 건조해 사용자가 곧바로 착용할 수 있는 콘셉트다. 이지 드라이-오는 공기 압축기를 사용해 소량의 세탁물을 빠르게 건조시킨다. 제품 양쪽에 틈이 만들어지도록 벌어지면, 세탁물 건조를 마친 공기가 배출돼 외부 습기를 건조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가정용 건조기보다 1/3~1/4정도 작아 협소한 공간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사용하기 적합하다.

5) 은상: 오로 플럼(Oro Plume)

오로 플럼은 경량화된 콘셉트의 ‘반자동 프리미엄 휠체어’다. 기존 휠체어와 달리 아픈 환자나 노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차별화된 디자인을 의도했다. 이는 휠체어가 보조제품이라는 개념을 초월해 새로운 1인 운송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도록 했다. 양쪽에 장착된 인휠 모터는 사용자가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줘 팔 힘이 약한 사용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시트 프레임과 하부 구조에는 그래핀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준다. 시트 아래에는 사용자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전용 가방이 있어 편리하다. 양 휠을 분리할 수 있고 시트와 프레임을 접어 하나의 캐리어에 실을 수 있으며, 차에 실어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편리하다.

6) 동상: 애니바로(Anybaro)

애니바로는 생체역학 시스템을 사용해 하체 근육을 효과적으로 늘리고 강화시키는 자세교정 장치다. 경사 발판에 홀로 서서 훈련하면 평면에서보다 3배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