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9년 1월 28일(월) 조간
온라인은 27일(일)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엣지’있는 탄소 촉매, 과산화수소 만드는 새 길 연다

UNIST 주상훈 교수팀, 전기로 과산화수소 생산하는 고성능 탄소 촉매 개발
新촉매의 높은 활성 원리도 규명... Angewandte Chemie에 VIP 논문 게재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산화수소(H₂O₂)’를 전기로 만드는 새 촉매가 개발됐다. 친환경적이고 값싸게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주상훈 교수팀은 전기를 이용해 산소(O)를 과산화수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성능 탄소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반응을 활발하게 만드는 엣지(Edge), 즉 가장자리가 풍부하다. 그 덕분에 엣지가 거의 없을 때보다 28배나 뛰어난 과산화수소 생성 능력을 보였다.

과산화수소는 냄새가 없고, 무색투명하며, 강한 산성을 띠는 액상 화합물이다. 종이를 만드는 제지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화합합성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기존에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다 고압의 수소(H₂)와 귀금속 촉매(Pd)를 사용하는 공정으로 만들어 생산단가가 높았다. 게다가 유기폐기물이 다량 생성돼 환경오염도 유발했다.

친환경적이고 값싼 과산화수소 생산법으로는 전기화학적 변환이 꼽힌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산소를 환원시켜 선택적으로 과산화수소로 전환하는 반응을 촉진하는 저렴한 촉매가 가장 중요하다.

제1저자인 사영진 UNIST 박사는 “탄소 원자가 모여 흑연 결정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엣지는 촉매 활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졌다”며 “이 연구에서는 엣지가 많이 노출된 탄소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해 과산화수소 생성 성능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주 교수팀은 나노 다공성 물질의 구멍 내부에서 탄소 원자를 흑연 결정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고안했다. 구멍 속에서 성장한 탄소 원자는 수직으로 층을 이루는데, 이때 엣지 수가 현저히 증가한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엣지 수가 늘어난 탄소 촉매는 엣지가 거의 없는 탄소 나노튜브(CNT)보다 약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였다. 산소 선택도 99% 수준으로 매우 우수했다. 현재 보고된 탄소 촉매 중 최고 성능이다. 또 엣지 많은 탄소 촉매는 안정성도 우수해 16시간 연속 구동하면서 상당한 양의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반응수(反應水)를 생산했다.

주상훈 교수는 “고성능 탄소 촉매로 얻은 반응수는 추가로 분리하거나 농축하지 않고 표백이나 산폐수 처리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탄소 촉매를 전기적 과산화수소 산업으로 응용할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또한 촉매에서 산소로 전자(Electron) 하나를 전달하는 과정이 반응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전자를 받은 산소 원자(산소 라디칼)는 반응하려는 에너지가 커지므로, 촉매에서 전자를 얼마나 빠르게 넘겨주느냐가 전체 반응속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전자 전달이 잘 이뤄지는 엣지 많은 탄소 촉매로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높임으로써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의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21()에 출판됐고, 결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최우수 수준 논문에 해당되는 ‘VIP(Very Important Paper)’에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주상훈 교수 주도 하에 사영진 박사, 김재형 연구원이 참여했다. 또한 교육부(장관 유은혜)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 논문명: Active Edge-Site-Rich Carbon Nanocatalysts with Enhanced Electron Transfer for Efficient Electrochemical Hydrogen Peroxide Production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주상훈 교수 (052)217-2522

  • [연구그림] 엣지가 많은 탄소 촉매의 성능 모식도
  • [연구그림] 엣지가 많은 나노 탄소 촉매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과 성능
  • 주상훈 UNIST 교수
  • 사영진 UNIST 박사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과산화수소(H₂O₂)는 친환경 산화제로써 제지(製紙)나 화학합성 등 산업에서 수요가 높은 매우 중요한 화학물질 중 하나다. 과산화수소는 산소(O₂)와 수소(H₂)를 반응시켜서 합성하는데, 이 둘을 직접 반응시킬 경우 폭발 위험이 크다. 따라서 특정 유기분자를 매개체로 이용하는 안트라퀴논 공정(anthraquinone process)”을 통해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 공정은 산화/환원/분리 등 다단계로 이뤄져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환원 과정 중에 고압의 수소 가스와 팔라듐(Pd) 등 귀금속 촉매가 투입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다. 또한, 유기 폐기물이 다수 발생하여 환경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안트라퀴논 공정의 대안으로써 전기적으로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전기적 과산화수소 생산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 방법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공기에서 산소를 얻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또 필요한 곳에 소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방식에서는 산소가 적당히 환원되게 만드는 ‘선택적 환원 촉매’가 필요하다. 이런 촉매로 ‘탄소 기반 물질’이 유망하다고 최근 밝혀지고 있는데, 아직 활성과 선택성이 충분하지 않다.

탄소는 그 자체로 안정적인 물질이라 반응을 활발히 하려는 성질(활성)이 낮다. 따라서 탄소에 다른 물질을 집어넣는 도핑(doping)*이나 인위적으로 결점을 만드는 방법으로 활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특히 흑연화**된 탄소의 가장자리(graphitic carbon edge)는 촉매 특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고온의 흑연화 조건에서는 탄소가 크게 자라기 때문에 가장자리가 많이 존재하는 탄소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 CNT)나 그래핀(Graphene)처럼 잘 알려진 탄소 나노 재료에서 가장자리를 만들려면 고의적으로 결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경우 물질 특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도핑(doping): 물질의 성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불순물을 집어넣는 것

**흑연화: 탄소 원자들이 흑연으로 결정화하는 현상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방향족* 전구체**메조 다공성(Mesoporous)*** 실리카(SiO₂)의 기공 내부에서 흑연화시켰다. 탄소 원자가 수직으로 쌓이면서 층을 이뤄 성장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활성이 높은 탄소의 가장자리(edge, 엣지)를 최대로 노출시키는 전략이다.

*방향족(Aromatic series): 기본구조는 6개의 탄소 원자가 3개의 이중결합을 형성한 벤젠(benzene) 고리(ring)이며, 불포화 상태이고 분자식은 CnH2n-6의 형태다. 벤젠(C6H6), 톨루엔(C7H8), 에틸 벤젠(C8H10) 등이 이에 속한다.

**전구체(前驅體, precursor): 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

***메조다공성(Mesoporous): 크기가 2~50㎚인 기공을 가지는 특성을 말함.

결과적으로 엣지가 많이 노출된 탄소는 엣지가 거의 없는 탄소 나노튜브에 비해 약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성 성능을 보였으며, 선택도 또한 99% 정도로 매우 높았다. 합성된 촉매의 산처리를 통해 활성이 더 높은 산소가 도핑된 엣지를 형성함으로써 3.5배 정도의 추가 성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엣지와 산소가 도핑된 엣지에서 촉매 활성이 높은 이유를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촉매의 엣지 부분에서 산소로 “외권 전자 전달”* 메커니즘을 통해 산소 활성종(radical)을 만드는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는 과산화수소 생산 촉매에서 발생하는 기초적인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외권 전자 전달: 전자 전달에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외권 전자 전달에서는 전자 전달이 일어난 뒤에 반응물의 구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내권 전자 전달에서는 결합이 끊어지거나 새 결합이 형성될 수 있다.

3. 기대효과

이 연구에서는 최적화된 촉매를 이용해 16시간 동안 안정하게 과산화수소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고, 24밀리몰(mM)의 과산화수소 농도를 가지는 반응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 농도의 과산화수소는 표백이나 산 폐수처리 등의 분야에 추가 분리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나노 탄소 촉매를 미래 전기적 과산화수소 산업에 응용할 가능성이 크게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얻은 기초적 촉매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개선된 촉매의 개발이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엣지(edge)가 많은 나노 탄소 촉매(오른쪽)과 엣지가 적은 탄소 나노튜브의 구조(왼쪽)의 성능을 비교한 모식도. 엣지가 많아질 경우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보인다.

그림2. 엣지(edge)가 많은 나노 탄소 촉매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왼쪽)과 보고된 탄소 촉매와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 비교 그래프(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