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9년 2월 7일(목) 조간
온라인은 2월 6일(수)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결정 그래핀 사용해 ‘고품질 흑연’ 만든다

UNIST 로드니 루오프 특훈교수팀(IBS 단장), Materials Horizons 발표
그래핀 따라 고르게 배열된 흑연 결정…‘단결정 흑연’ 제조 기초될 것

배터리 전극이나 스마트폰의 방열판에는 ‘흑연’이 쓰인다. 값싼 재료인데다 전기가 잘 흐르고, 뜨거운 온도에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흑연 품질이 높아지면 제품 성능도 좋아지는데, UNIST(총장 정무영) 연구팀이 ‘고품질 흑연’을 만드는 새 방법을 개발했다.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 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가 이끄는 연구팀은 단결정 그래핀(Graphene)을 사용한 열처리 공정으로 흑연 결정이 나란하게 정렬된 고품질 흑연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흑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료는 다결정 구조를 가진다. 재료를 이루는 결정 속 원자 배열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각각 다른 원자 배열을 가진 작은 결정들이 연결돼 하나의 물질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다결정 재료는 결정들이 만나는 경계면에 결함이 존재한다. 따라서 물질 고유의 특성도 저하된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흑연은 물론 인공적으로 합성한 인조 흑연도 다결정 구조다. 아직까지 대면적 단결정 흑연을 만드는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다. 현재 기술 수준은, 단결정에 가까운 ‘고배향성 열분해 흑연(Highly Oriented Pyoytic Graphite, HOPG)’가 연구 목적으로 중요하게 사용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HOPG도 고온․고압 조건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제조비가 비쌌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기상증착법(Chemical Vapor Depositon, CVD)*로 성장시킨 단결정 그래핀을 흑연 재료가 될 탄소 기반 물질 내부에 위치시켰다. 이후 높은 온도로 열처리하자 탄화(Carbonization)**흑연화(Graphatization)***가 진행됐다. 뜨거운 열 때문에 다른 물질은 사라지고 탄소만 남아 흑연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영역에서부터 고배향성 흑연을 가진 고품질 흑연이 형성됐다.

*화학기상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 CVD): 화학 물질을 플라즈마나 열을 이용해 박막으로 형성시키는 방법. 고온 조건에서 메탄과 같은 탄소를 포함한 기체가 구리 호일과 같은 촉매 금속 기판과 반응해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고품질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탄화(Cabonization): 유기물을 적당한 조건에서 가열하면 열분해를 거쳐서 다른 원소들은 제거되고, 주로 탄소로만 아루어진 물질이 되는 반응

***흑연화(Graphatization): 모양이 정해지지 않은 탄소 물질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흑연으로 변하는 것.

제1저자인 벤자민 커닝(Benjamin V. Cunning)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위원은 “그래핀 단결정은 열처리 과정에서 일종의 템플릿(Template)’ *같은 역할을 했다”며 “고온에서 탄소 전구체** 내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던 탄소 원자들이 그래핀의 탄소 원자가 이루는 완벽한 육각형 구조를 복사해 재배열됐다”고 설명했다.

*템플릿(Template): 플라스틱이나 아크릴로 만든 얇은 판에 여러 크기의 원 또는 타원 등과 같은 기본도형이나 각종 문자기호 등을 그리는 제도 용구.

**전구체: 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

열처리 온도가 더 높아지자 그래핀 단결정의 템플릿 효과가 더 커졌다. 아직 흑연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탄소 원자들도 그래핀 주변의 고배향성 흑연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비슷한 결정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단결정 그래핀부터 시작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다.

이번 연구에서 포항방사광가속기의 UNIST-PAL 빔라인을 이용해 흑연 구조연구를 진행한 신태주 UNIST 연구지원본부장은 “그래핀이 흑연 결정을 나란히 배열하게 한다는 것을 방사광 스침각 X-선 회절기법을 이용해 밝혔다”라고 말하며 방사광가속기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현재 대면적 단결정 흑연 합성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다. 이번 연구는 이를 위한 선행기술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공동 제1저자인 빈 왕(Bin Wang)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위원은 “얼마나 큰 고품질 흑연 필름을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단결정 그래핀 크기에 달렸다”며 “현재 약 4㎝ x 8㎝ 크기의 단결정 그래핀을 만드는 데서 크기를 더 키울 예정이라 더 큰 고배향성 흑연 필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오프 교수는 “흑연의 수많은 응용 분야와 수요를 감안했을 때, 품질이 좋은 대면적 단결정 흑연 필름은 중요한 기술”이라며 “지금까지 작은 조각(Flake) 형태로 제조됐던 흑연을 대면적 필름 형태로, 더 나아가 단결정으로 합성하게 되면 산업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124()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끝)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영국왕립화학회(RCS)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로 저널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피인용지수는 13.183이며, 재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 논문명: Structure-directing effect of single crystal graphene film on polymer carbonization and graphitization
  • 저자명: 벤자민 커닝&빈 왕(공동 1저자), 신태주(3저자), 로드니 루오프(교신저자)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자연과학부: 로드니 루오프 교수 (052)217-2924

  • [연구진] 고품질 흑연 제작법을 개발한 연구진의 모습_왼쪽부터 빈 왕 박사, 로드니 루오프 교수, 벤자민 커닝 박사
  • [연구진]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 UNIST 특훈교수(IBS 단장)
  • [연구진] 벤자민 커닝(Benjamin V. Cunning) 박사(IBS 연구위원)
  • [연구진] 빈 왕(Bin Wang) 박사(IBS 연구위원)
  • [연구진] 신태주 UNIST 연구지원본부장
  • 그림1_열처리 초기에 그래핀 층 주변으로 고배향성 흑연이 생기는 장면
  • 그림2_단결정 그래핀(붉은 상자) 주변에 결정 방향이 비슷한 고품질 흑연이 만들어지는 장면
  • 교수님 프로필
 

[붙임] 연구추가설명

1. 그래핀(Graphene)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이차원 물질이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격자를 이루는 형태라 벌집 모양을 연상시키는 2차원 평면 구조다. 상온에서 구리보다 더 우수한 전기전도도를 가지고 있으며, 강철보다 30배 이상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제이기도 하다. 

2. 흑연, 인조 흑연, 고배향성 열분해 흑연(HOPG)

흑연(Graphite)은 자연계에 다결정의 광물 형태로 존재하며, 수백만 개의 그래핀이 적층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지(battery)나 연필, 건식 윤활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조 흑연(Synthetic Graphite)은 탄소를 포함한 고분자와 석유 부산물들을 흑연 분말과 혼합해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 후 고온에서 열처리해 만든다. 이때 만들어지는 흑연 역시 다결정 상태의 광물이다.

고배향성 열분해 흑연(Highly Oriented Pyrolytic Graphite, HOPG)은 탄소 전구체에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제조하는 특별한 인조 흑연이다. 이런 흑연은 그래핀 층이 매우 잘 배향된 구조를 가지지만, 결정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1㎛s는 100만 분의 1m) 정도로 작고, 여전히 다결정 형태다.

3. 다결정, 고배향성 결정, 단결정

대부분의 물질은 구성 원자들이 주기적인 배열을 가진다. 이 배열의 형태에 따라 다결정과 단결정으로 구분된다.

다결정 물질은 원자 배열이 서로 다른 작은 결정들이 조각보처럼 패치워크(patchwork) 형태로 연결된 구조를 이루는데, 각각의 결정 사이 경계에서 결함이 존재한다. 고배향성 결정은 물질을 이루는 결정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결정은 결정들이 완전히 같은 하나의 방향을 가지고 있어 결정 사이에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결정보다 고배향성 결정이, 고배향성 결정보다 단결정이 물질 고유의 특성을 훨씬 잘 구현한다. 흑연의 경우 단결정을 생산하기 매우 어려우며 고배향성 결정으로 제작한 HOPG의 경우도 결정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붙임] 그림 설명

그림1. 열처리 초기 단계에서 고분자 안에 위치한 그래핀 층(붉은색 사각형 안에 보이는 검은색 선) 주변에 고배향성 탄소층이 얇게 형성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a)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b)고배율 TEM 사진

그림2. 열처리에 따라 그래핀 층 주변에 형성됐던 고배향성 탄소층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a)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b)고배율 TEM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