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9년 2월 15일(금) 조간
온라인은 2월 14일(목) 12시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노 틈새’가 고성능 금속 배터리 상용화 이끈다

UNIST 이현욱-김영식 교수팀, 고성능 금속전극 쉽게 대량생산 길 열어
탄소섬유 틈새로 금속 스며드는 함침 공정… Nano Letters 표지 논문 선정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이상적 방법으로 ‘금속 전극’을 쓰는 ‘금속 배터리’가 꼽힌다. 이를 위해선 금속 전극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제를 풀고 대량생산까지 성공한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현욱·김영식 교수팀은 탄소섬유의 미세한 틈새로 액체 금속이 스며들게 하는 공정으로 고성능 금속 전극(탄소섬유-금속 복합재)을 개발했다. 이 공정을 이용해 리튬(Li)이나 나트륨(Na) 금속 전극을 대량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탄소섬유-금속 함침 공정의 개략도

연구진은 이 기술로 대량생산한 나트륨 금속 전극은 ‘10kW급 해수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 설비는 지난해 12월 동서발전 화력발전소에 장착돼 약 한 달간 시범 시험을 마쳤다.

이현욱 교수는 “금속 배터리의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연구들과 달리, 상용화 측면에서 접근해 전극 소재의 대량생산을 시도해 성공했다”며 “전극 소재를 실제 장비에 적용한 시험도 진행한 만큼 ‘고성능 금속 배터리’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 전극은 기존 흑연 전극보다 용량이 약 10배 정도 큰데다 구동 전압이 낮아 차세대 음극 물질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배터리 구동 시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수지상 결정)이 생기면서 성능이 낮아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섬유를 가공해 미세한 틈새를 만들고, 여기에 금속 액체를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금속 전극을 제작했다. 탄소섬유 사이에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이 스며든 복합재는 배터리 구동 시 수지상 결정의 형성이 제어됐다. 이 덕분에 금속 전극의 안정성이 향상됐고, 배터리 전체 수명도 늘어났다.

공동 1저자인 김민호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틈새가 생기면서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 액체 금속이 순식간에 스며들었다”며 “탄소섬유가 구조체로 존재하자 금속만 전극으로 쓰던 기존에 비해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모세관현상(capillary phenomenon, 毛細管現象): 액체 속에 폭이 좁고 긴 관을 넣었을 때, 관 내부의 액체 표면이 외부의 표면보다 높거나 낮아지는 현상. 식물 뿌리에서 무기양분과 물을 흡수하는 걸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금속 액체는 탄소섬유에 닿자마자 스며들기 때문에, 전극 제작에는 10초 정도 소요된다. 탄소섬유는 천 등의 옷감 같은 직물 형태라 유연성이 뛰어난데, 이 점을 이용하면 전극 모양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공동 1저자 고우석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해수전지는 바닷물에 담그기 쉽고 적층하기 쉬운 ‘사각형 주머니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며 “탄소섬유-금속 복합재는 쉽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사각형 주머니 형태의 배터리에도 꼭 맞춘 형태의 전극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영식 교수는 “해수전지는 무한한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의 염려가 없는 새로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라며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킬 전극을 개발하고 대량생산 공정까지 갖춘 만큼 상용화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표지 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선정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과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끝)

  • 논문명: Nanocrevasse-Rich Carbon Fibers for Stable Lithium and Sodium Metal Anodes
  • 저자명: 고우석 석·박사통합과정(공동 1저자), 김민호 석·박사통합과정(공동 1저자), 김영식 교수(교신저자), 이현욱 교수(교신저자)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박태진 담당 (052)217-1232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현욱 교수 (052)217-2593

  • [연구진] 고우석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 [연구진] 김민호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 [연구진] 김영식 UNIST 교수
  • [연구진] 이현욱 UNIST 교수
  • [사진] 탄소섬유의 모습_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이 스며드는 구조체 역할을 한다
  • 10초 만에 제작되는 탄소섬유-금속 전극의 모습
  • [사진] 탄소섬유-금속 전극이 적용된 해수전지
  • [사진] 10kW급 해수전지 ESS 설비 전체 모습
  • 탄소섬유-금속 함침 공정의 개략도
  • [연구그림] 공정에 의한 탄소섬유의 특성 변화 분석과 전지 성능 평가
  • 교수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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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의 필요성

화석연료 사용이 경제적․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해둘 수 있는 이차전지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리튬 이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길며, 자가 방전율이 낮아 휴대용 전자기기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고전압․고용량 전지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음극에는 주로 흑연이 사용되는데, 용량 한계가 있어 대체재가 필요했다. 여러 후보 중 리튬 금속은 상용화된 흑연에 비해 10배가량 높은 용량을 가지며, 구동 전압이 낮아 이상적인 차세대 전극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리튬 가격이 높아지면서 리튬 금속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 금속도 이차전지의 음극재로 연구 중이다.

그런데 이런 금속 전극을 사용할 경우, 충전과 방전 시 전극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생긴 결정(수지상 결정)이 나타나 전지의 성능을 낮추는 문제가 있었다. 또 전지를 첫 번째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서 전해액과 첨가제 등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고체전해질 계면층(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의 개선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을 통해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 전극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됐다. 하지만 제조 공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요구되며, 연구실 단계의 소규모 소재 개발을 벗어나지 못해, 실제 상용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실제 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 금속 전극을 빠르고 간단하게 대규모로 생산하는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을 액체 형태로 만들어 탄소섬유의 미세한 틈 사이에 스며들게 하는 함침(含浸, impregnation)’으로 전극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일반 금속 전극은 별도의 구조체가 없어 충․방전 시 불규칙적으로 수지상 결정이 성장하지만, 탄소섬유가 있는 금속 전극은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지니면서 수명도 늘어났다. 특히 이번에 사용한 탄소섬유는 미세한 틈이 무수히 많아 ‘모세관 현상’으로 리튬과 나트륨 금속 액체를 빠르게 흡수한다. 탄소섬유로 이뤄진 견고한 구조체에 고정된 리튬과 나트륨 금속은 충․방전을 반복해도 우수한 안정성을 보였다.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탄소섬유 함침법으로는 단순 접촉만으로 10초 만에 전극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방법이 간단한데다 빠르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공정법을 이용해 자동화 장비를 제작하고 대량생산을 시도했다. 생산된 탄소섬유 금속 전극은 친환경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해수전지 시스템에 적용돼 전자기기를 성공적으로 구동시켰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금속 전극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지상 형성을 억제해 구조적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이 기술로 만든 음극을 실제 전지에 적용해 전자기기를 작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간단하고 빠르게 고성능 금속 전극을 만들고 적용함으로써 차세대 금속 전지의 상용화를 한 걸음 앞당긴 것이다.

특히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 전극의 수명과 안정성을 향상시킴과 더불어 기존 연구에서 이뤄내지 못한 대량생산 공정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은 향후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ESS)나 전기자동차에서 요구되는 고용량 아차전지용 음극물질 개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탄소섬유-금속 함침 공정의 개략도: (a) 녹여서 액체 상태가 된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을 열처리된 탄소 직물에 접촉시키면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전극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장비를 제작해 전극의 대량생산을 시도했고, 해수전지 ESS에 적용해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b) 기존 금속 전극은 구리 도전제에 다른 구조체 없이 금속만 올려두는 형태라 충·방전했을 때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의 결정이 불규칙하게 성장한다. (c) 이와 달리, 탄소섬유에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을 스며들게 만들면 미세한 틈 사이로 안정적 증착이 일어난다.

(그림2) 공정에 의한 탄소섬유의 특성 변화 분석과 전지 성능 평가: 탄소섬유를 열처리하기 전(a~c)과 열처리한 후(d~f)에 보이는 특성이다. 열처리 전에는 미세한 틈이 형성되지 않아 금속 액체 방울이 스며들지 않지만(a), 열처리 후에는 미세한 틈이 무수히 많아져 금속 액체 방울이 빠르게 스며든다(b). 열처리 후 탄소섬유 표면에 생긴 미세한 틈은 (e)에서 잘 드러나며, (f)는 미세한 틈 덕분에 늘어난 표면적인 열처리 전(c)에 비해 약 120배가량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g) 이번 공정으로 개발한 금속 전극(Li-C composite, 녹색)을 사용하면 기존 금속 전극(Bare Li, 주황색)보다 수명과 안정성이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붙임] 연구 이야기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실험에 쓰이는 나트륨 금속 전극을 만들기 위해 나트륨 금속 덩어리를 눌러서 포일 형태로 만들어왔다. 실험을 반복하다보니 이 과정이 힘들고 오래 걸려, 전극을 쉽게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나트륨 금속의 녹는점이 낮으니(97.8℃) 녹여서 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연히 실험실에 있던 열처리된 탄소섬유를 액체 나트륨 금속에 넣어보았고, 탄소 섬유에 쉽게 흡수되는 것을 발견했다. 탄소섬유에 나트륨 금속이 흡수 새로운 물질을 전극으로 사용해 보니, 기존 포일 형태의 전극보다 더 높은 성능이 측정돼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새로운 현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 비슷한 연구결과나 논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탄소섬유에 액체 금속이 흡수되는 이유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이 공기 중에서 산소와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샘플을 분석하는 데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리튬이나 나트륨 금속을 전극으로 활용했을 때 수지상 결정을 해결하려는 논문은 많았다. 이번 연구처럼 탄소를 활용하려는 연구도 있었지만, 기존에 진행됐던 연구는 탄소에 특별한 처리를 해야 하거나 대량화하기 힘든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성과는 상용화돼 있는 탄소섬유에 간단한 열처리만 하는 간단한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대량화와 대면적화가 쉽다. 또 탄소섬유 자체가 유연해 전극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기도 유리하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금속 전극을 사용하는 모든 배터리에 활용 가능하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해수전지 모듈 제작에 적용해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2018년 12월에는 10kWh급 해수전지 ESS에 음극 물질로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