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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안가를 위협하는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Nemopilema nomurai)의 게놈지도가 최초로 분석됐다. 번식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독 단백질 정보가 파악됐고,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도 밝혀 산업적·학술적으로 유용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공식 게놈센터인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센터장 박종화)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김웅서)과 함께 노무라입깃해파리를 구성하는 유전자 전체의 서열과 위치를 밝혀낸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통해 해파리가 자유롭게 수영하며 먹이를 사냥하게 된 진화적 특징을 밝혀냈다. 또 해파리의 일종인 말레이해파리의 전사체(RNA)를 해독·조립하는 추가 연구로 해파리의 조직별, 생식단계별 유전자 발현 특징도 찾아냈다. 이 내용은 해파리 대량번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예정이다. |
해파리는 산호와 말미잘, 히드라와 같은 자포동물(Cnidaria, 독주머니를 가진 동물) 중 하나다. 자포동물 대부분은 어딘가에 붙어살지만, 해파리는 유영(free-swimming)하며 옮겨 다니는 활동적인 동물이다. 또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독특한 생물로 알려져 있다. 박종화 KOGIC 센터장은 “자포동물은 사람과 초파리, 제브라피시 같은 좌우대칭동물(Bilateria)과 공통조상을 공유하는 진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자포동물 중 움직임이 가장 활동적인 해파리는 그동안 게놈 분석이 활발하지 않아 이번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지도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길이 최대 2m, 무게는 200kg까지 나가는 초대형 해파리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독성이 강해 어업이나 해수욕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2000년 이후 매년 개체수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천적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대량번식을 막고 독성 관련 연구도 추진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중요한 단서를 잡게 됐다. 염승식 KIOST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파리의 경우 폴립(Polyp)이라는 부착유생 1마리가 변태와 성장과정을 거쳐 5,000마리로 증식하므로, 폴립 제거가 대량번식을 막는 근본대책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폴립 변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물질 관련 유전자를 발견*해 향후 해파리 대량번식 예방 연구의 기반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
*해파리 폴립 변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물질인 레티노산(retinoic acid) 신호전달계 관련 유전자가 발견됐다. 레티노산은 비타민 A의 유도체로서, 형태형성인자다. 이를 매개로 상피 조직의 성장과 분화, 배아의 중추 신경계의 발달 등, 성장과 발생과정이 유도된다. |
공동 연구진은 또 노무라입깃해파리 독액의 단백질 유전자 정보도 확보했다. 해파리는 촉수를 사용해 먹이를 잡으며 이때 독을 사용한다. 이번에 분석한 해파리 게놈에는 독 관련해 개수가 증가된 특정 단백질 도메인(Protein domain)이 확인됐다. 포식동물로서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도 연구됐다. 노무라입깃해파리 게놈지도를 조립해 자포동물 4종과 좌우대칭동물 4종, 후생동물(Metazoan) 3종, 편모충류(Holozoa) 1종의 게놈과 비교·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해파리는 다른 자포동물보다 분자 수준의 삼투압 제어 기능이 뛰어났다. 이는 해파리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수직이나 수평으로 이동할 때 바닷물의 농도가 달라도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해파리는 근육수축과 관련된 유전자의 개수가 다른 자포동물보다 많았다. 해당 유전자들의 발현은 해파리 운동에 필수적인 메두사머리 부분에서 더 높았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김학민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 게놈지도는 메두사머리와 촉수라는 ‘구조’, 삼투압 적응과 독을 쏘는 ‘화학적 능력’, 제트 추진을 위한 근육운동이라는 ‘운동 기능’이라는 유전적 특성이 표현형에도 그대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유전형-표현형 결합의 흥미로운 사례로서, 포식동물로서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자포동물을 연구하는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화 센터장은 “해파리의 일부 종은 수명이 무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노화를 되돌리는 ‘극노화’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해온 고래, 호랑이 등의 표준게놈 자료와 함께 극노화를 위한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Biology’에 3월 29일(금)에 공개됐다. (끝) ※ 논문명: The genome of the giant Nomura’s jellyfish sheds light on the early evolution of active predation ※ URL: https://bmcbio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15-019-06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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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 해독 및 조립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은 3세대 염기서열 해독기술 중의 하나인 PacBio SMRT long read 기술로 해독됐다. 해독된 염기서열의 양(약 381억 염기서열)은 예측된 게놈 크기의 약 180배다. 또 차세대 염기서열 해독기술(NGS)과 Truseq synthetic long reads(TSLRs)기술로 게놈 크기의 약 450배, 9배 정도를 추가 해독했다. 이렇게 얻어진 대량의 데이터는 해파리 게놈 조립에 사용됐고, 총 213Mb크기의 게놈이 조립됐다. 이는 인간 게놈 크기(3Gb) 대비 약 1/15 수준의 작은 크기다. 2. 유전자 패밀리* 분석을 통한 진화분석노무라입깃해파리의 진화적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자포동물(히드라, 말미잘, 산호)과 좌우대칭동물(사람, 제브라피시, 초파리, 예쁜꼬마선충)과 유전자 패밀리(Gene family)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자포동물은 좌우대칭동물 대비 감각지각(Sensory perception)과 관련된 유전자 패밀리가 축소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같은 자포동물인 히드라 대비 신경전달물질수송(Neurotransmitter transport)과 관련된 유전자 패밀리가 확장돼 있는 걸 발견했다. 신경과 근육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 결과는 다른 자포동물 대비 움직임이 더 활발한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유전자 패밀리 축소/확장 분석 결과 예시> a에서는 해파리와 다른 자포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유전자 패밀리 집단의 숫자를 보여주며, b에서는 특정한 기능에 관한 유전자 패밀리 수가 공통조상에서 개별 생물로 가면서 어떻게 늘어나고 줄어들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
*유전자 패밀리(Gene Family):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의 묶음을 의미한다. 생물체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생존 등 필요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 가령 근육 수축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원래 하나였다고 해도, 생물이 살아가는 데 그 기능이 중요하게 쓰인다면 관련 유전자가 늘어나서 근육 수축 기능을 더 잘 수행하도록 돕게 된다. |
3. 유전자 특징분석과 근육 관련 유전자유전자 특징분석(Gene context)을 통해 환경적 스트레스에 유전자 수준에서 해파리가 어떻게 적응했는지 분석한 결과, 근육수축과 신경 펩타이드 신호전달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해파리가 해양환경에 적응하는 데 더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했다. 해파리는 삼투고정자(Osmoconformer)임에도 불구하고, 수직/수평으로 수영할 때 서로 다른 용질 농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자 수준의 삼투압 제어(Cellular chemical homeostasis, sodium ion transport)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진화했다. 근육운동과 관련된 유전자군(Myosin type II family)이 다른 자포동물들 대비 확장돼 있다. 유전자 특징분석을 통해 아직 깊게 연구되지 않은 해파리의 진화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추가적인 해파리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4. 조직 및 생식단계별 유전자 발현 특징해파리의 메두사 머리(Umbrella-shaped bell)는 촉수(Tentacles)조직 대비 근육수축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높다. 그 이유는 해파리의 메두사 머리에는 해파리의 운동과 관련된 근육세포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파리의 촉수는 메두사 머리 조직 대비 신경전달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높다. 이는 해파리의 촉수에 신경세포와 독 세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해파리의 생식단계 중 폴립(Polyp) 단계에서는 에너지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높았다. 스트로빌라(Strobila) 단계에서는 아마이드 합성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높았다. 마지막 메두사(Medusa) 단계에서는 독 관련 유전자와 면역체계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높았다.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말레이해파리의 두 조직(촉수와 메두사 머리) 간의 유전자 발현 차이 분석을 통해 해파리의 조직별 기능의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며, 생식단계별 유전자 발현 차이 분석을 통해 생식단계별로 주요하게 발달하는 유전자와 기능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
5. 해파리 독 관련 유전자 분석자포동물은 모두 여러 종류의 독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해파리는 특정 독 (Phospholipase A2, ShK domain 등) 관련 단백질 도메인의 수가 다른 자포동물들 대비 많았다. 해파리의 독은 인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고, 연구의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추후 해파리 독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파리 독 단백질의 도메인 분석 결과 예>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게 노무라입깃해파리다. Phopholipase A2와 ShK domain-like이라는 단백질의 도메인들이 노무라입깃해파리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참고로 단백질 도메인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서열을 의미한다. |
※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UNIST 코직(KOGIC: 게놈산업기술센터)은 2014년 7월 설립된 기관 공식 게놈연구소로, 게놈을 해독하고 대량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게놈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인간뿐 아니라 특수한 DNA 시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생명공학연구소다.코직의 연구자들은 2009년 사이언스(Science)에 범아시아인의 이동경로를 5만 개의 유전인자로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세계 최초의 동아시아 고인골인 8,000년 전 인간 게놈을 분석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인족 기원을 규명한 바 있다. 또 한국에서는 최초로 수백 년 된 미라의 유전자 분석 연구를 했다. 인간 외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고래, 호랑이, 사자 및 표범등의 표준게놈지도를 해독하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한국 국민의 대표 참조표준게놈지도인 코레프(KOREF)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코직은 게놈 기술을 통한 미래 맞춤의학 산업을 창출하고, 첨단 게놈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한국인게놈프로젝트”, 동물의 “극노화”, 게놈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내 최대의 한국인 만명 인간 게놈사업을 2015년부터 울산시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
[붙임]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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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게놈 분석 개요 |
※ 전체 분석 과정은 시료확보, 게놈해독 및 조립, 게놈(유전체) 비교분석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아래 그림 같은 과정으로 게놈 지도가 조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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