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한 번 다치면 거의 회복되지 않는 신경세포. 이 세포를 되살리는 단백질이 발견돼 화제다. 손상된 뇌나 척수 신경을 재생하는 치료제 개발에 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민경태 교수팀은 세포 내에서 소기관들을 연결하는 단백질인 ‘Grp75(Glucose regulated protein 75)’가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또 신경이 손상된 실험 쥐에 Grp75 단백질을 주입해 운동능력과 감각능력이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세포(neuron)은 인간의 뇌와 몸을 연결해 감각을 받아들이고 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는 나뭇가지 모양으로 길게 뻗은 축삭돌기(axon)를 가지는데, 여기가 손상되면 쉽게 재생되지 않는다. 특히 중추신경계인 뇌나 척수를 크게 다치면 사지나 하반신 마비와 같은 심각한 장애로 이어진다. |
하지만 지금까지 신경세포의 재생 능력에 대한 분자·세포학적 기작은 많이 밝혀지지 않았다. 또 이 과정을 연구해 신경세포의 재생 능력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도 미미했다. 민경태 교수팀은 신경세포가 손상된 뒤 나타나는 재생 과정을 살피고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재생을 위한 여러 세포 반응이 나타난다. 먼저 세포 속 소기관인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축삭돌기 말단으로 이동한다. 소포체는 찢어진 막을 복구하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에너지 수요보다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신경세포의 재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민경태 교수팀은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를 연결하는 단백질인 Grp75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이 늘어나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상호작용이 늘어나 세포 재생 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실험 쥐를 통해 이 내용을 입증했다. 허벅지를 지나는 신경인 ‘좌골신경’이 손상된 쥐에 Grp75 단백질의 과발현을 유도해 신경세포 재생을 확인한 것이다. |
제1저자인 이소연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Grp75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자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막’이 늘어났다”며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능력이 커졌고, 신경 재생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가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민경태 교수는 “다른 외부 물질을 도입하지 않고 ‘소포체-미토콘드리아 접촉막’을 통해 세포 자체의 능력을 향상시켜 신경 재생을 촉진한 연구”라며 “척수 손상이나 외상성 뇌 손상처럼 중추신경에 손상을 입어 회복이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 23일(화)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 지원사업(창의적 연구)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Increased ER-mitochondria tethering promotes axon regeneration |
[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세포 내 소기관(organelle)인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ER)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각각 독립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두 기관은 접촉막(mitochondrial-associated membranes, MAMs)을 형성해 상호 간 신호를 전달하며 서로의 역할들을 조절한다. 이 접촉막은 칼슘 이온의 항상성, 지질 교환,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세포 사멸과 같은 세포 신호 전달 및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현재까지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많이 밝혀졌고,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서 접촉막의 역할도 연구됐다. 하지만 신경세포(neuron)의 축삭돌기(axon)에서 소포체-미토콘드리아 접촉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말초신경계(Peripheral nervous system, PNS)에서 축삭돌기가 손상을 입으면 굉장히 제한적으로 재생된다. 또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에서 축삭돌기는 거의 재생하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축삭돌기가 손상되면, 이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세포반응이 일어난다. 우선 칼슘 이온이 증가해 신소 전달 물질의 후방수송(retrograde transport)을 활발하게 만들어, 세포재생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그리고 손상된 축삭돌기 말단에서 재생에 필요한 유전자들의 국지적 단백질의 번역(local protein synthesis)이 일어난다. 이는 파열된 세포막을 다시 봉하는 데에, 그리고 새로운 성장 원뿔(growth cone)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질을 제공한다. 또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세포 소기관들이 손상된 축삭돌기 말단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렇게 재배치된 두 소기관이 접촉막을 형성하는지, 그게 신경 재생에 영향을 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Grp75(Glucose regulated protein 75) 단백질’은 소포체 막 단백질인 IP3R(Inositol 1,4,5-trisphosphate receptor)과 미토콘드리아의 막 단백질인 VDAC1(voltage-dependent anion channel 1)에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막을 형성하며 연결하는 단백질이다. 또 Grp75 단백질은 소포체에서 미토콘드리아로의 칼슘 이온의 이동을 조절하기도 한다. |
2. 연구내용본 연구에서는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를 연결하는 단백질인 Grp75가 신경 손상 직후에 축삭돌기 말단에서 국지적으로 합성되는 걸 발견했다. 이를 통해 Grp75 단백질이 신경 재생에 필요하다는 걸 확인해 이 단백질의 과발현을 통해 신경세포의 재생이 촉진된다는 걸 확인했다. Grp75 단백질이 과발현에 따른 신경 재생이 촉진되는 세포·분자생물학적 기작은 다음과 같다. ①Grp75 단백질이 과발현되면 ②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막이 늘어난다. 이때 소포체에서 미토콘드리아로 ③칼슘 이온 이동이 활발해진다. 이와 동시에 ④세포 에너지(ATP) 생성도 증가시켜 ⑤신경이 더 잘 재생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내용을 실험 쥐로 확인했다. 좌골신경(sciatic nerve)이 손상된 쥐 모델에 Grp75 단백질의 과발현을 유도하는 바이러스를 주입해 결과를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쥐의 좌골신경이 빠르게 재생됐고 그에 따른 감각능력과 운동능력이 회복됐다. 본 연구의 결과들은 Grp75 단백질의 과발현을 통한 신경 손상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3. 기대효과이번 연구를 통해 ‘소포체-미토콘드리아 접촉막’이 신경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또 접촉막의 역할을 조절하는 데에 중요한 단백질인 Grp75이 신경 손상 이후에 축삭돌기에서 즉각적·국지적으로 합성되는 새로운 세포·분자생물학적 기작을 발견했다. 또 Grp75 단백질의 과발현은 다른 외부 물질의 도입 없이 세포 자체의 능력을 향상시켜 신경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척수 손상이나 외상성 뇌 손상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중추 신경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
[붙임] 용어설명 |
국지적 단백질 합성(Local protein synthesis)신경세포는 다른 세포들과는 다르게 특이한 모양을 가진다. 축삭돌기(axon)와 수상돌기(dendrite)라고 하는 긴 가지 모양의 구조라서 주요한 세포활동이 일어나는 세포체(cell body)와 먼 거리에 있게 된다. 신호를 주고받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축삭돌기와 수상돌기에서도 주기적으로 단백질과 세포 소기관의 교체가 일어난다. 이때 필요한 단백질들은 대부분 축삭돌기 말단과 수상돌기 말단에 mRNA를 운송해 보냄으로써 국지적으로 합성된다.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는 세포체에서부터 운송해 오는 것보다 빨리 단백질의 항상성을 유지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
신경손상(nerve injury)과 신경재생(nerve regeneration)손상된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재생을 보인다. 말초신경은 그나마 재생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완전한 재생이 아니라 일부만 재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는 거의 재생이 불가능해 많은 척수 손상,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사지 또는 하반신 마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신경세포의 재생이 어려운 이유로는 ‘비신경세포(glial cell)의 방해 물질’이 꼽혔다. 그러나 방해 물질을 유전적으로 완전히 제거해도 중추신경의 재생이 원활하지 않다는 보고도 있어 완전하게 신경 재생을 촉진할 중요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
소포체-미토콘드리아 접촉막(Mitochondrial-associated membranes, MAMs)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는 여러 막 단백질들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접촉막을 형성해 각각의 역할을 조절한다. 칼슘 이온의 항상성, 지질 합성의 조절, 세포 사멸의 조절, 그리고 미토콘드리아의 분열(fission)과 융합(fusion)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는 각각 세포막(plasma membrane)이나 엔도솜(endosome), 골지체(Golgi apparatus) 등 다른 세포 소기관과도 접촉막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Grp75 유전자의 과발현으로 좌골신경이 손상된 실험 쥐의 신경이 재생되는 모습: 그림B에서 신경세포는 형광녹색으로 보이는데, Grp75가 과발현된 아래쪽 그림에서 신경세포가 잘 재생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림I와 J에서는 정상적인 신경세포(sham)와 손상된 신경세포(contol), 손상됐지만 Grp75를 과발현한 신경세포(△MTS-Grp75)에서 시간에 따른 신경세포의 상태를 보여준다. Grp75가 과발현된 경우 보름만에 정상 신경세포와 비슷한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2. Grp75 단백질 과발현에 의한 신경 세포의 재생 촉진 기작: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었을 때 Grp75 단백질이 과발현되면,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막이 들어나고, 이때 두 기관 사이에 칼슘 이온 이동이 활발해지며, 세포 에너지 생성도 증가돼 신경 재생이 잘 이뤄지게 된다. 정리하면 Grp75 단백질은 미토콘트리아와 소포체를 붙여주는 일종의 접착제처럼 활약해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것이다. |
UNIST 홍보팀 news@unist.ac.kr TEL : 052)217-1230FAX : 052)217-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