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19. 10. 30 (수)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일 재료 합쳐도 판이한 복합소재? ‘용매’에 답 있다!

UNIST 김소연 교수팀, 고분자 나노복합소재 제조 시 용매에 의한 효과 규명
용매 따라 복합소재 계면 두께 달라져… Physical Review Letters 논문 게재

고분자 소재에 나노입자를 더하면 원하는 특성을 갖춘 복합재료를 만들 수 있다. 고분자로 이뤄진 플라스틱은 가볍지만 부서지기 쉬운데, 나노입자를 더해 강도를 높여서 ‘가벼우면서 단단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특성들은 재료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졌는데, ‘재료를 만드는 과정’도 한 몫 한다는게 새로 밝혀졌다. 

UNIST(총장 직무대행 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소연 교수팀은 고분자와 나노입자를 혼합하는 용액 혼합 방식에서 용매가 재료의 최종 구조와 물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발표했다. 용액 혼합 방식은 고분자와 나노입자를 용매에 녹여 혼합한 뒤 용매를 증발시켜 복합재료를 얻는 기법인데, 어떤 용매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최종 물질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용매(溶媒, solvent): 용액의 매체가 되어 용질(용매에 녹아드는 물질)을 녹이는 물질로, 주로 액체나 기체상을 띤다.

고분자 나노복합체는 최근 주목받는 신소재다. 두 물질이 서로 맞댄 면, 즉 계면 특성에 따라 원하는 성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에는 혼합하는 물질을 바꾸어가며 계면의 변화를 살펴보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그러나 복합체를 만드는 과정이 계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한 연구는 부족했다.

김소연 교수팀은 계면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용매’에 주목했다. 용매는 반응 후 제거되므로, 물질계가 반응 전후에 평형을 이루면 어떤 용매를 쓰든 같은 성질의 복합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복합체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으로 인해 반응 전후에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용매에 의한 ‘비평형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그림] 사용된 용매에 따른 계면층 고분자 분율 및 두께

연구팀은 똑같은 고분자와 나노입자로 복합체를 만들면서 서로 다른 용매인 물과 에탄올을 이용해, 각 용매가 계면 두께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측정결과 에탄올을 용매로 사용하였을 경우 나노 입자에 흡착되어 계면 층을 이루는 고분자의 비율이 약 2배 더 높게 나타났으며, 계면층의 두께도 1nm 더 두꺼웠다.

1nm에 불과한 계면의 두께 차이는 전체 복합체의 물성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충분한 양의 나노입자와 짧은 사슬 길이를 갖는 고분자를 이용해 에탄올 용매에서 복합체를 만든 경우, 물에서 만든 나노복합체보다 액체에 가까운 성질을 보였다.

[연구그림] 계면 층 두께에 따른 고분자 나노복합체 내의 입자 구조 모식도

계면층에 두텁게 붙은 고분자들의 서로간 반발력(입체반발력)에 의해서 전체 입자들이 골고루 퍼지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에서 제조된 복합체의 경우 전체 입자들이 퍼짐이 불규칙해 유리처럼 딱딱한 성질이 더 강했다. 하지만 고분자 사슬이 너무 길면 고분자 사슬간 엉킴으로 인한 나노입자의 뭉침이 심해져 오히려 계면층이 두꺼운 나노복합체가 더 단단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소연 교수는 “똑같은 양의 동일 재료를 이용하더라도 초기 용매에 따라 판이한 상태의 고분자 나노복합체가 제작될 수 있다”며 “이번 발견은 고분자 나노 복합소재를 설계할 때 각 요소의 특성과 더불어 ‘비평형 효과’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017일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UNIST-PAL 빔라인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됐으며, 연구에는 UNIST 연구지원본부(UCRF) 신태주 교수도 참여했다.

(논문명: Initial Solvent-Driven Nonequilibrium Effect on Structure, Properties, and Dynamics of Polymer Nanocomposit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1228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 (052) 217-2558

  • [연구그림] 사용된 용매에 따른 계면층 고분자 분율 및 두께
  • [연구그림] 계면 층 두께에 따른 고분자 나노복합체 내의 입자 구조 모식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연구배경 

고분자 나노복합체(Polymer Nanocomposites)1)라는 물질은 고분자 매트릭스에 나노미터 단위의 크기를 가지는 입자를 혼합하여 구성한 것이다. 고분자나 나노입자를 각각 단독으로 재료에 도입할 때에 비하여 서로의 단점을 상호 보완하여 다양한 거시적 물성을 뛰어나게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고분자 나노복합체는 에너지부터 생명의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고분자 나노복합체의 물성의 향상의 기원을 찾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 중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은 주로 나노입자 표면과 고분자의 특정 작용기 간의 수소결합과 같은 강한 인력으로 인해 형성되는 고분자 계면 층이다. 수 나노미터의 두께로 형성된다고 알려진 계면 층을 이루는 고분자의 구조, 거동은 벌크 상의 고분자와 상이하여 고분자 나노복합체의 거시적 물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계면 층의 특성을 결정짓는 미시적 요인으로는 입자-고분자 상호작용 세기, 고분자 사슬의 강성도(stiffness), 입자/고분자의 크기 등의 주로 구성 요소들의 고유한 특성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분자 나노복합체를 실제적으로 제작하기 위한 다수의 과정에서 긴 고분자 사슬의 느린 거동과 제작 조건으로 인하여 평형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비평형 상태에 갇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고분자 나노복합체의 비평형 현상이 흔히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2. 연구내용 

고분자 나노복합체를 제작할 시 흔히 쓰이는 방법인 ‘용액 혼합 방식(solvent casting)’은 초기에 나노 입자와 고분자를 용매에 고르게 분산시킨 후 용매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본 연구팀은 용액 혼합방식 (solvent casting) 에서 초기 용매에 의해 야기되는 비평형 효과에 주목하였다. 초기 용매로 각각 에탄올과 물로 달리하여 실험하였다. 이것들은 고분자 나노복합체의 모델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선택한 실리카 나노 입자와 폴리에틸렌 글라이콜 (poly(ethylene glycol); PEG)을 잘 분산시킬 수 있지만 서로 미묘하게 PEG에 대한 용매의 질이 다르다. 에탄올 또는 물에 각각 분산된 실리카 나노 입자 용액을 PEG에 혼합한 후 고온의 진공 오븐에서 용매를 모두 날려주어 시료를 제작한 후 실험하였다.

먼저, 자유 유도 감쇠 실험2)을 통해 고분자 계면 층의 분율을 알아낼 수 있었다. 최종 복합체의 구성요소(composition)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계면 층을 이루고 있는 고분자의 분율이 에탄올에서 만든 경우에 물에서 만든 경우보다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으며, 계면 층의 두께도 약 1 나노미터 두꺼운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초기 용매에 의해 나노 입자의 미세 구조와 유변학적 물성의 차이가 보이는 이유를 계면 층의 두께 차이에 주로 근거하여 설명할 수 있다. 

짧은 고분자의 경우, 더 두껍게 형성된 계면 층은 입자 간의 입체 반발력(steric repulsive force)3)을 더욱 효과적으로 일으켜 더 좋은 분산안정성 갖는다. 이는 복합체가 더 액체 상에 가깝고 전단탄성계수(shear modulus)4)의 값도 더 낮은 유변학적 물성을 띄도록 한다. 반면 긴 고분자의 경우에는, 더 두꺼운 계면 층이 입자 간 가교현상(bridging)5)을 통해 응집을 더욱 촉진시켜 더욱 빽빽한 입자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하는 효과를 주었다. 이는 전단힘(표면을 미는 힘)에 대해 더욱 잘 버틸 수 있는 유변학적 물성을 띄도록 도와준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초기 용매의 효과가 입자 부피 분율6)의 특정 범위 내에서 눈에 띄게 유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유효 범위에서의 계면 층 간 거리는 분자량에 관계없이 1-5Rg7)의 범위라는 것을 밝혔다. 따라서, 초기 용매의 효과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고분자 사슬이 느끼는 계면 층 간 거리가 계면 층끼리 충분히 상호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3. 기대효과

본 연구의 결과는 초기 용매가 고분자 나노복합체의 제작과정에서 제거되더라도 최종 물질의 구조, 물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구성 요소, 비율 등과 더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물성을 가지는 고분자 나노복합체를 제작하기 위해 어떤 용매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 고분자 나노복합체

고분자 매트릭스 내에 분산된 나노 입자 또는 나노 필러를 갖는 고분자.

2. 자유 유도 감쇠 실험

90도 펄스 이후 수소핵의 스핀 운동이 종축자화도로 회복되며 횡축자화도의 신호 감쇠가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하여, 고분자의 분포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3. 입체 반발력(steric repulsive force)

입자의 표면에 고분자 사슬이 흡착되어 공간상에서 입체적으로 퍼짐에 따라 입자들이 서로 응집되지 못하도록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

4. 전단탄성계수

전단력(물체의 표면에서 수평방향으로 미는 힘)을 가했을 때 변형이 나타나는데 이때 전단 응력(힘)과 이에 수반하는 변형과의 비를 말한다. 전단탄성계수가 높을수록 딱딱한(stiff) 성질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5. 가교현상 (bridging)

고분자 사슬이 하나 이상의 입자에 흡착하여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입자-고분자-입자’로 된 덩어리가 형성되는 현상

6. 입자 부피 분율

물질 내에 입자가 차지하고 있는 부피의 분율

7. Rg (고분자의 회전 반경, radius of gyration)

고분자 사슬의 평균적인 형태를 구 또는 타원체로 간주하여 회전체라고 생각했을 때, 회전체의 무게중심과 임의의 한 점 간의 평균 거리를 말한다. 즉, 고분자 사슬의 부피(크기)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사용된 용매에 따른 계면층 고분자 분율 및 두께 (a) 자유 유도 감쇠 실험을 통해 정량화해낸 계면 층을 이루는 고분자의 분율(Fr)과 계면 층의 두께(그래프안의 작은 그래프 Y축). 똑같은 입자 부피 분율(øC)에서 사용된 용매에 따라 계면층을 이루는 고분자 분율과 두께가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b) 초기 용매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계면 층의 모식도. 에탄올(EtOH)에서 만들어진 나노복합체의 경우 계면층 두께가 더 두껍다.
 

그림 2. 계면 층 두께에 따른 고분자 나노복합체 내의 입자 구조 모식도. (a) 두꺼운 계면 층에서는 고분자의 길이가 짧을수록 분산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우측상단) (b) 얇은 계면 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