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4. 6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구공'처럼 분자도 회전 상태 다르면 운동궤적 달라진다

UNIST 조범석 교수팀, 분자의 회전 양자 상태에 따른 정렬 효과 확인
극성이 없는(비극성) 분자 분리 기대… Science Advances 발표

투수가 던진 야구공은 구종에 따른 다른 궤적을 갖는다. 구종 별로 공기의 흐름과 상호 작용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분자도 레이저와 상호 작용하게 되면 각각의 ‘회전 상태’에 따라 다른 운동 궤적을 가지는 것이 밝혀졌다.

UNIST(총장 이용훈) 자연과학부의 조범석 교수팀은 레이저장(비공명 광학정상파)의 영향 아래서 비극성 분자(전하 분포가 균일하여 극성을 띠지 않는 분자)회전 양자 상태가 다르면 운동궤적도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야구공 구종에 따라 공기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분자도 ‘회전양자상태’에 따라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궤적이 변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양자 상태별로 분자를 분리하는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양자(quamtum): 일상생활에서의 물리량들은 연속적인 값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분자와 같이 아주 작은 계에서의 물리량은 반드시 비연속적인 일정한 값을 얻게 되고, 이렇게 지니는 각각의 상태를 ‘양자 상태’라고 부른다. 분자의 회전 운동을 설명하는 물리량 또한 정해진 비연속적인 값을 가지며, 각각의 물리량에 해당하는 상태를 ‘회전 양자 상태’라 부른다. 분자는 양자 상태에 따라 병진, 회전, 진동 등의 운동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회전’에 집중했다.

*비공명 광학 정상파: 몇 개의 파동이 서로 겹쳐져, 전체가 하나의 진동수를 갖고 같은 위상으로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파동을 ‘정상파(standing wave)’라고 하며, ‘비공명’은 광학 정상파가 분자의 양자 상태에 공명하여 분자가 레이저의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음을 뜻한다.

분자는 레이저장이 없으면 각각의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회전한다. 그런데 자유롭게 회전하던 분자들이 레이저장(laser field)과 상호작용하면 변화가 생긴다. 레이저장이 존재하면 비극성 분자도 유도된 극성을 갖게 되고, 그 정도는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유도된 극성을 가지는 분자는 특정한 방향(레이저장의 편광 방향)으로 정렬되며, 동시에 레이저장과 상호 작용하여 분자의 병진 운동(앞으로 이동하는 운동)의 변화가 생긴다.

이처럼, 외부의 전기적 힘에 의해 유도되는 극성의 정도를 ‘편극률’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편극률은 회전 양자 상태뿐 아니라 분자 정렬 정도와도 연관되고, 정렬 정도는 레이저장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기존에 보고된 실험 결과들의 해석에서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이 분자의 운동궤적 변화(분산)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되었다.

[연구그림] 실험장비의 개략도

연구팀은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효과를 고려 분자의 운동궤적 변화를 정확히 설명했다. 회전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기체 분자와 마주 보며 진행하는 동일한 레이저 빔 두 개로 만들어진 광학 정상파를 이용해 산란실험을 하고,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변하는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한 분자궤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 결과를 해석했다. 그 결과, ‘회전 양자 상태별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 가로 방향으로의 분자의 속도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었다.

회전이 거의 없는 야구 구종인 너클볼은 공기와의 상호작용이 강해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힘든데, 마찬 가지로 회전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 또한 분자정렬 효과가 커 운동궤적을 예측하기 힘들다. 공기의 흐름은 자연의 섭리라 예측하기 힘들지만,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는 계산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자정렬효과를 고려한다면 분자의 운동궤도를 정확히 예측 할 수 있다.

[연구그림] 분자 산란실험과 시뮬레이션 결과 비교

공동 제1저자인 김이영 UNIST 물리학과 석ㆍ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2015년 발표한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 논문에서는 ‘회전 양자 상태별로 달라지는 편극률’만으로 설명할 수 없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레이저장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 효과’까지 함께 고려해 더욱 정확히 편극률을 계산함으로써 분자 분산 실험결과를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범석 교수는 레이저장에 의해 정렬된 분자의 분산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은 분자 운동 제어뿐만 아니라, 비극성 분자들을 회전 상태에 따라 분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서로 다른 양자 상태에 분포하는 이성질체를 분리해 각각의 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등의 후속 첨단 연구에 토대가 될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 전했다.

*이성질체: 같은 분자식으로 이뤄진 분자라도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입체가 구조가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이성질체라 한다. 이성질체는 서로 다른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는다. 특히 의약품 합성의 경우에는 서로 거울상에 해당하는 광학 이성질체들이 서로 전혀 다른 생물 화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원하는 이성질체만을 골라는 것이 중요하다. 

3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UNIST 기초과학연구소 연구비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글로벌박사양성프로그램(GPF)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Scattering of adiabatically aligned molecules by nonresonant optical standing wav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팀원 (052) 217 1228

자연과학부: 조범석 교수 (052) 217 5426

  • [연구그림] 실험장비의 개략도
  • [연구그림] 분자 산란실험과 시뮬레이션 결과 비교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일반적으로 분자들은 여러 양자 상태1)를 가지는 동시에 서로 혼합돼 있어 양자 상태에 따른 성질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분자의 양자 상태에 따른 성질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일 양자 상태를 갖는 분자의 표본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분자의 양자 상태를 골라내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며 아직 전반적인 분자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 양자 선택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극성 분자2)에만 제한적으로 양자 상태를 선택하는 방법이 제시돼 있으나, 극성을 갖지 않는 분자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론연구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비극성 분자의 회전 양자 상태 분리 방법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진행된 실험에서는 각각의 회전 양자 상태에 따른 편극률3)을 고려하지 않고 그 평균값만을 이용해 정확한 분리 방법을 제안하지 못했다. 이에 2015년 조범석 교수 연구팀은 분자의 회전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편극률4)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 연구에 더해 특정 레이저 세기에서의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의 정렬 효과5)까지 고려해 실험 결과의 정확한 해석 방법을 제시했다. 이에 극성 분자나 간단한 원자에만 제한되는 기존의 양자 상태 선택 방법에서 벗어나 비극성 분자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양자 선택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2. 연구내용

실험에서는 마주 보며 진행하는 동일한 레이저 빔으로 만들어진 광학 정상파가 저온 기체 분자와 만나 분산되는 실험을 통해 분자의 정렬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선형 편광된 적외선(IR) 레이저 빔으로 광학 정상파6)를 형성했다. 광학 정상파와 상호작용한 저온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CS₂) 빔(beam)을 탐침 레이저 빔과 접촉해 이온화한 다음 관측했다. 동시에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레이저장(場)과 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분자 궤적 시뮬레이션을 고안해 실험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양자 상태에 따른 분자의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 분자의 가로 방향으로의 속도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회전 온도가 낮은 분자 빔(beam)을 이용해 단일 양자 상태 분자를 분리해 낼 수 있음을 보였다. 이븐-라비 밸브(Even-Lavie valves)7)를 이용해 회전 온도가 1K(K는 절대온도 단위, 1K = -272.15℃) 정도 되는 CS₂ 분자 빔을 만들었다. 이때, CS₂ 분자들은 서너 개의 회전 상태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일 양자 상태를 갖는 표본을 얻기 용이하다. 실험 조건을 잘 조절하면, 양자 상태 선택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기대효과

본 연구 결과는 비극성 분자의 양자 상태 분리 방법에 토대를 마련했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저온 분자 빔 소스(molecular beam source)나 움직이는 정상파를 적용한다면 비극성 분자의 회전 상태에 따른 분리 방법을 정립하는 결정적인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서로 다른 양자 상태에 분포하는 이성질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이성질체8)의 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등 후속 첨단 연구에 토대가 되는 등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

 

[붙임]  용어설명

1. 양자 상태

양자계가 가질 수 있는 상태. 양자수에 의해 특정되며, 양자수가 다르면 이 상태도 서로 다르다. 분자의 양자 상태에 따라 분자들이 병진 운동(분자 자체의 움직임)이나 회전 운동(특정 축에 대한 회전), 진동 운동(결합 길이나 결합각의 변화) 등을 하게 된다.

2. 극성 분자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달라, 전자구름의 쏠림이 발생해 있는 분자. 물이 대표적인 극성 분자이다.

3. 편극률

외부의 전기적 힘에 의해 분자가 가지는 극성의 정도.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달라, 전자구름의 쏠림이 발생하는데 비극성 분자의 경우 입체구조의 대칭성 때문에 전자구름의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의 전기적인 힘이 있으면 전자구름의 쏠림이 나타나는데 그 정도를 편극률로 표시한다. 

4.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편극률

회전 양자 상태는 분자의 회전 양상을 표현한다. 즉,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레이저 편광축과 분자의 회전 평면이 이루는 각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유효 편극률의 변화를 의미한다. 

5.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레이저장에 의한 정렬 정도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다른 유효 편극률은 레이저장과 상호작용할 때 분자가 서로 다른 정렬 정도를 가지게 한다. 

6. 펄스형 광학 정상파

동일한 펄스형 레이저 빔을 서로 마주 보게 전파해 생성한 정상파. 정상파는 파(wave)의 마루(혹은 파의 임의 높이)가 시간에 따라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파이다.

7. 이븐-라비 밸브(Even-Lavie valves)

고강도 초음속 빔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통로를 바꾸거나 여닫아, 빛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바꾸는 장치다. 

8. 이성질체(異性質體, isomer)

분자식은 같지만 서로 다른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는 분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성질체인 분자들은 원소의 종류와 개수는 같으나 구성 원자단이나 구조가 완전히 다르거나, 구조가 같더라도 상대적인 배열이 달라서 다른 성질을 갖게 된다. 특히 의약품 합성의 경우에는 서로 거울상에 해당하는 광학 이성질체들이 서로 전혀 다른 생물 화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원하는 이성질체만을 골라는 것이 중요하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실험장비의 개략도: 1064㎚(1㎚는 10억 분의 1m)의 적외선(IR) 레이저에서 발생한 빔을 두 갈래로 나누어, 실험이 이루어지는 진공 챔버 안에서 겹쳐 광학 정상파를 만든다(큰 그림의 빨간 삼각형 부분). 이븐-라비 밸브(Even-Lavie Valve))를 이용해 회전 온도가 1K(-272.15℃) 정도 되는 이황화탄소(CS₂) 분자빔을 만든다. 저온 분자 빔은 광학 정상파와 상호작용한 뒤 탐침(probe) 레이저 빔에 의해 이온화되는 것이 관측됐다.

 

그림2 분자 산란실험과 시뮬레이션 결과 비교: (a) 레이장 세기가 I0 = 3.2 × 1010 W/㎠ 일 때, 정렬 효과를 반영해 계산한 정상파를 지난 분자들의 속도 분포(검정 실선), 정렬 효과를 무시하고 계산한 분자 속도 분포(검정 점선), 실험으로 측정한 분자 속도 분포(회색 영역). 정렬 효과를 고려한 전사 모사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실험 결과를 잘 재현한다. (b) 광학 정상파를 지나는 분자 경로 전사 모사. 실선은 분자의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 결과이며, 점선은 정렬 효과를 무시한 분자 경로를 의미한다. 정렬 효과 때문에 유효 편극률이 커지면 그에 따라서 정상파를 지나는 분자의 궤적 변화도 커진다. (A와 B) 위상 공간에 나타낸 t = 5 ns 일 때의 (c)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와 (d)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전산 모사 결과. 각각의 점은 그림(b)에서의 하나의 궤적 중 주어진 시간에서의 속도와 위치를 나타낸다. 전산 모사 결과를 속도축 상으로 투사하면 (a)와 같은 속도 분포를 얻을 수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정렬 효과를 고려한 경우는 위상 공간 반회전이 일어나 속도 분포의 가운데 부분이 좁아진다. 반면 정렬 효과를 무시하면 위상 공간 회전이 반회전에 미치지 못하여 속도 분포의 가운데 부분이 비교적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