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4. 16(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잎이 물방울 털 듯"… 전극서 공기 방울 없애 수소 생산 Up!

UNIST 류정기·이동욱 교수팀, 표면의 기체 방울 제거하는 고분자물질 개발
전기화학적 물 분해서 수소 생산효율 대폭 향상… Science Advances 논문 게재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은 스며들지 않고 쉽게 튕긴다. 연잎 ‘표면’에 있는 아주 미세한 돌기가 있어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물 분해로 수소를 얻는 전극 ‘표면’을 개선함으로써 수소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류정기·이동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물의 전기분해(수전해)용 전극에 코팅해 수소 생산효율을 5배 정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지 않고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것만으로도 수소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컵에 탄산음료를 따르면 컵 안쪽 표면에 공기 방울이 달라붙는다. 음료를 마실 때라면 이런 공기 방울의 많고 적음이 큰 상관 없지만,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전극에서는 다르다. 전극 표면에서 발생한 기체가 많이 달라붙어 있을수록 반응이 일어날 면적이 줄어서 수소와 산소 같은 기체 발생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극 표면에 달라붙는 기체를 제거하는 게 전체적인 효율에서 중요하다.

[연구그림] 기존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공기 방울 탈착 테스트

공동연구팀은 다공성 수화 젤(hydrogel)을 전극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기체 방울을 쉽게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화 젤은 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물질로, 고체의 표면에 코팅하면 기체가 잘 달라붙지 않고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수전해 시스템의 전극 표면을 수화젤로 코팅해 수소 발생 성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같은 수소 생산효율이 5배 정도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수화젤: 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결합에 의해 3차원 그물구조를 하고 있는 물질. 용해되지 않고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친수성(親水性)이 높다. 액체인 전해질()이 고체인 전극표면을 만나 표면에서 기체 분자가 만들어지는 수전해(물 전기분해) 반응에서, 친수성도가 높은 물질을 전극 표면에 코팅 할 경우 반응 생성물인 기체보다 액체인 반응물이 전극표면에 더 잘 붙는다. 즉 기체는 전극 표면에 잘 붙지 않게 된다.

류정기 교수는 “고분자물질은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없고, 전기가 통하지 않아 수전해 효율을 낮춘다고 예상됐다”며 “이런 점 때문에 전극에 사용된 적이 없었지만,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오히려 수전해 방식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고분자물질을 고체의 표면에 코팅해 기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얻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표면의 기체를 제거하기 위해 고체의 표면에 미세한 나노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있었지만, 제조비용이 비싼 데다 적용 가능한 물질에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고체라면 물질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고, 대상 물질에 수화 젤만 코팅하면 되는 간편하고 저렴한 방식이라 활용 범위도 넒다.

[연구그림] 기존의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수소 기체 발생 효율 비교

이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공성 고분자 수화 젤의 코팅을 이용해 다양한 고체의 표면에 초혐기성’(Superaerophobicity), 기체를 싫어해서 밀어내는 성질)을 구현한 최초의 연구 라며 “이 기술은 수전해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다솜 UNIST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박진우 UNIST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410일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초혐기성(superaerophobicity): 흔히 연꽃잎효과로 알려진 초소수성(superhydrophobicity)과 유사한 특성으로, 초소수성이 표면으로부터 물을 밀어내는 성질이라면 초혐기성은 물에 잠긴 상태에서 표면으로부터 기체방울을 밀어내는 특성이다.

 

논문명: Superaerophobic hydrogels for enhanced electrochemical and photoelectrochemical hydrogen production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팀원 (052) 217-1228

에너지및 화학공학부: 류정기 교수 (052) 217-2564, 이동욱 교수 (052) 217-2594

  • [연구그림] 기존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공기 방울 탈착 테스트
  • [연구그림] 기존의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수소 기체 발생 효율 비교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전기화학적 물 분해(수전해) 반응1)은 전기 에너지로 무한한 자원인 물을 수소로 합성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전기화학반응2)과 달리 고체와 액체 기체까지 3가지 서로 다른 상태(phase)의 물질이 반응에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고체는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전극’이고, 액체는 반응물인 ‘전해질’이며, 기체는 생성물인 ‘수소’가 된다. 그런데 생성된 수소가 전극에 흡착되면 전해질에 노출되는 전극 면적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수소 발생 효율이 저하된다. 따라서 전극 표면의 기체를 제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고체(전기화학 전극)-액체(반응물)-기체(생성물) 계면3)에서 기체를 쉽게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전극의 표면 특성에 ‘기체를 밀어내는 특성’, 즉 초혐기성4)을 부여해야 한다. 기존에는 전극 자체의 구조적 변형을 통해 이러한 특성을 구현했으나, 이는 전극 자체의 안정성을 해친다. 또 전극 합성 시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며, 복잡한 공정 과정 때문에 상용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2. 연구내용

기존 연구에서는 초혐기성을 가진 전극을 만들기 위해 전극 자체 구조를 나노구조로 변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극의 성능 향상 원인은 전극 자체의 초혐기성보다는 나노 구조화로 인한 비표면적(단위 부피나 질량 대비 표면적)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었다. 또 이 방식의 경우 특정 전극에만 접목할 수 있어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본 연구에서는 고분자로부터 만들어진 다공성 초혐기 수화 젤5)을 전극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전극 구조를 변형하지 않고도 더 효과적으로 기체를 전극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그림1 A, B 참조) 이 방법은 전극의 비표면적과 관계없이 오로지 다공성 초혐기 필름에 의한 전극의 초혐기성만이 수소 발생 효율이 관여하므로 다양한 전극에 적용할 수 있다. 또 고분자를 이용해 초혐기 필름을 합성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고 상온/상압에서 초혐기 전극을 생산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전극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혐기 전극은 전기화학적 물 분해에서 이전보다 5배 정도 향상된 수소생산효율을 보였다.(그림1 C 참조)

3. 기대효과

본 연구는 전극 자체의 개질이나 손상을 최소화하고 전기화학반응의 효율과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편적 전극의 초혐기성 제어 연구로, 수소생산뿐 아니라 전기화학 기반의 다양한 기체 발생 반응에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화학 에너지 소자 분야의 발전에 성공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 또 수소 발생 반응뿐 아니라 기체 생성 반응의 전반적인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연료전지 기술 등과 결합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사회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붙임] 용어설명

1. 전기화학적 물 분해(수전해)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과정으로, 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인공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이다.

2. 전기화학반응

전기 에너지와 화학 변화의 관계를 취급하는 화학 반응의 하나로, 그 화학 반응식 중에는 반드시 전자(electron)가 참가하고 있다. 전지(배터리)의 작용이나 전기분해 등을 다루는 일은 전기화학의 대표적인 영역에 속하며, 모두 산화-환원 반응에 기반을 둔다. 수전해 또한 대표적 전기화학 반응이다. 전기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려면 전자의 움직임이 잘 일어나야 하므로 전자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물체(부도체)는 일반적으로 수전해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번 연구에서는 부도체인 수화 젤의 혐기성을 이용해 오히려 수전해 효율을 높였다.

3. 계면

물질의 상태는 기체상, 액체상, 고체상 등 세 가지인데, 이들 중 두 개의 상 사이에 생기는 경계면을 계면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흡착이나 분자의 배향 등 특유한 여러 현상과 물질 등 특유한 성상이 나타난다.

4. 초혐기성(Superaerophobicity)

특정 표면에 붙어있는 기체를 떨어뜨리는 현상을 초혐기라 한다. 전기화학 물 분해 반응의 경우, 반응 결과로 수소와 산소 기체가 발생하는데 발생한 기체를 전극에서 분리할 능력이 초혐기성이다. 전기화학 물 분해 반응의 경우 액체에서 이뤄지는 반응이므로 특정 물질의 친수성도가 높다면 발생한 기체보다 반응할 액체와의 친화도가 더 높다. 따라서 초혐기도는 물질의 친수성도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5. 수화 젤(Hydrogel)

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화학적 결합으로 3차원 가교를 형성하는 그물 구조로, 수상환경에서 용해되지 않고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6. 비표면적

어떤 입자의 단위질량 또는 단위부피 당 전표면적을 말하며, 입자가 작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에 물질의 흡착 계면 현상을 측정하는 데 이용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기존의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수소 기체 발생 효율 비교

(A), (B) 전기화학 반응 도중 보통의 전극(A)과 초혐기 필름 전극(B)의 수소 생성 반응 모식도와 디지털 사진. 초혐기 필름이 코팅된 전극에서 실제로 발생한 수소 기체의 양이 기존 전극에 비해 많았고 따라서 수소 생성 효율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C) 단위전류량 측정을 통한 일반 전극과 초혐기 전극의 수소 발생 효율의 비교. 기존 전극(1㎠ 당 -50㎃)에 비해 초혐기 전극(1㎠ 당 –250㎃)의 효율이 약 5배 가량 높아짐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전극(검정 테두리)과 달리 초혐기 전극(하늘색 테두리)의 미세구조의 경우, 균일한 크기의 구멍이 일정하게 배치된 것을 미세구조 현미경을 통해 확인했다.

 

그림2. 기존 전극과 초혐기 필름 전극의 공기 방울 탈착 테스트

기존 전극(왼쪽)과 수화 젤로 코팅한 초혐기 전극(오른쪽)에서의 기체접촉각 측정을 통해 초혐기도 테스트를 수행했다. 기존 전극(왼쪽)과 달리 수화젤로 코팅한 전극(오른쪽)에서 공기 방울의 흡착이 어렵다. 따라서 위 테스트를 통해 수화젤이 초혐기도를 띤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