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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은 몸속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생체 기능을 담당하는 효소나 호르몬 같은 물질도 단백질이므로 몸속 물의 특성을 알면 질병 원인 파악이나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이런 일을 가능케 할 기술이 발표됐다. UNIST(총장 이용훈) 자연과학부의 권오훈 교수팀은 레이저 빛을 받으면 ‘주변 물에서 수소 이온(H⁺, 양성자)을 뺏는 분자’를 이용해 생체 속 물(Biological water)이 가진 ‘수소 결합 에너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단백질 주변에 있는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그 구조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팀과 아주대(총장 박형주) 응용생명화학공학과의 유태현 교수팀이 함께 진행했다. |
수소 결합(Hydrogen bond)은 수소와 결합한 분자 주변에 나타나는 전기적 끌어당김이 만든 화학결합이다. 물 분자끼리의 연결이나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에 이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소 결합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므로 물에 둘러싸인 생체고분자의 구조에도 영향을 줘 기능을 바꾸게 된다. 따라서 생체고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려면 특정 위치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생체고분자는 수많은 물 분자 속에 둘러싸여 원하는 위치에서 영향을 주는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하기 어렵다. |
생체 속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빛을 받아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면 주변 ‘물 분자의 수소 이온(H⁺)를 탐내는 분자(7-아자트립토판)’를 활용했다. 이 분자가 물 분자의 수소 이온을 빼앗을 때 주변 물의 수소 결합이 끊어졌다가 재배치되는데, 그 반응 속도를 보고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론한 것이다. 7-아자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이웃한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을 뺏고, 자신의 수소 이온을 다시 물 분자에게 준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간 수소 결합은 끊어졌다가 재배치된다. 물 분자간 수소 결합 세기가 클수록 결합을 끊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반응 속도가 느리다. |
*여기상태(excited state): 원자 또는 분자가 외부에서 빛, 방사선 등에 의해 에너지를 흡수하여 내부의 전자가 들뜬 상태. 여기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기저 상태로 돌아온다. |
연구팀은 7-아자트립토판을 이용한 인공단백질을 합성해 이 내용을 검증했다. 우선 7-아자트립토판이 들뜬 상태에서 방출하는 빛을 피코초(Picosecond, 10억 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하는 분광법을 이용해 반응 속도를 구했다. 그 결과 단백질 주변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는 단백질이 없는 상태보다 낮게 나타났다. 단백질 주변의 물은 수소결합 에너지가 작아서 더 쉽게 끊어지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
*인공단백질: 7-아자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진다. 연구팀은 이 점을 이용해 트립토판을 7-아자트립토판으로 교체한 인공단백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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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저자인 박원우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7-아자트립토판을 들뜨게 만드는 레이저’와 ‘수소 이온 교체 전 반응물과 교체 후 생기는 생성물이 내뿜는 빛을 감지하는 탐침 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된 ‘여기-탐침 방식’을 이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찰나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속 특정 영역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도출하는 실험적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생체고분자인 단백질의 구조나 접힘을 파악하고, 단백질-리간드(ligand) 결합과 같은 수많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생체 속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어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리간드(ligand):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뜻한다. 여기서 단백질이란 효소나 수용체 등을 말한다. 즉 효소에 있어서는 기질이나 조효소가 리간드이고 수용체에 있어서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이 리간드이다. 유기 분자 일 수도 있고, 금속 원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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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주목 받는 논문(Hot Paper)이자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동시에 선정돼, 4월 27자로 출판됐다 .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끝) 논문명: Hydrogen-Bond Free Energy of Local Biological Wa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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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수소결합(Hydrogen bond)1)은 효소나 호르몬, DNA와 같은 생체 분자의 구조2)와 기능을 유지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결합이다. 인체의 70%를 구성하는 물도 수소 결합으로 이뤄져 있으면, 단백질의 구조 유지와 반응 동역학, 단백질-리간드 결합 등 수많은 생물학적 기능에서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백질을 포함한 생체 고분자의 구조와 기능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지적 생체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 정보를 관측할 수 있는 물리·화학적, 실험적 분석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연구내용 생체 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체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생체 분자 용액(생체분자+물) 속에서 국지적인 생체 물만을 겨냥해 수소결합 에너지를 관측하기 적합한 탐침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본 연구진은 탐침 분자의 ‘들뜬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3)’ 이용한 분석 방법을 새로이 제시했다. 탐침 분자인 ‘7-아자트립토판(7-azatryptophan)’은 자연에 존재하는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단위) 중 하나인 트립토판(tryptophan) 분자와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트립토판 분자와 달리 들뜬 상태(여기 상태)에서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 빛에 의해 들뜨게 됐을 때(여기 됐을 때) 분자의 전자구조가 바뀌어 분자의 산 해리 상수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들뜬 상태가 되면 주변에 존재하는 물 분자들과 양성자(수소이온)4)를 교환한다. 주변 물 분자 사이의 수소 결합을 끊고 물 분자들이 재배열되는 과정이 전체 여기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의 속도 결정 단계5) 이므로, 들뜬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의 속도 상수를 관측해 탐침 분자 주변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단백질 공학을 통해 탐색하고자 하는 단백질 표면의 아미노산을 탐침 아미노산인 7-아자트립토판으로 대체한 인공단백질을 합성하고, 해당 환경에서 여기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의 속도 상수 관측해 국지적 생체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도출해냈다. 들뜬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의 속도 상수는 7-아자트립토판 분자의 시간 분해 형광 수명 측정6)을 통해 검출할 수 있다. 이때 관측에 필요한 시간 분해능은 피코초(10-12 초) 수준으로, 본 연구팀은 여기-탐침(Pump-probe) 방식7)을 도입한 초고속 형광 분광기를 활용해 순간을 포착해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적 방법론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분자동역학적 전산모사를 이용하여 생체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 계산해 실험적 결과와 상응함을 보였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국지적인 생체 물의 에너지를 도출해내는 실험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앞으로 단백질의 구조나 접힘, 기능이나 단백질-리간드 결합 등 수많은 생물학적 분야에서의 생체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는 ‘이상적인 신약 개발’, ‘난제로 남아 있던 질병의 원인 도출’뿐 아니라 ‘생물학에 있어 자연의 근본적인 방향 규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
[붙임] 용어설명 |
1. 수소 결합 (Hydrogen bond) 전기음성도(전자를 좋아하는 성질)가 큰 원자가 수소와 결합해 ‘분자’를 만들 경우, 전자 구름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극성). 이에 따라 인접한 분 자간 전기적 인력(잡아당기는 힘)이 생기는데 이를 수소 결합이라 한다. 대표적인 수소 결합 물질로 물과 인체 단백질이 있다. 2. 생체 분자 구조 효소(단백질), DNA(핵산)과 같은 생체 분자의 경우 이차원 결합 뿐만 아니라 이차원 결합체의 꼬임이나 접힘으로 만들어지는 입체적 3차 구조, 3차 구조체가 여러 개 모여 만드는 4차 구조가 그 기능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단백질 분자인 효소의 경우 활성 부위의 입체적 구조가 ‘효소 기질 특이성’(열쇠와 자물쇠처럼 특정 분자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고, 그 분자의 반응을 돕는 성질)을 결정한다. 수소 결합은 이러한 생체 분자의 3차, 4차 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3. 들뜬 상태 양성자 이동(Excited-state proton transfer) 분자의 외부 에너지(빛 등)를 받아 에너지 상태가 기준보다 높아지는 ‘들뜬 상태(Excited state, 여기 상태)’에서 주변 분자와 양성자를 교환하는 반응. 4. 양성자(Proton)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이며,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수소 원자의 경우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를 가지고 있어, 전자를 잃은 수소 원자(수소 양이온)은 양성자와 같다고 볼 수 있다. 5. 속도 결정 단계(Rate-determining step) 반응물과 생성물을 만드는 화학 반응은 연속적인 단계 반응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반응 속도가 느린 단계가 전체 반응의 속도를 결정하고, 이를 속도 결정 단계라 한다. 화학 반응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반응이므로, 속도 결정 단계의 반응 속도를 전체 반응 속도로 근사 추정 할 수 있다. ‘여기 상태 양성자 이동’에 따라 ‘7-아자트립토판의 이성질체(분자 구조에서 수소 원자의 위치 이동)가 생성되는 반응’에서의 속도 결정 단계는 7-아자트립토판 주위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끊어지는 반응이다. 따라서 반응 속도 상수 계산을 통해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정할 수 있다. 6. 시간 분해 형광 수명 측정 물질이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Ground state, 기저 상태)로 돌아올 때 방출하는 빛을 시간 단위로 측정하는 기법 7. 여기-탐침 방식(Pump-probe method) 여기-탐침 방식은 초고속 분광학, 초고속 현미경학과 같은 영역에서 아주 짧은 시간 단위까지 끊어서 보도록 고안해 ‘시간 분해능’을 높이는 기법이다. 레이저 펄스의 수백 펨토초(10-15 초) 수준의 짧은 펄스 폭을 응용한다. 짧은 펄스 폭을 가진 레이저 펄스로부터 여기 빔과 탐침 빔이 분리되고 시료를 여기하는 역할인 여기 빔은 광 계수 증폭기(OPA)를 통과해 시료를 여기 시키기에 적합한 단파장의 여기 펄스가 된다. 같은 레이저로부터 발생한 두 개의 여기 및 탐침 펄스는 경로 차 생성기를 통해 시료의 여기와 탐침 사이의 시간 차이 설정이 가능하고 분광기 혹은 현미경의 특성에 따라 시료 혹은 비선형 광학결정에 집중된다. 여기-탐침 방식 방법을 이용한 초고속 분광학과 현미경학은 여기 및 탐침 펄스의 펄스 폭에 해당하는 높은 시간 분해능을 가지게 된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저널 표지(back cover): 그림 하단 파랑, 노랑 빨강의 구조물은 3차원 및 4차원 구조(3차원 구조의 결합)를 이루는 단백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탐침분자(Molecular probe)의 ‘여기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을 이용해 단백질 주변 물의 ‘국지적 수소 결합 에너지’(ΔG)를 측정했다. |
그림2. 탐침 분자를 이용한 생체 단백질 특정 부분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모식도: (a) 7-아자트립토판의 구조. (b) 7-아자트립토판의 에너지 준위가 높아진 ‘들뜬 상태’가 되자 물에 있는 양성자(수소 이온)를 빼앗아오며, 이때 물 분자 간 수소 결합(그림 C 파란색 점선)이 끊어진다. 여기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에 의해 수소의 위치가 바뀐 7-아자트립토판 이성질체(Tautomer)가 만들어진다. (C) 연구에 사용된 실험 모형계인 인공단백질내의 국지적인 생체 물은 일반적인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보다 약 0.4 kcal/mol 정도 낮은 결합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이 관측됐다. |
그림3. 시분해 형광 수명 측정 결과: 탐침분자인 ‘7-아자트립토판’의 벌크 물에서의 형광 수명(위)과 실험 모형계인 인공 단백질에서의 형광수명(아래). 형광수명 400 ㎚ 형광 감쇄는 들뜬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 전 7-아자트립토판, 540 ㎚ 형광 감쇄는 양성자 이동 반응 후 형성되는 토토머(Tautomer)의 형광 수명. 형광 수명은 벌크 물 속보다 실험 모형계에서 측정 시 더 짧다. 이는 실험 모형계의 생체 물이 벌크 물보다 수소 결합 에너지가 더 작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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