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04. 27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으켜 세워진 '얇은 분자', 더 좋은 흡착제 만든다

UNIST 백종범 교수팀, 표면적 넓은 2차원 물질 만드는 신개념 구조 개발
연료 저장・위험물 흡착에 고성능 기대… Nature Communications 게재

‘종잇장’처럼 얇은 단위 물질을 수직으로 세운 뒤, 이를 2차원 구조처럼 이어나간 구조체가 개발됐다. 기체를 빠르게 흡착할 수 있어, 수소나 메탄 같은 기체 연료를 저장하거나 위험한 가스를 제거하는 데 응용될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은 수직으로 선 2차원 적층 구조(Vertical 2D layered structure)’를 구현해 우수한 기체 저장 능력과 위험물질 흡착 성능을 갖는 물질 개발했다. 원자 하나 두께로 얇은 층상 물질을 수직으로 세운 뒤 이를 쌓아올려, 층간 결합력은 줄이고 기체가 달라붙을 수 있는 표면적은 넓혔다.

그래핀(graphene)처럼 규칙적인 구조를 가지고 얇은 2차원 물질을 기체 저장이나 흡착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다. 기체가 이동할 수 있는 구멍(기공)이 있고, 3차원 물질보다 설계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원 물질을 층층이 쌓게 되면 층간에 강한 결합력 때문에 층 사이가 매우 좁아진다. 이 경우 층 사이 표면은 기체 저장이나 흡착에 활용하기 어렵다.

[연구그림] 신개념의 2차원 구조(V2D-BBL structure) 합성 모식도와 적층 구조 비교

백종범 교수팀은 하나의 단위가 되는 고리 모양의 분자, 즉 단위체를 쌓을 때 이를 수직으로 세운 뒤 쌓는 방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고리 모양이 서로 마주 볼 경우(수평)에는 층간 결합력이 크지만, 수직으로 쌓으면 결합력이 느슨해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층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지면 적층(layered) 구조를 만들었을 때 노출되는 표면적이 더 넓다.

게다가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600℃의 고온도 잘 견딘다. 제1저자인 노혁준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구조물의 모든 부분을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기존 2차원 유기 다공성 구조체보다 화학적, 열적 안정성을 높였다”며 “각종 고온 공정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그림] V2D-BBL structure의 아이오딘(I₂) 증기 흡착 능력 및 재활용성 평가

연구팀은 추가실험을 통해 새로운 물질이 기체 저장에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방사능 물질인 아이오딘(I2, 요오드)기체도 빠르게 흡착해 제거했다. 아이오딘 기체는 흡착이 어려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적층 물질이 아이오딘을 흡착하는 속도는 현재까지 개발된 유기 다공성 물질 중 가장 빨랐다.

백종범 교수는 “탄소 기반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발견 이후 2차원 물질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2차원 구조가 본래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세로로 서 있는 2차원 구조를 구현해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424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끝)

논문명: Vertical two-dimensional layered fused aromatic ladder structure

  • [연구그림] 신개념의 2차원 구조(V2D-BBL structure) 합성 모식도와 적층 구조 비교
  • [연구그림] V2D-BBL structure의 기체 연료저장 성능
  • [연구그림] V2D-BBL structure의 아이오딘(I₂) 증기 흡착 능력 및 재활용성 평가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 (052) 217-2510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그래핀을 발견한 이후로 새로운 2차원 구조를 찾고 합성하는 연구가 각광 받고 있다. 그래핀을 포함한 대부분 2차원 구조는 층과 층 사이의 당기는 힘(π-π 상호작용)1)이 강해 층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은 채로 쌓인다. 이렇게 간격이 좁으면 층 사이의 표면은 노출되지 않으므로 적절하게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체나 화학 물질의 흡착제2)로 기존 2차원 물질을 응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다.

2차원 물질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흡착제로 3차원 구조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3차원 물질의 경우 2차원 물질보다 다양성이 낮고 구조분석에 어려움이 있어 대체물질을 향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진은 트립티센 헥사민(Triptycene HexAmino, THA)과 나프탈렌테트라카르복실릭 디안하이드라이드(Naphthalenetetracarboxylic DiAnhydride, NDA)의 방향족 고리화 반응3)을 통해 모든 구조가 방향족으로 이뤄진 안정한 구조를 합성했다.

이러한 구조는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의 단위체4)가 사다리처럼 간격을 갖고 이어지는 특별한 형태(그림1)이다. 본 연구진은 이를 ‘수직으로 2차원 구조(Vertical 2D layered structure, 줄여서 V2D-BBL structure)’5)이라고 이름 붙였다.

방향족 고리가 수평 방향으로 마주하고 있으면 π-π 상호작용이 강하지만 단위체인 방향족 고리를 수직으로 세워 적층 할 경우, π-π 상호작용 작용이 약해 층간 표면적이 잘 노출되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

층간 결합은 약하나, 1개 층 단위로 볼 경우 모든 부분이 고리 형태의 방향족으로 구성돼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이고, 600℃의 고온에서도 견디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유기물 기반의 2차원 구조가 본래 가지는 불안정성을 해결한 것이다.

질소 흡착 실험을 통해 입자의 단위 질량 당 표면적, 즉 비표면적6)이 높다는 것도 증명했다. 뛰어난 기체 흡착량과 높은 아이오딘 증기(I, 요오드 증기) 흡착 성능을 보여 다공성 흡착제로서 제올라이트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현재 보고된 유기물 구조체 중에 가장 빠른 흡착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넓은 비표면적에서 비롯한 것이다. 또한 외부에서 자극을 가했을 경우 탈착 반응도 매우 우수해, 합성된 물질을 다시 재활용 할 수 있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를 통해 기존에 없던 방향화 반응으로 새로운 개념의 2차원 구조를 실현했고, 이는 앞으로 관련 연구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한 층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층 사이의 표면적을 활용할 수 없었던 기존 2차원 구조의 한계점을 해결한 데 연구 의미가 있다. 이번에 개발한 수직으로 선 2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한 흡착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기체 저장 물질로서의 응용도 기대된다.

 

[붙임] 용어설명

1. π-π 상호작용

분자 구조가 고리모양을 갖는 벤젠과 같은 물질(방향족 물질)에서 고리모양 분자들끼리 서로 수평으로 마주했을 경우 둘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비공유 결합의 일종이다. 

2. 흡착제(adsorbent)

기체나 액체상 분자들이 고체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인 흡착(adsorption)을 일어나기 위한 넓은 표면을 가진 고체 물질을 말한다. 제올라이트 등 구멍이 많아 표면적이 넓은 물질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3.방향족 고리화 반응(Aromatization reaction)

반응 결과물이 벤젠 고리와 같은 방향족이 되는 화학반응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두 개의 아민기와 하나의 무수물(anhydride)이 결합해 방향 구조를 형성한다. 열역학적으로 자발적 반응이어서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다.

4. 단위체(단위 분자)

고분자화합물 또는 회합체를 구성하는 단위가 되는 분자량이 작은 물질이다.

5. 수직으로 선 2차원 구조(Vertical 2D layered structure, V2D-BBL structure)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단위체가 쌓여 층을 이루는 방향과 동일하게 세로로 서서 2차원으로 뻗어 나간 구조를 말한다. 기존의 층상구조처럼 단위체를 구분해 숫자로 세지만, 외부로 노출되는 표면적은 훨씬 넓은 것을 볼 수 있다.

6. 비표면적(Specific Surface Area)

입자의 단위 질량 당 표면적을 말한다. 즉, 같은 단위체 숫자를 가졌을 때, 노출되는 표면적이 클수록 비표면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신개념의 2차원 구조(V2D-BBL structure) 합성 모식도와 적층 구조 비교

(a): 트립티센 헥사민(Triptycene HexAmino, THA)과 나프탈렌테트라카르복실릭 디안하이드라이드(Naphthalenetetracarboxylic DiAnhydride, NDA)의 방향족 고리화 반응을 통해 전체 모양이 방향족 고리인 ‘세로로 선 2차원 적층 구조(V2D-BBL structure)’를 합성했다. 우측 그림은 방향족 고리를 세워서 본 모양.

(b), (c): (b)는 일반적인 2차원 물질을 수평(Planar 2D)방향으로 쌓은 구조 (c)는 수직으로 세운 2차원 구조(V2D-BBL) 쌓은 구조. 세로로 선 2차원 구조의 경우 층간 결합이 유연해 드러나는 표면적이 넓다.

 

그림2. V2D-BBL structure의 아이오딘(I) 증기 흡착 능력 및 재활용성 평가 (좌측) 대조군(검은색, PIN)에 비해 기체 저장 성능이 우수함. 또 흡착된 기체에 장비를 통해 자극(sonication)을 가해주면 빠른 속도로 기체를 탈착함( 왼쪽 그래프 하단 색상변화). (우측) 여러번 재활용해도 동일한 성능 유지

그림3. V2D-BBL structure의 기체 연료저장 성능: (a) 수소(H2), 이산화탄소(CO2), 메탄(CH4)의 저장 성능 (b) 고압에서 기체 저장 성능 (c) 대조군(PIN, 붉은색)과 비교 했을 때 비표면적(첫 번째 막대그래프 세로축)과 기체(수소, 이산화탄소, 메탄) 저장 성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