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05. 14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폭발 없는 배터리?… ‘얼리면’ 더 잘 보인다!

UNIST-한양대 연구진, 황화물 고체전해질 원자 수준 이미징 성공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으로 결정구조 이해… Nano Letters 게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을 포착해낸 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를 만드는 물질을 관찰한 연구가 나왔다. 생체분자를 손상하지 않도록 ‘얼려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EM, 2017 노벨화학상 수상)’ 기술을 ‘안전한 배터리’ 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최근 이슈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양은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분석법’을 통해 얻었다.

*전고체전지(All solid-state battery):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배터리 구성요소가 모두 고체로 이뤄지는 차세대 배터리다.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고 고용량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EM): 수용액에 담긴 생화학 분자를 영하 200℃ 이하의 극저온 상태로 급냉각시켜 정밀 관찰하는 방식의 전자현미경. 세포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단백질, 바이러스 등 생체분자를 관찰할 수 있다. 전자현미경은 빛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일반 현미경)과 달리 ‘전자빔’을 매개체로 한다. 세부적으로 주사전자현미경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나뉘는데, 이번 기술은 투과전자현미경을 사용했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현욱 교수팀은 한양대(총장 김우승) 에너지공학과의 정윤석 교수팀과 공동으로 (S)화합물 고체 전해질의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매우 민감해 전자빔(beam)을 쏘면 쉽게 손상되므로 일반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이 물질을 영하 170로 순식간에 얼리면서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써서 손상 없이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이온이 지나는 통로인 전해질은 주로 액체 상태다. 하지만 액체전해질은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서 더 안전한 고체전해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다. 문제는 고체 전해질에는 원자들이 미로처럼 빼곡히 쌓여 이온이 잘 다니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이온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떨어지므로 좋은 배터리가 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체 전해질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이온이 지나는 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다른 물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 고체 전해질로 가능성이 큰 ‘황화합물’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기 어려웠다. 황(S)이 전자현미경이 내뿜는 전자빔에 취약해 간접적 방법으로만 내부 구조를 봐야 했던 것이다.

[연구그림] 실험에 사용된 전자 현며경 및 시편준비 방법

이현욱 교수팀은 황화합물 고체 전해질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Cryo-EM)’을 도입했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은 원래 살아있는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하는 방법인데 이를 배터리 물질 분석에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시편을 영하 170로 순간 냉각하면 높은 에너지를 갖는 전자빔을 쏘아도 시편이 손상되지 않는다. 이때 시료는 대기와 닿지 않게 보호하는 ‘대기 비개방 분석법’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성분을 조합한 황화합물을 합성하고, 열처리 온도를 다르게 한 뒤 이온 전도도를 측정했다. 이 중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은 물질을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관찰하자 육각형 모양의 원자 배열이 확인됐다. ‘대기 비개방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기존에는 분석할 수 없던 물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연구그림] 일반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결정 구조

이현욱 교수는 “‘대기 비개방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은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고 물질의 손상을 막는 기법이라 반응성이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다른 구성요소를 관찰하는 데도 적극 응용될 것이라며 “이는 가까이 이차전지 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멀리 바이오 및 재료과학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 및 중견연구자사업, 기후변화대응 기초원천기술과제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55일자로 공개됐다.

논문명: Tailoring solution-processable Li argyrodites Li6+xP1-xMxS5I (M = Ge, Sn) and their microstructural evolution revealed by cryo-TEM for all-solid-state batteries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장준용 팀장, 양윤정 팀원 (052) 217 1228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현욱 교수 (052) 217 2593

  • [연구그림] 실험에 사용된 전자 현며경 및 시편준비 방법
  • [연구그림] 일반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결정 구조
  • [연구그림]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열처리 온도에 따른 결정구조 생성 모식도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최근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이런 수요는 ‘액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1)가 상용화되면서 배터리의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다.

배터리의 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성요소로는 전해질이 꼽힌다. 일반적인 배터리 시스템에서 이온 전달의 매개체로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은 ‘유기’ 용매와 리튬 염의 혼합물로인데, 이온 전도도2)가 10-2 S/cm으로 상당히 높다. 그러나 증기압이 높아 사용 온도가 제한되고 가연성도 높아 고온에서 안정성이 상당히 낮다. 이로 인해 외부의 여러 원인에 의해 배터리가 고온으로 가열되면 배터리가 연소하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액체 전해질을 대신할 안정성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연구해야 한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안전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가 쉽다. 또 리튬 금속을 배터리 양극(Cathode)으로 적용할 수 있어 배터리의 용량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전하 이동도가 낮아 이온 전도도가 낮고, 전해질과 양극의 접촉 상태가 전하 이동에 큰 영향을 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소재의 선택하고, 그 소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연구내용

우수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기 위해서 그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리튬-이온이 고체 전해질의 원자 구조 사이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전해질의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의 고도분석에 사용되는 투과전자현미경3) 분석의 경우 강한 전자빔을 약한 시편에 투과하는 과정에서 물질을 손상해 구조 분석이 매우 어려웠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 비개방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4)(Vacuum cryogenic TEM)’을 이용해,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구조를 원자 단위로 분석했다. 또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특성과 결정구조5)의 상관관계를 통해 전고체전지의 특성에 미치는 인자들을 분석했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면심입방구조(face-centered cubic lattice)6)를 가지고 있는 Li6.5P0.5Ge0.5S5I 고체 전해질을 <111> 방향7)으로 관찰한 결과 육각형 모양의 결정구조가 관찰됐고, 이때의 회절 패턴을 분석했다. 기존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관찰할 때는 시편이 심한 손상을 입어 원자 단위 구조 관찰이 불가능하지만, 이번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은 원자 단위 구조 분석이 가능했다.

또 시편을 준비하는 중에 산소에 노출된 황화물 고체 전해질은 산화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대기(air) 비개방 방식 준비를 통해 시편의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를 통해 산화에 취약하고 강한 전자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시편을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만들었다. 이는 가까이 이차전지 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멀리 바이오 및 재료과학 산업에도 기여할 것이라 판단된다.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연구는 소재 개발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국내의 해당 기술 분야는 아직 기초 수준으로 관련 기술의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며, 본 연구를 통해 확보되는 기술은 향후 이차전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 리튬-이온 배터리(Li-ion Battery)

리튬-이온의 산화와 환원 반응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 충전 반응 시에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산화되고, 전기를 사용하는 방전 반응 때는 반대로 이동해 환원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음극, 양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며,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2. 이온전도도(Ionic Conductivity)

이온이 전달되는 속도. 이온 전도도 단위는 전기저항 옴(Ω)의 역수인 S(지멘스)/cm로 표시한다. 전해질 내에서 이온 전도도가 낮을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이 감소한다.

3.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전자빔을 이용해 고배율의 이미지를 얻는 기술. 투과되는 전자빔을 통해 얇은 시편의 원자 배열을 직접 볼 수 있다. 

4.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Cryogenic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고배율 이미지를 얻는 과정에서 시편의 온도를 –170℃로 낮춰서 분석하는 방식. 세포나 단백질 같은 바이오 시료처럼 전자빔에 민감한 시편의 경우 극저온 상태에서 분석하면 일시적으로 시편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바이오 시편을 분석하는 데 많이 이용됐고, 최근 들어 전자빔에 민감한 이차전지 물질을 분석하는 데도 이용하는 연구가 소개되고 있다. 

5. 결정구조(Crystal Structure)

고체 화합물은 구조에 따라 결정성 고체(Crystal solid)와 비결정성 고체(Amorphous)로 나뉜다. 이 중 결정성 고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이온들이 규칙적 배열을 가지는 경우를 말하며, 이런 규칙적인 배열의 모양과 분포를 결정구조라 한다. 

6. 면심입방구조(Face-Centered Cubic Lattice)

결정구조 중 하나. 결정성 고체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최소 단위를 단위 셀(unit cell)이라 하는데, 이러한 단위 셀이 정육면체인 고체 화합물들을 입방계(cubic system)로 분류한다. 입방계는 다시 단순 입방 구조(simple cubic structure), 체심 입방 구조(body-centered cubic structure), 면심 입방 구조(face-centered cubic structure)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정육면체 단위 셀에서 8개의 꼭짓점과 6개 면 한가운데 각각 원자가 자리 잡은 형태를 면심 입방 구조라 한다.

7. <111> 방향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특정한 결정구조를 가지는데, 사과를 가로로 잘랐을 때 세로로 잘렸을 때 단면구조가 달라지듯 똑같은 물질이라도 어느 면에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정구조를 갖는다. <111> 방향은 정육면체를 대각선으로 잘라 관찰한 것과 같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일반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황화물 고체 전해질(Li6.5P0.5Ge0.5S5I)의 결정 구조: (A) 일반전자현미경 관찰시 시편 손상(동심원) (B) 극저온 TEM으로 관찰한 결정구조. <111> 방향으로 관찰했을 때 원자 배열이 6각형으로 나타난다. 왼쪽 그림이 원자 배열의 모식도이고, 오른쪽 그림이 실제 원자 배열 사진이다. 강한 전자빔에도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해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결정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림2. 대기 비개방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 시편 준비 과정: 시편을 산소 노출이 없는 환경에서 준비한 뒤 셔터(shutter) 부분은 닫아서 진공상태를 유지하고, 투과전자현미경(노란색 빔) 내에서 관찰할 때 액체질소를 이용해서 온도를 -170℃까지 낮춘다. 산소 노출을 차단하고, 냉각을 통해 민감한 시편 구조를 안정적으로 보호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결정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림3. 황화물 고체 전해질의 열처리 온도에 따른 결정구조 생성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