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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식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맛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맛의 ‘객관화’ 작업을 도와줄 새로운 ‘전자 혀’가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 (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이 전자 혀는 떫은맛을 정량적으로 표현 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 사업 및 과수 모니터링 분야 등 폭넓은 응용 가능하다. |
*떫은맛: 떫은맛은 인간혀의 ‘미각’기관인 미뢰가 느끼는 다섯 가지 기본 맛이 아닌 ‘기계적수용체’를 통해 느끼는 ‘압각’으로, 엄밀한 의미의 맛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유사한 사례로 ‘통각’인 매운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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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맛을 느낄 수 있다.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하면 만들어지는 물질(응집체)이 점막을 자극(압력)하고, 인체는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미뢰가(맛 감지세포 덩어리) 그 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떫은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하다. |
고현협 교수 연구팀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이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다공성)이 아주 많다.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안에 ‘소수성 응집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이온의 움직임 정도)을 변화시켜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다. |
*소수성 응집체: 물에 섞이느냐 여부를 가지고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로 구분 할 수 있다. 알코올은 물과 잘 섞이는 대표적 친수성 물질이며, 기름은 소수성 물질이다. *수화젤: 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결합에 의해 3차원 그물구조를 하고 있는 물질. 용해되지 않고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친수성(親水性)이 높다. |
공동 제1저자인 최아영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수성 응집체 때문에 수화젤 구멍 벽면이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뀌는데, 이때 미세구멍 벽과 내부에 흐르는 이온 간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이온 흐름이 향상되고 도선을 흐르는 전류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 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검출해 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최소 감지 농도 2×10-6 M~)도 넓을 뿐만 아니라 센서에 접촉 즉시 떫은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
제1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의 받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 맛 검출 할 수 있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시편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 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지 사이언스 (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6월 6일자로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Soft and ion-conducting hydrogel artificial tongue for astringency perce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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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혀는 근육기관 중 하나로써 가장 유연하고 외부 자극에 민감한 기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혀에는 미뢰1)와 같은 미각기 (taste receptor)뿐만 아니라 이온채널 (ion channel)과 기계적 수용기2)가 위치해 있다. 또한 혀는 수백 마이크로미터의 타액층으로 덮여있는데 이 타액층은 맛 분자들을 녹여 맛 분자가 미각기와 이온채널에 효과적으로 결합하거나 통과하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미각기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사한 전자/광학 소자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로보틱스(Robotics), 플렉시블(Flexible) 전자기기, 헬스케어 모니터링(Healthcare Monitoring), 센서(Sensor) 산업 등에서 핵심기술로 다양한 산업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떫은맛의 경우 폴리페놀류 화합물을 섭취할 경우 폴리페놀-타액 단백질 응집체 형성으로 인한 간접적 ‘기계적수용기’ 자극으로 인하여 유발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5미(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쓴맛)과 다른 자극이다. 따라서 떫은 맛의 경우 압타머(특정 분자에 특이적으로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핵산), 효소 또는 특정 맛 수용체와의 표적 결합 방법(ex: 단맛은 단맛을 느끼게 하는 분자가 혀의 특정 맛 수용체와 결함하는 방식으로 느껴짐) 등으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또한 기존 인공 혀 센서의 경우 전기화학적 반응을 위해, 분석물질을 적절한 용매에 용해하여 분석해야 하므로 미량의 분석물질을 단독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소형화되고 유연한 인공혀 센서의 개발을 통해 분석 물질을 전처리 하지 않고, 닦아내는 방식으로 간단히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백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떫은 맛 감지 기능성 수화젤(hydrogel)3)을 유연 고분자 기판위에 도입함으로써 떫은맛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 혀를 제작했다. 이 소자는 사람 혀의 미각 감지 시스템을 재현하였을 뿐 아니라 고체 표면의 분석물질을 닦아내는 간단한 구동방법으로 정량적인 용액 농도의 감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인공 신경 보철 및 식품 품질 모니터링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사람 혀의 떫은맛 감지 메커니즘과 유사한 인공 혀를 제작하였다. 부드럽고 얇은 기능성 수화젤은 친수성의 3차원 다공구조(구멍이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용액의 흡착과 확산이 용이하다. 이에 더해, 폴리페놀4)(떫은 맛 분자) 농도별 전기적 신호를 얻기 위해 전해질로서 ‘염화리튬’(염소이온과 리튬이온으로 해리)을 도입하였고, 떫은맛 분자들과 응집체를 형성하기 위한 ‘타액 단백질’로 뮤신5)을 첨가했다. 폴리페놀류 타닌산이 존재할 경우, 타닌산과 뮤신단백질의 결합 및 착화에 의한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마이크로 다공성 겔을 계층적 마이크로·나노 소수성 다공 구조로 변환시켜 이온 전도성6)을 향상시킨다. 성능적인 측면으로는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농도(수십 마이크로 몰)보다 낮은 농도(수 마이크로 몰)의 떫은맛을 감지할수 있으며 넓은 감지 농도 범위, 빠른 응답 시간을 갖는다. 대표 폴리페놀류 타닌산 뿐 아니라 다양한 떫은맛 분자들에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감지 수준을 보이며, 정량적인 떫은맛 지표로서 이용될 수 있다. 또한 떫은 맛 이외의 기본 5가지 맛에 대하여 높은 선택성을 보인다. 개발된 소재의 활용으로서는 첫째로 음료 (와인 및 차)의 떫은맛을 감지해 정량적 떫은맛 지표선위에 나타낼 수 있다. 유연한 고분자 기판에 화학적 결합을 통하여 기능성 수화젤을 부착함으로써 과일 표면을 닦아내어 떫은맛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과일의 숙성을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대면적 어레이(배열)로 만들면 맛 매핑(mapping) 도구로써도 활용이 가능하다. 수화젤은 3차원 다공구조 내부에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상온, 고정된 습도조건(ambient condition)에서는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존재하는데, 본 연구에서 도입된 기능성 수화젤의 경우 염화리튬 전해질이 이온 전도성 물질로서 화학저항7)을 측정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흡습성을 지녀 수화제의 역활로 수화젤의 건조를 막는다. 또한 뮤신은 다량의 글리코실기를 가지고 있어 온도에 따른 단백질의 변성을 막아줌으로서 넓은 온도범위에서 (25 – 65°C) 안정적인 감지 성능을 보여준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에서 소개된 유연한 떫은맛 감지용 인공 혀는 간단한 중합방법으로 제조 가능하면서도 수화젤 다공구조의 계층적 변환에 의한 전해질의 흐름 향상에 의해 고민감도, 넓은 감지 범위, 높은 선택성 등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에서 소개된 인공 혀는 다양한 타액 단백질의 최적 혼합을 통해 더욱 향상된 고민감도 센서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맛의 정량적 지표로서 식품·약학 , 웨어러블 디바이스,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붙임] 용어설명 |
1. 미뢰 (Taste bud) 미뢰(또는 맛봉오리)는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세포(Taste cell)가 모여 있는 미세구조. 혀 표면의 오돌 도돌한 조직인 유두 속에 들어있다. 미세포가 맛 분자가 노출되며 막세포가 흥분(분극)되고 이 신호가 이온채널(ion chanel)을 통해 전기적 신호로 뇌에 전달된다. 맛 분자별로 반응하는 미세포가 다른 ‘표적 결합’을 하고 이 원리를 이용해 5미(단맛,쓴맛,짠맛,신맛, 감칠맛)를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한다. 2. 기계적 수용기 (Mechanical receptor) 피부에 있는 수용기로서 압력과 진동 등 기계적 자극을 감지하는 수용기(특정 유형의 자극에 대해 민감한 전문화된 세포). 떫은맛은 기계적 수용기(압력)를 통해 느껴지는 자극이라면 5미는 ‘화학 수용기’에 의해 느껴지는 자극이다. 3. 수화젤(Hydrogel) 화학적 결합을 통해 고분자의 3차원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의 높은 함수율 (water content), 다공성의 구조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고분자. 생체 적합성을 가진 수화젤의 경우 생체 재료로써 약물 운반, 상처 드레싱 등에 사용될 수 있다. 4. 폴리페놀(Polyphenol) 식물에서 추출 가능한 화학물질로 페놀화합물의 일종. 폴리페놀의 종류는 수천가지 이상이며, 그 중 타닌산의 경우 대부분의 식물에서 발견된다. 폴리페놀을 섭취할 경우 혀 표면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불용성 침전물을 형성하고 상피 수축을 유발하여 떫은맛을 느끼게 한다. 5. 뮤신 (Mucin) 아령모양의 단백질로 인체 내에서 윤활 점액층으로 기능한다. 소수성 소구체가 고도로 글리코실화 된 펩타이드 골격 양 끝단에 연결되어 있는 물질이다. 여기서 글리코실화란 당(carbohydrate)이 단백질 또는 지방에 공유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6. 이온전도성(Ion Conductivity) 이온이 전달되는 정도. 이온전도성이 높을수록 도선을 흐르는 전하(전자)의 양이 증가한다. 7. 화학저항(Chemiresistivity) 소재에 화학적 자극이 가해질 경우 전기적 저항 특성의 변화를 말한다. 화학 자극에 의해 소재 내부의 전자·이온 등의 흐름의 변화를 이용해 화학 자극을 감지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인간 혀의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유연한 인공 혀 인간 혀의 얇은 타액층이 떫은맛 분자 결합해 만들어지는 응집체가 기계적 수용기를 자극해 떫은맛을 느낌. 이번에 개발된 전자혀는 인간 혀와 마찬가지로 떫은맛 분자와 단백질이 결합하면 수화젤 내부에 소수성 응고체가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할 수 있다. |
그림 2. 나노·마이크로 다공성 인공 혀의 맛 분자 감지 원리 A-B는 인공 혀 내부 다공성 구조가 탄닌 분자에 감응하여 친수성 마이크로 (hydrophilic)다공성 구조에서 소수성(hydrophobic) 나노·마이크로 다공성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소수성 상태로 변화하면서 구멍(pore)외벽과 이온간의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interaction)이 줄어들고 이온전도성이 증가한다. C-D는 ‘떫은맛 분자’인 탄닌 분자 노출시 시 인공 혀 내부 나노·마이크로 다공성 구조의 변화를 나타낸 사진. |
그림 3. 다양한 떫은맛 분자를 감지하는 인공 혀 A는 다양한 떫은맛 분자의 구조이고 B는 인공 혀를 이용하여 여러 떫은 맛 분자를 측정한 결과임. C는 다섯 가지 기본 맛 대비 떫은맛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인공 혀의 성능을 나타냄. D는 인공 혀를 이용하여 화이트·로제·레드 와인 및 홍차의 떫은맛 정도를 측정한 결과임. |
그림 4. 떫은맛 농도와 위치를 동시에 감지하는 유연 어레이 인공 혀 A는 측정에 사용된 유연 기판 위 인공 혀를 보여주고, B-C는 이를 이용하여 떫은맛 분자의 농도와 위치를 동시에 감지하는 측정 결과임. |
그림 5. 음식에 포함된 떫은맛 분자의 농도를 감지하는 유연 인공 혀 A-B는 인간 혀의 맛 감지 과정을 모사하여 음식으로부터 맛 분자를 닦아내어 감지하는 인공 혀를 보여주는 모식도. C-D는 유연 인공 혀를 이용하여 감이 익기 전-후로 변화하는 떫은맛 농도를 측정한 결과. 감의 심지, 과육, 껍질에 가까운 부분을 닦아내어 떫은맛을 측정하였을 때, 숙성됨에 따라 떫은맛 분자의 농도가 감소함을 보여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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