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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같은 많은 정보(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에는 전기는 덜 잡아먹으면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저전력·고속작동 메모리 반도체의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준희 교수팀은 기존에 수천 개의 원자에 저장되는 정보(1 bit)를 단위 원자 수준에 저장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하는 논문을 세계적 권위의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에 7월 2일자로 발표했다. ‘강유전체’(Ferroelectrics)에서 단위 원자 수준에 정보(1bit)를 저장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 이론을 적용하면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정보 저장 용량을 1,000배 이상 끌어 올릴 수 있다. |
*강유전체: 자연 상태에서 전기분극(electric polarization)을 가지고 있는 물질. 자석의 N-S극과 같이 전하의 음극과 양극을 갖고 있는 전기쌍극자(electric dipole)가 무질서하지 않고 일렬로 정렬된 상태를 전기 편극(분극)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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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전체 메모리(FeRAM)는 ‘강유전체’ 내부의 ‘자석 N-S극과 같은’ 전기쌍극자가 외부전압을 따라 정렬되는 ‘분극현상’을 이용해 정보 저장한다. 전력소모가 적고, 작동이 빠르며, 전원이 끊겨도 정보가 날아가지 않아 기존의 D램이나 플래시 메모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꼽힌다. 하지만 FeRAM은 저장용량에 한계가 있다. 용량을 늘리려면 하나의 메모리 칩 안에 들어가는 소자 크기를 줄여 최대한 많은 소자를 집적해야 하는데, 강유전체의 경우 물질 크기가 줄면서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인 분극현상이 사라진다. 분극이 일어나는 최소 단위인 ‘도메인’(domain)이 최소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여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FeRAM 연구는 ‘도메인’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강유전체인 산화하프늄(HfO2)에서 도메인이 아닌 단위격자(Unit Cell) 하나, 즉 산소 원자 4개에 정보 1비트(bit)를 저장 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는 1bit를 저장하기 위해 원자 수천 개 필요하다는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을 뒤집는 획기적인 연구이다. 이 이론을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할 경우 1,000배 이상 집적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평면 메모리 반도체 단위 면적당 저장 가능한 정보(bit)의 양이 현재 0.1Tbit(테라비트)/cm2 수준에서 500 Tbit/cm2로 증가 하게 된다. |
*단위격자(Unit Cell): 원자배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결정성 물질에서, 그 반복의 최소단위를 단위격자(Unit Cell)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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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물질(원자하나 두께로 얇은 물질)이나 영하 200도(℃) 이하의 극한 환경에 국한된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Flat Energy Band Theory)을 강유전체에 적용했다.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에 따르면 원자간 탄성 없이 원자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조절 가능하다. 일반적인 강유전체에 정보 입력을 위해서 전압을 가할 경우, 마치 용수철과 같은 원자간 탄성 상호작용 때문에 수십 나노 크기에 이르는 수천 개의 원자가 동시에 움직여야 겨우 1비트를 저장할 수 있었다. 반면 산화하프늄은 전압을 인가할 때 이러한 탄성 작용이 사라져 0.5나노 미터(nm,10억분의 1미터)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자도 하나씩 분리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
이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천 개의 원자가 1비트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해 단위 원자를 1비트의 정보 저장 매개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획기적인 연구”라며 “물질 크기가 작아지면 분극이 사라지는 스케일링 현상을 완전히 극복 (scale-free)한 셈”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화하프늄으로 기존 보다 1,000배 이상 향상된 메모리 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기존 반도체 CMOS 공정에 적용할 수 있어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
*CMOS: 반도체 집적회로의 종류로 현재 D램이나 플래쉬 메모리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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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제’5차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 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논문명: Scale-free ferroelectricity induced by flat phonon bands in HfO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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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강유전체 메모리(FeRAM)1)는 기존의 D램이나 플래시 메모리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2)로 꼽힌다. 이 메모리는 ‘강유전체’ 3) 내부의 ‘자석 N-S극과 같은 전기쌍극자’4)가 외부전압을 따라 정렬되는 ‘분극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한다. 분극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적고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며 전원이 끊겨도 정보가 남는 비휘발성을 갖춘다. 하지만 강유전체 메모리는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인 수 수십 나노 크기에 도메인(domain)5)이라는 영역에서 1비트(bit, 디지털 정보의 0과 1)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메인은 메모리 저장에 반드시 필수 불가결한 최소 단위로 생각됐고, 모든 메모리 연구가 이 안정적인 도메인을 만드는 연구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수십 나노 크기의 도메인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패러다임에 갇힐 경우, 향후 5 나노(nm, 10억분의 1m) 선폭 공정 이하의 반도체 공정(회로 선폭을 줄여 반도체 소자를 더 작게 만들고 집적도를 높이는 공정으로 FeRAM은 20 나노 수준)에서 더 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본 연구는 정보저장을 위해 이 도메인을 꼭 만들어야하는가 라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지만 꼭 필요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는 평평한 에너지 띠 (flat energy band)6)라는 물리학 이론에 주목한다. 물질에 평평한 띠가 있을 경우, ‘원자끼리의 탄성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 이론을 처음으로 메모리 물질에 적용하였다. 원자간 스프링과 같은 탄성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수천 개의 원자가 같이 움직여야만 했는데, 이 이론을 적용하였을 때 전압을 걸때만 탄성작용이 소멸되어 원자의 위치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본래 이 평평한 띠 이론은 주로 그래핀 초전도체같은 비금속 초전도체7)나, 영하 200도(℃) 이하에서 스핀8)을 한 개씩 스위칭 시킬 수 있는 극한의 영역에만 작동하는 원리로 생각되어 왔다. 본 연구진은 이러한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을 세계 최초로 상온 강유전체인 산화하프늄(HfO2)에 적용하였다. 산화하프늄 반도체 내의 공간적으로 국소화된 산소 4개의 묶음이 전압에 의해 상온에서 완벽하게 개별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했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확증하였다. 또한 이 이론은 산화하프늄의 작동 전압이 왜 커야 하는지, 도메인이 왜 잘 이동하지 않는지 등의 그 동안 이 물질이 갖는 실험적 의문들의 원인을 완벽히 설명한다.
3. 기대효과 역사적으로는 수천 개의 원자가 1비트라는 관념에서, 원자 1개를 1비트의 매개로 쓸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집약된 최후의 500Tb/cm2 반도체를 구현할 소재 및 이론이며,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1나노 이하 0.5 나노선폭 공정까지 가장 빨리 도달하도록 앞선 기반을 제시하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전자 제품의 휘발성, 비휘발성 소자의 집약도를 수백~수천 배 이상 높이는 최종적 방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
[붙임] 용어설명 |
1. 강유전체 메모리(FeRAM 또는 FRAM) 물질의 상변화를 이용하는 P램이나 강자성을 이용하는 M램과 더불어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반도체이다. 전하를 띤 원자의 움직임을 제어해 영구 유전분극을 만들어내는 강유전성을 이용한다. 2.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이나 논리와 같은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흔히 뉴스에서 보는 D램이나 낸드 플래쉬 등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D램은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날아간다(휘발성)는 단점이 있고 플래쉬 메모리 비휘발성을 갖고 있지만 기존 데이터를 지우고 기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3. 강유전체 (Ferroelectrics) 일정 온도 이하에서 외부 전기장이 없이도 내부의 전기쌍극자모멘트가 정렬하여 자발적인 편극(분극, polarization)을 갖는 성질, 즉 강유전성(ferroelectricity)을 갖는 물질이다. 이 편극의 방향은 외부 전기장에 의해 바뀔 수 있으며, 외부 전기장이 없어진 다음에도 영구적인 편극을 갖는다. 영구적인 편극을 갖기 때문에 강유전체 메모리는 비휘발성을 갖는다. 4. 전기쌍극자 (electric dipole) 결합에 참여한 원자의 전기음성도(전자를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분자나 격자내에서 음전하를 띄는 곳과 양전하를 띠는 곳으로 분리되는데 이를 전기쌍극자라 한다. 전기쌍극자의 크기는 전기쌍극자모멘트로 나타낸다. 5. 도메인 (Domain) 강유전체 내의 전기쌍극자모멘트가 일정한 방향을 갖는 최소의 단위 6.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 (Flat energy band theory) 모든 물질은 운동량 공간에서 흩어진(dispersive) 에너지 띠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물질만 운동량에 의존하지 않는 평평한 띠를 이루고 있고, 이는 실제 공간에서 초국소화된 극한 물성을 만들어 낸다. 본 연구는 강유전체에서 평평한 에너지 띠가 나타날 경우, 실제 나노미터 이하 공간에 초국소화된 강유전 분극이 발생함을 증명하였고, 이것이 외부의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것임을 증명하였다. 7. 초전도체(superconductor) 특정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 8. 스핀(Spin) 원자 내의 전자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듯이 원자핵 주위를 도는 궤도 운동과 지구가 자전을 하는 것과 같은 회전운동을 하는데, 이때 이 회전운동을 스핀이라고 한다. 이 스핀 방향에 따라 물질의 자기적 성질이 결정된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1. 기존 FeRAM과 새로운 정보 저장 방식이 적용된 FeRAM 비교. 정보 1bit가 수천개의 원자로 구성된 도메인(노란색과 파란색이 서로 다른 도메인을 나타냄)에 저장된 반면, 새로운 이론을 적용하면 단위 원자 수준(산소 원자 4)에 정보를 저장 할 수 있다. |
그림2. 기존 메모리와 새로 고안된 메모리의 정보 저장 방식 비교. 기존 (좌측 상단) 메모리에서는 마치 용수철처럼 원자가 연결돼 있어 하나의 원자를 움직이면 나머지 원자들도 같이 움직이게 된다. (우측 상단) 전압을 인가하면 원자들 간 연결된 힘인 탄성이 없어져 산소 원자 4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좌측하단)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크기가 작아지면 강유전성이 약해지다가 사라져 버리는데(스케일링 현상, Scaling), 이는 마치 기타 줄이 짧아지면 음이 변하다가 결국엔 소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우측 하단) 원자 메모리의 경우 원자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점에서 독립적인 피아노 건반들과 비슷하다. 피아노의 건반 하나를 칠 때 옆에 건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개별정보를, 옆의 비트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읽고 쓸 수 있으므로 기존의 1비트 공간의 수천 비트의 정보 저장이 가능하다. 또한 피아노 건반의 부분을 떼어놓아도 여전히 독립된 소리를 내는 것처럼 0.5 나노(원자간 거리) 크기의 사이즈의 부분을 분리하여도 여전히 벌크(bulk, 덩어리 상태)에서의 메모리 능력이 동일하게 보존된다. |
그림3. 산화하프늄의 적용 가능 범위. 이번에 발굴한 산화하프늄의 HfO2 의 경우 실리콘에 친화적인 반도체 물질이므로, 실리콘 기반 다양한 전자제품에 이미 사용 중이다. 이러한 산업적으로 친숙한 물질에 초집적 원자 메모리 성질을 입힐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이는 향후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의 집적도를 수천 배 이상 향상시킬 상업적 파급력을 지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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