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9. 28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핀 잇는 신소재 ‘흑린’ 의 ‘나노 주름’ 생성 과정 첫 포착!

UNIST 권오훈 교수팀, 초고속 전자현미경으로 빛에 반응하는 내부 구조 변화 밝혀
빛을 이용한 흑린의 물성(物性) 제어 연구에 기여… ACS Nano 논문 게재

차세대 전자소자의 새로운 소재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흑린(검은색 인)이 외부 빛에 반응해 주름(나노 주름)처럼 구겨지는 전 과정을 최초로 포착한 연구가 나왔다. 흑린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잇는 2차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흑린의 ‘나노 주름’에 의해 파생되는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총장 이용훈) 화학과의 권오훈 교수팀은 흑린(Black phosphorus, P)에 섬광을 비추는 방법으로 흑린 내부의 미세구조가 변형되는 전 과정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흑린은 전자소자나 나노 스케일 미세기계(NEMS) 재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전기적 특성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이러한 소자 재료로 쓸 수 있는데, 흑린은 외부자극으로 미세구조가 변형되면 전기적 특성이 바뀌는 특이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흑린(인): 비뚤 빼뚤한 육각벌집 구조 (puckered honeycomb structure)를 가진 대표적인 비등방성 (anisotropic) 2차원 반도체 물질. 성냥머리에 쓰이는 적린(붉은 인)이나 폭약에 쓰이는 백린보다 상온에서 안정하다. 단순 육각벌집 구조인 그래핀(탄소) 보다 전기전도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달리 에너지 밴드갭(전기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섬광: 짧은 순간 반짝이는 빛(레이저)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흑린의 독특한 원자 배치구조(비등방성)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하고 특이한 성질(전기·열 전도성, 광학적 성질 등)을 빛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증적으로도 가치 있는 연구”라고 평했다.

*비등방성(anisotropy): 물체의 물리적 성질이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 흑린은 특정 방향으로 원자 배치가 더 빼곡하다.

 

[연구그림] 흑린이 외부 빛에 반응해 구조변화가 나타나는 현상

흑린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 순간적으로 구조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빛의 강한 에너지로 나노미터 수준의 구조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변형이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힘든데다, 원자 수준으로 얇은 흑린의 미세한 구조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찰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빛을 외부자극으로 써 흑린의 미세 구조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관찰했다. 짧은 순간의 반응을 포착하는 데는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했다. 초고속 전자현미경은 ‘초고속 촬영 카메라’처럼 아주 짧은 시간(최대 10-13초, 100 펨토초) 간격으로 원자 수준의 움직임을 끊어 찍을 수 있다. 초고속 전자 현미경으로 얻은 2차원 이미지를 입체적 (3차원)으로 재구성한 뒤 시간 단위로 이어 붙여 흑린이 외부자극에 반응해 내부 미세구조가 바뀌는 전체 과정을 얻었다.

*초고속전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에서 ‘빛’역할을 하는 전자빔의 시간분해능(촬영 간격)을 피코초 단위로 높인 전자현미경이다

 

이를 통해 흑린을 구성하는 인(P) 원자가 더 빼곡하고 탄탄하게 쌓여있는 방향으로 구조 변형이 잘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가 빼곡하게 쌓여있는 방향으로 나노 주름이 더 잘 만들어진 것이다. 피부는 탄력이 있을수록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데 흑린에서는 상반되는 현상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암시야 이미징’(Dark field Imaging) 기법을 적용했다. 암시야 이미징은 전자빔이 물질 내부를 구석구석 통과하면서 얻은 정보를 모아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법인데,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쓰기에는 어려운 기법이다. 전자빔의 세기가 너무 약해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센서가 빔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예진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2차원 물질의 구조 동역학 관찰에 암시야 이미징 기법을 최초로 적용한 연구”라며 “국내 유일 전자‘직접검출카메라’를 활용해 암시야 이미징 기법을 쓸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Nano에 9월 23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종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Light-Induced Anisotropic Morphological Dynamics of Black Phosphorus Membranes Visualized by Dark-Field Ultrafast Electron Microscope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화학과: 권오훈 교수 (052) 217 5424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흑린 (black phosphorus)1)은 찌그러진 육각벌집 구조 (puckered honeycomb structure)2)를 가진 대표적인 비등방성 (anisotropic)3) 2차원 반도체4) 물질로서, 물리적, 전기적 및 열적 특성 또한 비등방적이며 원자 배열이 유연해 미세전자기계시스템 (nano-electro-mechanical system, NEMS)5)의 주요 소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2차원 흑린의 구조 변형은 전자 구조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전기전도성을 포함한 전기적 특성 제어에 있어 빛에 감응하는 흑린의 구조 변화 관측 및 동역학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초고분해능 구조 분석 장비인 투과전자 현미경에 펨토초(10-15초)에 이르는 시간 분해능을 장착한 ‘원자수준의 시공간 분해능’을 지니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6)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나노 초 시간 스케일로 흑린의 나노 주름을 시간 분해 이미징 하였다. 연구진은 먼저 시간 분해 전자 회절 패턴 (electron diffraction)으로부터 흑린의 비등방적 격자 동역학을 분석하였고, 특히 암시야 (dark-field) 모드7)를 이용해 높은 감도에서 구조 변화를 직접 관측했다. 이를 시간 (1차원)-공간 (3차원)의 4차원으로 재구성하여 시간에 따른 흑린의 나노 주름 형성 (bulging) 전 과정을 최초로 시각화하였다.

연구진은 구멍이 뚫린 기판에 원형으로 매달려 장력(팽팽하게 매달려 있는 물질에 가해지는 힘)이 가해지고 있는 흑린에 나노 초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구조변형을 유동했다. 열팽창을 통해 나노 주름을 순간적으로 형성하도록 했는데, 흑린의 구조적 비등방성으로 인해 오히려 영률(Young's modulus)이 상대적으로 높아 단단한 (stiff) 지그재그 방향의 원자 배열이 유연한 (flexible) 암체어 방향의 원자 배열보다 더 쉽게 주름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2차원 암시야 모드를 이용한 흑린 나노 주름의 3차원 이미지 재구성을 위해 단층 촬영 (tomography) 방식을 적용해 시료를 특정 각도로 기울임으로써 실제 나노 주름의 마루와 골의 위치를 시각화하고, 유한요소법 (finite element method)을 통해 실제 실험 구조와 비슷한 상황에서 흑린의 순간적인 열팽창을 비등방적 열팽창 계수와 열전달 계수를 고려하여 계산함으로써 지그재그 방향으로 주름지는 흑린의 구조 동역학 원리를 밝혀내었다.

일반적으로 암시야 모드는 전자빔의 세기가 약해 높은 시간분해능이 요구되는 관찰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전자 직접 검출 카메라8) (높은 민감도를 가져 약한 전자 빔으로도 이미징 가능)의 사용과 장비 성능 개선 통해 고 시간 분해능 암시야 이미징을 실현할 수 있었다.

3. 기대효과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의 높은 동시 시공간 분해능을 활용해 2차원 물질의 구조 동역학을 직접 이미징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빛에 감응하는 저차원 물질의 구조-기능 상관 동역학을 유도 및 시각화하고 나노 단위의 구조·물성 제어의 직접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정교한 이미징 분석법 툴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세전자기계시스템에의 응용에 핵심적인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붙임] 용어설명

1. 흑린 (black phosphorus)

흑린은 인(p) 원소로 구성된 비등방적 2차원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물질이다. 원자층 한 겹은 포스포린 (phosphorene)이라 불리며, 두께는 원자 지름 정도로 얇지만 강도가 뛰어나고 전자를 흘려보내는 성질이 강해 반도체 소자로 재료로 매우 적합하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포스포린 같은 원자 층 한 겹이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여러 층 결합돼 있는 물질을 말한다.

2. 삐뚤빼뚤한 육각벌집 구조 (puckered honeycomb structure)

흑린 원자 층 한 겹은 그래핀과 흡사한 육각 벌집 모양의 원자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인 원자는 그래핀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와 비교해 최외각 전자 수가 하나 더 많아 완전한 2차원 평면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구부러져 지그재그 (zigzag)-암체어 (armchair)로 구성된 비등방적 육각벌집 구조 (puckered honeycomb structure)를 갖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비등방성은 흑린이 쉽게 주름지도록 하는데, 흑린이 물결과 같이 주름을 갖게 되면 주름의 골과 마루 영역의 전자 구조 및 에너지 밴드갭 (bandgap)이 국부적으로 달라진다.

3. 비등방성 (anisotropy)

물체의 물리적 성질이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 흑린은 특정 방향으로 원자 배치가 더 빼곡한 비등방성을 갖는데, 이 구조적 비등방성으로 특이한 물성을 갖는다.

4. 반도체 (Semiconductor)

반도체는 어떤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서 필요에 따라 전류를 조절하는데 사용된다. 메모리칩과 같은 반도체 소자에 쓰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5. 미세전자기계시스템 (nano-electro-mechanical system, NEMS)

나노 단위의 기계적 구조물과 전자 회로가 결합된 초소형 정밀 기계  

6. 초고속전자현미경 (UEM, utrafast electron microscope)

투과전자현미경에서 ‘빛’역할을 하는 전자빔의 시간분해능을 펨토초 단위로 높인 전자현미경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산과학기술원에 설치되어 2017년부터 가동 중인 장비는 세계 최초로 전자직접검출카메라가 부착되어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닌다.

7. 암시야 (dark field) 이미징

투과전자현미경 내 시료의 결정 구조에서 발생하는 전자 회절 (electron diffraction)을 이용해 시료의 2차원 구조를 이미징 하는 기법. 

8. 전자직접검출카메라 (direct electron detector)

일반 CCD (charge-coupled device) 카메라의 경우 전자를 신호로 변환하는 scintillator가 있어 신호 대 잡음비 (signal-to-noise ratio)에 손실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전자직접검출카메라 (direct electron detector)의 경우 scintillator 없이 전자 자체를 신호로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 (image processing speed), 시공간 분해능 (spatial resolution), 감도 (detection sensitivity) 면에서 뛰어나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1. 흑린의 빛에 의한 열팽창 구조 변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2차원 흑린의 나노 주름을 시공간 동시 이미징을 통해 4차원 재구성하였다. 특히, 흑린의 비등방적 원자 배열에 기인하여 나노 초 레이저 조사 후 열팽창 시 흑린의 지그재그 (zigzag) 방향(원자 배열이 빼곡한 방향)으로는 나노 주름이 (bulging), 이에 수직인 암체어 (armchair) 방향(원자 배열이 느슨한 방향)으로는 넓게 부풀어 오르는 형태 (swelling)로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림 2. 4차원(3차원 공간+시간) 이미지로 재구성 된 흑린 나노 주름 형성. A, 흑린의 지그재그 및 암체어의 각 원자 배열 축을 따라 2차원 시간 분해 암시야 이미지로부터 재구성된 4차원 이미지. B, 각 축을 따라 재구성된 이미지의 합으로부터 도출된 흑린 나노 주름의 전체 형상.

 

그림 3. 시간 분해 암시야 (dark-field) 이미징. A, 흑린의 지그재그 또는 암체어 방향의 원자 배열로 만들어진 전자 회절 패턴 (electron diffraction pattern)으로부터 시간 분해 2차원 암시야 이미지를 얻어내었다. B, 원자 간력 현미경 이미지 (atomic force microscope image)를 통해 시료 기판의 구멍 부분에 매달린 형태의 2차원 흑린 구조를 토대로 4차원 구조 재구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C, 시간 분해 암시야 이미징을 통해 나노 초 시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흑린의 비등방적 나노 주름을 지그재그 및 암체어 방향에서 각각 직접 관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