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10. 12(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전자 가위’로 살아 있는 세포의 유전자(DNA) 추적한다!

UNIST 김하진 교수팀, 세포 속 유전자 움직임 장시간·고감도로 관측 가능한 기술 개발
-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DNA 응집구조 관측 가능.... Genome Research 논문 게재

‘유전자 가위’ (CRISPR) 기술로 세포 속 DNA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DNA의 응집 구조인 크로마틴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DNA 속 특정 영역(유전자)을 편집해 유전질환 등을 교정하는 기술이다.

UNIST (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해 세포 핵 속 꽁꽁 뭉쳐진 DNA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 가위는 DNA의 특정 영역(유전자)을 자르는 ‘가위 효소’와 이 효소를 안내하는 gRNA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가위 효소에 DNA의 특정 영역에 결합하는 형광 단백질을 붙여 DNA의 위치를 추적했다. 위치 추적 과정에서 ‘잡음 신호’를 줄이는 기법으로 기존의 유전자 가위 기반 이미징 방법보다 정확도와 해상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위치를 장시간 추적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크로마틴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연구그림] 개발된 CRISPR(크리스퍼) 기반 DNA 위치 추적 시스템 및 동선 분석 결과

2 m나 되는 DNA를 수 마이크론 (10-6 m) 크기의 세포핵 속에 뭉쳐놓은 구조가 크로마틴이다. 최근 크로마틴의 구조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크로마틴 구조 이상이 암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하진 교수는 “크로마틴 구조 변화와 유전자 발현, 노화, 암 간의 정확한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서는 크로마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관찰하고자 하는 DNA의 특정 위치에 세 조각으로 쪼개진 형광 표지 단백질을 붙이는 방식을 썼다. 형광체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해 DNA의 위치와 모양을 알 수 있다. 형광 표지 단백질이 세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 기반 이미징 기법보다 원하는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신호를 얻고, 죽은 형광 신호를 되살릴 수 있다.

연구진은 DNA가 물 속 잉크가 퍼지는 것처럼 수동적인 확산을 보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위치를 옮기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새로 개발된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DNA 특정 영역의 움직임을 장시간 추적한 결과이다. 제1저자인 나렌드라 차드리 (Narendra Chaudhary) 연구원은 “DNA는 엉켜있는 긴 실과 같은 구조이기에 능동적 움직임이 없다면 부확산 (sub-diffusion)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연구에서 긴 시간 동안 움직임을 측정한 결과 초확산 (super-diffusion)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각종 유전정보 처리 과정에서 DNA 자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기존에는 DNA가 움직이지 않고 단백질 효소들이 DNA를 찾아가 DNA의 고장 난 부분을 고치거나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발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 교수는 “개발한 크로마틴 이미징 기술과 크로마틴 3차원 구조 측정 기술을 결합해 암 등의 유전체 질병에 대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Genome Research에 9월 4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Background-Suppressed Visualization of Live Genomic Loci with an Improved CRISPR System Based on a Split Fluorophore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 (052) 217 2557

  • [연구그림] 개발된 CRISPR(크리스퍼) 기반 DNA 위치 추적 시스템 및 동선 분석 결과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일직선으로 이으면 2미터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genome, 게놈)가 수 마이크론의 세포핵 안에 담겨있기에, 유전체의 염기 서열 뿐 아니라 공간적 구조와 움직임을 측정하고 유전체 기능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 요구된다. Karyotyping, FISH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이미징 등의 고전적인 기술들과 최신의 Hi-C 기술을 통해 크로마틴(Chromatin)1) 3차원 구조를 상당한 정밀도로 볼 수 있지만 크로마틴 구조의 변화는 어떻게 프로그램돼 있고 나아가 유전자 발현 조절, 복제, 치유의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밝히기 어렵다. 크로마틴의 구조와 움직임을 실시간 측정한다면 이 기능들과 크로마틴의 움직임의 인과성을 밝혀 그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 최근 FISH 방법의 확장으로 kilobase 수준까지 크로마틴의 구조를 실 공간에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고정된 세포에서의 스냅샷만 볼 수 있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CRISPR2)(유전자 가위)기술은 본래 유전자 조작에서 획기적인 기술인데, 이를 응용하여 유전체의 이미징에 사용할 수 있다. Cas 단백질3)의 제한효소 기능(가위역할)을 없애고 대신 형광체를 달아서 타겟 유전체 영역을 표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배경 신호와 비 특이적 신호들로 인해 현재까지는 많은 반복 서열을 갖는 타겟 영역에 주로 사용되었고 그 밖의 임의의 영역을 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CRISPR 시스템에 세 조각으로 나누어진 형광체를 결합하여 배경 및 비특이적 신호를 억제하고, SunTag4) 시스템과 결합하여 타겟에서의 신호를 증폭시켰다. 이러한 CRISPR engineering을 통해 기존의 CRISPR 이미징 디자인들보다 신호-잡음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표적특이성을 증대시켰다.

이로써 비반복적 서열을 갖는 타겟에 대해서도 적은 수의 gRNA5)를 발현시킴으로써 표지하고 일반적인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분리된 형광체 조각들은 결합과 분리를 빠르게 반복하기에, bleaching(형광퇴색)에 의해 형광을 잃더라도 새로운 형광체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형광 신호를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CRISPR 이미징 디자인보다 장시간 크로마틴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이용하여 측정한 긴 동선(trajectory)를 분석하여 크로마틴의 확산 특성을 정교하게 밝힐 수 있었다. 크로마틴은 긴 DNA가 실타래처럼 뭉쳐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확산하는 분자들과는 다른 제한된 확산 (sub-diffusion)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로부터 짧은 시간 스케일에서는 제한된 확산 양상을 보이다가, 긴 시간 스케일에서는 능동적 확산 (super-diffusion)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세포핵 내에서의 여러 가지 동적 프로세스들에 의해서 크로마틴이 능동적으로 재배치되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적용하여 특정 크로마틴 영역 간의 동적이거나 일시적인 상호작용, 특정 유전체 기능에서 크로마틴 동역학이 갖는 역할을 밝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

3. 기대효과

본 기술의 적용을 통해 크로마틴 도메인의 형성 및 유전체 재구성의 풀리지 않은 원리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크로마틴 도메인의 형성 원리에 대한 가능성 높은 설명은 크로마틴 extrusion 모델로서 CTCF-cohesin 간 상호작용을 통해 긴 크로마틴 loop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실시간 이미징 기반의 접근을 통해 그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크로마틴 이미징 기술과 크로마틴 3차원 구조 측정 기술을 결합하면, 암 등의 유전체 질병에 대한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정의하여 그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환자 맞춤형 정밀 진단과 치료에 대한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할 바이오마커를 발견함으로써, 이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의료산업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의 시퀀싱 혹은 FISH 기반 방법들은 크로마틴 구조에 대한 매우 풍부하고 정확한 후성유전적, 구조적 정보를 제공하지만 고정된 세포에서 크로마틴 구조의 스냅샷 혹은 세포들 간의 평균적인 구조를 보여준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들을 살아있는 세포에서의 크로마틴 동역학 데이터로 상호보완함으로써 높은 분별력과 신뢰도를 갖고 개별 환자에 대한 맞춤형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붙임] 용어설명

1. 크로마틴 (chromatin, 염색사)

DNA, 단백질, RNA로 구성된 거대 복합체로서 긴 DNA를 압축시키고 크로모좀 (chromosome, 염색체) 내에서 혹은 세포핵 내에서 적절하게 배치시켜 DNA의 복제, 치유, 유전자 발현 등을 조절한다.

2.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크리스퍼(CRISPR)는 DNA상에 존재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DNA 두 가닥을 절단하는 인공 제한효소(engineered nuclease)로 동식물 유전자의 손상된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하는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불린다. 원핵생물(세균 등)이 이전에 침투했던 박테리오파지(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CRISPR)을 기록했다가 추후 재침입시 그 서열을 인식하여 자름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 체계를 응용한 기술이다.

3. Cas 단백질

유전자 가위에서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 (제한 효소)

4. SunTag

펩타이드 배열을 표적 단백질(Cas 단백질)에 붙이고 이 펩타이드를 인식하는 인공 항체 조각을 형광체 등으로 표지하여 표적 단백질의 시그널을 증폭하는 시스템. 이번 실험에서 3조각으로 나눠진 형광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5. gRNA (guide RNA)

Cas 단백질이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가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Cas 단백질과 결합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20 base 정도 되는 염기 서열과 상보적인 DNA 혹은 RNA 서열을 찾아서 결합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 (위) Split GFP(형광표지자)와 SunTag을 조합하여 배경 신호를 없앤 CRISPR 시스템을 구축. (아래 왼쪽) 이 CRISPR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포 핵 (점선) 내에서 특정 크로마틴 영역들을 추적한 동선(trajectory)들. (아래 오른쪽) 크로마틴의 확산 움직임을 분석하여 제한된 확산 (sub-diffusion)과 능동적 확산 (super-diffusion)으로 특징을 나눌 수 있다. 짧은 시간 스케일에서는 sub-diffusion (α < 1)을 보이다가, 긴 시간 스케일에서는 super-diffusion (α > 1)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