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0. 11. 12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하마드 알리의 파킨슨병, 새로운 치료 단서 찾았다!

UNIST 김재익 교수팀, 단백질‘변형 과정’의 도파민 신경세포 생사 조절 기능 밝혀
오글루넥당화 활성화로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 억제 및 운동기능 회복… Brain 발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던 복서인 무하마드 알리도 멈추게 한 질병이 있다. 파킨슨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이 일어나 움직임이 둔화된다. 알츠하이머병(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UNIST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팀은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활성화시켜 파킨슨병 유발 운동 이상증을 정상 수준에 가깝게 완화시킬 수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세포내 단백질의 변형(번역 후 변형) 과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의 한 종류인 오글루넥당화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과 사멸에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이다.

*번역 후 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세포속 DNA에 저장된 단백질 정보를 바탕으로 역시 세포내 기관인 리보솜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번역(translation)이라 한다. 번역된 단백질에 당기, 인산기기 등이 붙은 과정을 번역 후 변형이라 한다. 번역 후 변형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단백질의 ‘세포 기능 조절’이라는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도파민 분비가 줄어든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수의운동과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는 도파민(도파민 전구체)을 보충해 운동이상을 치료하는 대증 요법에 그치고 있다. 만약 도파민 신경세포의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을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수의운동: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운동. 컵을 들어 옮기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도 수의 운동의 결과다.

 

[연구그림]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및 파킨슨병의 병리에 미치는 영향

김 교수 연구팀은 오글루넥당화 활성화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조기사멸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였다. 오글루넥당화가 경쟁관계에 있는 인산화를 억제시켰기 때문이다. 인산화 역시 정상적인 단백질 번역 후 변형 과정 중 하나이지만 최근 과도한 단백질의 인산화가 신경세포 조기사멸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파킨슨병 모델쥐에 오글루넥당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찍 죽는 현상이 억제되고 운동 이상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 연구진은 당기와 인산기가 단백질 아미노산 사슬의 같은 위치에 경쟁적으로 붙는다는 점과 오글루넥당화가 뇌에서 가장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재익 교수는 “오글루넥당화는 그 동안 신경세포와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추측돼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안의 다양한 종류의 신경세포 중 도파민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오글루넥당화의 새로운 역할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난치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신경세포 조기 사멸의 원인으로 단백질 과인산화가 지목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오글루넥당화로 과인산화를 억제해 근본적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 보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학, 그리고 중개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브레인(Brain)에 11월 9일자로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중견연구, 그리고 포스코청암재단 신진교수 펠로우쉽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논문명: O-GlcNAcylation regulates dopamine neuron function, survival and degeneration in Parkinson disease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 (052) 217 2458

  • [연구그림]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및 파킨슨병의 병리에 미치는 영향
  • [연구그림]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증가시켰을 때의 변화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파킨슨병1)은 도파민 신경세포2)의 기능 이상 및 사멸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이다. 하지만 도파민 신경세포의 이상은 파킨슨병의 대표적 운동증상들(떨림, 경직, 움직임 둔화)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현재까지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의 생물학적 원인이나 파킨슨병의 근원적(disease-modifying)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3)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작용4) 중의 하나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중 세린(serine) 혹은 트레오닌(threonine) 자리에 ‘O-linked β-N-acetylglucosamine(O-GlcNAc)’ 이라는 당이 붙는 과정이다. 흥미롭게도 뇌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며 노화의 과정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 양이 준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몇몇 선행연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구체적으로 어떤 생리적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먼저 형질전환마우스를 이용한 유전적 방법을 사용해 도파민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의 발현 정도를 조절하였을 때 나타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개체 수준에서의 행동 변화를 분석하였다.

도파민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감소시켰을 때 개체의 성장이 갓 끝난 이른 시기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뇌 안에서의 도파민 분비가 감소했으며 행동수준에서는 마우스의 여러 운동기능이 크게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이와는 반대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도파민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증가시켰을 때 도파민 신경세포의 구조와 생존, 그리고 개체의 행동수준에서의 운동기능에는 부정적인 변화가 없었지만, 뇌 안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과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이 증가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인산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들의 발병기전을 억제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킨슨병의 원인물질로 연구되고 있는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5) 단백질을 마우스 중뇌 흑색질(midbrain substantia nigra pars compacta)에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파킨슨병 마우스 모델을 제작하였다. 이때 유전적으로(형질전환마우스), 그리고 약물적으로(O-GlcNAcylation 분해 저해제) 마우스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증가시켰을 때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나타나는 세포 사멸과 도파민 분비의 감소가 크게 완화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개체의 행동수준에서 나타나는 여러 운동증상들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정상의 뇌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와 같은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세포의 생존과 사멸과 같은 중요한 생물학적 기능을 조절할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들의 과인산화와 응집(aggregation)을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막아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주요 증상들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3. 기대효과

파킨슨병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다양한 생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둔 치료제 또는 치료기술의 개발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신경세포 내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 또한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을 수 있을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모두 병의 발병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는 단백질들의 응집을 막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단백질들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신약들이 전임상, 임상연구 단계에서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상기 퇴행성 뇌질환들의 경우 세계적으로 병의 근원적 치료를 장담할 수 있는 치료제 또는 치료기술이 현재까지 개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항체 신약들이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거나 병의 증상을 현저하게 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새로운 질병 치료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붙임]  용어설명

1.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파킨슨병은 느린 움직임, 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증상이 진행되면서 운동장애가 점점 심화되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심지어는 정신적, 인지적 능력까지 손상된다. 아직까지 병의 명확한 발병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요 운동 증상의 경우 주로 중뇌(midbrain) 흑색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되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생성 및 분비에 문제가 생겨 도파민 세포가 관장하고 있는 수의운동능력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2. 도파민 신경세포(Dopaminergic neuron)

도파민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도파민을 생성, 분비하는 신경세포이다. 도파민은 중뇌 흑색질(substantia nigra)을 중심으로 여러 뇌 영역에 분비되고 있는데 주로 자발적인 움직임과 운동 조절, 동기부여, 보상, 학습 및 기억 등의 중요한 뇌기능에 관여를 한다. 도파민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겼을 때 다양한 뇌 관련 질환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3.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작용(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중의 하나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중 세린(serine) 혹은 트레오닌(threonine) 자리에 O-linked β-N-acetylglucosamine(O-GlcNAc) 이라는 당을 붙여주는 과정이다. 세린과 트레오닌은 인산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주요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의 경우 세포 내에서 독자적인 분자적 기능 이외에도 인산화와의 경쟁을 통해 세포 내 단백질의 기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4. 단백질 번역 후 변형작용(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단백질이 합성되고 난 후에 일어나는 변형작용으로 인산화(phosphorylation)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밖에도 당화(glycosylation),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 나이트로실화(S-nitrosylation)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단백질의 기능이나 활성이 조절되며 세포 내에 단백질이 관여하는 광범위한 신호전달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5.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뇌에 풍부하게 발현되어 있는 단백질이다. 주로 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말단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세포에서의 정확한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시냅스 사이의 신호전달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집합체(응집체)를 이루게 되면 섬유형태를 형성하게 되어 신경세포에 독성을 띄게 된다. 이러한 질환을 시누클레인병증(synucleinopathy)라고 하며 파킨슨병은 시누클레인병증의 대표적 질환이다. 파킨슨병의 동물실험에서는 알파시뉴클레인 또는 알파시뉴클레인의 돌연변이 단백질을 실험동물의 뇌에 과발현시켜서 파킨슨병의 질병모델을 유도하기도 한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중뇌(midbrain) 흑색질(SNc)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증가시켰을 때의 변화(A)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바이러스를 마우스의 뇌에 주입한 후에 파킨슨병과 유사한 병적 증상들을 관찰함. 유전적인 방식으로 도파민 신경세포 특이적으로 O-GlcNAcylation을 증가시킨 형질전환마우스(오른쪽 이미지)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의 발현 양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있는 것을 확인함. 알파시뉴클레인을 발현하고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수도 감소한 것을 확인함(녹색 형광신호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분자지표인 Tyrosine Hydroxylase 효소를 나타냄. 즉, 녹색 신호는 중뇌 흑색질에 위치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표지함. 보라색 신호는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을 표지함). (B) 약물(O-GlcNAcylation 분해 억제제)을 사용하여 신경세포 내 O-GlcNAcylation을 증가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동물모델의 병적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함. 파킨슨병의 특징인 인산화된 알파시뉴클레인(pS129)의 양이 O-GlcNAcylation 분해 억제제에 의해 감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함. 인산화된 알파시뉴클레인을 발현하고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수도 마찬가지로 감소한 것을 확인함(녹색 신호는 중뇌 흑색질에 위치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표지함. 보라색 신호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O-GlcNAcylation을 표지함. 청록색 신호는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129번째 세린의 인산화를 표지함. 즉, 알파시뉴클레인 129번째 아미노산이 어느 정도 인산화되어 있는가를 나타냄).

 

그림2.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및 파킨슨병의 병리에 미치는 영향. 성체 마우스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줄어들면 세포가 사멸하게 되고 도파민 관련 뇌기능이 손상됨. 반대로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증가하게 되면 세포의 생존과 사멸에는 해로운 효과가 없는 반면에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하게 됨(위쪽 그림).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증가하면, 파킨슨병의 질병모델 유도시 빈번하게 관찰되는 인산화된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관찰됨)의 발현이 현저하게 줄어듦. 또한, 파킨슨병 병리에 수반되는 뇌 조직에서의 도파민 분비 및 운동능력의 손상이 회복됨(아래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