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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억제하는 신경보호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했다. UNIST(총장 이용훈) 생명과학과 임정훈 교수팀은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LSM12’와 ‘EPAC1’을 발견하고 이들의 신경세포 보호 경로를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유전자는 루게릭병 환자 신경세포 내 특정 단백질(RAN 단백질)의 비정상적 분포를 교정해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퇴행성 뇌 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세포핵과 이를 둘러싼 세포질 간의 물질 수송은 세포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하다.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장애는 최근 각종 퇴행성 뇌 질환에서 신경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
임 교수팀은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 경로로 발현되는 단백질(EPAC1)이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방향을 결정하는 ‘RAN 단백질 농도 차이(농도구배)’를 정상화해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RAN 단백질은 세포핵 내에 더 많지만, 루게릭 병 환자의 경우 세포질로 RAN 단백질 유출되어 비정상적인 농도 차이가 발생한다.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통해 발현된 EPAC1 단백질은 세포질 내 RAN 단백질이 세포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도와 RAN 농도구배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킨다. |
*유전자 발현: DNA(유전자)에 담긴 단백질 정보를 이용해 실제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는 것. DNA의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가 먼저 합성되는 전사가 발생하고, 합성된 mRNA가 세포질에 위치한 리보솜(단백질 합성공장)으로 이동해 실질적 단백질 합성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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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이종보 연구원(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은 “발견된 유전자 경로의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검증하기 위해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신경세포를 이용했다”며 “이 유전자 경로를 활성화해 루게릭병 환자 신경세포에서 관찰되는 RAN 단백질의 비정상적 분포와 세포 독성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
*유도만능줄기세포: 이미 특정 세포 종류(근육세포, 신경세포 등)로 분화된 세포를 다시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전분화능을 가진 세포로 바꾼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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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팀은 ‘LSM12’- ‘EPAC1’ 유전자 경로를 통해 발현된 EPAC1 단백질이 RAN 단백질 분포를 조절하는 세부 원리도 규명했다. EPAC1 단백질은 핵공 복합체(Nuclear pore complex)와 RAN 단백질 간 결합력을 높인다. 이 때문에 세포질로 유실된 RAN 단백질은 핵공 복합체에 쉽게 붙잡히게 되고, 핵 안쪽으로 돌려 보내진다. 핵공 복합체는 핵막(핵을 감싼 막)에 박혀 있는 거대 단백질 덩어리로, 핵-세포질 사이의 물질 교환이 일어나는 통로다. 임정훈 교수는 “세포 내 RAN 단백질의 분포가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에 중요하다고는 알려져 있었지만, 그 분자생물학적 조절 기전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다”라며, “이번 연구로 기존에 그 연관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두 유전자가 세포 내 RAN 단백질의 분포를 조절하는 유전자 경로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
임 교수는 이어서 “이번 연구는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관련 질환의 예측과 치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노화 과정의 분자생물학적인 이해를 위한 기반 지식 확립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온라인 판에 23일자로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 개발사업 (질병중심 중개기반연구)을 통해 이루어졌다. 논문명: LSM12-EPAC1 defines a neuroprotective pathway that sustains the nucleocytoplasmic RAN gradi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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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연구결과 개요 |
1. 연구배경 핵-세포질 사이의 핵산/단백질 수송1)은 세포 기능에 필수적인 생리 작용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의 장애가 C9ORF7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루게릭 병 및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2)의 중요한 병리학적 기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의 제어가 어떠한 분자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을 조절하는지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팀은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세포를 역분화 시켜 만든 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신경세포를 활용하여 신경세포 내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제어에 중요한 새로운 유전자 경로를 발견하고,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검증하였다.
2. 연구내용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에 중요한 RAN 단백질은 대부분 세포 핵 안에 존재하며, 핵막을 경계로 이러한 RAN 단백질의 농도 구배3)가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LSM12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그 유전 정보가 결손될 경우 핵 내부의 RAN 단백질이 세포질로 유실되며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이 교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LSM12 유전자가 RAN 단백질의 농도 구배를 제어함으로써 필수적인 세포 생리작용을 유지한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루게릭 병 환자의 전장유전체 분석 데이터(유전체의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로부터 LSM12 유전자의 희귀한 돌연변이를 발견하였으며, 다양한 면역형광염색 실험을 수행하여 루게릭 병 환자의 LSM12 유전자 돌연변이는 우성 음성(dominant negative)방식으로 RAN 단백질의 분포를 교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RAN 단백질의 비정상적 분포는 루게릭 병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흔히 관찰되는 병리학적 현상임을 고려할 때, LSM12 유전자가 루게릭 병의 신경퇴화 기전에 중요한 유전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LSM12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전사체(mRNA) 및 번역체(단백질 번역중인 mRNA)를 분석한 결과, LSM12 유전자는 ‘전사 후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EPAC1 유전자의 발현을 활성화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LSM12 유전자 결손 세포주에서 EPAC1 단백질을 과발현 할 경우 RAN 단백질의 농도 구배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으며, 반대로 정상 세포에서 EPAC1의 발현을 저해하였을 경우 핵 내부의 RAN 단백질이 핵 밖의 세포질로 유출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이를 통해 RAN 단백질의 분포를 제어함으로써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LSM12-EPAC1 유전자 경로를 규명하였다. 퇴행성 뇌질환 발병에 있어 이러한 LSM12-EPAC1 유전자 경로의 병리학적 중요성을 검증하기 위해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운동신경 세포 모델을 활용하였다.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의 운동신경세포에서 LSM12와 EPAC1 유전자의 mRNA와 단백질 발현이 모두 감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재조합 렌티바이러스를 이용하여 LSM12이나 EPAC1을 루게릭 병 환자유래 신경세포 내에 과발현함으로써 이 유전자 경로를 활성화 할 경우, 루게릭 병 환자 신경세포에서 특이적으로 관찰되는 핵-세포질 물질 수송 교란과 세포 사멸 활성화가 억제됨을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LSM12-EPAC1 유전자 경로가 어떻게 RAN 단백질의 분포를 조절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면역침강법을 통해 RAN 단백질과 결합하는 핵공 복합체4)의 단백질 구성을 생화학적으로 분석하였다. LSM12 유전자 결손 또는 EPAC1 유전자 발현을 저해함에 따라 핵공 복합체와 RAN 단백질의 결합력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LSM12-EPAC1 유전자 경로는 핵공 단백질 복합체의 조절을 통해 RAN 단백질의 농도 구배와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3. 기대효과 본 연구를 통해 핵-세포질 사이의 물질 수송에 중요한 새로운 유전자 경로와 그 기능을 밝혀냄으로써, 세포 내 핵산 및 단백질 항상성 조절의 새로운 원리와 그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LSM12-EPAC1 유전자 경로를 통한 RAN 결합 핵공 복합체의 형성 및 RAN 단백질의 농도 구배 제어가 루게릭 병과 관련된 세포 사멸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주요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위험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작용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관련 질환의 예측과 치료를 위한 기반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붙임] 용어설명 |
1. 핵-세포질 간 물질 수송 (nucleocytoplasmic transport) 세포 핵(nucleus)내에 존재하는 DNA로부터 전사된 mRNA는 세포질(cytoplasm)로 수송된 후 단백질 번역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세포질에서 합성된 일부 단백질들은 다시 세포 핵 안쪽으로 이동하여 핵 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유전자 발현 과정을 통해 이렇게 생산된 핵산 및 단백질이 필요에 따라 핵-세포질 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세포의 필수적인 생리 작용이다. 2. 퇴행성 뇌질환 중추신경계의 특정 신경세포가 비가역적으로 퇴화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특징적인 증상을 수반하는 신경질환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 병, 헌팅턴 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유명 내야수였던 루 게릭(Lou Gehrig)에게 발병하면서 루게릭 병으로도 불리게 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의 경우, 운동신경 세포의 기능이 손상되면서 근육쇠약과 호흡장애 등으로 대부분의 발병 환자가 수년 내에 사망한다. 3. RAN 단백질 농도 구배 (RAN gradient) RAN 단백질은 세포내 존재하는 GTP 가수분해효소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이 세포 핵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나, 핵-세포질 간 특정 단백질/mRNA의 수송을 위해 물질 수송 인자와 복합체를 구성한 후 핵공 복합체를 통하여 세포질로 이동한다. 세포질 영역의 핵공 복합체를 구성하는 특정 인자에 의해 RAN 단백질의 효소 활성이 증가하면 RAN 단백질과 결합하고 있는 복합체가 분해되면서 세포질 내로 방출된다. 이와 같이 RAN 단백질의 세포 핵 내 분포는 핵-세포질 사이의 물질 수송 제어에 있어서 매우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RAN 단백질의 세포질 유출에 따른 비정상적인 세포 내 분포는 루게릭 병, 전측두엽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헌팅턴 병과 같은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중요한 병리학적 기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4. 핵공 복합체 (nuclear pore complex) 핵막에 존재하는 초분자 복합체로 34가지 종류의 뉴클레오포린 단백질과 456개 이상의 단백질 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세포질 사이의 선택적 물질 수송을 조절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붙임] 그림설명 |
그림 1. LSM12-EPAC1 유전자 경로 활성화를 통한 루게릭 병 환자유래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핵-세포질 물질 수송과 세포사멸 억제효과 검증 (A) LSM12 또는 EPAC1 유전자의 과발현을 통해 루게릭 병 환자 신경세포 내 핵-세포질 물질 수송에 중요한 RAN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분포가 유의하게 회복됨을 확인함. 또한 루게릭 병 환자에서 관찰되는 LSM12 돌연변이 단백질(LSM12V135I)을 정상 신경세포에서 과발현하는 것만으로도 RAN 단백질의 분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함. (B) LSM12 또는 EPAC1 유전자의 과발현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 산경세포에서 특이적으로 증가된 세포사멸(apoptosis) 활성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함. |
그림 2. LSM12-EPAC1 유전자 경로에 의한 신경세포 보호 모델 LSM12 유전자에 의해 ‘전사 후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 EPAC1 단백질은 핵-세포질 사이의 물질 수송에 중요한 핵공 복합체(nuclear pore complex) 형성과 세포 내 RAN 단백질 분포를 정교하게 조절함. 이러한 LSM12-EPAC1 유전자 경로의 기능은 루게릭 병 환자유래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핵-세포질 물질 수송을 억제함으로써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주요 기전으로 작용함. |
그림 3.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부터 분화된 운동신경 세포 (A) C9ORF7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루게릭 병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운동신경 세포로 분화한 후, 면역형광염색법을 통해 MAP2, ChAT, HB9 등의 신경세포 마커 단백질(신경세포에서만 관찰되는 단백질)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함. C9-ALS iPSN, 루게릭 병 환자유래 신경세포; control iPSN,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C9ORF72 유전자 돌연변이를 교정한 정상 신경세포. (B) C9ORF72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루게릭 병 환자유래 신경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poly(GR) 독성 단백질을 확인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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