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1. 05. 13 (목)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방울 떠난 물, 물방울로 들어 온 물..중성자로 구별해 알아낸다!

UNIST 정준우 교수팀, 중성자 이미징 기반 증발과 응결 정량 분석·증발 예측 이론 제시
프린트 잉크·페인트 등 용매(액체) 증발 이해하는 데 도움... Matter 게재

컵에 맺힌 물방울 표면에서는 수많은 물 분자가 떠나는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눈에는 물방울이 점점 줄어드는 증발현상만 보이지만, 사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 분자가 물방울로 들어오는 응결현상도 동시에 일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둘을 구별해 증발량과 응결량을 알 수 있는 관측법이 나왔다. 용액의 증발과 응결비를 알아낸 이번 연구는 용액 증발 속도나 증발되고 남은 입자 의 패턴이 중요한 페인트, 잉크 같은 액체 개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증발: 액체 표면으로 들어오는 분자보다 떠나는 분자가 더 많아서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 컵 안에 담긴 물이 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응결: 액체 표면에서 액체를 떠나는 분자보다 들어오는 분자가 더 많으면 생기는 현상. 차가운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UNIST(총장 이용훈)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팀은 중성자빔으로 물방울을 떠나는 물과 공기 중에서 물방울로 유입되는 물을 구별해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중성자 빔으로 물방울 영상을 찍어 밝기(투과도)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유입된 물 분자와 떠난 물 분자 양을 알 수 있는 기법이다. 또 연구팀은 물방울을 비롯한 액체의 증발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모델까지 만들었다.

[연구그림] 중수와 경수의 중성자 이미징 비교. 경수의 경우 물방울이 더 어둡게 나온다

연구진은 ‘중성자 현미경’으로 중수 물방울을 촬영하면 물방울의 밝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둡게 변하는 현상을 이용했다. 중수는 물 분자의 수소가 동위원소인 중수소로 바뀐 물이다. 중성자 현미경의 광원인 중성자 입자는 중수와 경수(일반 물)에서 투과도가 달라, 경수의 이미지가 더 어둡게 나온다. 공기 중의 물 분자는 경수 분자이므로, 물 분자가 유입될수록 촬영된 물방울의 밝기가 어두워진다. 이 밝기 변화와 물방울 작아지는 현상을 같이 분석하면 증발량과 응결량을 구분해 알 수 있다.

[연구그림] 물방울의 밝기와 크기 변화를 통해 증발량과 응결량을 구함

연구진은 위와 같은 분석법을 통해 수 밀리미터 크기의 물방울을 30% 정도의 습도를 가지는 공기 중에서 증발시키면, 10분 후에는 대략 20%가 외부에서 유입된 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 기술인 적외선 분광학 기술을 이용해서도 같은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으며, 연구진이 제안한 물방울 증발을 예측하는 이론 모델과도 일치했다.

제1저자인 임재관 UNIST 물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가시광선과 같은 전자기파를 쓰는 일반 현미경과 달리 중성자 현미경은 중성자 물질파를 쓰기 때문에 경수와 중수를 구분 가능할 수 있다는 데서 이 실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물방울의 고해상도 중성자 이미징을 위해서는 스위스 폴 쉐러 연구소(Paul Scherrer Institut)의 중성자 현미경(Neutron Microscope)을 사용했다

정준우 교수는 “이번 연구 방법은 물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혼합물 용액의 증발과 응결의 관찰에 유용할 것”이라며 “코팅이나 프린팅과 같이 용액의 증발이 수반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어 새로운 잉크나 페인트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셀(Cell)의 자매지인 ‘매터(Matter)’ 5월 12일자(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기초연구실 지원사업), UNIST 우수연구 아이디어 발굴사업,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위스 폴 쉐러 연구소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High-resolution neutron imaging reveals kinetics of water vapor uptake into a sessile water droplet)

  • [연구그림] 중수와 경수의 중성자 이미징 비교. 경수의 경우 물방울이 더 어둡게 나온다
  • [연구그림] 물방울의 밝기와 크기 변화를 통해 증발량과 응결량을 구함
  • [연구그림] 중성자 이미징 장비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담당 (052) 217 1228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팀 (052) 217 2155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잉크나 음료수부터 바닷물까지, 액체가 있는 곳에는 항상 증발과 응결 현상이 존재며, 나노미터 크기의 코팅부터 기상 현상까지 자연계의 많은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액체의 표면은 굉장히 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수많은 분자가 액체를 떠남과 동시에, 공기 중의 증기 분자들이 액체로 유입된다. 들어오는 분자보다 떠나는 분자가 더 많아서 부피가 줄어들면 증발이 일어났다고 표현하며, 차가운 컵의 표면처럼 액화되는 분자가 많은 경우에는 응결로 표현한다. 증발과 응결의 정도는 액체 표면 위로 형성된 분자의 증기압1)(vapor pressure)에 의해 결정된다. 이 표면 증기압이 공기 중에 있는 해당분자의 증기압보다 높으면, 분자는 액체를 떠나고 알짜 증발이 일어난다.

물과 알코올의 혼합 용액인 술처럼 액체가 여러 성분으로 구성되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각각의 액체 성분에서 증발과 응결이 동시에 일어나고, 이에 따라 혼합 용액의 구성이 바뀌고, 이 구성의 변화는 다시 증기압에 영향을 미쳐 증발과 응결을 결정하게 된다. 혼합 용액의 증발과 응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성분을 구별하고, 시공간에 따른 구성 성분의 변화와 분포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연구내용

우리는 중성자 이미징2)(neutron imaging)을 이용하여 증발하는 액체 방울을 최초로 관찰하여, 증발하고 응결하는 분자를 구별하여 측정하였다. 개념증명을 위한 간단한 시스템으로 기판 위에 놓인 물방울을 이용하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물(H2O, 경수)이 아닌, 수소 원자(H)가 동위원소인 중수소(D)로 치환된 중수(D2O)를 실험에 사용하였다. 중수는 그 물리 화학적 성질이 경수와 매우 유사하나, 중성자 빔은 경수와 중수를 다르게 보고 각각의 물에서 큰 투과도3)의 차이를 보인다. (그림 1) 우리는 이를 통해 증발하는 중수 안으로 응결되어 유입된 공기 중의 경수 수증기를 구별하여 관찰할 수 있었고, 정량 분석을 통해 그 양을 시간에 따라 측정할 수 있었다. (그림 23) 더 나아가, 기존에 알려진 다중 성분 증발 모델을 확장하여, 관찰된 실험 결과를 이해할 수 있었다.

3. 기대효과

여러 물질이 혼합된 용액의 증발은 자연계는 물론 산업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잉크나 페인트가 그 예이며, 단순한 인쇄 용액부터 최첨단 코팅재료로서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이 혼합물들의 증발과 응결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지만, 중성자 이미징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수소화4)(deuteration)는 유기물질에 존재하는 수소(H)를 중수소(D)로 치환하는 기술로, 해당 물질의 물리 화학적 성질은 거의 유지하면서, 중성자에 대한 투과도만 크게 바꿔줄 수 있다. 농도 분포를 추적하고자 하는 물질만 중수소화 하고 (또는 하지 않고) 방울의 증발을 중성자로 관찰한다면, 표적 물질의 증발과 응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붙임] 용어설명

1. 증기압 (vapor pressure)

액체 표면에서 증발한 기체가 만들어내는 압력이다. 액체 표면의 분자들은 증발하여 기체 상태가 되고, 기체분자 중 일부는 다시 액체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증발이 계속 일어나 증기압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면 겉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증발하는 양과 응결하는 양이 같은 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실제로는 증발과 응결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2. 중성자 이미징 (neutron imaging)

빛 대신 중성자 빔을 이용하는 이미징 법이다. 전하를 띄지 않는 입자인 중성자의 물질파인 중성자 빔은, 전자기파인 빛과 달리 수소나 탄소와 같은 가벼운 물질과는 크게 상호작용하여 감쇠하지만, 오히려 금속과 같은 무거운 물질들은 쉽게 뚫고 지나가는 특성을 가진다. 이를 활용하여, 배터리와 같은 금속 부품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문화재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 사용된다. 또 본 연구에서처럼 동위원소 사이의 큰 감쇠도 차이를 이용하면, 중수소화 등을 통해 관심 있는 물질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3. 투과도 (transmittance)

물질을 투과한 빔의 강도 변화를 나타낸다. 입사한 빔의 몇 퍼센트가 투과했는지 그 비로 나타내며, 실험에서 사용된 중성자 빔은 Beer-Lambert의 법칙에 따라, 물질의 고유 감쇠 상수와 투과한 길이에 의해 그 강도가 감쇠한다. 경수의 감쇠 상수가 중수보다 약 9배나 크기 때문에, 같은 길이를 투과하더라도 투과도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혼합 용액에서 중수와 경수의 구성비를 추정할 수 있다. 

4. 중수소화 (deuteration)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수소 원자(H)를 동위원소인 중수소(D)로 치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수소화되면 분자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밀도와 같은 물질의 성질이 다소 변하나, 전반적인 물리 화학적 성질은 원래의 물질과 유사하다. 중성자를 이용하면 수소와 중수소를 잘 구별할 수 있어서, 중성자 산란과 이미징을 통해 물질의 구조와 동역학을 연구하는데 널리 쓰이는 기술이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중성자 이미징을 이용하여 기판에 놓인 물방울 관찰하기. (a) 실험의 개략도. (b and c) 경수(H2O)와 중수(D2O) 방울의 중성자 빔 투과도 이미지. 경수의 밝기가 훨씬 어둡다.

 

그림2. Paul Scherrer InstitutICON 빔라인의 중성자 이미징 장비

 

그림3. 증발하는 중수 방울 안으로 유입되는 공기 중의 경수 증기. (a) 시간에 따라 관찰된 중수 방울의 예시와 시간에 따라 저하되는 투과도. (b) 투과도의 정량 분석을 통해 측정된 경수 증기의 양(검정 기호)과 이론 모델을 통한 예측값 비교(빨간 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