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2021. 08. 23 (월) 부터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꼬인 액정 속에 존재하는 결함, 위상수학으로 풀어냈다!

UNIST 정준우 교수팀, 카이랄 액정의 결함 구조를 위상수학으로 해석
DNA 같은 다양한 카이랄성 물질의 위상학적 결함 이해 도움... PNAS 표지선정

UNIST (총장 이용훈)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팀은 액정(카이랄 액정)에서 새로운 결함 구조를 발견하고, 이 결함 구조를 위상수학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액정 연구에 활용되는 위상수학 이론으로는 발견된 액정의 위상학적 결함을 설명할 수 없었다.

[연구그림 ]PNAS 저널 전면 표지 선정

연구팀은 ‘카이랄 위상 불변 값’을 새롭게 제시해 발견된 결함의 위상학적 형태를 설명할 수 있었다. 또 실험한 카이랄 액정의 특수 탄성 때문에 이 같은 위상학적 결함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위상수학은 물질의 기하학적 형태가 바뀔 때 보존되거나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물질의 형태 등을 수학적 데이터로 표현하기 때문에 우주물리학, 인공지능 같은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물질의 자성, 전도성 변화와 같은 물리적 현상을 위상수학으로 설명한 연구가 201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타기도 했다.

실험에 쓴 카이랄 크로모닉 액정은 아주 가는 원통 관에 들어가면 액정 분자들이 나선형 계단처럼 꼬여서 배열되는 특성이 있다. 이때 왼쪽 또는 오른쪽의 꼬임방향(카이랄성)을 갖는데, 그 확률이 같아 각 방향의 꼬임을 갖는 구조(domain)들이 하나의 원통에 공존한다. 이 상태에서 카이랄성 물질을 첨가하면, 첨가된 카이랄 물질의 꼬임 방향에 맞춰 액정의 꼬임 방향이 하나로 통일된다.

*카이랄성(chirality): 오른쪽 방향으로 꼬여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과 왼쪽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은 언뜻 보면 모양이 같아 보이지만 두 개를 포개면 겹쳐지지 않는다. 왼손과 오른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특성을 카이랄성이라 한다. 의약품 중 합성 중에서도 화학식은 같지만, 입체구조가 왼손과 오른손처럼 다른 카이랄 이성질체가 합성될 수 있으며, 이 카이랄 이성질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DNA도 카이랄성을 갖는 물질이다.

 

[연구그림] 모세관에 갇혀있는 카이랄 크로모닉 액정의 구조를 편광 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함

연구팀은 이 상태에서 카이랄 물질을 더 첨가하면 액정에 예기치 못한 형태의 위상학적 결함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꼬인 방향은 같지만 회전 각도가 90도와 270도로 다른 두 구조가 만나 생기는 결함이었다. 기존 액정 연구에 쓰인 위상수학 이론은 90도 회전한 구조와 270도 회전한 구조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함이 실험적으로 관찰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상수학의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제1 저자인 은종희 UNIST 물리학과 연구원은 “실험과 이론 그룹간의 집요한 공동 노력 덕분에 우연한 관찰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졌다”라며 “이번 발견은 액정 연구뿐만 아니라 의학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다양한 카이랄 물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우 교수는 “위상수학으로 물질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최근 물리학의 연구 추세”라며 “위상수학을 통해 물질에 생긴 결함을 이해하게 되면, 물질에 특정 성능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결함을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더럼 대학(Durham university), 브리스틀 대학(University of Bristol)과 공동연구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8월 17일자 표지논문으로 출판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신진연구자 지원사업,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와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Layering Transitions and Metastable Structures of Cholesteric Liquid Crystals in Cylindrical Confinement

자료문의

대외협력팀: 김학찬 팀장, 양윤정 팀원 (052) 217 1228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 (052) 217 2155

  • [연구그림 ]PNAS 저널 전면 표지 선정
  • [연구그림] 모세관에 갇혀있는 카이랄 크로모닉 액정의 구조를 편광 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함
  • [연구그림] 여러 개의 위상학적 결함 구조가 편광 현미경을 통해 동시 관찰됨
 

[붙임]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크로모닉 액정1)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액정(네마틱액정)에 비해 꼬임 구조(카이랄성)가 매우 쉽게 발생하는 독특한 탄성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크로모닉 액정을 이용한 액정 물리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크로모닉 액정은 카이랄성2)이 없는 분자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원통형 유리 모세관 안에 있으면, 자발적으로 이중 꼬임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때 꼬임 구조는, 분자 자체에 카이랄성이 없으므로, 오른손 꼬임, 왼손 꼬임을 동등한 확률로 가지게 되고, 서로 다른 꼬임 방향을 가지는 구조가 만나게 되면 그 중간에 위상학적 결함3)을 가지게 된다.

본 연구팀은 2019년 Physical Review E 저널에 “Effects of chiral dopants on double-twist configurations of lyotropic chromonic liquid crystals in a cylindrical cavity”라는 원통형 모세관 안에 있는 카이랄 크로모닉 액정의 구조 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농도의 카이랄 첨가물은 액정의 꼬임 방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특정 농도를 넘어서면 첨가물의 카이랄 방향이 액정에 전이되어 한 가지 꼬임만을 가지게 된다. 그로 인해, 서로 다른 꼬임 구조 사이의 결함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첨가물의 농도를 더 높였더니, 예측되지 않았던 구조와 결함들이 관찰되었고, 체계적 실험과 이론 연구를 통해 그 구조와 결함을 규명하게 되었다.

2. 연구내용  

연구팀은 원통형 유리 모세관 안에 놓인 크로모닉 액정의 배열 구조가 카이랄 첨가물인 알라닌(L-alanine)의 농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현상을 편광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했다. 카이랄 첨가물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액정의 비틀림이 강화되는데, 이 비틀림이 농도에 따라 연속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불연속적으로 증가함을 편광현미경 이미지와 탄성 자유에너지 계산 결과를 비교하여 밝혀냈다. 마치 180도가 꼬이는 꼬임 층이 한 개씩 추가되는 형태로 증가하는, ‘층 전이(layering transition)’가 관찰된 것이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비틀림 각도를 가지는 구간이 한 모세관 시료 안에 공존할 수 있고 (그림 1), 구간 사이에는 네마틱 액정 분석에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위상수학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위상학적 결함이 존재하게 된다. 이 위상 결함은 두 개의 거리가 가깝게 되면 합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짝꿍을 이루어 χ 형태의 흥미로운 초 결함 구조를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그림2). 영국의 액정이론 그룹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해당 구조가 카이랄 특성이 있는 위상학적 결함의 한 종류임을 밝혀내고, 접촉 위상수학으로 이 위상학적 구조들을 설명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3. 기대효과  

위상수학을 활용한 물질의 특성 연구는 최근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며,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이 이 분야에서 나오기도 하였다. 주로 고체 상태의 양자 물질에서 이 위상학적 상과 상전이에 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으나, 연성 응집물질인 액정의 구조를 위상학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크로모닉 액정은, 액정은 물론 자성물질과 같은 다양한 카이랄 물질의 위상학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 시스템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붙임] 용어설명

1. 크로모닉 액정 (Chromonic liquid crystals)

크로모닉 액정은 물에 일정 농도 이상의 다환성 방향족 화합물을 녹였을 때, 자발적으로 액정 상을 생성하는 물질이다. 판 형태의 분자들이 비공유결합성 인력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서 막대 모양의 응집체를 만들고, 이 응집체들이 배향하여 액정 상을 형성하는 원리이다. 물을 용매로 하고, 생체친화적이다는 특징으로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액정 물리학에서도 그 특이한 탄성 특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 카이랄성 (Chirality)

자신의 거울 상과 겹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을 일컫는 용어로, 물리,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카이랄성을 가지는 구조의 대표적인 예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이다. 이중 나선 구조를 가지는 DNA는 대부분 오른손 꼬임을 가지고, 그 거울상인 왼손 꼬임 이중 나선과는 같은 듯 다르다. 즉, 같은 화학 조성은 같지만, 둘은 겹쳐지지 않는다.

3. 위상학적 결함 (Topological defect)

규칙이 있는 구조에는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결함이 존재할 수 있다. A로만 이루어진 구조에 B라는 불순물이 들어가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불순물 결함과는 달리, 시스템의 경계조건에 의해 생성되는 결함들이 있고 이들은 경계조건에 의해 위상수학적으로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어서 위상학적 결함이라 불린다. 즉, 불순물 결함의 경우, 불순물을 제거하면 결함이 제거되지만, 위상 결함은 경계조건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결함이 항상 존재한다. 결정 구조에 존재하는 전위(dislocation)가 위상 결함의 예이다. 액정의 경우, 경계조건에 따라 액정 분자들의 정렬 방향을 정의할 수 없는 특이점에 위상학적 결함이 발생한다. 액정의 결함은 다양한 응집물질의 위상학적 결함을 연구하기 위한 모델 시스템으로 널리 이용되고, 결함을 제어하면 다양한 광학적, 화학적 응용에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붙임] 그림설명

 

그림1. 모세관에 갇혀있는 카이랄 크로모닉 액정의 구조를 편광 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함(a and b) 3%의 알라닌(카이랄 첨가물)이 크로모닉 액정에 첨가된 액정 시료를 편광기 없이, 두 편광기를 서로 교차(+)한 후 찍은 이미지. a에서의 밝은 두 선이 만나는 점이 위상학적 결함. (c) 시뮬레이션으로 획득한 액정 방향자의 비틀림 구조(a와 대응). 각각의 막대들은 액정 방향자(액정 분자 집합)를 의미하며, 막대 색깔은 비틀림 정도를 나타냄.

 

그림2. 여러 개의 위상학적 결함 구조가 편광 현미경을 통해 동시 관찰됨 (a and b) 5% 알라닌이 첨가된 크로모닉 액정 시료에서 만들어진 χ형태의 위상학적 결함(짝꿍결함)을 편광기 없이, 두 편광기를 서로 교차(+)한 후 찍은 이미지.